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살롱 녹원에서 좌파 에세이 북토크가 있었다. 국회의원 장혜영과 함께 했다. 

좌파 에세이를 내고 나서, 정말로 벽 앞에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 모든 길이 다 막혀 있다는 생각. 책 내기 전에도 그럴 거라고는 생각은 했는데, 정말로 그걸 현실로 받아들이는 일이 그냥 편한 건 아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어린 시절 구동매가 엄마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백정, 그게 뭔데? 이럴 거면 왜 나를 낳았어.”

그 백정 자리에 ‘좌파’를 넣어도 맥락상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좌파, 그게 뭔데? 그래도 억지로 차이를 찾으면, 좌파는 내가 좋아서 하는 거고, 백정은 사회구조상 어쩔 수 없이 하는 거고. 

살면서 장혜영에게 이렇게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다. 리포트 늦게 내서 좀 속을 썩이던 학생, 총명함과 영특함에도 불구하고, 나름 주류라고 생각하는 주변 학생들하고 갈등도 약간 있고,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은.. 그런 기억이다. 

원래 삶이란.. 어려운 순간에 함께 있어준 사람에게 더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또 고마움을 갚기 위해서 뭔가 또 하고, 그렇게 하면서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충무로의 익숙하던 골목 앞을 나서면서 술 한 잔 하고 가자는 선배들을 뿌리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나는 또 내 삶이 있고, 

생각보다 나도 고통이 많은 삶을 살았고, 아무도 도와주기 어려운 장소에 나 혼자 서 있어야만 했던 기억이 많다. 그래도 고마움과 감사함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그 순간을 지나오고 버텨온 것 같다. 

언젠가 좌파의 역사에 대해서 누구나 회상하는 날이 오면, 이 순간 하나하나가 그래도 의미 있는 족적으로 남기는 할 것 같다. 자본주의와 불화하는 사람들, 그게 좌파의 역사 아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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