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

죽음 에세이, 다시 시도..

retired 2024. 11. 15. 13:52

<소박한 밥상>을 주문했다. 물론 읽었고, 책도 어딘가 잘 찾아보면 나올텐데. 찾을 자신 없다. 지금쯤은 전자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택도 없나보다. 크게 심호흡 한 번 하고. 몇만 원씩 하는 책을 물경 4번이나 산 적이 있다. 불어 버전까지 하면 다섯 번이다. 내가 이러구 산다. 

<도서관 경제학> 초고를 막 끝냈고, 바로 수정 시작하지 않고, 며칠 밀린 책들 보면서 쉬기로 했다. 그 다음 책은, 새로 쓰는 건 아니고 연초에 써놓은 죽음 에세이를 수정하는 일이다. 그때는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부를 정도로 편안하고 안온했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죽음이라는 문제를 그 힘으로 정면으로 보고, 부딪힐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도 힘들었다. 그래서 바로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결국 미루어 두었다. 나름 배운 게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때 했던 고민의 일부가, 결국 저출생 책 수정하면서 대거 들어가게 되었다. 앙꼬를 빼먹었다고 할까.. 일단 당장 나올 책이 문제니까, 핵심을 그쪽으로 다 빼갔다. 

그리고 연말이 되었다. 도서관 경제학이 생각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기는 했다. 워낙 자료가 없고, 통계도 만족스럽지 않아서 개삽질 작업들을 하다보니, 쩝. 

그 사이에 어머니의 폐암 판정이 있었고, 항암 치료도 시작하셨다. 전혀 행복한 순간은 아니다. 그냥 꾸역꾸역, 시간을 버틸 뿐이다. 어린이 두 명을 보다가, 몇 년 전에는 아버지를 돌보게 되었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어머니를 돌보게 된. 뭐, 그냥 인생은 그런가보다 하고 산다. 

하여간 골격에 해당하는 걸 빼고 나니까, 원고들이 하나로 묶이지가 않는다. 생각도 잘 안 난다. 몇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정직한 제목을 잡으면, 너무 우울해지거나 너무 올드해 보인다. 내가 당장 그 제목을 가지고 뭔가 쓸 자신이 없다. 꾸역꾸역, 지면만 메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뭔가 신나거나 흥이 나거나, 그래야 책 한 권을 채울 수 있다. 안 그러면 그 시간이 너무너무 힘들게 되고, 그야말로 암세포가 소록소록 자라나게 된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이럴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뒤로 미루는 것이다. 벌써 한 번 미루었는데, 또 미루지 못할 건 없다. 며칠 동안 미룰까 말까, 좀 고민을 했다. 그것도 마땅치 않고. 한 번 미루면 다시 손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그냥 일정대로 가는 게 맞지 않나, 그런 생각들이 며칠동안 맴돌았다. 

하여간 이런 고민을 하다가, 이거다 싶은 제목을 만들었다. 나중에 바뀔지 모르지만, 부제는 ‘문화적으로 살고, 생태적으로 죽기’, 요 정도 컨셉. 내가 살았던 삶을 요약하면, 딱 이렇지 않을까 싶다. 실제 이렇게 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하고 싶었던 것. 

얼마 전에 영화 <졸업>을 보고 나서 크게 충격을 받았다. 정말 재밌고, 고전 중의 고전이다. 얘기의 기본 토대는 개막장 스토리다. 크게 보면 청년의 결단과 행복, 그런 얘기인데, 그걸 위한 설정이 개막장이다. 흐름으로 보면 실존주의적 경향이 강한 얘기인데, 실존주의에도 개막장은 많다. 카뮈의 <이방인>은 무차별 살인이 모티브다. 무슨 원한도 없고, 복수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당장 내가 그런 얘기가 재밌다. 13579로 나가서, 그냥 착한 얘기.. 사실 이건 나도 재미가 없다. 

이런 요소들을 조금 더 실용적으로 사용해보려고 한다. 안 해본 시도를 해보는 것은, 역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