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나는 서민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가 여전히 좋은 미덕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윤석열을 지지하는 일은 잘 이해하기 어렵다. 윤석열을 좀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기존의 기준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는 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적인 친분이나 그런 이유로 좋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전향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떻게 늘 똑 같은 생각과 한결 같은 정치적 견해만 가질 수 있겠나.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면 생각도 바뀔 수 있다. 오히려 그런 게 더 자연스럽다. 

전향에 대해서 뭐라고 그런 적이 거의 없다. 수많은 전향을 보았고, 그 중에는 충격적인 전향도 있었다. 나도 나이를 먹고 나니, 이제 그런 것에는 점점 더 무뎌지고, 그런가보다 하고 만다. 

그래도 서민의 윤석열 지지에는 여전히 좀 갸우뚱하는 구석이 있다. 그가 윤석열을 잘 알까? 잘 모를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실패와 감성적 측면이 많은 사람들을 정권으로부터 등 돌리게 했다. 그거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윤석열 지지는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투표를 국민의 힘에 한다거나, 그런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도 지지하는 것은 좀 다른 일 아닌가 싶다. 

어떨 때 보면 정치 상황이라는 것이 그야말로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할 수 있다. 내리면 물려 죽고, 대충 달려도 물려 죽고, 그냥 더 빨리 달리는 수밖에 없는. 그렇게 그 등에 올라타고 달리다 보면, 호접몽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 어느 내가 진짜 나인가? 

여러가지 설화로 서민이 대외 활동을 잠시 접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떤 의미로든,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윤석열을 지지할 이유를 전혀 찾지 못했는데, 그가 찾은 그 이유에 대해서 잠시 같이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선거 특히 대선은 큰 거 같지만, 사람의 삶에서 사실 그렇게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어느 쪽이 되든 실망과 후회의 연속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장 폴 뒤부아가 소설 <프랑스적인 삶>에서 프랑스 대통령의 임기별로 장을 나누어서 한 사진 작가의 삶을 그려낸 적이 있다. 매우 특수한 경우다. 우리의 삶은 대선에 따라서 그렇게 분화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대선보다는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이후,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한 이후, 중요 사건은 정치 일정과는 거의 상관 없이 그려진다. 실제로 그렇게 살았다. 

아무쪼록 서민이 겉에 보이는 화려함 잠시 뒤에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기를 소망한다.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것은 그의 오류와 실책에 대한 비난의 일부를 감내한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쉽게 누구를 지지한다고 얘기하기 어렵고, 크게 말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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