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이 다시 감옥에 가는 걸 보면서 나도 만감이 교차한다. 40살에 명박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다시 근혜, 이러고 나니 40대가 이 황당한 것들하고 지나갔다.

그 동안에 나도 분노 이빠이.. 나의 40대를 돌리도. 나는 분노했고, 또 분노했다.

그러던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정권이 바뀌어도 나는 여전히 분노하고, 또 다른 분노할 것을 찾고 있지나 않을까? 40대는 그렇게 갔지만, 50대도 그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민주당을 도와주기 시작할 때, 그 때 민주당 지지율이 13%였다. 나는 내가 할만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고, 대선이 끝나는 날, 후보에게 마지막 보고서를 보내주고 손을 떼었다. 10년을 분노만 하면서 보냈다. 그렇게 나머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 후로 나는 고쳐야 할 것, 만들어야 할 것, 이런 것들에 대해서 주로 생각한다. 인기는 없다. 가슴에 불을 붙이는 분노의 언어가 힘은 좋다. 그렇지만 그런 힘, 그런 인기,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을 그만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분노의 언어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건, 별 인기 없다. 그렇다고 하나마나한 소리만 하고 싶지도 않고.

여성들의 가사 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 10대 청년들에 대한 농업 교육과 귀농 지원 프로그램, 이런 것들이 요즘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작업하는 것들이다. 대부분 별 관심 없는 분야다. 직장 민주주의도 엄청 관심 없어하고, 조금 잘 난 것 같은 사람들은 내가 전혀 비현실적인 얘기를 한다고 엄청 적개심을 보인다.

그렇지만 이런 건 분노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뭔가 만들어야 할 것 혹은 좀 더 사랑해야 할 것에 대한 얘기다.

저 놈 죽여라, 이 놈 잡아라, 물론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명박은 결국 감옥에 가야 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뭐라 그럴 생각은 없다.

언젠가 정말 여유가 되면 '문빠를 위한 변명', 그런 책을 써 볼 생각은 있다. 그러나 1~2년 내의 일은 아니다.

분노가 사람의 몸을 움직이는 시기가 있다. 나도 그랬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평생 분노하고, 죽을 때까지도 분노하면서 "최선을 다 해 살았다", 이런 허망한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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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서양경제사를 홍성찬 선생한테 배웠었다. 지금도 기억나는 얘기가.. 로마 시절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황제를 몰아낸 장군도, 그를 진압하려는 장군도, 다 집에 가면 노예들의 시중을 받았다는 거. 노예도 사람이라는 거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 스팔타쿠스의 반란이 일어나고서야 비로소 노예라는 것이 갖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했다는 거.

그즈음 이화당 문고인가, 쿤 책에 나온 패러다임 얘기도 엄청 재밌게 봤었다.

우리는 결국 아는 질문만 던진다. 정확히 말하면 답이 있을 질문만 던진다는 거. 정말로 모르는 건 질문도 못 한다.

영국 정치 분석에서 종종 나오는 '시끄러운 소수'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시끄러운 다수'라는 개념은 왜 없을까 잠시 생각했다. 다수가 시끄러우면 그건 시끄러운 게 아니라 유행이고 트렌드겠지.. 논리적으로 성립되기 어려운 개념이다. 다수가 시끄럽다고 생각하면, 그 사회에서 같이 살기 어려운.

그런 책이 과연 성립할까, 며칠 전부터 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오늘도 시간 남는 김에 이 생각을 마저 좀 더 해보려 하다가, 문득 홍성찬 선생 세계경제사 시간에 들은 노예 얘기가 생각났다.

나도 이제 50이 넘었다. 옳고 그르고, 맞다 틀리다 보다, 이게 세상이 나아지는데 도움이 될까, 아닐까, 좀 더 그런 방향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평생을 논리적으로 살려고 했는데, 자꾸 논리적 정합성을 맞춰보려는 성향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친한 친구 하나가 말도 아닌 소리를 한다. 사랑하는 친구다. 이제 와서 그 생각을 고치라고 하는 것도, 니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다 귀찮은 일이다. 아닌 것 같아도, 우리는 로마시대 장군처럼, 노예들에게도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는 너도 나도, 다 생각지도 못하는 존재들이다.. 그런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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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다 보니까 어느덧 50권을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고, 12권을 경제 대장정이라고 이름붙이고 시작했는.. 이래저래 그건 마무리하지 못하고, 되는 대로 쓰는 중이다. 지금 쓰는 농업 경제학이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10번째 책이였다. 9번인 문화 경제학 내고 시리즈가 섰다. 그 시리즈 끝내면 내려고 생각했던 코멘터리 북은 무기 연기..

