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에세이는 인쇄소로 넘어갔다. 워낙 전례가 없던 책이라서 출판사는 물론 전문가들도 이 책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갈지 예측을 잘 못 하는 것 같다. 시작할 때 제목은 ‘나는 좌파다’로 했는데, 그때 같이 제안된 제목이 ‘슬기로운 좌파 생활’이었다. 그리고 중간에는 ‘좌파 상실의 시대’라는 제목을 달고 주로 작업을 했었다. 

결국 마지막에 <슬기로운 좌파 생활>로 제목이 결정된 것은, 일단 이 제목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부드러워서 좋다고 얘기를 했던. 나이가 많을수록 <나는 좌파다>가 좋다고 했고, 나이가 어릴수록 슬기 쪽이..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중에 본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 너무너무 재밌었다. 두 번째 볼 때, 아버지 병실에서 노트북으로 이어폰 끼고 틈틈이 봤는데.. 몇 주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병원 얘기랑 진짜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부드럽고 벽이 느껴지지 않는 쪽을 결국 선택하게 되었다. 

인쇄 시작하는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까, 맨 앞에 쓴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나를 위해서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파로 살았고, 앞으로도 좌파로 살 건데, 정작 한 평생 “나는 좌판데요”, 이 얘기도 제대로 못해보고 살다가는 죽기 직전에 후회할 것 같았다. 망하는 건 괜찮은데, 후회하는 건 싫다. 그리고 변명을 하게 되는 건 더욱 더 싫다. 망하는 건 괜찮지만, 망하는 게 무서워서 아무 것도 후회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결국 변명만 하게 된다. 

아직도 더 많은 소명을 생각하고, 영광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좌파라고 말하기가 좀 곤란한 것 같다. 이해는 한다. 나는 그런 계획이 없고, 그래서 좌파라고 말해도 괜찮다. 그런데도 안 하면, 정말로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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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에세이는 '슬기로운 좌파 생활'로 최종 제목이 결정되었다. 초기에 제기된 제목이었는데, 나는 좀 묻어가는 것 같아서 반대했었다. 중간에 작업 가설로 쓰던 제목이 10개가 넘었는데, 나중에 나도 받아들였다. 좌파 얘기가 한국에서는 워낙 맥락이 없는 상황이고, 워낙 생경해해서, 그래도 뭐라도 좀 친숙한 것을 출발점으로 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들이 강했다. 

좀 더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글들로 책의 스타일이 이동하는 와중에, 나는 혼자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요즘 누가 좌파 얘기를 해? 내가.. 


제발 이런 얘기 좀 쓰지 말라고 그러는 사람들도 있었다. 싫어요.. 난 이 얘기 하고 싶어요. 
살면서 '좌파'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책 한 권을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기는, 바로 지금.. 
언젠가 극우 청년들과 부딪히는 순간이 올 거라고 '88만원 세대' 쓸 때부터 생각을 했었다. 아마 그게 지금일 것 같다. 

좌파 얘기 하면서 젠더 얘기를 워낙 많이 해서, '젠더 경제학'은 일정상 1년 뒤로 넉넉하게 밀어놨었다. 기왕 그 얘기 하는 김에, 이어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여러 책의 일정 조정들을 하면서, 젠더 경제학은 내년 봄에 작업을 하기로. 이제 인터뷰도 좀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그렇게 할 생각이다. 


좀 중장기로 유럽의 극우파에 대한 책도 한 권 쓸 생각이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극우파들 계보 정리도 좀 하고.. 이건 내가 궁금해서. 


