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성격이 좀 다르다. 좋아하는 것도 좀 다르고.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돈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는 뭔가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 원래 그런 걸 좋아했다. 그리고 만드는 단계 중에서도, 정말 대책 없이 새로운 걸 만든다고 막 고민하는 그 단계를 좋아한다. 그래서 몇 개의 실마리를 잡아서 얼키설키, 소위 뼈다구 만드는 그런 때가 가장 기쁘고 재밌을 때다.

이런 일들은 보통의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이 뼈다구 다음 단계 혹은 최종 제품을 팔거나, 혹은 자기 도장을 찍는 일을 좋아한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도장 찍는 순간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좀 머슥해지거나, 누군가 눈치를 주면 "국회의원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는 것"이라는, 되도 않는 개소리를 한다. 꽤 유명한 국회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조문 작업을 좀 더 해야겠네요, 다음에 만나실 때에는 그걸 좀 더 하셔서." 옆에서 지켜보다가 얄미워서 진짜 머리 한 번 때려줄 뻔했다. 야, 그건 니가 해야하는 거 아냐? 이게, 그냥 거저 날로 먹을려고 그러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가끔은 있다. 정세균이 바닥부터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가 해놓은 것에 숟가락 얹는 것을, 체질인지, 성격인지 혹은 또 다른 이유인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머슴의 자식이었던 그는, 국회의장이 되었다.

50이 되면서 알았다. 나는 초고 정도가 아니라, 스케치 정도가 아니라,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얼키설키 뼈다구를 만드는 그 일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은, 부자 되기는 어렵다. 영광을 보기도 어렵다. 이런 건 도장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된다. 체질적으로, "내가 다 했어", 이렇게 말해도 불편하지 않는 사람들이 결국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만 나같이 뼈다구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세상이 공평한 것은, 밥은 먹고 살기 때문에 그렇다. 계속 만들면, 밥은 먹고 산다. 물론, 조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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