50번째 책이 13번에 배치될 계획이었던 코멘터리 북으로 할 생각이다. 작년에 길게 붙잡고 있던 37번은 출판사에서 한참 마무리 중이고, 38번인 농엄 경제학도 다음달 초면 초고는 될 것 같다. 실제로 50번까지 아직 비어있는 책이 몇 권 없다.

'비주류의 비주류를 위하여', 일단은 이게 내가 잡은 50권째 책의 제목이다. 생태 문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기는 했는데, 그 문제만 내가 다룬 건 아니다. 은유적인 의미에서, 인간 그 중에서도 한국의 주류가 아닌 곳에 있는 많은 문제들을 다루었다.

일단 무엇보다, 비주류의 비주류라는 말이 나의 정체성에 가장 잘 맞는다. 그렇게 된 여러 경로가 있지만, 결국은 그렇게 살았다. 그게 내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

2005년부터 시작이니까 대충 18년 정도 지나게 될 것 같다. 20년 약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벌어진 일들을 나도 한 번은 정리하고 싶어졌다. 대부분 단 권 단 권으로 나왔지만, 책과 책 사이의 관계와 연결 같은 것들이 설계 시점부터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 그 중에 성공한 책도 있고 망한 책도 있지만, 망했다고 해서 링크의 역할도 없는 건 아니다. 한 번쯤은 전체 체계에 대해서 애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나중에라도 하나씩 읽을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은 친절한 가이드 북 같은 것이 될지도 모르고.

내가 걸어간 길을 또 걸어올 사람이 있을까? 그건 모르겠다. 그렇지만 모두 조금만 성공하면 주류의 세계로 가려고 하는 한국에서, 그냥 비주류로 사는 삶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한국에는 비주류가 아주 많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비주류의 비주류다. 그렇지만 의식은 모두 주류다. 그야말로 주류지향 사회..

성공하면 다음 성공을 위하여!

나는 그렇게 별로 재밌지가 않았다. 한국에는 비주류라고 말도 못 꺼내는 더한 비주류들이 많다.

그런 얘기들이 나는 늘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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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 아침에 서울시 교육청 특강이 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취소되었다. 한동안 성공회대학교에 나갔었는데, 조희연 선생 부탁으로. 얼마 전에 만났는데, 성공회대에 자리 못 만들어줘서 미안하다고.. 그런 얘기 하실 필요 없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 한 적 한 번도 없었다. 작년에 대학에서 제안이 왔는데, 큰 관심 없다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집에서 멀기도 하고, 또 이 나이에 교수 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볼 일이 있다고..

내년 연말에 처음으로 10대들을 위한 경제에 관한 책을 쓴다. 거기까지는 일단 죽어라고 읽고, 쓰고, 틈틈히 관련된 사람들 만나고..

보통 내가 쓰는 책이 처음 마음 먹은 다음부터 평균 3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10년 넘은 농업 경제학 같은 책은, 정말 예외적인 경우고 3년이 지나도 책 나온 시점에, 너무 시대보다 이르다는 얘기들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이른 게 아니라 다른 거 아닌가 싶다. 익숙한 사물을 다르게 보는 데 익숙해진 삶일지도 모른다.

인터뷰 작가 지승호 통해서 월간 전원생활이라는 잡지에서 인터뷰 부탁이 왔다. 이래저래 평균적으로 두 달에 한 번은 매체 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 뭐, 상당수가 메이저와는 상관이 없는, 전문 잡지, 예를 들면 에너지 경제 관련된, 뭐 그런. 코너 솔류션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트렌드와는 전혀 상관 없는 코너 솔류션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던 건지도 모른다. 좋게 얘기하면 아방 가르드, 정확히 얘기하면 비주류의 비주류.

평생을 비주류의 비주류로 살다가 가면, 정말 말년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오태양이 처음 나에게 찾아왔던 시절이 생각났다. 청년당 만든다고.. 그것도 이젠 10년 좀 안되는 시절이고, 몇 달 전에 다시 당한다고 집 앞에 찾아왔던 적이 있었다. 그가 만든 당이 미래당이다. 바른미래당 창당식에서 이거 아니라고 외치다가 끌려나간 사나이가 바로 오태양이다.