청년 극우의 시대, 좌파라는 얘기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그런 질문들을 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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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에세이는 이제 거의 마지막 작업 중인가 보다. 제목에 수많은 버전들이 있있는데, 디자인 쪽에서 "나는 좌파다"를 강력하게 밀어서, 그렇게 결정이 된. 부제는 마지막 순간까지 좀 더 손을 본다고 하는 것 같다.
그냥 내 삶의 후반부는 좌파로 살아가려고 한다. 영광을 볼 일도 없고, 빛을 볼 일도 없는데, 빚이나 지지 않고 살아가면 그 이상 바랄 것도 없다. 갑자기 나는 벤츠를 타야겠어, 이런 미친 짓만 하지 않으면 빚질 일도 별로 없다. 8년 된 아내의 모닝을 타고 다니는데, 이렇게 살면 돈 들어갈 일이 정말 별로 없다. 강남 가면 엄청 눈치 주기는 하지만, 병원에 가면 모닝이 좀 대접 받는다. 주차하기 편하니까 아저씨들이 지상의 한쪽 구석에 대라고, 약간 편의를 봐준다. 이래저래 강남은 잘 안 가게 된다. 어차피 갈 일 없다.. (강남에서 회의 같은 게 생기면 열 번에 한 번 정도, 정말 피치 못할 경우에만 가게 된다. 그 피치 못 할 경우도 이제 점점 줄어든다..)
그냥 남은 인생은 손가락질 받거나 무시 당하는 좌파로 살아가려고 한다. 그렇게 살아야 죽을 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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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에서 빌빌거리며 별 역할을 못 하던 파워 앰프를 방으로 옮겼다. 지난 여름에 손 본 것들 중 하나. 프리는 맛탱이가 갔는데, 천안까지 가서 고쳐야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직도 손을 못 봤다.

프리는 역시 지난 여름에 대대적으로 손을 본 뮤지컬 피델리티 a3 인티에서 pre out으로 빼서.

뮤피는 2001년에 jbl과 짝을 이루어서 산 정말 초창기 시절에 산 앰프. 지난 번 세검정 집에 살 때에는 방에서 큰 모니터를 따로 세워놓고 영화를 봤었다. 그때 뮤피랑 모니터 오디오 스튜디오 6 스피커랑 짝을 이뤄, 정말 많은 영화들을 봤었다. 결국 오래 되어서 볼륨단이 맛탱이가 갔는데, 이번에 고쳤다.

파워 앰프는 아내랑 결혼하면서, 샀던 거. 우여곡절 끝에 아직도 버리지 않고 껴안고 있는 (그때 산 스피커는 친구한테 보내기로 했고.) 별로 비싼 건 아닌데, 모노로 쓰면 300와트가 나온다. 시간이 오래 되서 이제는 트랜스 흠이 나온다. 앰프 안에서 웅하는 소리가 나오기는 하는데.. 어지간한 스피커의 단점을 힘으로 눌러서, 음 분리만큼은 기가 막히게 만들어준다. 그 맛에 아직도 안 버리고 있는.

이래서 진공관 앰프까지, 이 좁은 공간에 앰프가 두 조, 스피커가 세 조가 되었다. 더 쌓았다가는 싼 맛에 지난 추석에 산 장식장이 무너져 내릴 거다 (위에 꽃병 같은 거 올려서 쓰라고 만든 장식장에 이렇게 무식하게 탑을 쌓아올렸으니 ㅠㅠ.)

이렇게 해놓고 이상은의 2003년 앨범, 신비체험을 틀었다. 문정동 살던 시절에 워낙 많이 들어서, 그야말로 음향 테스트용으로.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믹전혜원이 이상은 같이 보자고 몇 번 했었다. 글쎄.. 막상 만나서 잘 얘기할 자신이 없어서, 다음에.. 그 다음이 이렇게 시간이 많이 갔다. 이 앨범에서는 '비밀의 화원'이 유명해졌지만, 나는 'supersonic;을 훨씬 좋아했다. 어쩌면 인생 음악일지도. 행복해지는 데에는 동전 한 잎 필요 없어..

스피커를 좀 더 모던한 놈으로 사고, 앰프도 좀 더 안정적인 놈으로 바꿀 생각은 있다. 30대에 완성시킨 시스템으로 평생 듣는다는 게 좀 그렇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칸 더 갈려면 돈이 무지막지하게 많이 든다.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단 톨보이는 내년 안에는 바꿀 생각이다. 지금 것도 소리는 잘 나는데, 좀 더 개성 넘치는 넘으로 바꿀 생각은 있다 (동전 여러 닢 필요하다..)

밤에 갑자기 몇 십키로는 족히 나가는 이런 떡대들을 끌고 간 것은, 좌파 에세이에 글 하나를 마지막에 추가하면서 그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 뭔가, 좀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잠시만요.

