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16건

  1. 2023.09.14 호흡
  2. 2023.06.20 경제와 인권.. 9
  3. 2023.06.05 린 마굴리스.. 1
  4. 2023.06.04 발표.. 2
  5. 2023.06.02 가벼운 즐거움..
  6. 2023.05.25 수영.. 1
  7. 2023.05.24 목차에 대하여.. 1
  8. 2023.05.17 요즘, 책 쓰는 것에 대한 생각.. 1
  9. 2023.04.13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1
  10. 2023.04.12 경제와 인권, 약간의 생각.. 2

호흡

책에 대한 단상 2023. 9. 14. 14:41

어제 밤새 그리고 오늘 오전에 쓴 내용을 조금 전에 날렸다. 중산층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인데, 말은 쉽게 썼지만, 어려운 내용이다. 말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은 내용이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의 내용이다. 

아마 책 앞쪽이나 뒤쪽에 있었으면 그냥 살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쓰는 데가 책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한다. 이 부분만큼은 한숨에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산층 얘기는 아쉽지만, 다른 책에서 다른 기회에 하기로. 

날리기 아쉬운 부분이 좀 크면 대개 원고 버전을 하나 올린다. 혹시 나중에 날린 부분이 아쉬워지거나, 혹은 과거의 보전으로 돌아오고 싶을 수도 있어서 그렇다. 그렇게 하면 대체적으로 10번 안팎에서 초고가 끝난다. 그렇게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거기서 고치면서 다시 몇 번 더 숫자가 올라간다. 

경제 얘기는 가독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쉽게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게다가 내가 하는 얘기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언론에서 흔히 하는 상식적 얘기에 반하는 얘기가 많다. 어려운 것과 불편한 게 섞여 있는데, 글도 쉽지가 않으면 진짜 어쩔 도리가 없다. 논문하고는 그게 좀 다르다. 논문은 의미가 있으면 참고 읽는데, 책은 참고 읽을 독자를 만나기가 어렵다. 내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문장 구조 같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호흡을 훨씬 크게 생각한다. 이게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닌데, 생각의 흐름과 호흡, 그런 것들을 좀 입체적으로 조합해서, 읽는 사람에게 나름의 호흡이 생겨날 수 있도록 고민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호흡을 방해하는 게 생기면, 이물질로 간주해서, 가차 없이 빼버린다. 써놓은 게 아깝다는 생각은, 처음 책 쓰기 시작하면서 버렸다. 안 쓴 게 아까운 게 아니라, 사람들 손에서 잠시도 버티지 못하는 책이 더 아깝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5학년 어린이의 예민함..  (30) 2023.10.17
어린이들과의 시간..  (0) 2023.10.16
경제와 인권..  (9) 2023.06.20
린 마굴리스..  (1) 2023.06.05
발표..  (2) 2023.06.04
Posted by retired
,

가을에 ‘경제와 인권’이라는 제목으로 인권연대에서 두 달 정도 되는 강의를 하게 되었다. 전에 여기에서 특강을 한 번 했는데, 강의를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번 정권이 이래저래 여러가지로 이상하기는 한데, 그 중에 제일 이상한 게 인권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도 사람을 패고 잡아가는 것만 평생 생각하던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인권이라는 게 뭔지, 그런 기본이 좀 안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간만에 인권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된 계기이고.. 

근대의 출발 자체가 인간의 권리이다. 신으로부터 나오면서 우리가 아는 새로운 세계가 등장하였다. 그렇지만 우리의 역사는 좀 다르다. 간단히 말하면, 인간 해방의 역사가 없다. 인간은 해방되지 않았고, 국가가 해방되었다. 한 번도 인간은 총체적인 권리의 주체로 이해된 적이 없다. 그냥 국가의 부속물 같은 것이고, 헌법으로부터 강제된 것들을 이행하는 존재다. 이런 애기들을 제대로 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인권의 역사나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변호사 중에 최고 변호사들은 인권 변호사다. 벌써 두 번이나 대통령이 나왔다. 