문득 오늘 아침에 오태양을 생각하면서, 나는 비주류의 비주류라도 따뜻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태양은 정말 추운 곳에서만 살았던 것 같다.

추운 곳에 지내는 비주류의 비주류들을 위해서, 오늘은 잠시 기도.. 그들에게 평온함과 넉넉함이 깃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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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워낙 힘들어서 정말로 데뷔하고 처음으로 한 권도 못 낸 해가 되었다. 이래저래 책들이 올해로 넘어오고, 올해간 내년으로 넘어갔다. 내년 말까지는 일정이 빡빡해졌다.

강연도 최소한도로, 방송은 극도로 최소한. 그렇게 하면서 겨우겨우 일정 꾸려가는 중이다.

농업 경제학은 사실 좀 즐기면서 써도 되는 내용인데, 이래저래 너무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한다는 느낌이 좀 든다. 내가 알던 농장이나 농가, 한 바뀌씩 돌면서 슬슬 해도 되는 내용인데. 마음이 쫄려서 그런지, 신경만 많이 쓴다.

지금 계약된 책까지만 다 마무리하면, 그 뒤로는 1년에 절반만 책을 써도 되는 일정으로 갈 생각이다. 이제 나도 나이도 먹고, 신경줄도 그렇게 굵지 않게 되어서, 좀 천천히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가는 길에 50권까지는 마무리할 생각인데, 좀 늦어지더라도 감수할 생각이다.

나이를 먹으면 좀 찌그러지는 맛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만만하고, 살살 살고, 대충대충.. 좀 더 그렇게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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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하기로 한 강연 하나가 연기 한다고 연락이 왔다. 원래 강연도 별로 안 하는 편이라서, 그런가보다 한다. 그렇기는 한데..

책 쓰는 많은 사람들의 중요한 소득원이 강연이기는 하다. 사회적으로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닐 거라서 아무도 신경 쓰지는 않겠지만, 이 일로 삶이 휘청휘청하게 될 사람들이 있기는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 긴급 생계보조 같은 게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작가들의 경우는 그렇게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약간의 증빙으로 지금 같은 경우는 생계 보조 같은 거 해주는 게 맞지 않나 싶기는 하다. 농민은 농림부가 챙긴다고 하면, 이런 건 문화부에서 챙기는 게 맞을 것 같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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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낙연 책의 추천사를 오늘 썼다. 막 끝내고 나니까 정세균 총리 취임식 뉴스가. 언젠가 정세균 평전을 쓰겠다고 한 게 벌써 몇 년 된다. 아직까지는 지나간 일 보다 새로 생기는 일이 더 많아서, 평전 작업은 앞으로도 한참 더 지나서 하게 될 것 같은.

총리 나가고 새 총리 들어오는 걸 근거리에서 본 게 몇 번 된다. 그 때마다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걸 느끼게 된다.

세상이라는 게.. 묘한 전환점이 있다. 지금이 딱 그런 전환점인 것 같다. 좋은 신호도 있고, 안 좋은 신호도 있고.

노회찬 의원과 정말 우정을 가지고 지냈다. 살다 보니 정세균과도 그런 관계로.. 정치 그만둘 고민을 한참 하고 있던 시절의 정세균과 처음 만났었다. 그에게도 참 위기가 많았었는데.. 내가 그 밑에서 일할 게 아니라서, 위 아래라는 그런 위계로 만나지는 않는다.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 한국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아주 어린 시절 친구 아니면 자연스럽게 위 아래로. 그거, 별로 재미는 없다.

여전히 나는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바란다. 이 전환점에서 다음에 어떤 일이 전개될지, 그저 조심스럽게 지켜볼 따름이다. 하여간 전환점은 전환점인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문재인 후반부가 시작된다고나 할까.

올해는 사회적으로 정말 복닥복닥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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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그만두고 나올 때, 나는 뭔가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론가로 살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으로는 한국에 있으면 힘들다는 정도는 알았다. 그래도..

글을 쓰기는 하지만, 평론가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뭔가 만드는 걸 하고 싶었다. '경제평론가', 그거는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나로서는 재미가 없는.

그래서 내내 뭔가 논하는 것보다, 별로 관심 없고 인기 없더라도 만드는 일을 계속 하려고 했다. 그래서 작더라도 개념을 만들고, 설명틀을 만들고, 얘기를 만들고, 이런 게 내가 하려고 하던 일이다.

