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출장 나흘째. 어제는 저녁 시켜 먹었고, 오늘은 그냥 나가 먹을려고 했었다.

하다 보니까 점심을 하남까지 가서 먹고 올 일이 생겼고, 또 움직이는 게 귀찮아지기도 했다. 게다가 생각할 일이 너무 많아서.. 머리 복잡할 때면 가능하면 운전 안 하려고 한다. 사고 나봐야 나만 피곤하다.

그냥 애들하고 슈퍼 가서 삼겹살 사다가 먹었다. 삼겹살이 아무 것도 요령이 필요 없기는 한데, 내가 삼겹살은 또 맛있게 굽는다.

공격적인 인생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요즘의 나는 극도로 수비적인 인생이다. 최소한의 것만 하고, 그것도 힘들면 바로 포기한다. 포기하는 것도 많지만, 그 속도도 거의 울트라 광급이다. 아쉽지 않냐? 애들 둘 손 잡고 다니는데, 이것저것 욕심내봐야 곤란해지기만 한다. 혹시라도 오는 길에 둘째 잠들면, 다 꽝이다.

저녁 때 친구들이 모여서 술 마신댄다. 물론 당연 가고 싶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친구들하고 술 처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일이다. 그렇지만 오늘 저녁은 야구를 하니까.. 사실 나한테 거짓말 하는 거다. 야구는 술 마시면서 핸펀으로 틈틈이 봐도 되는데.

그래도 내일 저녁이면 아내가 돌아온다. 이 짓도 내일이면 끝이다.

사실 아내에게 더 길게 출장가도 된다고, 가라고 하는 건 주로 내 쪽이다. 애들이 점점 커가면서 이제는 좀 길게 있는 것도 덜 힘들 것 같다. 정 힘들면, 매일 저녁 시켜 먹어도 된다. 지지금은 오히려 시켜 먹는 게 더 귀찮을 때가 있을 정도다.

시간은 내 편이다. 50대 에세이에 썼던 얘기 그대로다. 돈이나 재산이나, 그런 거에 비하면 나의 가장 큰 자산은 상대적으로 시간이다. 돈을 내라고 하거나 재산을 내라고 하면, 내놓을 게 없다. 그렇지만 시간은 상대적으로 풍족하다.

멋으로 하는 일, 폼으로 하는 일, 습관적으로 하는 일, 거의 다 내려 놓았다. 그러면 고립되지 않느냐? 물론 고립된다. 그렇지만 인생을 놓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니다. 인생에 겁나게 중요한 일, 별로 없다.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아쉬운 소리 할 일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섭섭해 할 일도 없다.

그래도 욕은 먹는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 그건 그냥 버틴다. 삶이라는 게, 원래 뭘 해도 욕 먹고, 뭘 안 해도 욕 먹는 거 아니겠나 싶다. 애들한테 욕 먹는 것도는 낫다.

아내 출장 4일차, 그래도 짧게 배웠다. 난 이제 친구들이 술 마시는 데에도 참고 안 나갈 줄을 알게 되었다. 20대에는, 그걸 절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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