인권 검사는 없다. 알려진 사람 중에 가장 비슷한 사람이 금태섭일 것이다. 검사에게 불려간 피의자가 자신을 지키는 방법에 대한 글을 신문에 썼다. 그리고 결국 검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내가 아는 검사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검사, 경찰 다 통틀어서 책을 가장 보던 사람이 금태섭이었다. 아마 인권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검사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그들만의 공동체에서 인권은 좀 특이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 

인권을 가장 후지게 보는 데는 그래도 검사가 아니라 생태 진영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권리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고, 동물권은 물론 생명이 없는 것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다. 인간중심주의는 욕 할 때 쓰는 말이 되었다. 그렇기는 한데, 인간의 권리도 우습게 보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한국 사회에서 돈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설명한다. 물론 윤석열의 기이한 행동은 돈으로도 설명이 잘 안 된다. 장사를 포기하면서까지 이념을 추구하는.. 역시, 드문 존재이기는 하다. 

하여간 이런 얘기들을 틈 나는 대로 정리 좀 해보려고 한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이들과의 시간..  (0) 2023.10.16
호흡  (0) 2023.09.14
린 마굴리스..  (1) 2023.06.05
발표..  (2) 2023.06.04
가벼운 즐거움..  (0) 2023.06.02
Posted by retired
,

린 마굴리스 얘기 간만에 쓰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피카디 나오는 오래된 스타트렉 tv 시리즈 보기 시작했다. 거기에 바이러스 에피소드가 나온다. 바이러스의 변이로 사람 세포가 노화하기 시작해서, 며칠 만에 늙어주는 바이러스성 질환이 생겨났다. 결국 손상되지 않은 원래의 세포 정보를 통해서, 빔업을 통한 동체이동을 하는 과정에서 세포들을 원래 세포로 재조합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머리 빚는 빚에서 머리카락을 찾아내서 손상되지 않은 원래 세포를 찾아내서, 그 정보로 재조합을 하고, 노화된 세포가 아닌 머리 빚을 당시의 건강한 세포로 다시 순간 이동에서 세포를 재구성, 바이러스성 노화 질환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얘기다. 

이런 게 가능하다면, 젊었을 때 세포 정보를 보존해서 언제든지 그 시절 인체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에피소드는 그리하야 엔터프라이즈호는 다시 또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렇게 끝났다. 

이걸 보면서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린 마굴리스가 별도의 글로, 이딴 건 tv 드라마니까 가능하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고 써놓은 것을 읽은 기억이 났다. 스타트렉에서 가장 논쟁적인 요소가 바로 이 빔업.. 빔으로 사람을 순간 이동시키는 기술. 

한동안 거의 언급할 일이 없었던 린 마굴리스 여사가, 스타트렉과 함께 다시 기억 안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나도 나이를 처먹어서 엄두도 못 낼 일이 되어버렸지만, 도넬라 메도우와 린 마굴리스 그리고 조안 로빈슨 같은 여성학자들을 묶어서 평전을 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이것도 여기저기 빨빨거리고 돌아나닐 수 있는 젊은 시절에 했으면 후딱 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애들 보면서, 무리다.. 

하여간 그렇게 마굴리스 얘기를 하면서 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마이너스 섬 게임'이라는 용어를 썼다. 제로 섬 게임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다. 협력, 여전히 어려운 용어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흡  (0) 2023.09.14
경제와 인권..  (9) 2023.06.20
발표..  (2) 2023.06.04
가벼운 즐거움..  (0) 2023.06.02
수영..  (1) 2023.05.25
Posted by retired
,

발표..

책에 대한 단상 2023. 6. 4. 03:38

오늘 대한가정학회 등 몇 개 학회가 공동으로 하는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 발표를 했다. 가끔 이런 기조강연을 하는데, 이번에는 공을 좀 들였다. 요즘 한참 쓰고 있는 저출생에 관한 책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끝나고 나서 고맙다는 연락이 좀 왔다. 나름 생각할 거리가 좀 있었던 것 같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학회에서 하는 일들은 당장은 변화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에겐가 영향을 준다. 그 영향은 물론 아주 작을 수도 있지만. 그런 점에서 학자들이 하는 일과 기자들이 하는 일은 다르다. 

처음 학회에서 발표할 때, 맨 앞 줄에 돌아가신 김수행 선생을 비롯해서 당시 원로들이 많이 앉아 계셨다. 전원 재웠다. 학회에서 참 많은 사람들 재웠다. 한번은 환경 관련된 발표를 했는데, 앞줄에 앉은 사람들은 물론 사회자까지 재웠다. 거의 기록적으로 많은 사람들 재웠다. 

권영길도 재웠고, 단병호도 재웠다. 책 내기 전의 일이다. 그 시절에 나는 너무 날카롭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지만, 발표할 때면 원로들 재우는 걸로도 유명했다. 당황스럽기는 한데, 어쩔 방법이 없었다. 

