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원래 저는 생일을 따로 하지는 않는데, 이러거나 저러거나 마음만은 감사하게.

저녁 때 애들 데리고 아내 회식하는 데 데리러 나갔다 오면서.. 정말 오래된 친구가 맥주 한 잔 하고 가라는 걸 차 있다고 뿌리치고 오면서. 된장, 술이나 마셔야겠다.

진빔 한 병 사왔습니다. 역시 기분 낼 때에는 버번이 최고라.

기분 좋을 때 20대에는 J&B를 주로 마셨고, 30대에는 기분 더러운 시절이라 보드카 압솔류트를. 그거 왕창 때려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면 술병이 꼭 링겔병을 닮았다는 생각이. 이걸 마신 건지, 쑤셔넣은 건지.

결혼하고 나서는 뭔가 축하할 일이 있을 때에는 발렌타인과 진빔을 번갈아가면서.

어디 술 사들고 가야할 일에는 늘 진빔을 사가서, 제 주변에서는 어느덧 저를 대표하는 술이 되어버린.

나이 많은 할배들에게 인사치례를 술 선물을 할 때에는 생떼밀리옹을 삽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비싸서 저는 거의 먹어보지도 못한..) 그리고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을 때에는 진빔을 선물합니다. 보통 진빔은 포장박스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검은색 비닐 봉다리에 덜렁덜렁. 그래도 진짜로 고맙다는 얘기를 해야할 때에는 진빔을 선물하는.

영화 <스파이 게임>에 보면 로버트 레드포드가 cia 요원이라면 12년산 스카치 위로 마셔야 한다고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대체적으로는 12년산 위로는 잘 안 가고, 그 주변 혹은 약간 언더에서.. 물론 가끔 기분이 극도로 좋을 때에는 발렌타인 17년산 정도 마실 때도 있지만, 다음 날 결국은 후회하는.

이젠 나이를 먹어서 술도 줄여야 하고, 예전처럼 많이 마시지도 않고, 그렇게 마실 수도 없습니다만.

포도주로는 생떼밀리옹 언더, 위스키로는 발렌타인 12년 언더, 그 정도의 술을 가끔 마시는 기쁨까지 잃고 싶지는 않은.

50, 참 별의별 술을 다 마셔봤습니다. 남들 평생 마실 포도주의 몇 배를 이미 20대에 다 마셔버린.

그래도 진빔 같은 버번이 주는 약간의 달달하면서도 흑설탕 느낌이 나는 뒷맛 정도는 즐기면서 살고 싶습니다. 다행히 한국에서 버번은 여전히 싸고, 파는 데도 많고.

제 소비 생활이 대체적으로 버번 정도 수준에 딱 맞추어져 있습니다. 차는 아반떼 스포츠. 슈트는 30대에 입던 입생로랑 같은 외제 브랜드는 이제 다 치웠고, 그냥 국내 브랜드로.

그래서 오늘은 진빔을 마시는 약간의 호사를 부려보기로.

생일 축하해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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