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국가>, 독자모임 마치고..
책 나오면 독자 티타임을 조그맣게 갖는다. <천만국가>는 출판사가 워낙 작아서 안 할 생각도 있었는데, 이것도 일종의 루틴 같이 되어서 그냥 하기로 했었다. 예전에는 꽤 많이 오고 북적거리던 시절도 있었는데, 아이들 보기 시작한지 몇 년 되니까, 이제는 정말 조촐하게 진행된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 사람이 많으면 아주 개인적인 얘기나 밀도 있는 얘기를 하기가 어려운데, 사람이 적어지니까, 이제는 좀 더 사적인 얘기와 내 개인적인 계획 같은 얘기도 같이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책 준비하는 과정이나 쓰는 과정에서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사람들 얘기도 많이 듣는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더 팔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혼자 고립되어서 생각을 하다가,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너무 먼 데로 가고 싶지는 않다. 얘기를 많이 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는 것, 이게 내가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둘째가 생각보다 오래 아파서 많은 것이 계획과는 틀어졌다. 원래 올해는 좀 움직여보려고 했던 때인데, 작년에도 둘째가 입원을 하고, 이래저래 힘든 일이 생겨서 그냥 처박히게 되었다. 둘째는 올 추석에도 병원에 입원을 했다. 사실 당장 입원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추석 때에 응급실에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병원에서 미리 입원을 권유했다. 그 대신 평소보다 하루 먼저 퇴원했다.
내년에도 둘째가 입원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점점 커가고 있고, 호흡기도 많이 좋아지고 있으니까 입원하더라도 몇 년 전처럼 그렇게 사경을 헤매지는 않을 것 같다.
최근에 잡 오퍼가 두 번이 왔다. 하나는 외국 많이 다니는 그런 일이었다. 본부장 정도 얘기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하나는 대기업 계열사 대표였다. 이거 원래 내가 하고 싶어하던 일이었다. 만약 아내가 취업하지 않았으면, 원래 하려고 계획했던 일이었다.
잠시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중간에 내려놓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인생에서 돈이 다가 아니고, 명예가 다가 아니다.
그래도 내년에는 좀 움직여볼 생각이다. 보통 나는 책 준비하면서 관련된 단체나 전문가랑 많이 상의를 하면서 하는데, <천만국가>는 그런 걸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일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그런 단체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제목은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였다. 만약 너무 부정적인 어감이 아니었다면, 감성적으로는 나는 이 제목을 선택했을 것 같다.
지금 준비하는 책들은 같이 고민할 사람들이 좀 많은 주제들이다. 도서관 경제학은 사서 등 도서관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인권과 경제는 처음부터 인권 단체들하고 고민을 하던 와중에 시작된 책이다. 원래는 공개 강연을 좀 하면서 준비하려고 했었는데, 작년에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면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인권 단체 사람들과 좀 더 많이 상의를 하려고 한다. 오래 동안 미루어두었던 농업 경제학은 내년 말에 하기로 했다. 초고를 한 번 쓴 적이 있었는데, 도저히 팔 자신이 없어서 포기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생협 조합원 관점에 맞출 생각이다. 그게 맘도 편하고,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 여력도 된다.
당분간은 책 내면 늘상 하던 독자 티타임을 계속 하려고 한다. 이것도 몇 년째 하다보니까, 책을 핑계로 사람들과 같이 고민하고, 이것저것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어쨌든 내년에는 좀 더 움직여보려고 한다.
(다음 번 독자 티타임에는 뭔가 조그만 기념품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