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메이데이에 돌아보는 프레카리아트 운동

 

프로레타리아라는 말은 원래 로마 시절 돈이 없어서 군대에 입대할 수 없는 하층 시민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census라고 부르는 5년에 한 번 있는 투표에는 참여할 수는 있지만 재산이 없으면 군대에 입대하지 못했다. 정말 가진 것은 자기 몸 밖에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 라틴어였다. 이 말을 '무산자 계급'이라는 의미로, 일종의 사회적 주체로 호명한 사람은 <자본론>의 칼 마르크스였다. 팔 것이라고는 '자기 몸' 밖에 없는 하층 계급, 즉 노동자들을 역사의 전면에 세운 것이 바로 이 프롤레타리아라는 이름을 통해서였다.

 

내가 '88만원 세대'를 준비할 때, 위험성을 의미하는 precarity와 프로레타리아의 합성아인 프로카리아트라는 단어는 접하지 못했었다. 공식적으로 이 단어를 처음 본 것은 일본 수도권 유니온의 영웅, '프레카리아트의 잔다르크'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아마미아 카린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이탈리아의 한 청년 집회에서 이 단어가 쓰였다는 것은 더 나중에 알았다. 기존에 쓰이던 '프리터'에 사회 저항의 의미가 합쳐지면서 프레카리아트라는 용어가 형성되었다. Guy Standing이라는 영국 학자에 의해서 'The Precariat - The new dangerous class'라는 형태로 프레카리아트 개념이 정리된 것은 2011년의 일이다. 프리터, 청년실업, 이런 문제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변화의 한 양상으로 이해되거나 분석되는 것은, 현재 진행형인 일이다. 이 문제를 청년 문제로 볼 수도 있고, 노동 안정성의 붕괴 문제로 볼 수도 있다. 다만 기존의 '노동자'라는 익숙한 패러다임만으로는 분석되기 어려운 특수한 상황들이 이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 문제는, 한국 자본주의에서 해소되기 보다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결론부터 생각하자. 기 스탠딩이 책에서 내린 결론은 '기본 소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자본주의 국가에서 알래스카 주민 같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면 기본소득이 전면적으로 시행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프레카리아트라는 국제적 논의를 통해서 지난 10년 동안 점점 더 전면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금민 등 사회당 계열에서 이 문제를 몇 년째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대선에 끝까지 완주를 했던 노동 후보들 역시 기본소득 개념을 제시하였다. 일요일 휴일에 대해서 적용되는 대체휴일에 대해서 나라 망한다고 난리치는 한국의 대기업 위주의 마인드에서는 아직은 좀 요원한 개념이다.

 

프리터와 프레카리아트는, 기본적으로는 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알바'. 별로 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그냥 집에서 놀고 싶어한다는 '히키코모리'의 뉘앙스는 프리터의 전형적 이미지이다. 프리터라고 불릴 때, 개별화되고, 파편화된, 그래서 사회의 골치덩어리로 이 사람들을 이해하게 만든다. 반면, 프레카리아트는 이들을 새로운 시대의 비정형적 주체로 이해하는 용어이다. 궁극적으로 한국도 프레카리아트 운동의 형태로 가게 될 것이라고 나는 예상한다. 대선 이후, 언론은 승자 즉 5060의 눈으로 많이 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존재하는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메이데이, 프레카리아트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두 가지의 흐름이 있다.

 

첫 번째는 가장 먼저 등장한 세대간 노조인 청년 유니온. 여기에서는 메이데이, 법적 용어로는 '근로자의 날'이 가지고 있는 유급휴가로서의 성격을 조명하는 일을 이번 메이데이에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 단 하루 있는 유급휴무, 이 날의 해석에 관한 얘기이다.

 

유급휴무는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날 일을 시키면 안 된다. 그리고 일하지 않아도 정상임금으로 돈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이 날 일을 시켰다면? 그 임금에 대해서는 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서 150%의 임금을 지급하게 하고 있다. 통상적인 임금에서 50%를 더 주는 것이 유급휴무에 지급해야 하는 임금인 것이다.

 

청년유니온의 해석은, 원래 하루치 임금을 주어야 하는데, 그것에 더해서, 그 날 일한 임금, 150%, 250%를 주는 게 맞다는 것이다. 법해석의 문제인데, '유급'에 해당하는 것과 그날 일한 임금을 합쳐서 주어야 한다는 기발한 해석을 청년유니온이 제시한 것이다. 솔직히 나도 이 조항을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해봤다. 기발하다고 밖에... 역시 청년이다!

 

물론 이건 250%를 전부 받아야 정의로운 일이다, 이런 의미는 아닐 것이다. 많은 알바 사업장에서 메이데이에 그냥 일을 시키지, 그날은 쉬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쉬어도 임금이 지불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도, 시행하지도 않는다. 그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이 청년 유니온이 올해 메이데이에서 부각시킨 사안이다.

 

그리고 또 다른 청년 운동단체로 이해할 수 있는 '알바 연대'... 여기에서는 올해 메이데이를 '알바 데이'로 부르며, 좀 더 프레카리아트 운동의 기본에 가까운 주장을 했다.

 

선명하고 단순하게, '시간당 최저임금 만원'...

 

현재 최저임금의 두 배 이상 올리자는 것이다. 매일 8시간, 5일 노동을 하면 이 기준으로 월급 160만원 정도가 된다. 그렇게 연봉을 계산하면 1인당 GDP 2만불에 근사한 돈이 나온다.

 

지난 대선 때 내가 주장했던 '150만원 세대'도 유사한 기준에서 역산해서 계산한 것이었다.

 

실제로 유사한 최저임금에 대한 주장이 일본 수도권유니온에서 진행되었고, 민주당이 이 일본 프리터노조의 주장을 받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민당 정권을 이긴 적이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전경련 같은 데에서는 콧방귀도 뀌지 않을 주장이지만, 그런 게 원래 메이데이의 의미이다. 메이데이의 한국식 번역인 노동절이라고 이 날을 부르지 못하고 '근로자의 날'이라고 불러야 하는 현 상황, 프레카리아트들의 노동절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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