분명 나는 김수행 선생 깊이 주무시는 걸 봤는데, 나중에 인상 깊게 들었다고 연락이 오기는 했다. <청년을 위한 경제학 강의>에 맨 마지막 글을 그렇게 쓰게 되었다. 그게 커지고 커져서, 결국 50권 가까운 책을 쓰게 되는 단초가 된 거 아닌가 싶다. 짧은 글이었는데, 연락이 참 많이 왔었다. 

돌아보면, 결국에는 경제학자로 평생을 살게 되었다.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를 한 게 아니라, 그 너머의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공부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몇몇은 좀 더 많은 돈을 위해서, 또 몇몇은 좀 더 나은 대우를 위해서 움직였다. 나는 그냥 돌고 돌아서, 적당히 살아도 되는 삶을 선택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적당히만 한다. 아직은 우리 집 어린이들 돌보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다. 나머지 시간에 적당히… 그러면서 조금은 배우는 것도 있고, 몸 안에 잔뜩 배어있을지도 모르는 근성 같은 게 빠져나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근성, 그딴 건 필요 없다는 걸 배우는 데에 몇 년이 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제와 인권..  (9) 2023.06.20
린 마굴리스..  (1) 2023.06.05
가벼운 즐거움..  (0) 2023.06.02
수영..  (1) 2023.05.25
목차에 대하여..  (1) 2023.05.24
Posted by retired
,

아내가 부산 출장이라서 집에 안 오는 날이다. 둘째 병원 데리고 갔다 오고, 저녁까지 준비하기가 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냥 우리 집 어린이들과 밖에서 먹었다. 저녁 때 수영장 갈까 말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이제는 자는 것 정도는 알아서 할 수 있는 나이일 것 같아서 잠시 갔다 왔다. 

다음 주부터는 우리 집 어린이들 둘 수영 교실을 등록했다. 일주일에 두 번인데, 멀어서 차량 운행은 없단다. 두 번 다 당분간 내가 데려다 준다고 했다. 수영장 있는 학교를 다니면 그래도 수영 정도는 좀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형편이 그렇지가 않다. 

글을 쓰면 하루 종일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완전 집중하는 시간을 하루에 두 시간을 내면, 꽤 뭔가 한 날이다. 30대 때에는 며칠씩 밤 새면서 쓰기도 했지만, 이제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급하면 두 시간 보다 조금 더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매일 하기도 어렵다. 중간중간 이런저런 일이 생기고, 부탁 받아서 써야 하는 글들도 좀 생기고. 

물론 실제 쓰는 시간은 그렇지만, 굉장히 많은 시간 동안 이것저것 생각을 하기는 한다. 그거야 누구나 다 그렇게 하는 거고. 

되도록이면 뭔가 한다는 티를 안 내려고 한다. 그냥 조용히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일상을 보내려고 하는 게, 내가 세상과 갖는 타협 같은 것 아닌가 싶다. 수영을 하면 그런 데 도움이 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글쎄.. 내 경우에는 택도 없다. 그 정도 가지고 머리 속의 긴장이 풀리지는 않는다. 거의 사람 없는 조용한 수영장에서 명상 하듯이 수영하면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동네 수영장에서 꽉 차 있는 데에서 이리저리 피하면서 수영하다 보면, 스트레스 더 받는다.

그래도 끊임없이 웃을 거리를 찾고, 즐거움을 찾아내려고 한다. 올 초까지는 카톡에 생일 뜨면 매번은 아니더라도, 조그만 선물이라도 좀 챙겨서 보내고는 했다. 내가 즐겁지는 않더라도 누구라도 즐거우면 좋은 거 아니냐는 생각이다. 몇 년 전에 정태인 선배 생일이라서 커피 쿠폰 보낸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뒤에도 같이 술을 마신 적이 몇 번 더 있었는데.. 그래도 그 양반한테 살아 생전에 뭐라도 선물을 하게 된 기억이 덕분에 생겼다. 

올해는 둘째한테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얼마 전부터 생일날 카톡으로 선물 보내는 것도 당분간 그만두기로 했다. 아쉽지만, 당분간은 지출 조절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래도 내년부터는 생일 선물하는 걸 다시 하려고 한다. 그래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 선물인데, 내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그런 걸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이미 벌써 떠난 사람들도 많고. 그 사람들에게 다 갚기는 어렵고, 그냥 나도 일상의 즐거움 같은 것으로 선물이나 되는 대로. 