그냥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최상의 조합을 해놓고, 그런 마음으로 이 마지막 몇 문단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그냥 그런 마음이 문득 들었다. 정화수 떠놓고 아침마다 절 한다는 마음이 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게 무슨 효엄이 있겠냐만은 그냥 최선을 다 한다는 마음 아니겠나 싶다. 나도 그런 마음이다.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닌데, 저녁에 푹 자고 일어났다. 이제 마지막의 마지막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간단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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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좌파 에세이 초고를 열어서 넘버링을 하나 높였다. 버전 11. 부제를 ‘슬기로운 좌파 생활’로 최종 결정하면서, 거기 맞춰 조금씩 손을 볼 생각이다. 이 부제는 원래 출판사 대표가 제목으로 밀었던 건데. 결국 제목은 ‘좌파 상실의 시대’로 결정이 되었고. 

부제가 막판까지 참 여러 개가 있었다. 원래는 10대용 좌파 교양서 같은 책을 생각했었는데, 현실적 벽에 부딪혀, 좀 더 어른스러운 내용으로 가기로 했고. 그게 반영된 제목이 ‘좌파 상실의 시대’다. 한 때 우리도 좌파 전성기를 꿈꿨던 시대가 있었다. 

버전 11 작업이 끝나면, 진짜로 원고는 손을 떠나고, 여기에서 아쉬웠던 10대들에 대한 얘기는 내년 말 정도로 생각하는 10대 경제학으로 넘길 생각이다. 좌파 에세이에서 인공지능 얘기는 좀 했는데, 유전공학 얘기를 비롯한 미래 경제에 대한 얘기는 10대 경제학으로 넘길 생각이다. 

지금 좀 장기 작업으로 해보고 싶은 건 가칭 ‘전세계의 극우파’, 요런 얘기들이다. 스웨덴 얘기는 좌파 에세이에서 조금 다루었는데, 스위스랑 프랑스 얘기는 좀 더 폭넓게 해보고 싶다. 스위스 경제라는 주제로 스위스만 따로 떼어서 책을 한 권 준비할지, 아니면 극우파로 묶어서 좀 더 여러 나라를 다룰지, 아직은 모색 중이다. 

좌파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내 삶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특히 과학기술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주로 IT 계통의 엔지니어들이 많이 쓰는 leftist라는 단어는 나도 잘 모르던 얘기들이었다. 그냥 번역해서 좌파라고 하면 원래의 의미가 전혀 전달이 안 되어서 나는 ‘레프티스트’라고 썼다. copy left 운동을 하는 좌파, 그런 정도의 의미로 볼 수 있다. 

겨울에는 인공지능 공대 교과서도 보고, 분자생물학 교과서도 좀 볼 생각이다. 가볍게 개요만 봐서는 사실 나중에 좀 응용하기가 어렵다. 듬성듬성 보더라도 역시 교과서를 한 번 봐야, 그 위에 뭐가 쌓일 것 같다. 교과서 안 보고 대충대충 이해했다고 넘어가면, 그때는 편한데, 나중에 결국 후회하게 된다. 

이런 책들을 보면서 내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비로소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딱히 머리가 좋거나, 남들보다 엄청난 정의감을 가지고 있거나,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냥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호기심이 좀 더 많은 편이었던 것 같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원래 보기로 한 책을 읽는 경우가 별로 없고, 그냥 이것저것 막 아무 거나 빌려서 쌓아놓고 막 넘기는 스타일이었다. 그냥 차분히 앉아서 궁금한 거 찾아보는 거,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의 삶이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문재인 정권 동안에 내가 잃어버린 것은 호기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눈치 보느라고, 그냥 크게 티 나는 일 안 하고, 조용히 지내다 보니까, 호기심도 그냥 같이 쉬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새로 배우거나 새롭게 시도한 게 없다. 애들 태어나고 나서 치워두었던 진공관 앰프랑 CD 플레이어 다시 꺼내서 설치한 게 내가 새롭게 한 거의 유일한 일이다. 사실 그건 새로 한 건 아니다. 결혼하기 전에 내가 만들었던 시스템을 그냥 다시 손질해서 재가동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문재인 정권에서 내가 새롭게 한 일은 거의 없고, 예전에 이미 했던 생각들을 다시 정리하거나 정돈한 것 밖에 없다. 창고에서 뭔가 꺼내서 수선하는 일 외에는 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인생을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어서 그렇다. 그렇다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서 뭔가 삐가번쩍한 일을 도모하는 것, 이런 것도 내 스타일 아니다. 난 좀 더 호기심 많고, 모르는 것들을 살펴보는 걸 좋아한다.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 

그냥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문재인 정권에서 내가 결정한 것은 딱 두 개다. 사실 뭐가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공직은 안 한다는 거, 그리고 남은 인생은 좌파로 살아가겠다는 거, 요거 딱 두 개다. 두 개 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 결정이기는 한데, 그게 가장 내 마음이 편하다. 지금까지 날 위해서 살아오지도 못 했고, 날 위해서 뭘 한 적도 거의 없다. 그냥 아주 조금은, 나를 위해서 살기로 했다. 

