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내년 말까지는 지금처럼 간다고 봤다. 그 중에 폭풍급의 큰 유행이 있고, 좀 잔잔한 작은 유행이 있을 뿐이다, 이게 내가 했던 초기의 전망이다. 

결국에는 많은 경제 지표들이 떨어지게 될 거고, 원튼 원치 않튼, 거대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 스크린 영어를 좀 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제임스 딘 나온 '에덴의 동쪽' 대사들을 좀 봤었다. 충격받았다. 전쟁이 터졌는데, 아버지가 하던 농장이 통조림으로 납품하게 되면서 큰 돈을 벌게 되었다는, 그런 대사가 있었다. 야, 전쟁이 날 때 미국에서도 떼 돈 버는 사람들이 생기는구나.. 고등학교 때 충격이었다. 솔직히 나는 경제학과가 뭔지도 모르고, 이래저래 그냥 점수 맞춰서 아무 데나 내다 보니까 경제학과에 간 사람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내가 경제에 대해서 알았던 단 한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다. 격동의 시기에, 초기 조건에 변화가 생긴다.. 

살면서 이런 격동의 시기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IMF 때는 현대그룹 한 가운데에서 경험을 했고,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촛불집회의 후반부였다. 그딴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큰 변화가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0년 가을, 이제 코로나는 도입부를 맞 지난 것 같다. 뭐.. 독감 백신 보관을 잘못 해서 대량 폐기하는 요딴 일이 벌어질 것까지는 몰랐다. 비교적 초기에 독감 백신 확보와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국회 토론회를 만든 적이 있었다. 그때 이 얘기가 메인 이슈였다. 백신이 상온에 노출.. 우와. WHO에서 백신 배달의 문제를 한참 다루기는 했는데, 주로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 관한 얘기들이었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몇 년 전인가, 북한에 백신을 공급했는데, 교육수준이 높아서 그런지, 별 사고 없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백신 접종이 마무리되어서 WHO에서 놀랐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지난 연말에 올해는 팬데믹 책 쓰려고 조금씩 준비하던 중이었다..)

위기라는 게 그렇다. 이걸로 떼돈을 버는 사람도 생기고, 완전히 망하는 사람도 생긴다. 그러게 생긴 부의 총합은 절대로 공동의 부로 간주되지 않는다. 이럴 때 보면 시장이 참으로 야속한 것이기도 하다. 

대학원 때 자원 선물 시장이 전공이었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그때 파리에 자원 선물시장이 새로 생기면서.. 그때 자원선물 시장 주제가 권장사항이었고, 약간의 교육을 더 받으면 선물시장 딜러 자격증도 나온다고 해서. (박사 진학하느라 귀찮기도 하고, 박사학위 3개를 한 번에 받는 통합과정에 대한 제안이 있어서, 혹했던.) 선물시장은 규모가 크다. 그리고 speculation이라고 부르는 투기 속에서 안정성을 만드는 설계가 아주 예술 수준이다. 그래봐야 20세기 후반의 얘기지만, 국제적 투기에 대해서 아주 야무지게 공부한 적이 있다. 

투기가 커지면 한 쪽으로 완전히 쏠려서 시장이 왜곡될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는 결국은 평균치에 수렴한다. 그리고 그렇게 투기 자금이 몰리면 국가간 계약보다 심하게 왜곡될 것 같지만,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이게 국가들이 자의적으로 가격을 매기는 것보다 더 안정적이 된다. 물론 장기적이라는 시각에서만 그렇다. 단기적으로는 텅스텐도 사고, 알루미늄도 사고, 별의별 생난리 투기가 다 벌어진다. 

큰 변화가 왔을 때, 보는 시각이 있다. 구조의 변화, 회복성, 안정성 혹은 제 3의 균형으로의 점프, 이런 것들을 주로 보게 된다. 그렇지만 이건 큰 얘기다. 개개인에게 혹은 업종별로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복잡하고, 따져볼 것이 많다. 변수가 많아지면 설명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차분한 계산을 하기 보다는, 이념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많아진다. 

