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내게 무슨 의미일까?

 

송갑석, <무등산 역사길이 내게로 왔다>

 

1.

광주에 대해서 잘 아는가, 혹시 누가 나한테 물어보면 참 답하기 어렵다.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다고 할 수도 없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광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일상에 대해서는, 뭐 전혀 모른다.

 

하여간 진짜 우연하게 책 한 권이 손에 들어왔다. 선물 받은 것이기는 한데, 여기에도 약간의 사연이 생겼다. 어쨌든 이 책을 읽기 위해서 두 아이들을 키즈 카페에 데리고 가서 놀리고, 나는 책을 읽었다.

 

2.

충장로와 금남로에 대학 시절에 처음 가봤다. 광주 민주화운동이 아니었다면 그 이름도 잘 몰랐을 것이고, 또 일부로 그곳에 가서 자고 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임진왜란 초기에 전라도로 가는 길목을 막았던 이치재 전투는 약간은 알고 있다. 권율의 이름이 여기에서 처음 높아진다. 선조는 벌써 도망갔고, 위쪽을 어느 정도 정리한 왜군이 전라도로 넘어오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 전쟁을 극적으로 마친 권율은 하여간 왕에게 승전을 알려야 했다. 여기까지는 마라톤 전투와 크게 다른 얘기는 아니다.

 

이 때 소년이 한 명 자원했다. 옻을 온몸에 발라서 나병환자로 위장하고, 적진을 뚫어 결국 왕에게 승전고를 알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고, 정묘호란 때 계속해서 맹활약했다. 그가 죽고 나서 금남군이라는 칭호를 받게 된다. 이게 금남로그랬나?

 

충장로는 조금 더 짠하다. 26세에 조선 의병을 총괄하는 의병대장이 되었다가 29세에 선조에게 맞아 죽는 바로 그 김덕령의 군호였다.

 

3.

송갑석의 <무등산 역사길이 내게로 왔다>는 무등산의 역사길에 얽힌 이런저런 얘기들을 담은 책이다. 동네에 무슨무슨 올래 하면서, 고만고만한 책들 중 하나 아녀? ,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데 간단한 얘기만은 아니다.

 

송갑석은 전대협 4기 의장이다. , 지금은 엄청난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된 줄줄줄, 그런 사람들이 배출된.

 

그렇게 인생이 이후로 순탄하게 풀리지는 않은 것 같고, 대전 교도소와 대구 교도소를 거치면서 5 2개월, 만기 출소를 한다.

 

그런 일이 있었나? 나도 잘 몰랐다.

 

그리고 월요일마다 직장 다니는 형이 그 교도소를 면회하면서 옥바라지를 했다. 그 형님을 내가 조금 안다. 소주 한 잔 하기로 연초에 약속을 했는데, 반 년이 넘도록 소주 한 잔 못했다. 이러다 해 넘기겠다 싶어서, 애기 아빠가 통영도서관 강연에 끼어서, 광주로 갔다. 그리고 광주에서 하룻밤 잤다.

 

그 저녁에, 혹시 송갑석을 아느냐면서 들은 얘기가 바로 이 책 얘기다. 동생 얘기를 하는데, 참 애잔했다.

 

감옥에 있던 동생 얘기를 들을 때만 해도 책이 있는 건 몰랐는데, 나중에 헤어질 때 동생 책이라고 건냈다.

 

이 정도 사연이면, 집에 오자마자 주루루 읽는 게 인간된 처지의 기본 도리인 것 같아서

 

3.

책은 재밌다. 역사를 알면 더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잘 몰라도 우리 또래라면 나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책에 김정호 얘기가 나온다. 아내에게 김정호를 물어보니까, 모른단다. 85년에 죽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김정호의 할아버지 얘기는 나도 처음 들었다. 판소리의 대가였던 그의 할아버지와 월북 얘기, 그런 건 정말 몰랐다.

 

김정호의 죽음이 나에게도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3 때 죽었는데, 워낙 좋아하던 가수라서.

 

하얀나비' '이름 모를 소녀', 그런 노래들이 있다.

 

그런데 그 이름 모를 소녀와, 김정호는 나중에 진짜로 결혼을 했단다. 그래? 그리고도 33살에 죽었다. 대체적으로 천재들은 짠 것처럼 33살에 죽는다. 소파 방정환도 그 나이다. 심지어 김정호마저!

 

4.

정걸 얘기도 재밌었다. 물론 이건 나만 재밌을 얘기다. 실록에 행주대첩에서 충정 해군들이 배 두 척에 화살을 싣고 와서 행주대첩이 결정적으로 역전승으로 끝나게 되는 얘기가 짧게 나온다. 이 얘기는 초등학교 때 본 얘기이기는 한데, 실록에서 이 이야기를 본 건 작년이다. 1년 전 일인데, 그 다음부터 뭔가 얘기들을 만들어나가보는 중이다.

 

정걸이 고흥 사람이란다. 이순신의 부하였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뭐가 좀 복잡하다. 출생은 고흥이고, 이순신과 일을 했고, 한양성 수복할 때에는 충청도에 있었고잘 싸우는 사람인가 보다.

 

요런 조만조만한 얘기들이 많이 있다.

 

송갑석의 친형은 동생이 감옥에 있을 때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을 읽었는데, 그게 무슨 엄청난 이론서는 아니고

 

그런 고향에 관한 상식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소쇄원은 한 번 가본다고 생각만 하고 아직도 못가봤다.



(송갑석이 감옥에서 서경식의 책을 읽을 때의 열독 허가증... 서경식 형제의 가슴 아픈 사연도 책의 중요한 모티브.)

 

5.

광주는 어떤 도시인가? 광주에 꽤 많이 갔고, 광주 얘기를 진짜 많이 듣기는 했는데, 이 정도로 깊게 광주의 얘기를 본 것은 처음이다.

 

어차피 요즘은 전국이 다 비슷비슷해져서, 경관만 놓고 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주상복합에서 젠트리피케이션까지, 겉으로만 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이런 고향 얘기는 안동 사람들이 엄청 한다. 그리고 경상도 지역마다 한 무더기씩 이런 얘기들이 있다. 전북에 가도 엄청 많다. 다 고향마다 사연이 한 무더기이다.

 

광주 얘기는 많이 못 들어본 것 같다. 금남로가 뭔지, 나도 이제야 알았으니.

 

책을 덮고 나니, 이 책이 딱 필요한 사람이 생각났다.

 

안철수

 

그가 광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있는지 잘은 모른다. 하여간 그에게 권해주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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