뭐 대단한 건 아니다. 오랫동안 껴안고 살았던 와트퍼피 복각 스피커는 베란다에 방치되어 있었더니 한 쪽 트위터가 삭았다. 나에게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은 일은, 결혼할 때 샀던 이 복각 와트퍼피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삶이었다. 10년 넘게, 힘들거나 어려울 때나, 그 생각만 하면서 살았다. 고칠까 말까, 지난 여름 내내 그 생각만 했는데, 결국 친구가 자기가 고쳐서 쓰겠다고 해서, 그렇게 주기로 했다. 와트퍼피 살리는 일이 내 인생에서 빠지고 나니까, 정말로 뭐가 목표가 되어야 할지, 아무 생각 안 나는 그런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이 좀 지나서 사는 게 좀 더 넉넉해지면 지금 쓰는 것보다는 좀 더 모던한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 두 조를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좀 괜찮은 앰프도 하나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서야 한결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제일 처음 집어든 책이 인공지능에 관한 책이었다. 인공지능 책 보면서 자율주행 관련된 책도 좀 보고, 기왕 읽는 김에 분자생물학에 관한 책들도 좀 읽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조금은 느낌이 오는 것 같다. 

공직을 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나게 앞으로 나서서 이거 하자, 저거 하자,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 그렇다고 뒷짐 지고 앉아서 논평하는 스타일로 살아갈 생각은 더더욱 없다. 논평이 나쁘거나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는 한데, 나는 뭔가 만들어내는 형태의 삶이 훨씬 더 보람 있고, 재밌다. 그건 아주 오래 전에 내 삶에 대해서 내가 내린 선택이다. 

아주 오랫동안 미루어 두었던 이승만 얘기도 내년에는 시작하는 계기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당인리> 하던 중간에 생겨난 얘기인데, 부산 중심으로 펼쳐질 얘기다. 딱 준비하려고 하는데, 바로 코로나 터지면서 부산에 제대로 가 볼 수가 없었다. 그냥 나의 로망이다. 이승민 얘기하다 보면 그의 정적이었던 조봉암도 나올 공간이 있을 것 같다. 조봉암 얘기는 지금 사람들이 보는 것과는 좀 다른 각도에서 나도 살펴보고 싶다. 

나머지는 대체적으로 내릴 결정들은 요 며칠 동안 거의 다 내렸는데, 아직도 마음을 못 먹은 것은 이번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이건 아직 결정을 못 했다. 그냥 이재명 찍을지, 아니면 그래도 살아온 시간의 정을 생각해서 심상정 찍을지, 이 결정이 쉽지 않다. 이게 논리만으로는 설명되지가 않고, 정서적인 것도 많은 것 같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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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에세이, 에필로그도 새로 썼다. 여름에 끝날 줄 알았던 일이 결국 10월 들어와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어지간해서는 책 쓰면서 힘들었던 얘기는 잘 안 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핵핵..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쓰면서 원고 돌리다 보니까, 좌파라는 얘기가 아무도 안 좋아하는 얘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반응이 영.. 이런 걸 뭐하러 쓰느냐, 이런 얘기가 기반이다. 이래저래 내 얘기는 중간에 많이 날렸는데, 그래도 여기저기 맥락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다 보니까 총분량은 늘어났다. 

인기가 있는 주제는 원고를 미리 돌려보면, 자기한테 재미가 있던 부분 중심으로 얘기들을 한다. 그런데 인기가 없는 주제는 재미가 없는 부분 중심으로 얘기를 한다. 하나만 재밌어도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과 하나만 재미가 없어도 재미가 없다고 하는 것, 기본적으로는 주제가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에 달린 문제다. 팔리는 것은 또 그것과는 크게 상관은 없고. 

좌파는 인기가 없는 정도를 넘어서, 보고 싶지 않은 대표적인 주제인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렇다. 그래도 꼭 쓰고 싶어진 것은, 나는 이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불행의 시작이다. 그렇다고 편한 길만 갈 수는 없고. 

