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왜 이렇게 힘든가 했더니, 점심 때 한 시간 꽉 채워서 수영한. 종로 할머니들, 수영 너무 잘 하고, 체력도 너무 좋다. 할머니들한테 부대껴서 힘들다고, 어디 말도 못 하고.

지난 주에 큰 애가 감기로 많이 아파서 학교 못 갔다. 여전히 콜록콜록. 애가 감기라서 몸이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이것들이 애가 감기인데 왜 니가 힘드냐고. 야, 그러니까 니들이 어디 가서 개저씨 소리 듣지..

그래도 '무짜증 인생'이라는 개념을 생각한 이후로, 화 내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고. 기분 나빠서 전화 들었다가,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웃으면서 인사하는 센스까지. 한바탕 할려고 전화한 건데.

예전 농담으로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인 줄 알고, 보자보자 하니까 보재기인 줄 알아! 그래, 보자기 좋다. 보자기로 남은 인생 산들, 뭐가 어떻겠냐. 코도 좀 베가고, 귀도 좀 베가면 어떻겠냐. 나는 천국 가면 된다, 잠깐 좀 참고.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서 세 끼 입에 밥 들어갈 걱정하지 않고 사는 것에 감사한다.

아내가 하고 싶은 일 못해서 답답하지 않느냐고 물어본다. 하고 싶은 일, 없다. 진짜로 없다.

득도는 아직 택도 없지만, 요따구로 조금만 더 살면, 천국에는 갈 것 같다. 그럼 된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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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원고들 털어내서 이제 주말까지 해야하는 원고가 세 개 남았다. 하나는 원래 있던 파워포인트에 여섯 컷 정도 더 만들면 되는 거라, 내용이 어려워서 그렇지 힘들 일은 아니고.

남은 두 개가 좀 어렵다.

하나는 영어로 번역해서 외국에 나가는 영자 잡지.. 분량은 많지는 않은데, 외국 사람들이 주로 보게 될 거라서, 좀 신경 써야 하는.

남은 하나는 경향신문 칼럼인데, 이게 좀. 지난 번에는 조국 건에 관해서 상부구조, 하부구조를 썼는데, 나름 대박이었나보다. 연락 엄청나게 왔다. 조국 뉴스가, 너무 많고, 좀 이상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재미 있기는 하다. 워낙 다이나막하게 전개되니까. 이 상황에서 조국 얘기 아닌 걸 쓰면.. 그래도 조국 얘기만 하고 있을 수가 없다. 그래도 안 되는 거고.

칼럼은 이게 늘 딜레마다. 그 때 그 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적당한 코멘트들이 휘발성이 높다. 그런데.. 코멘트만 할 거면 글을 뭐하러 써? 신문사 원고료 보면, 원고료로서 의미는 정말 없다. 이게 맞다, 저게 맞다, 그런 얘기 할 거면 그냥 안 쓰는 게 장땡이다. 뭔가 하지 않은 것, 생각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건데. 그런 건 또 그냥 묻혀버릴 위험성이 높다. 그래서 매번 갈등하게 된다.

이 생각이 너무 길어지면, 좋은 글은 커녕, 마감 맞추는 것도 버겁다. 뭘 할 건지는, 빠르고 신속하게 결정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 글을 구상하고 자료를 찾는데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원래는 사립학교와 스쿨버스에 관한 얘기를 쓸까 했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좀 한가해보인다. 한가한 얘기는 아닌데, 구속영장 나온다 안 나온다, 이러는 와중에 좀 한가해보이는 측면이 있다. 패스.

또 하나 생각해둔 건, 재벌개혁에 관한 얘기인데.. 책에서 다루었던 얘기이기는 하다. 완전 씬삥은 아니지만, 매체에서 다룬 적은 없던 주제. 그런데 이것도 묻힐 가능성이 높다. 요즘 재벌개혁에 대해서 누가 관심이 있겠나.

