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의미는 없는 사진이다. 태풍 몰려오기 전, 구름이 너무 예뻐서.)

 

뒷방 늙은이의 사랑방

 

우리 시대의 싸움은 우리 시대에 끝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라는 게 뭐, 언제 그렇게 생각한 대로 움직이겠나... 그저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알리바이만 남기는 것. 그야말로 비겁한 변명일 뿐이기는 하다.

 

어쨌든 질 수 없는 짐은 이제 좀 내려놓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별 의미 없는 비판이나 욕질은 그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연인으로 돌아오면, 내가 누군가에게 뭐라고 할 일이 뭐가 있겠나. 어차피 알던 사람들도 아니고, 또 볼 사람들도 아닌데.

 

뭐 별로 정리할 게 거창하게 남아있는 것도 없지만, 어쨌든 요즘은 내가 내려놓을 수 있는 것들 것 계속해서 내려놓는 중이다. 나꼽살 방송이 좀 더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기본 기획과 아이템 선정 같은 것들은 대부분 선대인 소장에게 넘겼다. 계약되어 있는 남은 책들이 조금 있지만, 그거야 뒷전으로 물러나서 조용히 원고 작업하고, 조용히 출간하면 되는 거고.

 

수업 정리는 작년에 이미 했고, 경제학과나 사회학과에서 새로 더 수업을 개설하거나 그럴 계획은 없다. 그냥 해보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한 얘기가 주변에 있기는 하다. 내가 내 스스로가 좋은 선생이 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냥 되었다고 아뢰오

 

작년 말부터 준비를 좀 해서, 이제 영화기획자로 주로 보내는 시간이 많이 바뀌었고, 첫 번째로 영화기획자로 참여하는 영화가 투자단계는 넘어가서 캐스팅 단계로 가 있다. 물론 엄청나게 내 영향이 많이 들어간 영화는 아니지만, 아직은 내가 손 볼 구석이 좀 있는 것 같다.

 

, 이렇게 하면서 대단히 큰 돈을 벌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하고 싶은 책이나 읽고, 보고 싶은 영화나 보면서, 큰 돈 쓰지 않고 이럭저럭 살아가려고 한다.

 

남은 게 블로그 같은 그냥 수다나 떨던 공간을 어떻게 할 거냐, 뭐 그런 건데.

 

원래도 별 의미는 없던 건데, 그냥 뒷방 늙은이의 사랑방 같은 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했다.

 

그래서 엄청난 얘기들을 할 생각은 없고, 소소한 얘기들이나 살다보면 느껴지는 작은 얘기들, 그런 걸 사람들과 나누고, 그냥 수다들이나 좀 떨 수 있는.

 

우리 사회가, 긴장도가 너무 높다. 그래서 어떤 공간이든 열리면 금방 날 선 공방장이 되어버린다. 때때로 그런 일들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사람이 어떻게 늘 그렇게 날이 선 상태로 살 수가 있나

 

너무 그렇게 들이대기만 하면, 결국에는 자신이 무너지게 된다.

 

사람은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니고, 또 생각보다 다면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한동안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해봤는데, 엄청나게 힘이 드는 것도 아니고, 또 별 다른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뒷방 늙은이의 사랑방 같은 걸로 두기로 했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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