조국 사태가 전환점으로 넘어갈 때, 나는 농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주인공에 해당하는 남자 중학생 두 명을 설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지난 몇 주 동안, 여기에 담임 선생님을 투입하는 일을 했고.. 그러다 보니까 중학교 2학년 여학생 두 명이 있어야 좀 더 다채롭고 이색적이며, 심지어 다크한 얘기들을 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좀 더 전위적이라면 중학교 2학년들의 섹스에 대한 얘기까지 갈텐데, 불행히도 나는 그 정도로 전위적이지는 못하다. 그 앞의 다크한 분위기에서 얘기를 세울 생각이다.

이런 얘기들을 만드는 게 윤석렬 사건이 한참 클라이막스로 올라갈 때 내가 하던 일이다. 그리고 조금 틈나면, 수영장 가고..

이 시대에, 누가 농업을 고민하겠나. 그리고 누가 가정 주부 중심으로 만들어진 농업 소비자 얘기를 10대 얘기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겠나.

조국 얘기에도 별 관심이 없었지만, 윤석렬 얘기에도 별 관심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이런 게 세상을 뭔가 많이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적인 내 생각이다.

최근에 슈베르트에 관한 책들을 좀 모아서 읽었다. 내가 느낀 교훈은 하나다. 만드는 것이 삶을 행복하게 해줄 지는 몰라도, 하여간 그렇게 살았던 사람들이 있기는 했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결국 손석희가 마이크를 놓았다. 나는 손석희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엄청난 손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대는 변하고, 새로운 영웅은 등장하기 마련이다. 큰 영웅이든, 작은 영웅이든..

그렇지만 손석희가 "소는 누가 키우냐"라고 했던 말은, 지금도 멋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여전히 소 키우는 사람들의 시대가 아니라 한우 맛집의 시대 같은 거 같다. 그 맛집의 시대도 저물어가는 것 같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bar/924074.html?_fr=mt1&fbclid=IwAR1wKSJC9eXsyezjzu36PpYsvN-OIMh3L9KmtBcixDHhg0Tk3VvwtIk6igA

 

‘상식의 힘’ 앞에서 무너지는 보수언론·파워 논객들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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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민주주의 책은 3쇄 간다고 연락이 왔다. 부수로는 별 의미는 없는데, 그저 아직 죽지는 않았다는 정도.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너무 힘들다고 해서, 힘든 티도 못 낸다.

내일은 '차이나는 클라스' 녹화가 있다. 할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하기는 했었다. 하거나 말거나, 사실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누군가를 위해서,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런 한 마디를 보태는 정도의 생각으로.

나이를 먹으니까 몸만 너무 무거워지고, 실속은 없고. 한 발 떼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천천히 가더라도 어디론가, 그리고 조금이라도 미래를 위한 방향으로 가고 싶다. 맘만 그렇고, 한 발 떼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처음 글 쓰기 시작하면서 'C급 경제학자'라고 포지션을 잡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게 잘 한 것 같다. 어차피 메이저와는 거리가 멀고, 본장에서 뭔가 한다는 긴장감과는 거리가 먼. 남들 신경 쓰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 어차피 C급이라, 차분히 뭔가 만드는 길이 나다운 것 같아서 좋기는 하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지금 나처럼 사는 게 참 답답할텐데.. 성격상 원래 화려한 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어수선하고 번잡스러운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작년에 밀려온 책까지, 올해는 다섯 권이 계획이었는데,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작년 말에 농업 경제학 마무리를 못해서 2월까지는 갈 것 같다. 그리고 청소년 독서 에세이 한 권 쓰고, 젠더 경제학까지가 올해 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닐까 싶다. 되는 대로..

도서관 책은 필라델피아에서 책 머리를 쓰려고 하는데, 올해도 필라델피아 갈 여력이 안 생길 것 같다. 그래서 다시 내년으로..

머리 좋은 사람들이 열심히 뛴다. 생각해보니, 어느덧 나도 나이를 먹었고,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이런 삶에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좋은 일이다. 오라는 데도 없고, 가고 싶은 데도 없고. 이렇게 조금씩 마무리 짓다보면, 나도 환갑이 올 것 같다. 진중권이 유시민에게 나이 얘기하는 데, 그건 좀 그렇다. 어차피 조만간 다 환갑줄인데..