이래저래 소소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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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교 교사는 트위터를 통해서 학급에서 실시한 ‘자신의 눈에 대해 설명해보자’라는 활동에서 여자아이들은 ‘눈이 작다’, ‘쌍꺼풀이 없다’ 등으로 적은 반면, 남자아이들은 ‘0.3이다’라고 적었다는 결과를 공유한 적이 있다. 누가 누구의 눈으로 누구를 바라보는지가 태어난 지 10년 남짓 된 모든 아이들에게 이미 너무나 뚜렷하게 내면화된 것이다. "

탈코르셋에 나오는 구절. 진짜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적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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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주기로 한 글 두 개가 거의 동시에 마감이 다가온다. 단행본에 들어가는 글 하나, 영어로 번역되어서 나가는 잡지에 하나. 들어가는 품에 비하면 이런 글들이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도 이런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눈물 겨운 일이라.. 매번 쓸 수는 없어도 가끔은 이런 글을 쓴다. 예전 당대비평에 글 쓰면서 사실상 내가 한국 사회에 데뷔한 셈이라. 생각해보니까 그 때가 30대 중반이었던 것 같다.

경제학계에서 주로 했던 농담 중의 하나가.. 30대에 중요한 작업을 하고, 죽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게 노벨경제학상을 받는 길. 사실 보통은 그렇다. 할아버지가 되어서 상을 타지만, 주요 업적은 그 시기에 나온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살면서도 가끔 떠오르기는 한다. 그런 미련이 점점 더 사라지는 것이 나이 먹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어제 잠깐 여의도에 갔다가, 아마도 유시민은 출마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뭐, 결국 본인 밖에는 모를 일이지만. 하여간 보해에서 나오는 술 모델에 유시민 얼굴이 박히면서 그렇게들 해석하는 모양이다.

글쎄..

내가 아는 유시민은 출마하지는 않을 것 같다. 출마도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서 그가 하는 행동들을 해석하면, 너무 좀스러운 인간처럼 그려진다. 나는 안 한다에 한 표.

여의도에는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다음 대통령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고, 총선 끝나자마자 다음 총선 얘기를 한다. 상대적으로 시장이나 도지사 같은 얘기는 양념 정도로.

1년 넘게 임종석에 대한 얘기가 어마무시하게 많더니, 요즘은 유시민 얘기가 많은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바램과 현실에 대한 혐오, 그런 게 적당히 합쳐져서 이런 수많은 루머들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오탕크의 돌은 미래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게 살짝살짝 틀린다. 그래서 그것만 보고 있던 사람들이 결국은 미쳐간다. 여의도의 분위기도 약간 그런 오탕크의 돌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몇 번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미래를 예측하고, 적당한 하마평을 하지만.. 지나 보니까, 그런 얘기가 딱 들어맞았던 적이 별로 없다.

가끔 안철수에 대해서는 그런 아쉬움 같은 게 남는다. 2012년 대선 할 때에는 안철수는 본 적이 없었다. 그 뒤에는 좀 자주 봤다. 교보에서 강연할 때, 안철수 부부가 왔던 적이. 사실 좀 당황하기는 했다.

그가 오탕크의 돌을 너무 많이 보던 정치인,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이태규와 잠시 일을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안철수의 오탕크는 이태규였을까? 모를 일이다. 하여간 그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변신을 하면서 국회의원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한국 사회를 정리하는 글 두 개를 구상하면서, 잠시 최근에 만나본 사람들이 해준 얘기들을 회상해보았다. 다음 대통령은 뉘귀? (그거 알면 우리가 이렇게들 살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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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이다. 나도 가끔은 이럴 때 밖에 나가서 술도 처 먹고 오고 싶기는 한데.. 큰 애 감기 끝에 폐렴 직전이라 초비상. 우중충하게 집에 있다가, 밤에 수영장 갔다 왔다. 혼자 수영하면, 별 재미는 없는데, 할 수 있는 게 그거 밖에 없어서. 금요일 밤에 수영하러 온 아저씨들, 할머니들, 그 사이에서.

