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단상'에 해당되는 글 316건

  1. 2024.04.19 4.19와 한국 보수
  2. 2024.04.15 친환경 면도기..
  3. 2024.04.11 22대 총선 단상.. 25
  4. 2024.03.26 자살 얘기.. 1
  5. 2024.03.24 스토리 방식 2
  6. 2024.02.16 애도, 최영일 1
  7. 2024.02.04 녹색정의당.. 2
  8. 2023.10.27 저출생 책, 서문 끝내고.. 17
  9. 2023.10.17 5학년 어린이의 예민함.. 30
  10. 2023.10.16 어린이들과의 시간..

4.19다.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의 일이라서, 기억에 남는 건 없다. 유신 시절에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학교에서 국민교육헌장 외우라고 난리를 쳐서 괴로워하던 기억만 있다. 4.19는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전두환 시절이었다. 역시 4.19를 배운 적은 없다. 그냥 책에서 읽었을 뿐이다. 

4.19에 대한 유일한 기억은 어머니에게 들은 얘기가 거의 전부다. 시내에 있던 학교를 나온 어머니는 다친 남학생들이 반으로 뛰어들어왔고, 숨겨주었던 적이 있다고 얘기하셨다. 나는 그렇게 했던 것을 어머님이 자랑스럽게 생각하신다는 정도로만 이해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평생 보수로 살아가셨다. 박정희가 죽던 날, 아침에 라디오를 들으시면서 우셨던 것도 기억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다. 이승만에 대한 복원 시도는 21세기에 본격화되었고, 노무현 시절 뉴라이트가 야당 역할하면서 이승만과 건국을 대대적으로 찬양하기 시작하는 것도 보았다. 

서사로 보면 나라를 만든 위대한 영웅이 사람들 그것도 고등학생들에 의해서 밀려 내려가게 된 얘기다. 중간의 수많은 얘기들은 이미 신화처럼 되었고, 해석의 영역이다. 농지개혁을 이승만이 했느냐, 아니면 그의 정적이었던 조봉암이 했느냐, 해석의 여지가 있는 얘기다. 당연히 조봉암이 한 거지만, 그 조봉암을 과감하게 농림부 장관으로 앉힌 건 누구냐? 복합적이다. 

그런 중첩적인 얘기를 빼고 큰 서사만 보면, 이승만에게는 첫 번째 대통령이었다는 것과 4.19로 하야했다는 두 가지 사실만 남는다. 이승만의 실패와 성공, 이것도 결국 어느 지점을 보느냐의 얘기다. 모든 스토리는 시작과 끝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 이걸로 해피 앤딩이 될 수도 있고, 새드 엔딩이 될 수도 있다. 스토리 구조를 어떻게 잡느냐의 문제다. 

모든 한국의 보수가 이승만을 다 좋아하느냐,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 헌법에도 들어간 4.19가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봤다. 4.19를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건으로 생각하는 보수는 존재할 수 없느냐,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4.19를 중요한 사건으로 생각하는 한국 보수,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승만이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하는 보수는 아마도 지금보다 더 강력하고 강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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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브라운 전기 면도기 선물 받은 게 있어서 한동안 전기 면도기를 쓴 적이 있었다. 이사 오면서 잘 못 챙겨서, 그 뒤로는 안 썼다. 너무 요즘 면도 가끔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면도기를 새로 샀다. 비싼 건 아니고, 엔트리급만 살짝 넘은. 

면도기 관리가 어렵다. 마케팅 교과서에 면도기 사례는, 대표적으로 본체는 싸고, 소모품이 비싼 물건으로 나온다. 면도날이 진짜 상품이고, 면도기는 면도날을 팔기 위한 일종이 미끼 상품 같은 것으로. 나중에는 1회용 면도기를 박스로 사서, 그냥 그렇게 썼다. 비용으로는 사실 그렇게 하는 게 제일 싸기는 한데, 그게 환경에 적합한 방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뭐, 꼭 그런 생각 때문에 전기 면도기를 산 것은 아니다. 

면도기는 늘 관리가 어렵다. 정말 오랜만에 최신 기기를 썼더니, 수돗물에 그냥 헹구고 말리면 되는 거라서.. 우와. 예전에 솔로 털어내라고 하는 걸 쓴 적이 있었는데, 깊은 데 들어간 걸 청소한다고 날을 분해했다가, 다시는 제대로 조립하지 못해서, 비싼 걸 말아먹은 적이 있었다. 이건 생각보다 깨끗하게 청소가 된다. 몇 년 지나면 날만 교체하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영구적이기는 한데, 밧데리 수명이 있어서 사실 그렇게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사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면도기의 친환경 인증, 이런 것에 대해서 잠시 고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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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석이 안 되어서,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그래도 그런 수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기지는 않았다. 1987년에 개헌하고, 이제는 이것저것 손볼 게 많아진 헌법이 당분간은 계속 가겠다. 아울러 윤석열도 임기는 마저 채우게 되었다. 