진정한 즐거움 혹은 깊은 즐거움, 그런 걸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가벼운 즐거움, 간단한 즐거움, 이런 것에는 많은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큰 공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 정도는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잠시 우리는 즐거운 생각을 혹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린 마굴리스..  (1) 2023.06.05
발표..  (2) 2023.06.04
수영..  (1) 2023.05.25
목차에 대하여..  (1) 2023.05.24
요즘, 책 쓰는 것에 대한 생각..  (1) 2023.05.17
Posted by retired
,

수영..

책에 대한 단상 2023. 5. 25. 01:37

전에 다니던 수영장에 저녁 자유 수영이 없어졌다. 한동안 수영 안 하다가 결국은 다른 동네 수영장을 가기 시작했다. 여기는 저녁 자유 수영이 10시다. 늦은 것도 늦은 건데, 사람이 엄청 많다. 

10시에 사람 많은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보면, 이게 뭔 짓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늦잠 잘 때면, 늦잠 자도 되는 이유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일어났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다시 잔다. 밤에 수영장 가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끊임없이 안 가도 되는 이유들을 생각한다. 그렇게 어제도 안 갔고, 그저께도 안 갔다. 오늘도 이런저런 핑계가 생겼는데, 야구 보다가, 그만 보고 싶어졌다. 수영이나 가자. 아마 야구 이겼으면 오늘도 안 갔을 것 같다. 

이제 나도 50대 중반이다. 예전처럼 밤 새고, 또 새고, 그렇게는 못 한다. 되는 대로 하고, 안 되면 말고, 그렇게 살아간다. 송파구 살 때 좋았던 건, 수영장이 집 가까이 있었고,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그렇다고 다시 이사 가기도 좀 그렇고. 

그래도 물에 들어가 있으면, 복잡한 생각이 없어져서 좋다. 매일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늘 하는데, 사실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이것저것 해봤는데, 나한테는 수영이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물을 좋아하고, 물에 들어가 있는 것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사람 너무 많은 수영장에는, 꾀가 난다. 

사설 수영장도 좀 알아봤었다. 수영장만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골프 연습과 패키지로 되어 있는데, 천만 원 정도 내라는 것 같다. 돌았나 싶었다. 난 골프 연습이나 필드, 이런 건 필요 없는데. 

몸이 노곤한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밀려 있다. 낑낑 대면서, 조금씩 하는 수밖에 없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표..  (2) 2023.06.04
가벼운 즐거움..  (0) 2023.06.02
목차에 대하여..  (1) 2023.05.24
요즘, 책 쓰는 것에 대한 생각..  (1) 2023.05.17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1) 2023.04.13
Posted by retired
,

교육과 보육 관련된 학회들이 하는 합동 학술대회에서 기조 발제 부탁을 받았다. 전에도 한 적이 있기는 했는데, 최근에는 외부에서 하는 일들을 할 수가 없어서 정말 간만이다. 직책을 써달라고 해서, 작가라고 썼다. 작가라고 직업을 적은 것은 처음이다. 그렇게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돌아가시는 일이 벌어졌고, 연달아 막내 동생도 쓰러지고, 둘째는 병원에 갔다. 이래저래 시간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 재계약 안 했다. 아울러 다른 일도 더 줄여서, 방송도 결국 접었다. 그때부터 나는 은퇴 준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건 문제가 안 되는데, 소속 같은 거 물어볼 때 잠시 곤란하다. 보통은 무직이라고 쓰는데, 외부 발표 같은 때에는 그렇게 하기가 좀 미안하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작가라고 했다. 학회에서 교수가 아닌데 발표하거나 그럴 때면 좀 어색하다. 

한국은 약간 판타지 사회와 비슷한 것 같다. ‘대박’이라는 단어가 꽤 긴 시간 동안 인기 단어가 되었다. 소소한 판타지이기는 하다. 최근에 증권으로 꽤 돈을 날린 사람을 안다. 나한테까지 와서 증권 상품 얘기 막 하는데, 못 들은 척 했다. 나이 먹어서 누가 뭐라고 해서 그 얘기 듣는 사람을 잘 보기가 어렵다. 결국은 폭망은 아니더라도 돈 손해를 꽤 봤다. 나이 먹고도 판타지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좀 있다. 꼭 나쁘다고 보지만은 않지만, 그것도 적당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판타지가 없는 편이다. 원하는 게 없으니까, 더 갖고 싶은 것도 별로 없고, 그냥 대체적으로 하루하루 행복해하면서 살고 있다. 고통스럽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다. 아니,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지지 않았으면 그게 행복이다. 