수영은 하다말다 그랬는데, 진지하게 다시 시작한 게.. 나이 먹으면 골프가 운동으로는 최고라고 하는 할배들 꼴배기 싫어서. 그 때 내가 우리나라 노골프 운동 맨 앞에 서 있었다. 노무현 정권, 이제는 운동권들도 집권했으니까 골프도 해야 한다고, 서로 골프 권하던 그런 분위기. 이것들이 미쳤냐.. 뭐라 했는데, 세상 물정 모른다고 아주 지랄들이었다.

진짜들 더 열심히 골프들 쳤다. 나중에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유시민은 새만금을 골프장으로 덮자고 하고.

나는 그 시절에 골프장으로 달려간 운동권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뭐라도 운동을 해야하니까, 수영을 좀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운동효과는? 뭐, 사람 만나서 얘기하는 걸 주로 술집에서 했으니까, 운동 하나마나였을 거다. 요즘은 그나마 술집에서 만나는 것도 거의 안 하니까..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거의 안 만나는.

수영하다 보면, 나한테 그래도 골프는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던 사람들, 일부러 더 골프장에서 모임을 하던 사람들 생각이 나기도 한다. 니미럴, 니들 안 보고 만다.. 그랬드랬다.

등산을 결정적으로 안 하게 된 건? 학위 막 마치고 왔더니, 할아버지들이 등산을 좋아해서 몇 번 따라갔는데.. 막내라고 라면 끓이라는. 캑캑 거리고 산에 올라가서 라면 몇 번 끓이고는, 아무리 좌파라도 등산하는 사람들하고는 안 논다.. 팍 끊어버린.

돌아보니, 나도 성질 좀 더럽긴 더럽다. 그런 거 좀 맞춰주고, 대충대충 해주면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이거슨 아니지", 그냥 칼 같이 짤라버린.

수영장에서 생각이 주는 게 아니라, 지난 옛날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이 난다. 학위 논문 쓰던 시절에는 수영하면서 논문 구절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그건 20대의 일이고, 이제 나는 괜히 남들한테 섭섭한 생각이나 나는 50대.

미울 것도 없고, 섭섭할 것도 없는, 그런 경지는 아직도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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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학과 구청 한 군데에서 강연 요약서를 보내 달라고 했다. 강연 자료도 다 보냈는데.. 대학교에서 강연도 a4 1장으로 요약하고, 프로필도 자기네 양식으로 다시 정리해달라고 한다.

순간 빡쳐서..

책 한 권을 종이 한 장으로 요약해달라는 게, 저자한테 실례 아니냐고, 안 한다고 문자 딱 써서 보내려고 하다가.

잠시 심호흡하고.

원래도 안 할 생각이었는데, 12월부터 내년 봄까지는 일단 강연은 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년 봄부터는? 그것도 봐서. 어지간하면 안 할 생각이다. 특히나 대학 강연은..

2003년부터니까, 시민단체 등 강연을 한 게 15년 정도 된다.

그 사이에 강연료는 더 내려갔고, 이것저것 행정 절차라고 내놓으라는 게 너무 많아졌다.

예전에는 칠판 가지고 판서하면서 강연했다. 사실 내용은 그게 훨씬 낫고, 훨씬 더 다이나믹하다.

나중에 하도 이것저것 내놓으라는 게 많아져서, 나도 그냥 파워포인트 만들어서 줘버렸다. 그러면서 마음은 안 좋다. 이게 녹음기도 아니고, 뭐냐..

그런 것까지는 그래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니까, 참았는데, 도저히 못 참는겠는 건, a4 1장 요약해달라는 거.

이건 아직도 안 한다. 400페이지 가량 책을 썼는데, 그걸 한 장으로 무슨 수로 요약하냐.. 그것도 저자가 직접.

매번 실랑이 하는 게 싫어서, 강연을 점점 더 줄여서, 이제 조금만 더 줄이면 아예 안 하는 경지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할 거면, 저는 안 합니다.. 이렇게 문자 보내려고 하다가, 잠시 참고.

