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에세이 수정 중이다. 앞부분을 불편하게 생각하거나, 재미 없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앞부분을 가능한 한 슬림하게 만드는 중이다. 

눈물을 머금고 1장 끝에 나오는 ‘빨간색 아반떼’ 절 하나를 통으로 들어냈다. 프랑스 공산당 얘기와 로베르 위가 거기 들어가 있고, 박현채와 정운영 얘기도 거기 있었다. 로베르 위 얘기는 재밌기는 한데, 한국에서는 익숙한 얘기도 아니고, 좀 슬픈 얘기이기도 하다. 내 책 인생에서 한 번쯤은 박현채 선생과 정운영 선생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었는데, 여기가 딱 그 자리라고 생각했다. 

자리는 거기가 맞기는 한데, 좌파 얘기도 버거운데, 박현채는 또 누구고, 정운영은 또 누구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빼기로 했다. 

벽에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다. 그래도 벽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는 마음으로, 벽에 대해 얘기할 때에는 정말 최소한의 얘기만을.. 

그렇게 책으로 치면 15페이지 정도를 한 방에 들어냈다. 채식주의 얘기도 거기 들어가 있었는데, 이건 나중에 뒤에서 진짜로 채식주의를 좀 키워서 넣는 걸로. 아 참, 카톨릭과 기독교 얘기도 거기 들어가 있었는데.. 모르겠다. 내가 지금 카톨릭 얘기까지 다룰 처지는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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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에세이는 이전에는 없던 종류의 책이다. 좌파라는 얘기 자체가 희소한 시대가 되어서. 

전체적으로 튜닝 작업을 좀 할 생각인데, 아마 가을에는 나오게 될 것 같다. 쓰기는 즐겁게 썼는데, 막상 책 나올 단계로 접어드니까 겁부터 난다. 누가 이 책을 볼까, 그러면 쉽게 답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팬데믹 상황이라서 해볼 수 있는 게 너무 없다. 그렇다고 큰 출판사라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민고민하다가 이번에는 추천사를 좀 받기로 했다. 좌파 얘기인데, 메인 모티브가 10대다. 

중학교 남녀 학생, 고등학교 남녀 학생 그리고 주부, 그렇게 추천사를 받을 생각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견이 나오면, 원고에도 좀 반영을 하고. 

책 시장 자체가 워낙 어려운 데다가, 좌파 얘기 같은 게 어디 먹힐 구석이 아무리 살펴봐도 한 군데도 없다. 이게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다. 보수와 진보로 구성된 한국 사회에서 좌파라니! 

하여간 나를 낮추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보통 추천사는 좀 더 권위있는 사람에게 뭐라도 한 마디 받아서 권위를 높이려고 할 때 쓴다. 내가 지금 이 시점에 뭔 권위가 있겠나. 앞으로도 10대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쓸 계획이 있어서, 이래저래 학생들 중에서 이 책 추천할 사람이 있으면 그걸로 추천사를 가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게 좌파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대한 얘기가 뭐겠나? 영광스러운 지난 날들에 대한 것을 과감히 잊고,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고민을 하고, 뭐라도 돌파하기 위한 일들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몸부림을 치는 중이다. 그래도 해보지 않은 시도들을 하면서, 그 과정을 나름대로는 즐기려고 한다. 몸을 낮추고 더 낮추고, 그래서 땅바닥에 귀를 대고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내는 소리라도 들으려고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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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에세이, 마지막 순간에 '들어가는 말' 썼다. 원래는 인토로 없이 바로 버나드 쇼 얘기로 들어가면서 시작하는 게 좋았었는데, 다시 한 번 보니까 뭔가 앞에 들어가는 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중2병 아들과 갱년기 엄마의 말다툼을 모티브로 서문 끝냈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감수해야 할 일이기는 한데, 좌파라는 얘기는 공개적으로 안 쓰는 게 편안한 삶을 위해서는 더 좋다는 것. 그냥 무난하고 편안하게 사는 방법들이 많은데, 그렇게 살지 않았다. 꼭 그럴 필요가 있나 싶지만, 뒤돌아서 생각해보니까 그냥 나는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쩌겠나 싶다. 

써놓고 보니까 좌파 얘기는 텍스트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내용을 유튜브나 혹은 라디오 같은 형식으로 얘기하면, 완전 미친 놈 떠드는 소리처럼 보였을 것이다. 별로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렇지만 이게 텍스트 형식이 되고, 예전 얘기와 지금 얘기가 얽혀서 나가면, 머리를 자꾸 자극하게 된다. 딱딱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고, 찬란했던 역사 얘기만 하는 복고풍의 훈고학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신경을 좀 썼다. 