별 판타지가 없는 사람들도 해외 여행에 대한 판타지가 있거나, 아니면 좋은 술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할 해외여행보다 더 많이 이미 30대에 다 했다. 포도주에 대한 판타지도 없다. 어지간한 사람들 평생 마실 포도주보다 더 많은 양을 이미 20대에 마셔버렸다. 차에 대한 판타지도 없다. 차는 그냥 잘 가면 그만이다. 내년까지는 지금 타는 모닝을 그냥 탈 생각이다.

판타지가 없어도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무 상관없는 것 같다. 특히나 이 글이 성공하면, 이 책이 성공하면, 그런 종류의 판타지는 거의 없다. 이 주제가 사회에 필요한 것인가, 아닌가, 그리고 어디서 본 것 같은 내용인가 아닌가, 그런 몇 가지만 가지고 판단한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느냐, 그런 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그거야 당연한 거고. 몇 번 약속했다가 못 쓴 적이 있다. 상황이 바뀌어서 못 한 것도 있고, 같이 준비했던 에디터가 그만두게 되어서 못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해서 생겼던 일인 것 같다. 이제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의욕만으로 시작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일만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영원한 삼미팬인 것 같다. 칠 수 있는 공만 치고, 잡을 수 있는 공만 잡는. 야구에서 그러면 난리 나지만, 개인이 한 평생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 문제없는 것 같다. 

책을 쓰면 좋은 점은, 알고 있는 것 전부는 물론이고 살아온 인생을 전부 한 번 뒤집어보게 된다는 점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써도 마찬가지다. 삼백 페이지 이상을 쓰기 위해서는 그런 과정이 몇 번 필요하다. 나는 책을 쓰기 전에 목차를 만들어 놓고 쓰지는 않는다. 물론 논문 쓸 때에는 나도 그렇게 한다. 펜으로 종이에 전체적인 밑그림을 여러 차례 시도해보기는 하는데, 그래도 형식을 고정시켜 놓거나, 세부 목차까지 정하지는 않는다. 

목차를 정해 놓고 쓰면, 결국은 채우는 방식으로 쓰게 된다. 여기에서는 이 정도, 저기에서는 이 정도.. 그러면 재미도 없고, 쓰기 싫어서 쓴 게 결국 티가 난다. 기능적으로 책을 쓰고 싶지는 않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그렇게 하면 당장 내가 재미가 없어서 읽기가 싫어진다. 나도 읽기가 싫은 걸 누가 읽겠느냐. 그런 건 이미 많이 썼더라도, 그냥 덮어버리는 게 낫다. 책 내고 후회하느니, 아예 중간에 접고 아쉬워하는 게 낫다. 

목차 없이 한 절 한 절,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내용을 쓰는 게 그래도 낫다. 이것도 작업 노하우라면 일종의 노하우다. 

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책을 쓰는 법에 관한 책을 내가 쓴다면, 제일 앞에 나올 얘기 중의 하나가 목차 같은 것은 잊어버리라는 것이 될 것 같다. 목차를 써놓고 책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진짜로 내용하고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목차 같은 게 없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고생스럽기는 하다. 그리고 뒤로 갈수록 마무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도 그 정도 어려움은 참고 넘어서는 게 낫다고 본다. 시를 쓸 때 이 시를 몇 연으로 하겠다고 미리 정해놓은 시인이 있을까? 쓰다 보면 연을 넘겨야 하는 순간이 오고, 때로는 뒤집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책 쓰는 것도 그것과 비슷하다. 

목차는 구조적 흐름을 만들 것 같지만, 그건 정말 목차만으로 내용이 손에 잡힐 것 같은 도사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는 그런 도사가 아니다. 결국은 한 줄 한 줄 승부 보는 수밖에 없다.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제목이 이래저래 자리를 못 잡았던 책인데, 이제 1장 끝내고 잠시 쉬는 중이다. 쓰면서 보니까 이 제목이 딱 맞는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벼운 즐거움..  (0) 2023.06.02
수영..  (1) 2023.05.25
요즘, 책 쓰는 것에 대한 생각..  (1) 2023.05.17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1) 2023.04.13
경제와 인권, 약간의 생각..  (2) 2023.04.12
Posted by retired
,

책을 쓰는 게 내가 하는 일이 되었다. 물론 작년에는 책이 아예 안 나오기도 했다. 

