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시낭독을 한 앨범들이 나오던 적이 있었다. 박인희의 시낭송은 가끔 들었는데, 이제는 음원으로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김미숙의 시낭독 앨범은 지금도 구할 수 있는데, 손가락 오그라들을 정도라서 차마 끝까지 듣기가 어려웠다. 요즘 내가 개인적으로 사정이 아주 안 좋다. 2002년에 당시 아남에서 일하던 엔지니어가 따로 나와서 만들던 진공관 앰프를 호기심에 산 적이 있다. 몇 년 전에 그걸 만든 사람을 동탄까지 찾아가, 진공관 싹 갈고, 전면적으로 손을 본 적이 있다. 더워서 자주는 못 튼다. 최근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다시 틀었다.
배우로서 김미숙을 좋아한 적은 없었다. 좋고 싫고가 아니라, 그냥 별 관심이 없었다. 오랫동안 드라마를 안 봤는데, 다시 보기 시작한 게 <덕이>였나? 2000년 초반의 일이다. 내가 드라마를 볼 때에 김미숙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 배우 있겠지, 그런 정도가 전부다. 드라마는 꼭 봐야 할 드라마만 보는 편이라서, 본 드라마가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다. 다만 한 번 본 건, 여러 번 보는 편이다.
20년 넘게 가지고 있는 진공관 앰프에,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배우 김미숙의 목소리로, 정말 옛날 감성 가득한 스타일의 시낭송을 몇 시간째 듣고 있다. 지독한 퇴행이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는 하지만, 시가 이렇게 앨범으로 나오던 시절이 한국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그냥 놀라울 뿐이다.
조금 있으면 창원대학교에 가서 포럼의 오프닝 강연을 하기로 되어 있다. 혹시나 늦을까, 아주 일찍 자고, 아주 일찍 일어났다. 1956년 수에즈 위기 때 프랑스가 핵개발을 시작한 얘기에서 영화 <고질라>에서 남태평양의 프랑스 핵실험까지 벌어진 일에 대해서 원고를 쓰면서, 김미숙의 시낭송을 듣고 있었다. 90년대에 녹음된 시낭송을,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앰프로 들으면서, 1950년대에 벌어진 얘기들을 회상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애기들은 지금 고등학생들이 읽을 책이다. 지독할 정도의 시간 격차가 잠깐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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