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안민포럼에서 '리셋 대한민국', 줌으로 발제하고 나니, 캑캑.. 이 책은 정치인 두 명하고 같이 한 책인데, 강연 요청은 주로 나한테 온다. 평소 같으면 "바빠요"하고 넘어갈 일인데, 책이 워낙 지지부진해서, 네 캄사합니다, 요렇게 하는 중. 인간 참 간사타. 

책이 1쇄 못 털면, 무지무지하게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그 다음부터야 지가 나가든지 말든지, 책의 힘으로 가겠지, 그리고 내깔려 두는 스타일인데.. 1쇄 안 나가면 출판사에 미안해서 전전긍긍. 

결국 1쇄 털 때까지는 찍 소리 못하고, 어지간히 시간 맞으면 강연을 결국 하게 되는. 약해지는 순간이다. 살다보면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그나저나 줌으로 하면 덜 피곤할 것 같은데, 이게 막상 그렇지도 않다. 사람들 집중도 신경 쓰면서 얘기하다 보면 신경이 더 많이 쓰이기도 하고, 채팅으로 질문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질문하는 사람도 있고. 아이고 눈 돌아간다. 

그냥 질문할 때에는 사람들 눈치도 좀 서로 보고, 아주 돌발적인 상황은 좀 적은데.. 채팅으로 오는 질문은, 오매나야, 왜 이렇게 어려운 걸 나한테 물어봐, 그런 것들도 종종. 돌아삐리. 

mb 후반부쯤에 그런 생각을 좀 했다.. 증오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은 피곤하다. 그 시절에는 나도 증오의 언어와 증오의 힘으로 주로 움직였던 것 같다. 그게 단기적으로 힘을 끌어모으기에는 좋은데, 오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후로는 좀 더 사랑과 미래, 오지 않은 꿈, 아련함,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살기로 했다. 

'아날로그 사랑법'이 아마 그 전환점에서 나왔던 책인 것 같다. 책은 더럽게 안 팔렸지만, 길고양이들 밥 주고, 돌보면서 실제 내 삶은 많이 변했다. 

아이들 둘이 연달아 태어났고, 내 삶도 많이 변했다. 삶은 이기는 게 다가 아니다. 그리고 성공하는 게 다가 아니다. 내 삶은 온통 실수투성이이고, 크고 작은 패배의 연속 같은 게 되었다. 그때마다 속상하다. 어떻게 매번 이길 수 있고, 매번 성공하는 사람이 어딨겠느냐.. 그리고 다음 길을 간다. 

줌의 시대, 아직은 꽤 갈 것 같다. 해보지 않은 감정적 흐름 같은 걸 느낀다. 줌으로 정보 말고 감정을 전달하는 법, 야 이거 만만치 않다. 오늘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할 방법이 있겠는가? 없는 걸 어떻게 보여줘. 

내게 주어진 시간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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