나이를 먹으니까, 이제 좀 귀찮고 힘든 것도 잘 피해가지 않게 된다. 재밌고 인기 있는 주제 몇 개 더 잡아서 책 몇 권을 쓴다고 해서, 그게 내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 지금 와서 빅히트 책을 쓴다고 해서 더 영광스럽지도 않고, 그게 꼭 필요하지도 않다. 인기는 잠시 있다가 가는 것이다. 하고 싶은 얘기 혹은 꼭 필요한 얘기를 하기에도 남은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도 후회, 저래도 후회, 그럴 거면 곤란한 주제라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걸 다루는 게 나을 것 같은. 

몇 주 전에 에필로그는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로 제목을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쓰기 전에 찾아보니까 장석준이 그 제목으로 벌써 몇 년 전에 책을 냈다. 그리고 망.. 사람 생각하는 게 더 거기서 거기다. 그래도 조금 버전을 바꾸어서 AI 버전으로 에필로그를 썼다. 이래도 망, 저래도 망이면, 그래도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낫겠다 싶은. 

뒷부분의 절 제목 하나가 ‘조선의 마지막 빨갱이’다. 몇 년 전부터 그런 별명이 생겼다. 뒤에서야 어떻게 얘기할지 몰라도 공식적으로 좌파라고 하는 사람이 워낙 없다보니, 그런 별명이 다.. 개인적 삶에서는 별로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것도 다 운명이겠거니 하고 살아간다. 

아마 나의 나머지 삶은 완전히 좌파로 살아가게 될 것 같다. 사회 한 쪽 구석에 고립되고 처박힌다는 얘기이기는 한데, 딱히 뭔가 하고 싶은 것도 없으니, 그렇게 아무도 쳐다보지 않은 깃발을 들고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나 같은 삶이 이런 때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냥 좌표를 지키고 있는 것 같은 삶, 나는 그런 걸 참고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하여간 별의별 일이 다 있었다. 중간에 둘째가 입원을 하기도 하고. 좌파 얘기를 하다보니 중압감이 너무 강해서 10년 넘게 처박아 두었던 오디오를 꺼냈다. 고칠 거 고치고, 손 볼 거 손 보고.. 한 여름에 앰프 들고 용산 왔다갔다 하면서 생노동을 했다. 그만큼 이게 정신적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걸 전부 술 마시면서 버티려고 하면, 몸이 먼저 뒤질 것 같고.. 무슨 엄청난 얘기 하는 것도 아닌데, 정신적으로 너무 중압감을 느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약 빠는 심정이 뭔지 좀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고. 

겨울까지는 밀린 일들 처리할 게 너무 많다. 좌파 에세이 쓴다고 전부 뒤로 밀려서, 큰 작업들 몇 개가 있는 데도 겨울까지 왔다. 내년 초에는 도서관 경제학 작업에 드디어 들어간다. 겨울에 필라델피아 갔다오는 정도라도 처리했으면 한다. 

계획을 세우면 뭘 하나, 제대로 지켜지는 계획이 최근에는 거의 없는데.. 나도 이제는 나이를 먹었는지, 내가 짠 일정도 제대로 못 맞춘다. 10년 전에는 어쨌든 일정보다 먼저 끝내고 중간에 다른 일도 좀 더 하고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애들 키우다 보니까 그런지, 순발력도 별로 없고. 

그래도 마무리 짓는 게 어디냐, 그런 소박한 기쁨이라도 누리면서 살려고 한다. 

<매운 일생 달달하게 달달하게>, 그런 에세이를 쓰면서 책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간에는 나를 믿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쓴 적이 있다. 사실 그렇다. 잘 알지도 못 하는 독자 반응을 생각하면서 고치고 또 고치면서,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고 결국 마무리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재밌게 잘 고치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게는 못 하더라도 마무리는 지을 수 있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안 믿었지는 게 나 자신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만을 믿을 수 있다고 하기도 하는데, 나는 도저히 나를 못 믿겠고, 내 판단도 잘 못 믿겠다. 그래도 마지막에 마무리하는 순간에 나를 믿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점집에 가서 물어볼 수는 없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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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큰 애 자기 위해 눕는 거 보고, 커피 가지고 책상에 앉았다.

