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사에서 마케팅이라기 보다는 독자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의 간담회를 연다.

작년에 할 때에는 준비모임이 따로 없었는데, 아무래도 오래는 작심하고 대규모로 한 거라서 그런지 예비모임이라는 것이 있었다.

박경철 선생은 방송에서 꽤 자주 뵈었고, 금태섭 변호사도 예전 그 양반 하던 라디오에서 뵈었고,

김용철 변호사는 처음...

김용철 변호사가 최근에 겪은 고초에 대해서 좀 얘기를 들었는데, 아마 대담회 때 본인이 직접 얘기하실 것 같다.

(기가 막힌 사연이...)

몇 가지 얼핏 드는 생각들이 있어서 약간의 단상을 적어보면...

1.
작년 건대에서 했던 조합에도 그렇고, 이번 조합에도 그렇고, 여성이 없다.

진짜 F4 컨셉인가?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여성 저자가 적어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고미숙 등 인기 저자가 없는 건 아닌 것 같고. 어쨌든 여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요즘 강연의 특징이 대형화되는 추세가 좀 있는 것 같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최근에 내가 본 강연회나 대담회 같은 게, 작고 소박하게 한다는 것은, 예를 들면 50명, 이렇게 한 것은 그 절반도 못 채우는데, 오히려 100명 이상 혹은 1,000명, 그렇게 스케일감 있게 하는 것은 오히려 성황리에 잘 된다.

박경철 선생한테 들었는데, 어떤 지방대학의 강연회에서는 2,000명도 온 적이 있다는 것이다.

작년까지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장하준 강연회 때 500명이 왔던 게 가장 큰 것이었다. 역시 장하준의 힘, 그랬었는데, 박경철 선생 2,000명 얘기를 듣고는 입이 딱 벌어졌다.

이번 대담회도 종로5가에서 하는데, 1,000명이 좌석 규모인데, 신청자만 벌써 500명이 넘었다는 것 같다. 일단 신청을 받기는 하는데, 현장으로 그냥 오는 사람들도 다 입장을 시키겠다고 하는 것 같고, 최근의 흐름으로 봐서는 1,000명짜리 대형 방에서도 미리 가지 않으면 서서 듣거나 아니면 입장이 어려운 경우가 생길 것 같다.

작년에는 700명 정도 오셨다고 하는 것 같은데, 그 때는 자리가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부족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불과 1년 사이인데, 점점 대형화되는 추세가 있고, 이상하게 규모가 큰 것들은 잘 되는데, '소박 버전'이 오히려 잘 안된다.

현재 내가 생각해본 가설로는...

집회가 불가능해지고, 광장이 사실상 막히다 보니까, 집회로 갈 힘들이 실내에서 하는 강연회 같은 데로 몰리는 것 같다. 어쨌든 참석했던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렇게 모인다는 게 기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명박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편이, 이 정도 규모는 되는구나, 그런 걸 확인하고 싶다는 욕구가 좀 생긴 게 아닐까 싶다. 사실 대중집회는 사람이 많이 모이면 재미도 있고, 괜히 뿌듯하기도 한데, 같은 내용이라도 사람 별로 없이 파리 날리면 영 재미없다...

그런 집회 대용품으로 대형 강연회를 사람들이 이해하는 거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검증하기는 어려운 가설이다.)

이 정도 되면, 원래는 TV에서 하거나 중계를 해주기도 하는데, 지금 한국 TV가 이래저래 다 막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강당으로 가게 된다.

지금 한국에서는 강당이 광장 대용, 그리고 TV 대용인 셈이다.

3.
괜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다.

최근의 김용철 변호사의 경우가 그렇다.

나는 그를 처음 봤는데, 엄청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원래 유쾌한 건지, 아니면 최근에 살아가는 또 다른 재미를 찾은 건지...

한국에서 양심선언했던, 소위 인사이더들의 불행이 늘 마음에 아팠다만, 김용철 변호사가 행복해져야 우리 모두의 미래가 밝아진다는 그런 생각이 잠시, 머리를 빡 때리고 지나갔다.

"시민들이 당신 옆에 항상 있을 지어다..."

제발 좀 그런 해피엔딩의 역사가 있었으면 좋겠고, 살아서 그런 걸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

(아직 김용철 변호사 책 안 사신 분들은, 그걸로 어쩌면 천당에 들어갈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좀...)

(전기라는 형식에 꽤 관심이 있는데, 10년쯤 후에 김용철 변호사의 전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잠시.)

4.
작년 조합에는 진중권, 홍기빈 등 밝은 '젊은 오빠' 스타일들이 좀 있었는데,

올해 조합은 영락없는 아저씨 필의 중년 조합이다.

(왠지 강연회 보다는 삼겹살 구워놓은 소주집이 어울릴 듯한... 독일의 맥주 축제처럼, 우리나라도 거대한 삼겹살 축제 같은 거 한 번 하면 안될까? 오랫동안 민중의 술은, 역시 소주였다...)

하여 분위기가 너무 칙칙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중간에 캔맥주 마시는 시간과 커피 마시는 시간도 갖기도 했고...

어지간해서 강연 때 기타치는 짓은 잘 안 하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도 기타를 치기로 했고, 김민웅 선생도 기타 치시기로 했다.

(작년 멤버들은, 김규항이 드럼치고, 홍기빈이 베이스 치고, 진장군이 키보드치고, 나는 대충 기타 반주나, 그렇게 2012년 대선 때 치어업할 밴드 만들기로 얘기를 했었는데, 진장군이 외국으로 가는 등, 다들 정신없어져서 그 후로는 한 번도 못 모였다... 사실은, 김민웅 선생이 본인이 보컬을 하시겠다고 주장을 하셨는데, 그거 때문에 못 모인 거 아닌가 하는, ㅋㅋ... 보컬 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진짜 카수는 홍기빈이 진짜 카수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