2. 추미애가 극적으로 살아 돌아오면서, 국회의장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개인적으로는 조국신당에서 12번을 받은 서왕진이 어떻게 될까, 관심을 가지고 봤다. 9번에서 끝났다. 그에게 위로를!

4. 한동훈의 정치가 총선 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었다. 사실 개헌선 막은 것만으로도 나름 역할을 한 건데, 그렇게 봐주는 분위기는 아닐 것 같다. 나경원, 안철수, 이렇게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 한동훈 설치는 걸 그냥 보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게 왜 그렇게 개싸움을 하던지.

5.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변화가 궁금하기는 한데, 워낙 미스터리한 인간이라서, 감이 잘 안 온다. 사실상 불신임을 받은 셈인데, 그렇다고 그게 제도적으로 규정된 게 아니니까, 정치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는데. 글쎄올시다. 일단 용산부터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하면서, 변하겠다는 신호를 보여야 하겠지만. 그런 건 해본 적이 없으니. 

6. 2004년 원내 진출했던 정의당이 다시 원외정당이 되었다. 마음이 너무 무겁다. 백기완 이후로 몇 번을 제외하면 대부분 이쪽 그룹에게 투표했다. 돌고돌아, 다시 제자리다.

7. 녹색당은 이번에도 꽝이다. 그래도 성과 없으면 당을 해산해야 하는 규정이 위헌 판정 나면서, 당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정도로 감사해야 할까? 이번 생은 녹색당 평당원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앞으로는 생태에 대한 얘기를 좀 더 많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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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얘기, 그것도 부모의 시선으로 자식의 자살 얘기를 하나 쓰기로 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컴 앞에 앉았는데, 그 얘기를 처음 접했을 때의 놀라움 그리고 그 부모와 가장 마지막에 했던 통화, 이런 게 다시 생각이 났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밥 먹고 하자… 밥통에 밥이 없다.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을까, 잠시 생각해봤는데, 이렇게 갑자기 밥 먹을 사람은 없다. 그냥 혼자 나가서 밥 먹고 왔다. 

자살이나 죽음 얘기를 다룰 때면, 아무래도 감정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별 방법은 없고, 맛있는 걸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그렇게 신경을 분산시키면서 버틴다. 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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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부터는 청소년용 경제 책 한 권을 쓰기 시작할 생각이다. 좀 뒤로 밀려온 책이기는 한데, 어쨌든 쓰기 시작하는 걸 올해를 넘기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건 확정된 것이고.

기왕에 10대용 책을 준비하면서 톤을 한 번 잡으면, 10대용 생태책을 좀 각을 잡고 한 번 써 볼 생각이 들었다. ‘생태요괴전’이라는 제목으로 예전에 청소년용 생태경제학 책을 쓴 적이 있기는 하다. 그때는 생태경제학이 주요 주제였다. 

환경을 생각하는 주체라는 관점으로, 10대들에게 환경 얘기를 전면적으로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환경 의식이 지체되어 있는가, 왜 우리에게 전면적인 환경의 시대는 오지 않았는가, 그런 질문들을 좀 던져보고 싶어졌다 

최근에 내가 스토리의 중요성을 좀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념을 만들거나, 개념을 설명하고.. 그런 concept 위주의 글쓰기를 오래 했던 것 같다. 어른들이 보는 책이라서 더 그랬던 것일 수도 있고, 개념 위주로 생각하는 게 내 생각 방식이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10대들에 대한 책이라면 접근을 좀 전혀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에피소드나 꽁트 같은 것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 텔링이라고 하는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개념에서 개념으로 넘어가는 서술 방식이 보이는 한계를 그렇게 스토리 방식으로 좀 더 극복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에서는 말이다. 

개념으로 시작해서 개념을 설명하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서술 방식이 나에게는 익숙하다. 그렇지만 그건 사회과학을 그 자체로 받아주는 사회과학 독자들이 광범위하게 있을 때 유효한 것 같다. 한국은 더 이상 그런 시기가 아니다. 어쨌든 새로운 시도를 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익숙한 방식과 스타일을 이제 좀 바꾸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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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일이 결국 눈을 감았다. 어렵던 시절, 같이 위로하면서 보냈던 적이 있었다. 참 재주가 많은 사람인데, 아직 재주를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상암동에서 같이 소주 마시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립기도 했었다. 쓰러지기 얼마 전, 오토바이 사고 난 얘기를 했던 게 생각난다. 난 그가 늘 안스러웠다. 너무 바쁘게, 너무 힘들게 살았다. 

