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우석훈 블로그, 뭐든 만들어야 입에 밥이 들어간다.
retired

글 보관함

어떻게 살 것인가

 

대선 이후에 어떻게 살지, 생각해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 후 1년 반 정도, 정말 막 살았다.

 

지난 몇 달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런 고민을 계속 했다. , 그것은 언제나 고민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지금같이 미리 생각해둔 아무 지표도 없을 때 더더욱 그렇다. 나는 성격상, 빼곡하게 계획을 세우고, 수 년 후에 할 일들을 미리 정하고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물론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고칠 계획이 없으면 불안해한다.

 

아무런 계획이 없는 이런 백지 같은 진공상태에 놓여본 적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래도 이렇게 방향도 없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어떻게 살지, 방향을 잘 모르니까 글도 써지지가 않는다. 내가 요즘 쓰는 글들은 기능적인 글들이지, 정말로 본질의 대한 갈등이나 고민 속에서 나오는 글은 아니다. 분석과 선택은 분명히 다르다. 분석은 여전히 할 수는 있지만 선택을 지금 할 수는 없다.

 

아기 아빠로서, 아이 키우면서 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안 했다.

 

그러다 최근에 결심을 하나 했다. 결심이라 봐야 결국은 책에 관한 결심일 뿐이지만.

 

내년에는 책 두 권을 쓰는 걸로 목표를 정했다. 정확히는 두권 + 알파, 이게 알파인 것은 쓸 수 있을지 없을지, 쓸지 말지 아직도 마음을 못 정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안 팔린다고 검증이 끝난 책이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농업에 관한 책이고, 또 다른 하나는 원자력에 관한 책이다.

 

원래에도 계획에 있기는 한데, 힘은 많이 들지만, 절대로, 정말 아무도 안 볼 책이라서 계속 우선 순위가 뒤로 가던 책들이다.

 

농업경제학은 쌀 얘기와 부재지주 얘기를 중심으로 풀어나갈 생각이다. 여기에 최근 탑재한 고베 이야기까지아직 고베를 못 가봐서 가을 정도에 갔다 올 생각이다.

 

2004년 생각이 많이 난다. 대학원 때 농업 공부를 좀 한 이후로 오랫동안 농업 공부를 안 했다. 결국 생태경제 얘기를 더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늦게라도 농업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열이면 열, 내 주변의 동료들은 다 반대했다. 원래 있던 농경제학과도 예를 들면 응용경제학 같은 걸로 이름을 바꾸고, 생태나 환경과 결합시키려고 하는 게 흐름인데왜 너는 생태경제라는 유망분야를 잡고 있으면서도 사양산업이 농업 쪽으로 오려고 하느냐전망없다, 하지마라

 

그래서 나는 이걸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루고 미루던 그 일을 내년에는 하려고 한다.

 

원래는 12권으로 계획된 경제 대장정 시리즈의 10권에 해당하는 책인데, 시리즈는 이제 그만 종료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과는 독립된 별권으로 농업경제학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11권은 과학경제학이었고, 12권은 언론경제학이었다.

 

과학 경제학은 박근혜의 창조경제 이후, 내가 그 얘기를 더 하기가 싫어졌다.

 

언론경제학은, 그 사이에 종편이 생겨났다는 변화가 생겼다. 종편 별로 안 보고 싶은데, 분석을 하려면 안 볼 도리가 없다. 시리즈를 완결하기 위해서 종편을 보느니, 차라리 계획된 책을 없애는 편이 더 편하다.

 

그리하여 2004년에 농업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딱 10년만에 그 동안 내가 한 공부를 총정리하는 책을 한 권 내려고 한다.

 

절대적으로 안 팔릴 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하여간 내 양심과 같은 책이다. 내년 상반기로 생각하고 있다. 88만원 세대를 1권으로, 노무현 후반기부터 시작한 경제 대장정 시리즈는 요렇게 해서 마감이다.

 

하반기에 한 권 생각하는 것은, 할지 말지, 계속 고민만 하다가 얼마 전에야 마음을 먹은 책이다.

 

원자력 관련된 책을 한 번 쓰려고 한다.

 

요것도 절대적으로 안 팔릴 책인데, 대부분의 사람이 말리는 책이다.

 

2004년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할 때, 그 때 정책을 지휘하던 친구가 이재영이다. 친구 잘못 둔 덕분에, 그 선거에 환경 분야만 조금 도와준다고 끼어들었다가 완전 제대로 코가 걸린 적이 있었다.

 

그 때 탈핵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 전에는 반핵이라고 불렀다. 반핵은 공당이 쓸 용어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탈핵이라는 용어를 썼다.