안철수에 대해서 여전히 애잔한 마음이 있다. 그는 냉정하게 현 상황을 볼까, 아니면 이념적으로 판단할까? 그가 정부에 대해서 하는 비판을 곰곰이 보면, 매우 이념적으로 그리고 단선적으로 판단한다는 느낌이 든다. 

흔히 쓰는 수법인데, 산업연관표 갖다 놓고, 산업분류표 한 쪽에 놓고, 위에서 하나씩 업종별로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그런 작업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귀찮다.. 

올 겨울에는 일정상, 다른 작업이 잡혀 있다. 뭐.. 하도 사람들이 코로나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해서, 그럼 그 사람들이 하면 되겠네.. 다른 일정을 잡았다. 

그렇지만 대체적인 작업 가설들은 이미 세워놓은 상황이라.. 몇 분야는 어떻게 될지, 좀 감이 오기는 한다. 아주 잔인할 것 같다. 

고틀리프 두트바일러 평전을 얼마 전에 읽은 적이 있다. 2차 세계대전에 준하는 변화를 생각해야 한다는데, 내가 전달을 잘 못 해서 그런 건지, 사람들은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 내가 문제다..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위기의 순간, 많은 경우 해결책은 동일하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 내가 왜 이 것을 하고 있고, 나는 어디에서 출발했는가.. 이게 많은 경우 생각하지도 못한 해결책을, 고통스럽지만 결국은 가장 간결하고 정확하게 찾아가는 해법을 주게 된다. 그렇지만 잔인한 얘기다. 왜 이 일을 시작했고,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가..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좀 지나면 그 출발점을 까먹는다. 

모든 위기의 해법은 좌표 잡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좌파를 잘 못 잡으면, 그냥 헤매다 만다. ㅡ리고 이 순간에 이념적으로 생각해서는 좀 곤란하다. 계산은 계산대로 하고, 그 뒤에 이념적 판단이 개입하는데.. 많은 경우, 계산하는 순간에 이념을 개입시킨다. 꽝이다. 

홍석천이 매달 몇 천 만원씩 생기는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가계들을 문을 닫았다. 나는 홍석천의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가 착한 사람이고, 영민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한다. 그가 가계를 닫았다.. 이건 마음 아프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도 오랫동안 홍석천을 TV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로 들렸다. 

그런 변화가 앞으로 2년간 일반화될 것같다. 

IMF 때에 엄청 많은 기업들이 망했지만, 기업 숫자만 놓고 보면 새로 생기는 기업들이 망하는 기업보다 수치는 더 많았다고 한다. 이번에는 그런 역동성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없어지는 것들의 숫자가 압도적일 것이다. 

이런 몇 가지 잣대를 업종별로 들이대서 하나씩 전부 검토하면?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할 것 같은데, 이번에는 나는 별로 그런 일이 하고 싶지는 않다. 잔인한 얘기가 될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정부에서 월급받는 사람들이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동지와 하지, 일년을 살아가면서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는 수치다. 옷을 뭘 사야하고, 뭘 입어야 하고, 심지어는 창문에 대한 단열 공사까지, 소소하게 많은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라는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는 활동성에서 온도에 영향을 받는 바이러스다. 동지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좀 더 예측이 쉬워진다. 

예전에 조절학파 한참 유행할 때 발전의 내포적 요소와 외연적 요소라는 개념들이 사용되었다. 내부에 있는 것들을 통한 발전과 외부로 스케일 효과를 노리는 발전, 그런 거다. 

우리는 지금까지 외연적 요소들을 통해서 발전을 추구한 나라다. 이 시스템이 그렇다. 내포적 요소는 아직 잘 사용을 못한다. 그래서 드러나는 게, 인간을 귀하게 보지 않는 시스템이다. 안에 있는 요소 중의 대표적인 것이 인간인데, 인간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하면 큰 일 났다고만 하지, 인간에게 예의를 지키고, 인간적으로 대하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은 시스템이다. 발전 양식이 워낙 그래서 그런 거 아닌가 싶다. 

내포적 발전으로의 양상 전환, 이게 코로나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낙관적 시나리오의 첫 번째 요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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