이번 거는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한다고 한 내 잘못도 있으니까 하고.. 내년부터는 이제 지인들이 부탁하는 정말 특별한 경우 아니면 안 한다.. 탁, 마음 먹었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데, 사람들 앞에 이렇게 자꾸 서야하는 고약한 벌을 받고 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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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책장 먼지 털다보니 옛날 강사증이.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의 일이다. 인터넷 활용 최우수 강의, 뭐 그런 상을 탔던 기억이다. 강사 시절에도 상 많이 탔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기억에서도 아스라이. 봄 여름 가을 겨울, 10년 전 일기를 꺼내며.. 딱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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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강연..

11월 27일날, 박래군 선배한테 부탁받은 손잡고에서 하는 강연이 있다. 괜히 마음 짠해진다. 손배가압류 문제 해결하자고 몇 년 전에 손잡고 만들 때 나도 연명했던 기억이다. (그 때 나에게 연락한 사람이 조국 선생이었던 기억이.. 하여간 그 시절에 같이 이름 올리자고 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아마 올해 손잡고 강연이 마지막 강연일 것 같다. 강연을 아주 안 하는 건 아닌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 게 나름 원칙이다. 올해는 농업경제학 준비 때문에 가급적 10대들 만나는 시간을 늘리려고 고등학교 강연도 많이 했다. 그것도 이제 다음 주부터 농업경제학 쓰기 시작하니까, 마무리다.

원칙은 한 달에 한 번이라고 하지만, 하다보면 강연은 그것보다는 많이 하게 된다. 신세진 사람이 부탁하면 하고, 시민단체 어려운 데에서 부탁하면 하고. 강연으로 몇 억 벌었다고 하는 사람에게 뭐라고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열심히는 안 살고 싶다.

작년부터 새로 시작한 게, 12월부터 2월까지, 눈 오는 기간에는 강연은 안 한다. 올해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어지간한 경우 아니면 지방 강연은 운전해서 간다. 부산도 두 번에 한 번 정도는 운전해서. 광주는 ktx 타는 일이 드물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눈 오는데 운전하는 건 힘들다. 초록정치연대 하던 시절에는, 단체 일이라서 겨울에 눈 올 때도 뚫고 가고는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아니라서, 눈 오는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강연을 안 한다. 생각만 그렇게 하고, 실제로는 작년에 처음 그렇게 했다.

올해도 그럴 생각이다. 겨울에는 강연도 안 하지만, 방송도 정말 특별한 거 아니면 안 한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다. 나는 남 앞에 서는 게, 정말로 불편하다. 좀 힘든 데 참고 하는 게 아니라, 많이 힘든데 참고 하는 것이다. 시민운동 상근하던 시절에는 싫어도 참았다. 야당 시절에도 누군가는 얘기를 해야 하니까, 싫어도 참았다. 지금은 여당이다.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워낙 많은데, 나까지 싫은 것을 참으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길게 보면.. 강연을 언제까지 할까, 그런 생각도 가끔 해본다. 지금까지 36 권을 썼고, 37 번째 책이 에디터 손에 넘어가 있다. 기왕에 시작한 거, 50권까지는 채우려고 한다. 책 나오면 어쩔 수 없이 하는 강연 같은 게, 그 때쯤 되면 끝날 것 같다. 그 뒤에 뭐하고 살지, 아직은 생각해둔 게 없다. 그렇지만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거, 이런 재미없는 방식으로 인생의 뒷부분을 살고 싶지는 않다.

막스 베버가 전략적 합리성과 가치적 합리성을 구분한 적이 있다. 삶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나도 가치적 합리성을 가지고 살고 싶다. 전략.. 한 때의 일이어야지, 이게 삶의 모든 것이 되는 건 좀 그렇다.

나는 이기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고,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 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삶에서, 이기는 것은 없다. 그리고 이긴다고 더 재미 있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스포츠가 아니다. 그냥, 내가 살던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것, 그걸로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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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한겨레에서 이진경 선생하고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진짜 옛날 생각이 잠시 났다.

