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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과 멸시를 유머로 이기는 법

2019.01.06 21:04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책 버리려다 보니, 하퍼스 바자 인터뷰가 튀어나왔다. 패션지 등 인터뷰 엄청 했는데, 몇 번 이사하면서 버렸거나, 없어진.

 

연대 강사 시절이다. 햐, 과거는 늘 미화되고, 아름답게 각색된다고는 하지만.. 저 시절로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치열한 진실을 너무 현장에서 보면 괴롭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무기력함도.

 

저 시절에 인터넷 활용 강의 전체 1위를 했었나? 하여간 뭐 그런 소소한 일들이 있기는 했지만, 너무 날 것의 진실을 눈앞에서 직면하는 그런 괴로움들이 너무 컸다.

 

하여간 나만 보면 사람들이..

 

팔리지도 않는 책, 뭐하러 쓰냐, 어디 월급 주는 데 그냥 처박혀라.

 

엄청들 그랬다. 속으로는 부글부글 했지만, 그냥 꾹 삼키고, "네, 고맙습니다", 했더랬다.

 

안 팔리는 걸 누가 모르냐? 뭔가 솔직하게 얘기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모르니까 이 지랄을 하고 있는 것이지.

 

예나 지금이나, 친한 사람이나 안 친한 사람이나, 팔리지도 않는 책 뭐하러 쓰냐고 아주 지랄들을 한다.

 

여기에 2년 전부터는 버전이 하나 더 붙었다. 애 둘 아버지씩이나 되서 뭣하는 짓이냐? 넌 왜 그렇게 책임감 없이 너만 좋은 인생을 사느냐? 애들은 뭔 잘못이냐?

 

그냥 아무 말도 안 하고, 네.. 명심하겠습니다, 이러고 만다.

 

(20대 같았으면, 너 화장실로 나와.. 한 번만 더 이런 개소리하면, 아구창을 미싱으로 확 박아뿔라.)

 

하퍼스 바자 인터뷰를 보면서, 꾸역꾸역 그런 조롱을 10년 넘게 참아온 지난 시절이 문득.

 

앞으로 10년 넘게 이 지랄을 나도 하고 있을까? 그건 모른다. 그 때까지도 할 얘기가 남아있을지도 잘 모르겠고, 그 때까지 건강이나 지능이 감당이 될지도 잘 모르겠고. 내년 일도 잘 모르는데, 10년 뒤 일을 누가 알겠나?

 

친한 박사 친구가, 책은 뭘하러 그렇게 꾸역꾸역 쓰고 자빠졌냐, 건강도 안 좋다면서, 속을 확 긁어놓는다 (속으로는, 너는 왜 하라는 결혼은 안 하고, 연애는 좀 하냐?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참았다. 나는 인격이 되니까, 푸하하.)

 

그래도 나이 처먹는 게 좋은 점은 하나 있다. 신경줄도 굵어지고, 훨씬 더 잘 참게 된다. 모욕, 수모 혹은 조롱, 이젠 별로 그렇게 참는 게 어렵지는 않다. 애도 보는데, 그 정도야, 뭐.

 

그래도 꾸역꾸역 참으면서 한 자 한 자 써보는 건, 그래도 살아남은 사람의 의무라고나 할까. 그 진창길을 걸어서 아직도 목이 몸뚱아리에 붙어있는. 그것만 해도 나는 생큐 베리버치, 메리시 보꾸!

 

그래도 둘째가 조금만 있으면 혼자 화장실에서 밑 닦을 있는 경지에 도달할 거다. 그나마 살만하니까, 요즘 이것저것 신경도 좀 쓰고. 그 전에는 누가 조롱을 하거나 말거나, 놀리거나 말거나, 갑자기 전화 걸어서 "너 아직도 책 같은 거 쓰고 자빠졌냐", 이러거나 말거나. 그냥 잠이나 좀 더 잤으면, 이런 생각 밖에는 못했다. 그래도 다 좋아진 결과 아니겠나 싶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조롱을 참으면서, 신경줄만 굵어진 게 아니라, 더 많은 낙관도 생겨났다. 그래도 잘 될 거야.. 입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속으로도 그런 생각이 든다. 강해진겨! 그래도 30대 보다는 내가 많이 강해진겨!

 

어느덧 한국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모진 조롱에 대한 저항력을 갖추는 것 - 싸우는 것은 택도 없이 중과부적이고 - 이 되었다. 그래도 참는 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경제학을 science economique라고 부른다. '경제 과학'.. 나는 과학자로 훈련받았고, 과학자로 분석했고, 과학자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개 똥 취급하는 조롱도 잘 견딘다. 나는 시방 과학을 하는겨..

 

그렇다고 상대방의 조롱을 같이 조롱으로 던지는 건, 개 똥 같은 삶이다. 그렇게 살 수는 없고.

 

그래서 내 삶의 마지막 - 아니 거의 마지막 - 단계의 점프는, 조롱이 아닌, 조소가 아닌, 진정한 유머로서 이 조롱들을 극복하는 것.

 

조롱과 멸시를 유머로 이기는 법, 아직은 그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걸 이제 좀 해보려고 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니께.

Comment

  1. 지은 again ㅎㅎ 2019.01.07 00:29 신고

    이게 문득 떠오르는데요^^;
    First, they ignore you
    Then they laugh at you
    Then they fight with you
    Then you win!
    누구말인지는 안써도 아실것 같구요~
    저들은 아마.. 돈버는 기계로 그저 인사이드르윈의 대사마냥 exist하니라 ㅋ 죽었다 깨나도 돈으로 감히 환산될수 없는 그런 경지는 모른채 그렇게 계속 사시지않을까~ 합니다 ㅋㅋ

    • 독립운동하는 그런 어려운 일은 아니구요^^.. 긴 세월을 버텨내는 것이 사실은 하는 일이 전부가 아닌가 싶기도 한.

  2. 별하나 2019.01.07 05:44 신고

    항상 어디에나 그런 사람 있죠..
    힘 빠지게 하는..

    저는 모 아무것도 않는 사람이지만요..

    보태주는 것도 없으면서..
    괜히 걱정해주는 척..
    속을 확..
    디벼놓죠..

    그렇게 전파 타고 오는 생각지 못한 소리에..
    이 사람 왜 이런 소리 하지..
    의문만 갖다..
    참..
    화 내는 것도 이상스러워..

    핸폰 내려놓고 며칠동안이나 생각하고 생각해야..
    아,, 그 사람..
    그런 거였어..

    그런 사람은 본인이 얼마나 초라한 상식을 갖고 사는 사람인지..

    또 그가 그토록 조롱하고싶은 사람이..
    그의 그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그 시컴함을 이미 알고 있다고
    확실히 눈치챌 때까지
    지속적으로 끊임없는
    괴롭힘을 하더라구요..

    저는 요즘
    그런 사람 안 보고 산지 꽤 됬습니다..

    그러면서 생각돼길..
    아..
    내가 생각한 게 맞구나..

    박사님께서는
    아무도 가지않는 길을
    홀로 걸으며
    얼마나 많은
    고충이 있겠습니까..

    묵묵히
    소신을 지키며
    올바른 삶을 살기에
    품이 많이 드는 오늘이지만
    무한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 그래도 진짜 사는 게 힘들면, 캑.. 할텐데, 뭐 먹고 사는 게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속으로는, 내가 너보다는 잘 살아.. 말해주기는 싫지만 ^^..)

  3. 별하나 2019.01.10 17:02 신고

    그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