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가 아니라 짧은 추천사를 쓴 건 올해 두 번째인 것 같다. 어지간해서 추천사는 안 쓰는데...

나오미 클라인의 <노 로고> 추천사를 썼고, 그 다음의 책이 <하우스 푸어>이다.

나오미 클라인 책에 추천사를 쓰는 것은, 전작에서도 관련된 인연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롤 모델로 제시하고 싶은 여성이라서 그렇다. 물론 그렇게 제시하기에는 이제는 너무 유명인사가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나오미 클라인은 현장에서 박박 기면서 자료를 모으고, 취재하는 방식으로는 정말 존경할만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정도는 한국 대학생들도 해볼 수 있지 않느냐, 그래서 어디선가 '롤 모델'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기꺼이 나오미 클라인에 대한 얘기를 하는 편이다.

<하우스 푸어>라는 책은, 김광수 경제연구소에서 내는 책인데, 저자가 PD 수첩의 김재영 PD이다.

나와는 꽤 많은 방송을 만들었던 적이 있고.

김광수 경제연구소는 소장님은 아직 면식이 없지만, 부소장은 선대인 부소장과는 종종 만날 기회가 있어서.

나와 김광수 경제연구소와 경제 인식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약간씩 다른 버전 속에서 대체적으로 몇 년 동안 부동산 공급론자들과 맞섰던, 같은 쪽에 오래 서 왔던 곳이다.

대체로 보면, 김헌동 교수, 선낙구 선배, 선대인 부소장, 그리고 이제는 세종대로 간 김수현 교수가 비슷비슷한 지점에 서 있지만, 약간씩 입장들이 다르다.

김헌동 교수가 건설사 자체의 문제에서 출발했다면, 손낙구 선배는 그야말로 집없는 서민들의 정치적 입장에서 출발했고, 김광수 연구소는 조금은 더 거시경제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김수현 교수가 주거복지 혹은 도시빈민의 문제에서 출발한 셈이다. 나는 생태 문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대체적인 분석이 비슷비슷하지만, 결론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고층빌딩 문제에서 약간 차이가 나고, 그린벨트와 보금자리 주택에서는 좀 많이 차이가 나고.

어쨌든 대체적으로 한국에서는 이렇게 한 진이 되어서 주공토공 시절을 헤쳐왔고... 사실상 우리는 늘 이 싸움에서 졌다.

노무현 때도 졌고, 명박 때도 졌고.

노무현 시절에 청와대에 들어갔던 인사 중에서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했던 사람은 김수현 교수가 유일했던 것 같다...

한 때, 그래 너 청와대에서 나오기만 해봐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지만, 막상 청와대에서 나오면서 "우리가 잘못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고 하는데, 또 뭐라고 면박을 하기에 마음이 약해져서...

이런 일련의 흐름에서 공통점이 하나 있다.

PD수첩의 김재영 PD가 PD수첩에서 방영되었던 내용에 살을 붙이고, 더 보강조사해서 책으로 내게 된 '하우스 푸어' 현상이다.

쉽게 말하면, 과도하게 빚 내서 인플레이션을 기대하며 집 샀던 사람들...

사회계층 분석하면, 대략 7억원 이상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면 중산층으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실제 이 사람들의 삶을 보면, 진짜 개털, 게다가 자산 실사 해보면 마이너스인 상태.

보통은 이 사람들이 뉴타운 지지하고, 집값 상승을 기대하면서 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주력군이라고 하는데, 아주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맞는 말도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앞으로 펼쳐진 명박 경제와 함께, 그야말로 '하우스 푸어'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생겼다.

이 사람들에게 어떤 전망을 제시할 것인가, 이게 우리들끼리는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기는 한데, 나도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아파트 폭탄 돌리기를 계속 할 수도 없는 거고, 언젠가는 멈춰야 할 그 아파트 인플레이션에서 재수 없게 꼭지 잡은 사람들.

그 얘기에 추천사를 쓰면서, 가슴이 좀 답답해지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명박 찍으면 집값 올라간다고 생각한 사람들 눈에서 피눈물이 한 번 나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삶의 문제로 돌아오면, 이 사람들은 그런 투기꾼 보다도 선량한 피해자에 더 가깝다.

5년 동안 죽어라고 누르고 있었지만, 이제 명박의 관치금융도 더 이상 이자율을 누르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왔다.

워킹 푸어에 뒤이은, 하우스 푸어, 그야말로 '푸어맨스 무디 블루스' 시리즈 앞에서,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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