어쨌든 이게 40 번째 책이다. 정세균 책까지 해서 올해 세 번째 책인데, 연내에 한 권 더 나올 계획이다. 젠더 경제학은 좌파 에세이랑 내용이 많이 겹쳐서, 내년으로 좀 사이를 떼는 걸로, 뒤로 미루었다. 

아마 후년 말 정도면 50권이 어느 정도 가시점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거기까지는 일단 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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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서의 좌파 생활'이라고 제목을 정해놓고,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아서 헤매고 있는 중이다. 제목만 써놓고 새벽 세 시부터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제목 지우고 다른 거로 써보고, 그러다 그냥 잤다. 그새 애들하고 수영장도 갔다 오고, 짜장면집도 갔다 왔는데, 새벽 4시에 긴가민가하는 그 상태에서 변한 게 없다. 

원래 제목은 '재미 없는 건 못한다'였다. 그런데 악플 달고 키득키득거리는 사람들 생각하니, 어떤 사람들에게는 남 욕하는 것만큼 재밌는 것도 없는 듯하고.

처음에 감성적으로만 구조를 잡았을 때에는 원래 이 위치쯤에는 1차 세계대전 앞두고 로자 룩셈부르크가 군인들에게 맞아죽는 얘기를 쓸까 했었다. 그런데 결국 빼기로 했다. 맞아죽고, 도끼맞아 죽고, 총 맞아 죽은 사람들, 좌파 얘기에는 그런 얘기들이 너무 많다. 나는 전쟁하지 말자고 말했다가 길거리에서 맞아 죽은 로자 룩셈부르크 얘기가 너무 충격적이었고, 그 인상이 오래 갔다. 그런데 지금의 20대에게도 그 얘기가 뭐 느끼게 하는 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평화에 대해서 엄청 강조하는 책이 될 것도 아니라서, 논리적으로 딱 그 얘기가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쉬운 얘기를 쓰는 게 더 어렵고, 오히려 논리적으로 잘 구성된 얘기는 오히려 쉽다. 그리고 맨 땅에 헤딩하는 건, 그냥 죽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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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선수의 숏컷에 대해서 페미니즘이라고 막 뭐라고 하는 걸 보면서, 이건 좀 이념 과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남이사.. 
숏컷 원조는 오드리 햅번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햅번룩이 세상을 휩쓸던 시절이. 배우 오드리 또뜨처럼 그 시절에 태어난 많은 여자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기꺼이 오드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던. 
운동 선수의 헤어 스타일까지 뭐라고 하는 건, 좀 나가도 너무 나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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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거든 어떤 종류의 의식이나 추도식도 없이 최대한 빨리, 비용을 들이지 말고 화장해주기 바란다. 재는 바다에 뿌리거나 바다로 흘러갈 작은 시냇물에 뿌리기 바란다. 어떤 종류나 성격의 것이든 나를 회고하거나 나의 이름을 적은 비석·석판·비명·기념물을 언제 어디서나 세우지 말기 바란다. 사망기사·회고록·초상화·전기·편지들은 인쇄되거나 발간되지 않기를 바라며 또 복사해서 유통시키지 않기 바란다."

1929년 베블런의 유서. 깔끔하다. 그는 살아서 미국경제학회 학회장 자리도 거부했다. "나에게 이 자리가 정말로 필요할 때, 이 자리는 나를 외면하였다."

학위 논문 쓸때 베블런의 글들을 많이 인용하기도 했고, 또 많이 보기도 했다. 베블런의 삶이 나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나도 죽을 때에는 베블런처럼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도록.

그의 유골은 태평양에 뿌려졌지만.. 10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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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다중들은 가부장제의 판을 습곡·침강·절단·붕괴시키는 고도의 실천 전략들을 펼쳐내는 동시에 우리의 욕망과 존재, 인식과 가치라는 다각적 요소들을 수평적 관계망 안에서 유연하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결합·접속·배치시키는 새로운 '조성의 판(plan de consistance)'을 길어 올리면서 새로운 시대를 격발시키는 혁명의 추동체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탈코르셋 선언> 읽는 중인데, 다이어트와 화장 거부 얘기를 하는데 뭔 놈의 글이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20년 전에 흔히 보던 스타일의 글 읽는 것 같다. 보르디외의 아비투스 얘기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이 정도 얘기를 하기 위해서 들레쥬를 이렇게까지 가지고 올 필요가 있나 싶고.. 얼핏얼핏 네그리 용어도 보이는 것 같다. 혁명을 하자는 일종의 선언이기는 한데, 말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먹겠나 싶다. 20세기 후반부에 윤소영 선생하고 과천 연구소, '과대망상 천방지축' 연구소에서 같이 네그리 읽던 시절이 생각난다. 나는 데리다, 들레쥬 혹은 네그리는 20세기에 두고 21세기로 왔다. 가끔 데리다 얘기는 하기는 하지만. 권위에 대한 의존 그것도 정확히 잘 맞지도 않는 개념에 대한 의존이 너무 강한 것 같다. '다중'이라고 하면 듣는 '다중'이 못 알아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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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에세이 4장 설계 – 취미로서의 좌파 생활

정치 / 재미 / 미래

좌파 에세이는 4장으로 구성되고, 3장까지는 각 장마다 다섯 개의 글이 들어간다. 좀 긴 것도 있고, 상대적으로 좀 짧은 것도 있고.