 

젊었을 때 나의 친구들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책이다. 공직 시절, 내가 하던 일이 이 일 아니었나. 퇴직하고 나서 아직까지 에너지에 관한 얘기를 한 적이 없고, 전기에 대한 얘기도 각을 세워서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는 해야 할 것 같다.

 

역시 내 양심에 관한 얘기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얘기 하나는, 이제영 평전에 해당하는 인민노련 얘기이다. 인민노련에 강조점을 둘지, 이재영에 강조점을 둘지 아직 결정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걸 내년에 할지, 아니면 더 있다가 할지, 그것도 마음이 잘 정해지지가 않는다.

 

암으로 일찍 죽은 이재영이 너무 그립다. 그가 없어지고 나니, 내가 누구인지, 내가 진짜로 뭘 하고 싶어하는 건지, 그걸 통으로 이해하고 있는 친구가 한 명도 없게 되었다. 내 친구들이나 내 동료들은 나의 일부분만 안다. 내 전체를 아는 사람은 이재영 밖에 없었다.

 

그게 대한 얘기를 꼭 한 번은 하고, 내 친구가 얼마나 똑똑했는지, 내 친구가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그런 얘기를 한 번 하고 싶다.

 

지난 겨울이 이재영 1주기였다.

 

뒤늦게 모여 앉은 사람들 중에 노회찬과 조승수 그리고 김종철이 있었다. 난 좀 더 늦게 있고 싶었지만 아기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종철이는 계속해서 동작을에서 지역 활동 중이다. 거기에 노회찬까지 밀고 들어가서

 

지켜보는 내 입장에서는 대략 난감이다. 에라, 모르겠다, 나는 이재영 얘기나 더 할란다

 

하여간 내년에 뭘 할지는 잡혔다.

 

이건, 아무 일도 안 한다는 결심과 같다. 이런저런 자리에 대한 제안들이 있었는데, 내가 뭘 할 것인지 잘 생각해둔 게 없어서, 거절의 말을 단호하게 하지 못했다. 이제는 아무 것도 안 한다는 말을, 좀 더 정확하게 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이 사회에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정확하게 하는 한 해로 하려고 한다.

 

지금 정기적으로 매체에 쓰는 글들이 있다. 하반기를 맞아, 이것도 정리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책 두 권 외에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지는 않으려고 한다.

 

아기 둘 키우는 아빠가 할 수 있는 최대치가 그 정도일 것 같다.

 

방송은

 

이건 좀 생각이 복잡하다. 지금 하고 있는 걸 동료들과 가는 데까지 가보는 정도, 그 이상 늘리거나 더 하거나 그러지는 않으려고 한다.

 

후년은, 아직 모르겠다. 일단 결정된 것은 내년까지이다.

 

어쨌든 그게 정당이 되었든, 정부가 되었든,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일은 아무 것도 안 할 생각이다.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자문하는 일도 안 하려고 한다. 총선, 대선 때도 아무 것도 안 할 생각이다. 사실 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없고, 한다고 해봐야 결과가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얘기는, 내년에 쓰기로 한 책 두 권에 다 넣을 생각이다.

 

후년에 계속해서 서울에서 살지, 아니면 한국에 계속 있을지, 이건 아직 잘 모르겠다. 지금 같으면, 번잡해서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어떤 식으로든 지금 여기, 이걸 좀 떠날 생각이 있다. 하여간 그 때 가서 결정하면 될 일이지만, 후년이 되면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내년에는 내 주변 정리를 말끔히 하는 게 일단은 계획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 그게 내가 되고 싶은 궁극의 상태이다.

 

문창극을 보면서 그야말로 크게 깨달은 바가 있다. 그렇게 쥐고도 또 쥐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망대로 살면 큰 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문창극과 반대의 길을 가고 싶고, 그와 정반대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지 않고 어영부영, 대충 지내다가 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사람 사는 게,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 대충 시간 보내면서 어영부영 하다가는 문창극처럼 되기 딱 좋다. 그렇게 하기는 싫다.

 

몇 달 동안 어떻게 살 것인가, 진짜 고민고민 했었는데, 이제 고민의 시간은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막상 마음을 먹고 나니, 또 다른 홀가분함이 있다.

 

삶이라는 게, 큰 집착이든 작은 집착이든, 집착의 연속이다. 내려놓지를 못하니까 고민이 많지, 내려놓기로 마음을 먹으면 고민도 사라진다. 집착을 내려놓으면 길이 보인다. 이제 조금 보이는 것 같다.

 

Comment

  1. chapter 2014.07.13 14:58 신고

    이재영 씨 평전 빨리 보고 싶어요

이전 1 2 3 4 5 6 7 8 ··· 1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