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고등학생의 교육 여건에 대한 사례 조사를 위해서 아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죽지만 말자, 그러고 살아요.” 자녀를 학원에 어느 정도 보내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전화한 건데, 뜻밖의 대답을 들었다. 

자녀의 일탈로 고민하는 부모들을 많이 만났다. 고등학생 때의 자살시도와 히키코모리, 이렇게 연결되는 사례들도 많이 보았다. 우리의 10대가 정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10대 자살 증가율이 oecd 1위가 되었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 10대 책들을 쓰게 되었다. 가슴 아픈 사연들을 많이 보았다. 큰 의미가 없을지 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백종우와 만나게 된 것은 정부의 자살관련 위원회였다. 이후로 꽤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가장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보다 더 자주 만난다. 그렇다고 그에게 자살 얘기를 많이 듣는 것은 아니다. 그냥 살아가는 얘기들 하고, 내가 새로 준비하는 책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 그렇게 서로 원고를 읽어주고 지낸지 몇 년 된다. 내가 그의 진짜 생각을 접하는 것은 그의 글을 통해서다. 

10대 자살, 코로나 이후로 20대 여성의 자살 급등, 자살 연구에서도 그때그때 유행하는 이슈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개인의 선택 혹은 책임이라고 하는 개인적 책임의 시각에서 국가 혹은 공동체의 일로 시각이 변화하는 중이다. 

백종우의 시선은 현장에서 그가 만났던 많은 사례들로 풍부해진다. 꼭 우리나라 사례만 있는 건 아니다. 유명한 사례들과 함께 하나의 주제가 다루어지는 형식이다. 

책에서 전혀 몰랐던 얘기가.. 사실은 ‘윈터 솔저’였다. 나도 영화를 몇 번이나 봤는데,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다. 미국 독립운동을 이끈 토마스 페인의 ‘상식론’은 나도 가끔 소개한 책인데, 사실 읽을 기회는 없었다. 미국 독립의 아버지 워싱턴이 원래는 미국 독립에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독립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 책에 ‘서머 솔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승리가 눈앞에 있을 때 전공을 취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기회주의적 군인을 의미한다. 반편, 추운 겨울에도 버티고 버티는 군인을 윈터 솔저라고 부른다. 베트남전 얘기다. 베트남전에서 돌아온 군인은 좌우 모두에게서 냉담한 시선을 받았다. 보수들은 패전자 취급을 했고, 좌파들은 양민학살자, 이런 차가운 시선으로 봤다. 이들에게 남겨진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 책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방관들 얘기로 넘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우리나라 얘기가, 백종우가 했던 일과 해석이 따라 붙는다. 

구조상, 꼭 앞에서부터 읽어나갈 필요는 없고, 자신과 관련된 데를 먼저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앞에서부터 읽어나갔지만, 이건 발췌독도 무방하다. 

서술구조상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부분이 “기대어 우는 법 ‘김부장’을 위하여” 정도 된다. 바로 그 드라마의 김부장이다. 힘들다고도 못하고 그냥 꾸역꾸역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백종우가 치료한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 종료 중에 우울증으로 얻은 게 있느냐는 질문을 꼭 물어본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고 대답을 한다. 나는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현실에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내 주변의 우울증 환자들에게, 결국은 연락을 점점 더 안 하게 되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딜레마다. 도와주고는 싶지만, 막상 도울 방법이 별로 없다. 제도적 맹점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다. 

잠시만 화려함에서 눈을 돌리면, 서울은 미쳐버린 도시다. 부동산 가격에서 가혹한 교육열,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의 속도까지, 서울에서 제 정신을 갖고 살아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디 알렌의 <맨하탄>에서, 세계 최고의 도시에서 맨 정신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 사람이라면, 서울의 고통에 출퇴근의 고통이 한 가지 더 더해질 것 같다. 여기에서 도대체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아갈 것인가? 사실 제정신은 없다. 그냥 아프고 힘든 몇 가지를 부여잡고 그냥 살아갈 뿐이다. 집값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 그러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너무 슬퍼진다. 그냥 아픈데 괜찮은 척 하고 살아갈 뿐이다. 우리의 10대는, 더욱 그렇다. 누가 그들에게 즐겁게 살아도 괜찮아, 이렇게 말해줄 수 있을까?

어차피 우리는 자살을 옆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꼭 자신이 아니더라도, 바로 옆에서 혹은 한 다리 건너면 누군가는 계속해서 자살을 한다. 확률적으로 그렇고, 경제적으로 그렇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백종우의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을 권하고 싶다. 배를 타면 구명조끼를 입는다. 필요 없어도 입는다. 그냥 마음에 구명조끼를 입는다는 마음으로, 백종우의 책을 한 번은 읽어보면 좋겠다. 

언젠가 될지는 모르지만, 백종우와 쓰고 싶은 책이 있다. 요즘은 행복한 학교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만, 조금 여유가 되면, 행복한 직장, 행복한 병원, 행복한 가정, 행복한 은행, 이런 미시 단위별 행복에 대한 얘기들을 해보고 싶다. 같은 소재를 가지고 나는 경제적 분석을 하고, 백종우는 병리학적 해석을 하고, 그런 형식의 책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작년부터 했었다. 물론 그 뒤로 나도 바빠졌지만, 백종우는 더 바빠졌다. 그래서 당장은 어렵고, 몇 년 후의 일이다. 그냥 내가 환갑되기 전에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자살에 대한 충동이 없었을까? 한 번은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그냥 평생 안고 살아간다. 어지간하면 혼자 있는 게 제일 좋다. 그래도 자살 문제에 대해서 아직도 진지하게 접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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