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힘에 대해서 진짜로 내가 진지하게 생각한 것은 영화 <글레디에이터>를 보았을 때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는 영화에서는 정말 무능하게 나온다. 아버지를 죽이는 거야, 욕망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능력은 정말 없다.

반면 전장을 누비던 장군 막시무스는 능력치 최대. 검투사가 되어서도 로마 최고의 검투사가 된다.

그런 막시무스가 결국에는 반란을 결정한다. 그리고 아직도 도시 외곽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의 부하들에게 이 결정을 전달하러 그의 부관이 떠난다. 두구두구둥..

그 부관은 결국 나무에 목이 매달린 시체로 스크린에 등장한다.

당시 세계 최고의 부대인 로마의 최고 장수와 부하면, 정말로 세계 최고로 유능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지만 정말 무능한 코모두스의 쪼무라기들이 막시무스와 그의 부하들을 꼼짝 못하게 봉쇄. 물론 비슷한 장면은 중국 영화에도 많이 나온다. 얘기 자체가 엄청난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중국 영화에서는 무능한 왕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무서운 환관 할아버지들이 나오니까, 왜 장군과 그의 부하들이 꼼짝도 못 하게 되었는지, 금방 납득이 간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 코모두스의 '유능함'은 적어도 스토리 내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권력의 무서움이라는 것을 느낀 것 같다.

무능한 권력이지만, 스스로를 지키는 것도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편견일지도 모른다는.

하는 일이 유능한 것과 자기를 지키는 것의 유능함은 좀 다를 것 같다.

mb 시절에 영화 <글래이데이터>를 여러 번 봤다. 많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팍스 아메리카나의 칭송 영화라고 생각한 것 같다. 물론 리들리 스콧이 체계를 칭송하는 은유를 가끔 사용하기는 하지만, 미국의 패권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그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고.

(오랫동안 나를 지켜본 아내는, 내가 가장 재밌게 보는 감독은 리들리 스콧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영화를 다 본 것은 아니다.)

영화 <글래이데이터>는 나름의 해피 엔딩으로 이 무능한 정권을 무너뜨리기는 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여전히 무능한 정권이 스스로를 지킬 때 얼마나 유능해지는가, 이걸 가장 끔찍하고 섬뜻한 방식으로 보여준 영화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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