어느 집이나 그렇지만, 우리 집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재작년 겨울,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신 후, 6개월 정도 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연이어 막내 동생이 쓰러졌었다. 그런 건 큰 일이다. 

지난 가을에도 둘째는 병원에 입원을 했다. 그런 건 작은 일이다. 그리고 또 큰 일이 생기기도 하고. 

어머님 생신이셨는데, 움직일 형편이 안 되어서 그냥 간장게장 선물 보내고 넘어갔다. 원래는 멍게장을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평소에 드시던 음식이 아니라서 어떨지 몰라서 그냥 안전하게. 

나에게는 꽤 긴 기간 동안 별 특별한 일도 벌어지지 않고, 그냥 아무 일도 없이 지내는 중이다. 평탄하다면 평탄하게, 무료하다면 무료하게 지내는 중이다. 

책을 쓰는 게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랫동안 책을 내고 싶었던 것은 맞다. 그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인지, 그건 여전히 잘 모르겠다. 

아마 영광을 구하는 스타일이거나, 뭔가 좀 화끈한 걸 원하는 성격 혹은 남들 앞에 서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면 이렇게 사는 게 좀 답답했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는 했는데, 이제 그렇게 학교에 왔다갔다 하기에는 나도 좀 나이가 많다. 그리고 애들 보면서 하려니까, 시간 관리가 안 되기도 하고. 누군가를 가리친다는 건 이제 포기했다. 그리고 나니까 특별히 답답할 건 없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책을 쓰고 싶어서 책을 낸 건 아니고, 할 얘기가 있어서 책을 썼던 것 같다. 책을 쓰기 위해서 엄청나게 그때부터 준비를 하거나 그런 적은 별로 없다. 이미 알고 있고, 언젠가 얘기하기로 생각하고 있던 게 차례가 되면 그걸 쓰는 스타일이다. 통계나 자료를 확인하는 것 말고, 이제부터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면.. 그런 책은 쓰지 않는다. 아니 못 쓰는 거다. 이미 관련된 경험이나 하고 싶은 얘기가 차서 한 권이라는 분량 안에 어떻게 담아야 할지, 설계와 압축 같은 게 문제일 때 출간 목록에 올린다. 궁금하거나 알고 싶다, 그런 정도의 상태에서는 책까지 쓰는 건 무리다. 

내년이나 후년 어디쯤에서 50권이 될 것 같다. 아마 그 정도면 내가 알고 있는 게 바닥이 나지 않을까 싶다. 그후에는 뭐하면서 살지, 아직 생각해둔 게 없다. 그런 것까지 미리 생각할 여유는 별로 없었다.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아주 어려서부터도 그랬고, 그후로도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 뭐 특별하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다. 그런 성격이 책 쓰는 데에는 잘 맞는 것 같다. 특히 지금처럼 책이 어려울 때에는 말이다. 

그래도 책을 쓰면서 지금까지 짧은 몇 번의 기간을 제외하면, 세 끼 밥 먹고 사는 데 불편하지 않았고, 크게 곤란을 느낀 적도 없다. 엄청나게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정재가 영화 <오 브라더스>에서 말했던 것처럼 “제 마음대로 살겠습니다”, 그런 스타일로 살았던 것 같다. 

내가 편안해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사정이 마음에 들어온다. 편안해지면 더 위를 보고, 더 큰 성공을 바라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난 그러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편안해지면 주변에 굶는 사람은 없는지, 내가 누리는 이 작은 편안함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넘어가게 된다. 대체적으로 그렇게 살았다. 

내가 가장 형편 없는 사람으로 보는 집단은 자녀의 행복에 목숨을 건 부자들이다. 사람이 돈을 좀 벌면, 그 다음에 자녀가 평생 살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래서 거기까지 간 사람들을 좀 안다. 그 다음에는? 그 시점에는 보통 손주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다음부터는 손주 먹고 사는 것까지 해놓는다고 또 죽어라고 산다. 그냥 옆에서 내가 지켜본 것은, 그때가 딱 이혼에 대한 위기가 오는 순간인 경우가 많다. 자식 생각, 손주 생각을 하면서 평생 열심히 산 것 밖에 없다고 하는데, 사는 건 그런 게 아니다. 그냥 돈을 쫓아 평생 달려온 거고, 정작 식구들은 거기에서 소외되었을 상황이 많다. 

