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주로 사인할 때 쓰는 문구가 "명랑이 함께 하기를!", 요걸 쓴다.

당연 스타워즈 용어다. 30대와 40대에는 "우리는 지는 법이 없습니다!", 이재영이 했던 말을 썼다. 인생의 친구, 이재영이 암으로 떠난 후에 이제 그 문구는 아주 가끔만 쓴다. 이재영, 노회찬, 그렇게 많이 놀았다. 그 시절이 생각나면, 참을 수 없이 슬퍼진다.

스타워즈 맨 마지막 편도 봤다. 부제를 달면 '개족보' 정도 될 것 같다. 진짜 한국 드라마의 미덕인 출생의 비밀을 마지막까지 우려먹은 게 스타워즈 시리즈다. 수없이 패로디 된 문제의 그 장면 중 오스틴 파워에 나온 "아임 유어 파샤!", 요게 제일 웃겼다.

애들 키우면서 일상에서 내가 제일 노력하는 것은 명랑한 마음을 잃지 않기, 그런 거다. 실제로도 그렇게 산다. 애들하고 매일 장난치고 웃기고, 그런다. 애들 웃기기는 생각보다 쉽다. 아무 것도 아닌 춤에도 배꼽을 쥐고 웃어준다. 어른들을 웃기기는? 술 그냥 줘, 원샷 할란다. 벌칙 그냥 받는 게 더 빠르다.

웃기기는 어려워도 명랑할 수는 있다.

한 때 딴지일보에서 '공포 경제학자'라고 나를 소개했던 적이 있다. 내가 다루는 얘기들은 무섭고, 불온하고, 찝찝한 주제들이다. 그리고 슬프다.

그걸 내가 감정적으로 이겨내지 못하면 글 자체를 쓸 수가 없다.

'모피아' 끝내고 잠시 후에 그 후속작으로 교육 마피아 얘기들 준비하던 게 있었다.

근데 이게 너무 슬프다. 고2 남학생과 여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서로 사랑한다. 그리고 남학생이 고3이 되면서 자살을 한다. 자살 후에 여학생이 겪게 되는 마음과 삶의 변화를 그리려고 했다.

이걸 마무리 짓지 못한 게, 너무 슬펐다.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10대의 자살, 그리고 이어지는 자살들. 내가 너무 슬퍼서, 도저히 계속 작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덮었다.

모피아는 경제 마피아, 교육 마피아 그리고 토건 마피아, 이렇게 원래 시리즈로 디자인 했었는데, 2편에서 내가 슬퍼서 더는 진행할 수가 없었던..

그리고 7년이 지나서 시리즈를 건너 뛰고 낸 게 '당인리'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명랑을 유지하려고 했고, 밝은 기운들을 조금이라도 더 넣으려고 했다. 안 그러면 글을 쓸 수가 없다.

내가 다루는 얘기들은 힘없는 사람, 소외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이 고통 받는 얘기들이 대부분이다. 사회과학의 많은 사람들은 '나쁜 놈' 얘기를 하지만, 나는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한다. 늘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

폼이나 잡으면서 이런 글을 쓰려고 하면 마음이 부대껴서, 쓰는 행위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나는 명랑이라는 마음으로 이 길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쓴다.

"명랑이 함께 하기를!"

스타워즈에서는 죽으러 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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