유학을 딱히 갈 생각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프랑스는 잘 알지도 못했다. 내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딱히 꿈과 희망 그런 것은 하나도 갖지 않고 되는 대로 살아온 삶이다. 그 시절이라고 뭐,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변화라면 대학생들이 노조 만든다고 공장 가는 흐름들이 내 앞에서 거의 끊긴. 친구 이재영은 그래도 공장에 가기는 했는데, 일찌감치 갔던..

그냥 당시 민중운동 시작하면서 김수행 선생 같은 사람들 자본론 강의하는 데 반상근으로 지원하는 일이 주로 하던 일이었다. 시민단체 같은 것은 아직 없었고, 주로 민중운동.

그 시절에 사사방이라고 부르던 이진경의 책을 읽었다. 뭐, 그거만 읽은 건 아니다. 이제는 돌아가신 정운영 선생이 섰던 논문 특히 강남훈 선생의 논문들, 그런 거 재밌게 읽었다. 학부 4학년 초의 일이다. 아마 결정적으로 이진경 선생의 책이, 프랑스에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 같다. 알뛰세 얘기도 재밌었고, 다 재밌었다.

그렇게 복잡한 생각을 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단순했다. 나는 사사방을 읽으면서..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에는 참고할 수 있는 게 별 거 없었다. 정운영 선생이 한겨레 칼럼으로 유명해지기 전이었다. 진짜 단순했다. 사사방 정도면, 이거 보다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뭐, 해보니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서울산업대 시절.. 여기에서 겸임교수를 했었다. 그 때 교양학부에 있던 이진경 선생을 따로 찾아가서 만나지는 않았었다. 그냥 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교수 되는 차례였는데.. 노무현 정부 시절에 방폐장 사건이 생기고, 내가 모피아라고 한참 뭐라고 했던 아저씨가 산업부 장관에서 결국 그만두고 서울산업대 총장으로.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으면 되는데, 며칠 고민하다가.. 그래도 앞으로 살아갈 인생이 많은데, 그렇게 대충 얽혀서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디오스, 산업대 (아내가 속 벅벅 터졌다..) 그래서 이진경 선생하고 같은 학교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지는 않았다.

한 때 윤소영 선생 연구팀에서 같이 연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연구를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술은 진짜 그 시절 많이 마셨다. 과천연구소라는 이름이었는데, 과대망상 천방지축을 줄여서.. 아마 과천연구소에 계속 있었으면 옛날 사람들하고 좀 더 같이 공부했었을 것 같기는 한데.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나도 좀 겁이 났다. 이러다 죽을 것 같았다..

생태경제 쪽으로 새로 사람들 모으면서, 결국 그 시절과도 안녕.

이진경 선생하고 대담할 준비 잠깐 하다 보니, 나도 이진경 처음 읽던 그 엣날 생각이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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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책 초고 마무리 하느라고 수영장을 못 갔다. 2주만에 수영장을 가려고 하는데, 진짜 꾀가 많이 났다. 안 갈 이유야, 끝없이 많다. 운동 중에서는 그나마 수영이 재미 없는 게 덜 한데, 그것도 매번 가기 싫은 걸 참고 가는 게 되었다.

그래서 그냥 어디 가서 맛 있는 점심이나 먹고 넘어갈까 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은, 예전에 한 것들을 빼 먹는 일이기만 하고, 수영만 뭔가 새롭게 채우는 일이라는.

도시에서 산다는 게 그렇다. 채우는 것은 없고, 몸에서 그냥 갖다 쓰는 일들이 태반이다. 그래서 그냥 꾹 참고 수영장에 갔다.

동네 초등학교 두 군데에서 어린이 수영시합을 하나 보다. 엄청나게 많은 어린이들이 있고, 할머니들 사이에서.

이제는 나도 살아온 삶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더 많이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하듯이, 남들도 다 이렇게 해, 그렇게 나머지 시간을 살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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