나는.. 그냥 당분간 쓰던 책이나 잘 마무리하는 게, 내 능력상 최대치인 듯싶다. 누가 미워하는 것도 귀찮고,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이거다 저거다 하는 것도 여력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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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등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을 중학교 때 처음 했던 것 같다. 누군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고, 마흔이 넘어가면서 그 질문을 이제는 안 하게 된 것 같다. 어떻게 살 것인가, 매번 대답이 바뀌기는 했는데, 지금은 "살살 산다"라는 아주 손쉬운 대답을 가지게 되었다. 건강도 메롱이고, 예전처럼 밤 새고 뭔가 할 힘도 없다. 숨쉬는 것보다만 열심히, 그렇게 살살 산다.

지금은 아니지만 환갑 한참 지나서 언젠가 내가 생각한대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작은 등대'라는 이름의 에세이집 하나는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배도 잘 지나다니지 않는 작은 해변가에 서 있는 fire tower, 그런 삶을 살면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엄청나게 큰 세상의 진리나 불변의 진리, 그딴 건 난 잘 모른다. 누군가와 상담을 하고 고민에 대답을 해줄 그런 것도 아니다. 당장 내 삶도 예기치 않은 일들을 만나, 허걱, 당황하고 어쩔 줄 모르고 있다. 누구에게 이래라 저래라, 그렇게 말할 처지가 아니다.

나이를 먹고 나니까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주는 건 잘 하게 되었다. 뭐, 나도 그리 잘 사는 편은 아니라서 이래라 저래라, 아예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대신 술 사다주고, 밥 해주고, 안주 해주고, 그런 건 잘 한다. 20대 때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과 만났고, 30대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요즘은 아주 적은 사람들을 만난다. 다들 속상하고 뭔가 잘 안 풀려서 답답해하는 사람들이기는 한데, 나는 그냥 들어주기만 한다. 여행 갈 때면 운전만.

아주 먼 데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주변에는 가난한 사람이 없게 하자, 이럴 주제도, 형편도 아니다. 그렇지만 내 주변에 우울증은 없게 하자, 이런 작은 소망 같은 게 있다. 30대 초반에는 나도 삶이 아주 힘들었다. '명랑'을 모토로 살아간 뒤, 우울증과는 좀 거리가 먼 삶이 되었다. 유머 넘치는, 그런 건 아니다. 그래도 억지로 우스개 소리도 좀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정도는 가지고 산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삶이 아주 힘들다. 먹고 살기 어렵고, 뭔가 잘 안 풀린다. 문재인 정권 이후로 부쩍 힘들어하는 활동가들이 많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가끔 밥 먹고, 술 마시고, 시간 여유 되면 여행 같이 가고. 그런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별 이유는 없다. 최씨 부자처럼 주변에 가난한 사람이 없게 하라, 뭐 그런 건 못해도, 일상 생활의 내 주변에 우울증은 없게 하자, 그 정도는 좀 해볼려고 한다.

20대에는 나도 진리로 세상을 밝힌다, 그런 말을 믿었던 것 같다. 그런 걸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은 40대 중반에 알 게 된 것 같다. 진리는 모른다, 진심만 안다. 그렇지만 그 진심이 자기를 피곤하게 하고, 남들을 무겁게 만든다. 이제는 진리도 잘 모르겠고, 진심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서로 웃고 지내면서 사는 삶이 어떤 건지는 좀 알 것 같다. 그런 거라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장공성만골고라는 말이 있다. 한 명의 장수가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서는 만 개의 해골이 뒹군다는 얘기다. 아이 무셔라! 나도 그런 세계에서 살았다. 염병, 지금 와서 돌아보니, 지 살기 위해서 남들을 돌아볼 줄 모르는 미성숙들이다. 예전에 아주 이름 높은 종교계의 지도자들하고 몇 년간 일을 같이 하던 적이 있었다. 그 양반들에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수 십년씩 면벽 수도 하고, 에 또 뭐 그런 전설들을 잔뜩 달고 살던 양반들을 가까이에서 보니까, 대부분 애정 결핍증들이시라. 잠시만 연락 안 하고, 눈에 안 보이면 안절부절이신. 많은 사람들의 삶과 영혼을 살피시다보니 정작 본인들은 극도로 심한 애정결핍증들이신.

