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갑니다. SARS-CoV-2, 흔히 사스2라고 부르는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와 함께 많은 것이 예상과 달리 지나간 한 해입니다. 경제사만이 아니라 인류사에도 한 페이지 정도 기록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살살 살기”를 내년 소망으로 정했습니다. 어차피 잘 안 될 건데, 마음이라도 편히 갖자는 생각도 있고요. 그리고 힘들다고 더 열심히, 그러면 그럴수록 무리하게 되고, 점점 더 안 좋아질 것 같습니다. 

올해는 계획에 없게 살살 살았고, 내년에는 계획적으로 살살 살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큰 이파리들을 가진 큰 나무가 되기에는 이제 저는 글렀고. 그래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잠시 위안을 가지고 갈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살려고 합니다. 올 한 해, 참 많은 사람들이 집 근처에 왔었습니다. 차 한 잔 마시는 것이 거의 유일한 고정적인 사회 생활이었는데, 코로나 2.5 단계로 넘어가면서 그것도 겨울이 되면서 정지했습니다. 좀 더 살살 살면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좀 돌아보고, 약간씩 살펴줄 수 있는 사람들 살펴보면서 그렇게 살아갈까 합니다. 

아내의 친척 어르신 중 한 분이 어제 코로나로 돌아가셨습니다. 내외가 곧 떠날 준비 중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산 사람들은 살아야겠기에, 상갓집에서 아무도 오지 말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한 평생을 경제학자로 살았는데, 사람들 마음을 돌아보는 일에 대해서 너무 무감하게 살았다는 생각을 요즘 했습니다.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에, 비겁한 것도 있고, 겁먹는 것도 있고, 치사한 것도 있습니다. 그런 게 다 모여서 삶이 됩니다. 

나는 늘 옳은 것만 했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적당히 타협하기도 했고, 숨 죽여서 살기도 했고, 못 본 척 하기도 했습니다. 실수한 것도 많습니다. 맨날 정의를 얘기하는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도 똑똑히 잘 보고 살았습니다. 팀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들끼리 왕국을 만들면서 호의호식하는 보수 인사들의 사적인 삶도 똑똑히 보면서 살았습니다. 

그냥,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조금씩 관심을 가지면서, 새로운 한 해는 그저 살살 살기, 그런 걸 해보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들에게 욕망과 함께 공포라는 두 가지 자극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버티면서 살아가야 하고, 그 속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여전히 명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살 살다보면 저도 조금은 더 명랑해질 날이 오겠지요. 

모두에게, 살살 살 수 있는 기회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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