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슈트 스토리

남성들의 겨울 슈트는 요즘 터무니없이 얇게 나온다. 유행이 바뀌어서 못 입는다. 슈트를 입어야 하는 남성에게 필요한 최소 숫자는 세 벌. 여름, 겨울 그리고 봄여름. 허리에 살이 붙기 시작한 이후, 나도 매년 세 벌의 슈트를 산다. 싫지만, 자꾸 남들이 내 옷을 쳐다보는 게 싫어서 그냥 적당한 거 산다.
아스텔리아 사전예약 중

책은 문화사의 맥락을 따라서 검은색 상복 같은 슈트가 좀 더 화려하고 도발적인 댄디즘과 부딪히는 과정, 그리고 이탈리아의 아르마니가 전 세계를 휩쓰는 과정 등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사실 특별히 패션이나 의상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으면 맨날 입으면서도 이 옷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몰라도 된다. 그러나 알면 일상이 조금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에는, 인류의 문명을 특정 짓는 이성·평등·아름 다움·진보라는 가치가 슈트와 함께 계속되는 한, 슈트 역시 지금으로부터 또다시 400년을 이어가리라는 희망이 있다." 책의 마무리 문장이다. 저자는 슈트는 앞으로도 400년은 갈 거란다. 섬유와 의류를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는 정책 당국자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남성 그리고 이제는 여성들의 정장, 슈트의 스토리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산업적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