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하지 않은 삶..
나한테 부지런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택도 아닌 얘기다.
기본적으로 나는 게으르고, 혼자 있고,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한다. 가만히 있는 거, 특히 멍 때리고 있는 거 좋아한다.
나중에 아주 귀찮게 되는 게 싫어서 후딱 해치우고 노는 거, 그런 스타일이다. 후딱후딱 해버리고, 아주 길게 논다. 그리고 놀 때 뭔가 귀찮게 하는 거 정말 싫다.
그 게으름은 여행지에서 극한에 간다. 절경 아니라 절경 할아버지를 가도, 유명한 데 구경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냥 놀러 온 건데, 살살 걸어서 산책할 수 있는 거리 이상을 안 간다. 그리고 그냥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가만히 있는다. 그걸 몇 주 좀 큰 여행은 한 달 이상씩 그렇게 한다. 어딘가 짐 풀면, 그 일대에서 꼼짝도 안 한다. 뭐하러 여기까지 왔느냐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다.
쉬러..
어떻게 보면 평생을 이렇게 쉬다가 뭐 좀 잠깐 하다가, 또 쉬다가,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최근에는 이게 더 심해졌다.
하기로 했으니까 하는 거, 그것도 이제는 안 하기로 했다. 꼭 해야만 하는 일, 그 외에는 안 한다. 부지런해서 손발을 놀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 그런 것과 아주 거리가 멀다.
나 정도 책을 읽었으면 습관적으로 책을 잡고, 또 읽으면서 재밌다고 할텐데..
여전히 책 읽는 거 싫다. 안 보고 싶다. 보지 않으면 밥 먹고 살기가 어려우니까 보는 거지, 아직도 안 보고 싶다. 지금도 책 하나 집어들려면, 봐야 하는 이유 몇 개를 만들어서 억지로 책을 집어든다. 나라고 전공 책이 재미있겠냐.. 더럽게 재미 없다. 더럽게 안 보고 싶다. 그냥 참고 본다.
팟캐스트는 명박 시절, 누구라도 좀 얘기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싫은데 참고 했다. 지금은 그런 거 하고 싶은 사람들 많다. 여당 시절, 갑자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꼭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그런 거 몇 개만 어쩔 수 없이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한다. 새만금 살리기 같은 거.. 욕만 잔뜩 먹고, 보복만 당할 게 뻔한 일을, 게다가 올드해보이는 이 일을 지금 누가 하겠냐.
이런 것도 안 하고, 그냥 좀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농업 경제학 초고가 슬슬 마무리 단계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사양산업이고 망했다고 하는 거, 그런 거나 하면서 살까한다..
바쁜 일들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해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