코로나 강연을 어제, 오늘, 두 번이나 했다. 그냥 강연으로만 치면, 대박이다. 성공..

따로 파워포인트도 만들지 않고, 그냥 칠판 놓고 했는데.. 난 원래 칠판 강의를 훨씬 더 재밌게 한다.

그냥 상업적으로 강의하는 강사라면 대박 아이템을 쥔 셈인데..

이미 하기로 전주 시장한테 약속한 전주 시청 강연은 어쩔 수 없지만, 코로나 강연은 그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강연 많이 하다 보면, 점점 더 전달력이 높아지고, 설명력도 높아지는 게 있기는 한데..

인간이 얄팍해진다. 자꾸 잘 팔리고, 전달 잘 되는 얘기만 하려고 한다.

지나간 것은 싹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시작해야 새로운 것들을 만들 수 있다.

직업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나는 책 쓰거나 강연하는 게 직업이 아니라, 학자가 직업이다. 책은 수단이고, 강연 역시 수단인데, 별로 선호하지는 않는.

나는 다른 사람 보다는 3~4년 먼저 움직이려고 한다. 그래야 남들보다 조금 빠를 뿐이다.

아주 뒤에서 따라오면서 해석을 잘 하는 방법도 있다. 그것도 좋은 연구다. 그렇지만 나는 게을러서 그렇게 많은 것을 동원하는 해석은 잘 못한다.

먼저.. 아직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될 거야", 그렇게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코로나에 대해서 내가 다른 사람 보다 좀 더 아는 것은.. 10년 전에 이 책을 한 번 쓰려고 했고, 올해는 어떻게든 정리하려고 지난 가을에 자료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작 3~4달 먼저 움직였는데, 지금은 그 차이가 동료 경제학자들과 많이 나 버렸다.

10대 연구를 2년 전에 시작했다.

농업, 독서, 경제, 세 가지 시리즈를 전부 10대에 걸어서 하게 되었다.

이 얘기를 들은 활동가들이나 기자들은 내가 설명하는 방식이 가장 참신하고 새롭다고들 한다.

아직은 골격 차원이고, 정리하는 데에는 지난한 품이 든다.

당인리는 4년 전에 시작했다. 주요 작업들은 2년쯤 전에 했고.

사람들이 보는 지금의 나는 대개 3~4년 전에 정리된 생각을 얘기하는 껍데기다. 몇 달 전에 분석한 것을 지금 얘기하는 코로나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 그건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고.

지금 강연을 해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일 거이냐, 3~4년 후의 일을 지금 고민할 것이냐.. 난 늘 후자를 선택했다.

실속은 없다.

그렇지만 내가 나한테 부끄럽지는 않을 수 있다. 뭐, 그렇게 해도 맨날 부진하고 부족해서, 사실 혼자 돌아보면 쪽팔.

코로나는 딱 내려놓고 강연 같은 거는 하지 않다가, 12월에 상황을 다시 보기로 이미 몇 주 전에 결정했다.

경제 부총리인 홍남기가 난리를 치지 않았으면 관련된 글 같은 것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인간, 견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좀 너무하다 싶은. 결국 몇 번 펜을 들었다.

(그 업보로 강연부탁 너무 많이 온다..)

난 내일을 사는 사람처럼, 현재는 모르고 미래의 일만 고민하면서 살아왔다. 몇 년간은 더 그럴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당분간 50권째 책을 쓰는 순간을 위해서 뒷골목을 주로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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