아주 나이 먹은 사람들은 그래도 부인들이 그냥 버티고 참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 또래만 되어도 그런 부인은 별로 없다. 손자까지 생각하면서 죽어라고 살면, 딱 그때 이혼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후회를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아니 후회라도 하면 그래도 좀 해결할 방법이 있다. 후회도 안 하고, 분노에 휩싸이는 경우가 많았다. 배신감에 부들부들 떤다. 

자기가 살았던 인생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기는 아주 어렵다. 특히 성공한 남자일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아내랑 환갑 넘어서 해외 여행을 갈 수 있으면, 그것만 해도 일단은 선방한 인생 아닌가 싶다. 뒤늦게 이혼한 사람 중에 아내랑 해외여행 갔다가 결정적으로 이혼한 사례도 좀 봤다. 아내가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 결심하게 된. 

나에게 책을 쓰는 것은 이제는 그냥 일상적인 일이다. 특별히 티내거나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지금도 책의 첫 문장을 시작할 때, 마무리를 준비할 때 혹은 중간에 중요하게 한 번 꺾고 들어가야 할 때, 신경이 곤두서기는 한다. 전에는 그럴 때면 술을 며칠씩 퍼마시고는 했었는데, 요즘은 그냥 식구들하고 짧게 여행을 간다. 번잡스러운 것도 싫고, 남들 불편하게 하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요란스럽지 않고, 번접스럽지 않고, 그래도 사회에 뭔가 도움이 되기는 하고. 그리고 혹시라도 간절히 필요했던 사람에게는, 제대로 책이 배달될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책은 뭘 쓸지 그리고 어떻게 쓸지, 이렇게 두 가지 요소로 만들어진다. 그래도 내가 행복한 것은 뭘 쓸지를 가지고 고민한 적은 없었던 점 아닌가 싶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쓸 것인지의 문제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영..  (1) 2023.05.25
목차에 대하여..  (1) 2023.05.24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1) 2023.04.13
경제와 인권, 약간의 생각..  (2) 2023.04.12
인권과 권리에 대한 얘기..  (2) 2023.04.11
Posted by retired
,

둘째가 감기라서 오늘 학교에 못 갔는데, 내일도 못 갈 것 같다. 지난 가을에도 천식으로 입원을 했었는데, 그냥 잘 버티기를 바랄 뿐이다. 내일 오전에는 큰 병원 가서 호흡기 치료하고 올 예정이다. 둘째 아프면 이런저런 일정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내일은 아내가 지방 출장이고, 하루 자고 온다. 그 사이에 응급실에 가야 하고, 입원할 일 생기면 아주 곤란하다. 애가 둘이라서 입원한다고 병원에만 매달려 있을 수도 없다. 지난 번 입원할 때에는 병실이 없어서 아주 애를 먹었었다.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결국 바꾸게 되었다. 

그냥 밥만 먹고 사는 데도 해결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저녁 먹고 잠깐 쉬려고 하는데, 후배들이 술 마시다가 전화 왔다. 다들 모여 있다고 나오라고 하는데,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된다. 오랫동안 못 본 후배들이기는 한데, 내가 요즘 사는 게 좀 그렇다.. 

그래도 늘 웃으면서 지내려고 한다. 그렇게 유명한 가수는 아니지만,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틈틈이 듣는 할리 로렌의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를 들었다.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https://youtu.be/SizLYsIhorM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차에 대하여..  (1) 2023.05.24
요즘, 책 쓰는 것에 대한 생각..  (1) 2023.05.17
경제와 인권, 약간의 생각..  (2) 2023.04.12
인권과 권리에 대한 얘기..  (2) 2023.04.11
간만에 홍대..  (0) 2023.04.10
Posted by retired
,

지난 주 일요일날 아버지 기일이라 봉안당에 갔었는데, 둘째가 땀을 흘리더니 결국 감기가 걸렸다. 병원 갔다왔고, 오늘은 학교 못 갔다. 학교 하루 안 가는 건 괜찮은데, 봄, 가을로 미세먼지 심해지는 때에 한 번씩 결국 입원을 해서, 다시 긴장감이 자욱하게 깔리는.. 

