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코로나 초기 대응에서 한국 외교부가 썩 잘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중국을 비롯해서 싹 다 막는 것도 좀 아니다 싶었다.

이미숙의 글을 읽다보니..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선말에 개화파와 쇄국파들이 논쟁을 했었다. 뭐, 논쟁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적당한 정도의 개화의 길을 잡았어야 맞다고들 하는데, 현실은 쇄국, 아니 위정척사의 길로 조선이 갔다.

'글로벌 호구'라는 단어는 세계화 국면에서 한국 금융 시장이 지나치게 개방되면서 'atm'처럼, 현금지급기 역할을 하게 될 때 쓰던 말이다. 급할 때 한국에서 달러가 제일 먼저 빠져나갔다. 이 단어가 코로나 국면에 잘 들어맞는지는 좀.

하여간 그 이후로 100년 이상 흘러서, 다시 쇄국파들이 척사파로 전환되는 국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꽁꽁 틀어막아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켜질 수 있는 거라면 어느 정도는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의 성격은 막는다고 막아질 게 아니다.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 높은 개방형 경제에서는 말이다.

초기 대응의 신속함의 실패와 우왕좌왕, 원칙 없는 대처, 이런 걸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코로나로 지금 우리가 글로벌 호구라는 것은, 구한말의 척사틱한 어법이 아닌가 싶다. 우리도 대응이 어렵기는 했지만, 지금 밑천 탈탈 털려서 현대 문명의 바닥을 보여주는 건 영국이나 프랑스도 마찬가지고, 전전긍긍은 독일도 다르지 않다.

많이 양보해서 내치는 잘 했고, 외교는 못 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중간중간 틈이 있었고, 손발 안 맞는 행정이 있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호구는 아니다. 개방경제에서 내릴 수 있는 선제적 조치라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032501033811000001&fbclid=IwAR0-o4EXWCgN2GArXjt-Ip2KZkvAqI4-jCiahB3rmZY1bp5J9WNnayn9P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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