성숙이라는 게 뭔가 싶다. 주변에 우울증 걸리지 않게 조금씩 살피고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이런 삶이 멋진 건 아니고, 티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살아봐야 잘 살았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인간이라면, 그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런 건 큰 돈이 들어가는 일도 아니다. 엄청나게 비싼 데에 가거나, 죽어라고 상다리가 휘도록 음식을 해야만 서로 즐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딱 하나의 조건만 만족시키면 컵라면 하나 먹으면서도 서로 즐거울 수 있다. 얘가 나에게 뭔가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 그런 마음만 없애면 서로 편해지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 이루고 나면 다음 목표, 그 다음 목표, 그리고 진짜 하고 싶었던 거, 멈출 줄을 모른다. 박원순 보면서 그런 생각이 좀 들었다. 아주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았다. 그렇게 멈춰 서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살았으면 아마 더 멀리 갔을지도 모르겠다. 좀 미안한 얘기지만, 끝없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과도한 노력도 결국은 감옥을 만드는 것 같다. 비워야 보인다고들 말하지만, 개인을 위해서건 사회를 위해서건, 달리기만 하고 비울 줄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들 눈에 주변에 마음이 춥고 아픈 사람들이 보이겠는가? 삶은 너무 기능적인 것이 아니다. 예수님이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괜히 그런 말을 했겠는가? 몇몇 목사들 입에서 나오는 증오의 말들, 아주 혐오 지대루다.

나라고 뭐 별 다르겠는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지난 몇 년간, 정치를 하라거나 행정을 하라거나,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뭔가 하라는 얘기들을 했다. 그냥 웃기만 했다. "지금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내가 답 대신 했던 말이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둘째가 더 이상 폐렴으로 입원하지 않게 된 첫 번째 봄 이후로, 내 삶에 근심이 사라졌다. 뭐, 속상한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아기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는 거랑 비교하면 그런 건 고생 축에도 안 든다.

큰 등대나 겁나게 울트라 모던한 네비게이션 같은 건 나 말고도 할 사람 많다. 여의도의 선술집에서 소주 한 잔 마시다 보면, 세상 구할 사람들이 그 작은 술집에도 아주 차고 넘친다. 그들의 열의만 다 모아도 통일은 벌써 몇 번이 되고도 남았을 것 같다. 학회나 심포지엄 가면 세상의 모든 학문은 다 거기서 해결될 것 같다. 위대하신 석학들께서 불철주야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학문을 갈고 닦으시는데, 나까지 숟가락 하나 얹을 건 아닌 것 같다. 몇 년 전에 한 대학에서 자리를 마련해준다고 한 적이 있었다. 안 갔다. 집에서 너무 멀다. 40대까지는 제자가 없는 게 좀 허전하기도 했는데, 그 이후로는 그런 마음도 사라졌다. 한국에 스승은 차고도 넘치는데, 나까지 스승을 한다고 해봐야 세상의 혼돈만 더 늘일 것 같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열심히 준비해서 책을 쓰면 된다. 가끔 그래도 그런 얘기를 직접 행정으로 구현하거나 방송에서 널리 알리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마운 말이기는 한데, 그렇게 넓게 알린다고 해서 세상이 그만큼 빨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욕심일 뿐이다.

인류학에서 노마드에 대해서 볼 때는 참 재밌게 봤었다. 그게 들레쥬 손에 들어가서 다시 나왔을 때, 난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감성이 나와는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한 군데에 정착해서, 오고가는 사람들 국밥이나 한 그릇씩 말아주는, 그런 삶이 더 감성에 잘 맞는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난 더 농경적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것도 더 극단적으로 움직임을 줄여서, 등대처럼 아예 붙박이로, 그렇게 살아갈까 싶다.

그래서 언젠가 나이를 좀 더 처먹고, 스스로를 돌아볼 때 작은 등대처럼 살게 되었다고 느껴지면, 그 때는 그 제목으로 에세이집 한 권쯤 쓰고 싶다. 주변에 우울증 환자 가득한 삶을 살면, 공부고 연구고, 그게 다 뭔 소용인겨? 아부꾼들만 잔뜩 옆에 늘어서 있는 삶, 그런 걸 하려고 운동을 시작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후기 자본주의를 넘어서 말기 자본주의로 간다. 우울증 치료약을 몇 년째 먹던 사람들이 계속 자살을 한다. 글로벌 제약 회사의 음모나 국가 돌봄 시스템의 미비를 탓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이게 약 먹고 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멀리, 넓게도 아니다. 그저 내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아주 작게, 불을 비추는 등대 같은 삶을 살아갈까 한다. 주위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힘든 데도 자기만 달려나가는 삶, 그런 건 재미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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