점심 간단히 챙겨주고, 오후에 감자 튀김 해줬다. 잠시 후 큰 애가 와서 배고프다고 해서 다시 한 번 더 감자튀김. 몇 년 전만 해도 후라이팬에 한 번 튀기면 둘이 다 먹었는데, 이제 그런 건 택도 없고, 한 번 튀기면 한 번 먹으면 끝이다. 

튀김기를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인데, 쓰고 난 식용유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 쇠고기 탕수육 같은 거 어린이들 해주고 싶은데, 포기.. 간단한 건 그냥 후라이팬에 기름 약간 넉넉하게 두르고 그냥 한다. 

유학 시절 초창기에 잠시 기숙사에 지냈는데, 여기가 요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안 되었다. 나도 익숙하지 않았고. 결국 궁리 끝에 전기 튀김기를 사서 그걸로 밥 하던 시절이 있었다. 좀 그렇기는 한데, 밥이라는 게 결국 쌀 넣고 끓이면 되는 거라서, 그냥 먹을 수 있는 밥이 되었다. 이탈리아 쌀로 했는데, 사실 그 시절에 입맛이 바뀌어서 나는 긴 쌀을 더 맛있게 먹게 되었다. 훌훌 날린다고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하는데, 버터 넣고 고추장에 비비면 상당히 맛있다. 반찬 좀 헐렁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 맛이 그리워서 요즘도 먹을 거 없으면 가끔 해먹는다. 그래도 쌀이 영 파이라.. 이탈리아 쌀로 튀김기에 밥하면, 그냥 해도 리조또 분위기다. 

인권연대랑 좀 상의를 했는데, 하반기에 ‘경제와 인권’ 정도의 제목으로 일종의 기획 강좌를 열기로 했다. 나도 안 해본 고민이라, 시간이 좀 필요하다. 원래 일정들이 있어서, 그 사이에 끼워넣기 위해서는 당장은 좀 어렵기도 하고. 

기본 가정은 그렇다. 선진국이 되면 인권이 중요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을 하느라 인권에 대한 강조가 자리잡기 전에 외형적으로 이미 선진국이 되었다. 그래서 덩치와 인권 사이에 불균형이 생겨났다. 그런데 검사 정권이 들어왔다. 검사는 인권과는 좀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서, 인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통치가 벌어졌다… 

이런 가설하에 경제 문제를 살펴보고, 인권과 권리의 관점에서 지금 산적한 문제들을 재해석하는 일들을 좀 해보려고 한다. 대체적으로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신자유주의가 문제다,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 반 신자유주의라는 광범위한 프로그램들을 제시했다. 그걸 외형적으로 축약한 개념이 복지다. 신자유주의는 복지를 줄이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복지를 더욱 강화.. 

요랬는데, 검사 정권에서는 이게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다. 애당초 보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자유주의는 더더욱 아닌, 그런 전통은 물론이고 계통도 없는 게 검사 정권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이게 대체 계통이 없으니까, 신자유주의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신자유주의도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릴만큼, 워싱턴과 뉴욕 월가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진 암묵적 동의 같은 것이고, 의외로 정교하다. 검사 정권은 정교함과는 좀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그 특징 중의 하나가 인권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다는 것.

요런 간단한 틀을 가지고 한국 경제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살펴보는 게, 내가 해보려고 하는 거다. 

대학교 교양 과목 하나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대체적으로 비슷하 분량의 작업이다. 10강 정도면 익숙한 분량이고, 한 학기 분량 정도 된다. 여기에 내 수업에서는 늘 하던 강의 끝의 쪽글 10개, 그렇게 구성하면.. 나한테는 익숙한 일이다. 

한국에서 인권을 얘기하면 보통 residual, ‘잉여항’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밥부터 먹고, 그리고 나서 다음 욕구를 해결하는. 인건 이전에 기본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욕구 같은 게 존재한다는.. 그런 게 익숙한 사유일 것이다. 

이게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전혀 검증된 적이 없는 개똥 철학이다. 실제 현실은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그런 얘기들부터 한 학기짜리 강의를 한 번 구성해보려고 한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책 쓰는 것에 대한 생각..  (1) 2023.05.17
on the sunny side of the street  (1) 2023.04.13
인권과 권리에 대한 얘기..  (2) 2023.04.11
간만에 홍대..  (0) 2023.04.10
아버지 1주기..  (4) 2023.04.10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