이제 4장을 쓰고 마무리를 지을 순간이 왔다. 4장의 제목은 ‘취미로서의 좌파 생활’로 하려고 한다. 글 쓰기 시작하면서 이건 아주 초기에 결정된 제목이다.

앞의 글들이 덩치가 있는 것들이라서, 4장은 훨씬 더 가볍게 갈 생각이다. 형식적으로도, 5개씩 들어간 앞의 장들과 달리, 3개의 글로 좀 줄일 생각이다.

세 개의 글은 정치/재미/미래, 이 세 개의 주제를 가지고 쓰려고 한다.

나중에 진짜로 쓰기 시작하면서 제목은 바뀔 수 있는데, 일단 뭔가 쓰기 위해서 잡아놓은 제목은..

1. 취미로도 괜찮아

2. 재미 없는 건 참을 수 없다

3. 좌파의 미래를 위하여

요렇게 해놓았다. 사실 이게 내 마음에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너무 인상 쓰고 목숨 거는 것도 이제는 별로다. 그래도 재미가 없으면 안 된다. 어떤 의미로든 재미가 느껴지지 않는 일은 하기가 싫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고, 개인으로서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그게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좌파 에세이, 이제 슬슬 마무리로 들어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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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애들하고 놀아주다 보니까,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인생이라는 게 뭐가 있겠냐. 그냥 나도 마음 가는 데로 살려고 한다.

진짜 간만에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잠시. 내 인생에 베토벤 가장 열심히 듣던 시절이다. 락을 죽어라고 듣던 시절이기도 하고. 뭔지도 모르면서도 아이언 메이든 열심히 들었던 것도 그 시절이기도 하고.

좌파 에세이 쓰면서, 이것저것 여러 사람들 눈초리가 생각이 나는데..

베토벤 듣다가 보니까,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에세이가 그런 거 아니겠냐는 생각이.

서른 살 넘어가면서 베토벤 보다는 슈베르트를 훨씬 많이 들었다. 뭔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중학교 때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듣던 슈베르트 가곡들이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어느 날 진짜 가슴 속에 절절하게 느껴지고는 했던. 베토벤, 딱딱해서 못 듣겠다, 그러던 순간도.

진짜 간만에 베토벤 운명 들으니까, 중학교 2학년 때 생각이 겁나게 났다. 그때는 내가 어떤 인생을 살지, 전혀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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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 시에 커피를 새로 마시는 게 잘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해야 할 것들이 밀려서 별 방법이 없다. 

저녁 때 수영장 갔다오고 보니까 수영모자가 없어졌다. 꼭 뭐 좀 하려면 이렇게 안 도와준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냥 수영장에서 사면 되었는데, 한참 문 닫고 난 다음에 겨우 열고 나서는 그런 게 다 없어졌다. 얄짤 없이 다시 구매, 사는 김에 두 개. 내가 하는 일은 뭔가 좀 엉성하다. 

내 인생도 가만히 돌아다보면 기구할 정도로 뭔가 일이 많다. 그리고 평생 논쟁이 끊기지 않는다. 논쟁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나서는 것도 안 좋아하고. 그렇게 우여곡절의 인생을 살고 나서 사회적으로 맨 마지막에 남을 정체성을 생각해보니까, 그게 좌파인 것 같다. 좌파로 살면 좋아? 냅둬유, 이렇게 살다 죽을랑께. 

그래도 다른 일은 시큰둥, 오늘 하나 내일 하나, 어차피 잘 안 될텐데, 그렇지만.. 좌파에 대한 얘기는 간만에 좀 밤을 샐 만한 동기가 된다. 다른 건 나 아니라도 할 사람 많은데, 이건 나 아니면 누가 하겠나 싶다. 

나를 위해 사는 삶은 별로 보람도 없을 뿐더러 별로 재미도 없다. 내가 날 위해 해봐야 뭘 얼마나 하고, 행복해져봐야 얼마나 행복해지겠나. 작년인가, 누가 한샘 회장을 같이 만나자고 그래서, 별 생각 없다고 그랬다. 돈을 좀 지원받아서 큰 일을 하면 좋겠다고 해서, 큰 일은 무슨 큰 일. 밥이나 먹고 살면 되지. 한샘 팔렸다는 뉴스 들으면서 문득 그 시절 생각이 잠시 났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 내에서 즐겁게 할 수 있으면 그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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