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모란 교수를 만났다. 몇 달 전부터 우와, 대단한 사람이다, 놀랐던 사람. 정신 없어서 총리실 간담회 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는데, 기모론 교수 나온다고 해서, 갈께요, 그랬더라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길 가는. 멋진 사람을 보면 마음이 설래이는 게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2. 내일은 최재천 선생을 만난다. 요번주 가기 전에 꼭 차 한 잔 하시자고 연락을 주셨드랬다.. 나도 그 양반을 꼭 보려고 하기는 했는데.. 2~3달 후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3. 출판사 사정으로, 농업 경제학은 결국 내년으로 넘어갔다. 내가 뭔 이상한 거에 씌웠는지, 책 낼 때만 되면 에디터들을 그만두는. 몇 년째, 많은 책이 그랬다.

  4. 방법이 없어서 올해 출간 일정을 대대적으로 조정했다.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를 먼저 내고, 젠더 경제학도 연내에는 낼 생각이다. '페미니즘을 위한 경제적 변명', 일단 가제는 그렇게 잡았다.

  5. 속상한 일이 생길 때마다, "나는 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나한테 속삭인다.

  6. 젠더 경제학까지 마무리하면, 팬데믹 경제학 준비를 시작할 생각이다. 12월에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7. 정부에서 정책 과제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고마운 얘기이기는 한데, 나는 외부 과제 안 한다. 책 쓰면서 안 한다고 마음을 먹었고, 아직도 어디서 돈 받아서 연구한 적 없다. 내일은 고맙지만, 좀 어렵겠다고 대답을 할 생각이다.

  8. TV 나가는 게 맘이 편치가 않다. 연말까지는 정말로 찌그러져서 살아야지, 그렇게 딱 마음을 먹었는데.. kbs 심야토론 나와달라고, 하도 간곡해서 또 마음이 흔들렸다. 이러니 내가 마음을 먹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

  9. 청년들이 하는 미래당에서 세미나에서 코로나 대응 발제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나도 좀 쉬어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늘 힘들 때마다 집 앞에 와서 하소연하던 후배인데, 모른 척하기가 또 미안한. 내일은 해준다고 대답을 할까 싶은데, 마음 속으로는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10. 작년 10월쯤, 올해는 팬데믹 얘기 밀어놓고 밀어놓은 거 정리는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뭔 얘기를 해야하지? 예전에는 할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잘 생각이 안 났다.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보던 와중에 딱 코로나 19사태가.. 가끔 내가 귀신 씌운 듯, "이게 지금 꼭 필요해", 그런 순간이 있기는 하다. 2007년쯤, '88만원 세대' 내고 얼마쯤 있다가, "이 시대에는 판데믹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는 정신이 없어서 결국 책은 못 썼다.

하이고, 코로나나 마나, 내가 몸이 힘들어서 죽겠다. 연초에 계획 세울 때에는 전혀 일정에 없게, 여기저기 자문회의 같은 데 불려 다니고, 1주일에 두 번씩 언론 인터뷰하는 별 그지 같은 일정이.. 인생, 계획이라는 게 무의미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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