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블로그는 사연이 많다. 몇 년 동안 거의 방치하다시피 해서 지금은 쪼그라져 있지만, 참 많은 일들이 블로그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많은 돈을 가져다 주었다. 나도 이 블로그로 인해서 이렇게 적지 않은 돈을 벌게 될 줄 진짜로 몰랐다. 많은 일과 인연이 블로그로부터 출발을 하게 된. 그리고 진짜로 돈도. (아내는 그렇게 돈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마지막 순간까지 믿지 않았다. 지금은 전부 다 아내 통장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블로그는 여전히 유지하는 중이다. 한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정을 붙이고, 소중하게 다루려고 한다.

요즘 생각이, 사람들은 태풍만 보려고 하지만, 태풍이 만들어지는 순간, 태풍의 씨앗이 뿌려지는 순간에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 태풍의 씨앗이 진짜 태풍이 되었는지, 사후적으로도 알기 어렵다.

비교를 하자면, 페북은 바람과 같다. 센 바람이 있기도 하고, 약한 바람이 있기도 하고. 블로그는 샘물 같은 것이다. 그 안에 미약하지만, 뭔가 고인다. 그리고 그런 샘물에 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오면서, 그렇게 숲 생태계가 돌아간다. 누군가 물을 마시러 올 수 있게 새로운 물을 준비하는 것, 그게 블로그 운영과 비슷한 것 같다. 바람은, 누적되지는 않는다. 물은, 누적되고 쌓인다.

나는 점점 더 메이커의 세계로 가려고 한다. 그래서 더 전위적이고, 더 선명한 각을 만들려고 한다. 블로그는, 그럴 때 도움이 된다. 조금씩이지만 쌓고 누적적이고.

이럴 때 보면 내가 굉장히 전통적이고 보수적이다. 2명, 3명, 10명, 그런 작은 논의그룹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런 생각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천 명, 만 명, 10만 명, 이런 건 아무 것도 아니다. 판매하고 유통하는 데에는 이런 수치들이 중요할 수 있지만, 만드는 순간에는 혼자가 아닌 상황이면 충분하다. 머릿수로 물건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애 키우는 와중에, 요즘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블로그 운영이다. 이런 자부심은 있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방송에도 없고, 신문에도 없고, 책에도 없는 내용들을 쓰는 경우가 많다. 태풍의 씨앗을 뿌린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 태풍의 씨앗을 뿌려서 거대한 태풍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게, 이 나라가 잘 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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