친구 한 명이 또 눈을 감았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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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녹색당 당원이다. 정치적으로는 큰 의미는 없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입장을 정할 때에는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사안에서, 그냥 소수파로 살아간다. 

정의당과 녹색당이 선거 연합 정당을 만들면서, 녹색정의당이 생겨났다. 나도 자동적으로 여기 당원이 되었다. 어차피 신경 쓰는 사람 거의 없는 두 정당이 합친다고 무슨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작은 사건은 사건이다. 

나는 종로구에 산다. 총선에서 안 찍을 사람은 진작 정해두었는데. 누굴 찍을 지는 모른다. 사실 녹색당은 나온 적이 없어서, 찍을 기회가 없었다. 정의당 구의원들은 가끔 나왔다. 나오면 찍어는 주는데, 의미 있는 표를 얻었던 것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에 민주노동당 시절에는 이재영이 부탁을 해서 당원을 했던 적이 있었다. 두 개의 당적을 가졌었다. 분당하면서 당적이 사라졌다. 그러다가 녹색당과 정의당이 선거연합 정당을 만들면서, 일시적이지만, 어쨌든 나도 정의당의 당적도 가지게 된 셈이다. 사실 당원이라고 해도 하는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 역시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잠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녹색당 당원이 되면서, 내 삶은 주류와는 아무 상관 없는 그런 삶이 되었다. 그건 정의당 당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1 세기가 가까워지면서 YS가 녹색 비전을 선포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에 미래는 환경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런 21세기가 전개되지는 않았다. 녹색은 한국에서 여전히 소수파 중의 소수파고, 환경은 여전히 장식품이다. 

예전에 노회찬과 진중권 여기에 유시민까지 같이 팟캐스트 했던 시절이 문득 기억났다. 그 시절만 해도 정의당의 인기가 지금 같지는 않았다. 

녹색당 당원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뭔 없을까, 잠시 생각을 해봤다. 적절한 기회가 되면, 유튜브 정도는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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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문제 책 서문을 끝냈다. 원래는 서문 없이 바로 1장으로 들어가는 구조로 하려고 했었는데,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일본 드라마 <콰르텟>을 최근에 봤는데, 뭔가 좀 느껴지는 게 있었다. 저출산 문제가 지금 상황은 우리가 더 심각한데,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좀 고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원래 계획에 없던 서문을 나중에 추가하게 되었다. 하여간 나도,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올해는 집에 일이 많았다. 특히 우리 집 어린이들이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둘째가 혼자 학교 왔다갔다 하고, 좀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가을에 경제와 인권 대중강연 같은 것도 할 생각이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둘째를 작년보다 올해 훨씬 많이 보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훨씬 많이 친해졌다. 학교에서 오면 마루에서 같이 뒹굴뒹굴, 나는 음악 듣고, 둘째는 내 옆에서 뭉개고 있다. 살면서 아들하고 이렇게 지낼 시간이 얼마나 있겠나 싶다.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데도, 맨날 힘들다. 능력의 한계치가 이만큼이 아닐까 싶다. 그냥 혼자 생각해보면, 10년 된 모닝 타고도 하나도 불편함을 못 느끼는 게 나의 유일한 경쟁력이 아닐까 한다. 덜 쓰고, 덜 먹고도 잘 버틸 수 있다. 그래도 맨날 도니가 없다. 아이들 키우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뭉텅이로 나간다. 그냥, 식당 가던 걸 줄였다. 카페는 언제 마지막 갔는지, 이제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하다. 한참 더울 때 어린이들이 빙수 먹고 싶다고 해서, 카페에 갔었는데.. 자주 가던 데는 코로나 때 문 닫았고, 옆에 있는데 갔더니 빙수가 없었다. 망. 어린이들이 커갈수록, 내가 쓰는 돈은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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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는 엄살도 없고, 꾀병도 없다. 일요일날 시름시름하더니 오늘 학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을 혼자 많이 했다. 열은 없다. 

아침에 학교 갈지 말지 고민을 하다가,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힘들면 보건실에서 쉬라고 했다. 오는 것도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오후에는 방송이 있었다. 

집에 오니까 둘째가 나 보고 울기 시작했다. 길에서 그냥 걸어가다가 넘어졌는데,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났다. 그렇게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뭐가 서러웠던지 나 보자마다 닭똥 같은 눈물을. 얼마 전에 집에 손님이 오면서 이것저것 사온 것 중에 젤리를 꺼내줬다. 

