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때에는 강연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다. 가능하면 대학교 정도 가려고 했었는데, 그 시절에는 이미 학교 운동권이나 학생 자치 같은 게 무너지던 시기라서 그렇게 많이 가지는 못했다. 그리고 금방 mb 집권이 시작되었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닌데, 하여간 대학교 강연이 학교 측이 반대로 무산되는 일이 몇 번 있었다.

나꼽살 하던 시절에는, 어느 정도는 김어준의 인기에 좀 묻어가는 면도 있었을텐데, 그 때는 진짜로 어마무시했었다. 부산대에서 대형 강의실 꽉 찾았다. 아마, 그게 가장 많이 왔던 걸로 기억난다.

2012년 대선의 문재인 서울 유세에서 처음 유세차를 탔다. 그 때 공약 중에서 의료비 100만원에 대해서, 아주 좋은 공약이라는 얘기를 했었다. 성격상, 길게 얘기하는 걸 싫어한다. 몇 분 얘기하지 않고 내려갔는데, 그게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나보다.

그 시절을 정점으로, 내 인생은 그 후로 줄곧 하강 국면이다. mb 때도 힘들었는데, 박근혜 아주 초반만 지나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을 정도로, 진짜 꽁꽁 틀어막혀 있었다.

그냥 정권 교체나 좀 돕자, 가벼운 마음으로 아직 당대표가 아니던 시절의 문재인을 돕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도운 건 마지막 선거가 끝나던 순간까지였다. 그렇지만 공식적으로는, 둘째가 폐렴으로 입원하면서..

그 때 아내랑 아이들 다 데리고 보령으로 갔다. 대천 해수욕장 근처에서 며칠을 지냈다. 거기서 내가 하던 모든 걸 내려놓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그 후로는 먹고 사는 걸 걱정하면서 살지는 않아도 별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늘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특별히 다른 사람하고 싸우면서 살지는 않으려고 한다.

내가 노력하면서 살았을까? 그렇다고 억지로 말하면 '겁나 노력
, 이렇게 말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대부분 내 맘대로 살았고, 요즘은 그냥 내려놓고 산다.

그게 나의 50대다. 한 번 더 남은 인생을 위해서 도약, 그렇게 생각하기 좋은 나이일 것 같지만, 그건 똑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두 명을 돕는 일이 내가 주로 한 일인 것 같다.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었고, 한 사람은 결국 환갑을 코 앞에 두고 감독 데뷔에 성공했다.

그리고 또 다른 동료 한 명의 인생의 난관을 풀어가는 데 나의 많은 시간을 쓴다.

그렇게 사는 게 더 나답다는 생각은 든다. 나는 앞에 서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죽을 때까지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하여 정말 덤으로, 딱 우리 집 생활비만 나오면 된다는 마음으로 책도 쓴다. 잘 팔리면 고맙지만, 아니라도 큰 문제는 없다. 그저, 내가 나중에 돌아봐서, 이런 책을 미쳤다고 썼냐, 그런 자책만 들지 않으면 된다.

그래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 것은, 무시당하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잘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런 정도는 충분히 못 들은 척하고, 무시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데도, 막상 그게 잘 되지는 않는다.

그거만 되면, 나도 해탈의 경지에 들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잘 안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도 잠시 생각해봤다. 아직은 내려놓을 게 더 많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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