그리고는 내가 지쳐서 잤다. 애들 볼 때에는 주중보다 주말이 훨씬 힘들다. 잠결에 큰 애한테 분리 수거하고 음식물 쓰레기 좀 치워달라고 했다. 그게 주로 밀린 거였는데, 나중에 깨서 보니까 마루의 쓰레기통도 비워놓았다. 이게 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비상금으로 5천 원 줬다. 요즘 먹고 싶은 게 많았는데, 사먹어도 되냐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요즘은 큰 애도 민감하고 둘째도 민감하다. 어렸을 때 심통내거나 삐지는 것하고는 좀 양상이 다르다. 예전에 읽은 육아책에서 개구쟁이들이 사실은 상처 잘 받는 스타일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우리 집 어린이들이 따 그렇다. 아마 자신의 자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서가 좀 더 복합적이 되고, 상처도 잘 받는다. 그렇게 자라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 어린이들의 변화를 보고, 내가 만나는 수많은 50대들을 보면, 좀 비슷하 데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50대들도 초등학교 5학년만큼 예민하다. 술자리 한 번 정도가 아니라 한 마디로 “다시는 안 봐”, 이런 반응이 나오기 쉽다. 몸은 늙어가고, 변한 상황에 대한 정서는 아직 자리잡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몸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이걸 받아들이고, 새로운 루틴을 만들만큼의 새로운 생각은 아직 자리 잡지 않은. 

큰 애는 키가 많이 컸고, 조금 있으면 자기 엄마보다 커진다. 그래도 마음은 아직 어린이다. 동생만 주고 자기는 안 주면 바로 삐진다. 그 사이의 불균형이 지금 내가 보는 복합성을 만드는 거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실 인간의 나이에서 가장 안정적인 것은 40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노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고, 10대부터 키워온 생각의 알고리즘은 이제 절정을 향하고 있다. 50대가 되면 그걸 버려야 하고,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안정적인 소프트웨어와 아직은 버텨주는 하드웨어, 그게 40대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직 번치앟고, 새로운 일을 거침 없이 시작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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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라디오에서 고정 부탁이 왔는데, 어렵다고 했다. 원래는 올해 가을이면 둘째가 혼자 다닐 정도가 되어서 조금씩 돌아다녀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래저래 사건사고들이 생기면서, 그건 좀 어렵게 되었다. 아마 내년 상반기까지는 둘째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매주는 아니지만, 일요일 오후에 우리 집 어린이들 데리고 수영장에 간다. 아직 수영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오늘도 갔는데, 큰 애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못 갔다. 큰 애는 어려서부터 엄살은 없다. 아프면 진짜 아프다. 내일 학교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아파서 학교 못 간 적은 거의 없는 애다. 

내일은 라디오 방송이 있다. 큰 애가 학교에 못 가면 그냥 데리고 갈까, 잠깐 생각을 했는데, 이제 곧 6학년이다. 두 시간 정도, 집에 혼자 있으면 더 좋아할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에 방송에 가야하면 데리고 간 적도 몇 번 있었다. 이제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둘째 세 살 때부터 육아를 시작했는데, 첫 해가 가장 힘들었고, 올해가 그 다음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올 가을에 둘째는 입원은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 같다. 한 달쯤 전에 응급실에 가기는 했는데, 병원이 파업이라서 입원은 못했다. 입원하는 대신, 응급실에서 이것저것 주사를 맞고, 그렇게 넘어갔다. 

그래도 우리 집 어린이들하고 있으면 웃는 시간이 훨씬 많다. 세상에서 내가 별로 웃기지 않는 얘기를 해도 떼굴떼굴 구르면서 웃어주는 건, 우리 집 어린이들 밖에 없다. 어린이들 그리고 아이들 친구들하고 얘기를 하다가, 어른들하고 얘기를 하면.. 서울에 사는 엘리트 남성들이 기본적을는 말을 너무 막 한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우리 집 어린이들이 그런 식으로 남 흉보고, 자기 맘대로 아무 얘기나 막 하면 벌써 혼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예전에는 그런 거 잘 못 느꼈는데, 어린이들과 몇 년을 보내다 보니까, 이제 그런 게 좀 눈에 들어옥 시작한다. 나도 아마 저랬겠지 ㅠㅠ.. 

어쨌든 어린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이제 거의 끝나간다. 우리 집 어린이들의 어린이 시절도 영원히 계속되는 건 아니고. 그 시간이 끝나면, 어디로 돌아갈지, 뭘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사실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래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살던 데로 살고 싶지는 않다. 뭘 할지는 이제 조금씩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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