밤 새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좀 하는 척이라도 해야. 토막 시간에도 집중을 잘 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둘째는 병원에 있고, 큰 애는 옆방에서 자고, 이런 시간에 집중은 쉽지 않다. 게다가 워낙 집중해서 썼던 원고를 고치는 일이라, 그 이상의 힘이 필요하다. 그래도 어쩌겠냐, 뭐라도 하는 척 해봐야지.

나름대로 시간 계산을 하는데, 애들 보면서 뭔가 하면 계산 하나마나다. 어쩌겠냐. 그렇게 사는 거지.

애 얘기를 할 때마다 마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게, 이제 아이는 아예 낳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거나, 그런 생각 자체도 아예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아이 얘기가 보편적인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의 한국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물론 아이 안 낳거나, 결혼을 하지 않거나, 그냥 자기 인생 자기가 결정해서 사는 거라서 그냥 그런가보다 한다. 그렇지만 그게 문화를 단절시키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홍준표에게 열광하는 청년들’, 진짜 머리 아픈 주제다. 그냥 MZ 세대라고 편하게 표현하고 넘어가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인가 싶다. 이런 얘기들을 좌파 에세이에 조금은 더 담아보려고 하고 있는데, 머리가 지끈지끈하기는 하다.

며칠 전에 경기과학고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 전에 학생들끼리 조모임 같은 형식으로 자기들끼리 발표도 하고, 동영상도 만든 것을 본 적이 있었다. 팬데믹과 양극화는 이 친구들에게도 확실히 생각해볼 거리가 되는 것 같기는 하다.

10대의 여러가지 흐름들을 살펴보다가 홍준표에게 열광하는 20대들 생각하면, 일관되게 분석하는 게 어렵다.

왜 내가 이런 골 아픈 얘기에 발을 담궜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 사명감 같은 그런 거룩하거나 높은 건 아니고, 다음 작업을 위해서는 나도 좀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그렇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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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안 써져서 고민을 하다가, 진짜 간만에 프랑스 사회당과 공산당 홈페이지 들어가 봤다. 홈페이지 불친절하게 되어 있는 건, 프랑스의 전통인가 보다. 고등학생 조직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좀 찾아보려고 했는데, 결국 포기. 프랑스 공산당 홈페이지에서 "앞으로 백년"이라고 하는 캠페인 제목 본 것만 기억에 남는다.

프랑스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고등학생이 되면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을 결정하고, 정당 활동을 시작한다. 시민이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인구 비례로 우리나라 고등학생 중에도 자연스럽게 프랑스 같았으면 사회당을 지지하거나 공산당을 지지할 청년들이 발생할 것이다. 그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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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에세이는 이전의 내 인생과 이후의 내 인생을 가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좋은 쪽은 아니다. 무난하고 크게 별 탈 없는 게 내 이미지였던 것 같은데, “좌판데요”, 하는 순간 머뭇거리는 상대 반응을 금방 확인하게 된다. 상대도 불편하고, 나도 불편하다. 적당히 진보라고 하면 아무 일도 없는 상황에서, 텐션 확 올라간다. 그냥 그렇게, 서로 긴장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한 평생을 살았던 것 같다. 나야 이렇게 살다가 한 인생 가도 그만이지만, 그게 꼭 좋은 것인가 싶었다. 

그래서 좌파는 한국에서 소수자다. 

어느 매체에서 글을 써달라고 해서, 좌파라는 키워드로 하겠다고 했더니, 회의를 해봐야 한다고 한다. 최근에 그런 반응이 많았다. 어색함과 불편함, 두 가지 모두 일 것 같다. 

나이를 먹으니까 이제 “좋은 게 좋은 거다”, 그런 게 싫다. 그냥 밥이나 먹고 한 세상 살았다, 그렇게 나중에 말하는 게 싫다. 

원고를 읽은 사람들 반응은 어렵다, 대충 그렇다. 출판사랑 상의를 많이 했는데, 어려운 건 아니고, 익숙하지 않고 이질적인 것.. 아닐까 싶다. 진보로 얘기를 푸는 경우는 많지만, 좌파로 얘기를 푸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질적이고 불편한 것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어쨌든 내 얘기는 많이 덜어내고, 분량을 좀 더 확보해서, 이 정도는 알겠지 싶은 것에도 설명을 좀 더 길게 달았다. 

뒷부분은 고칠 게 많지 않다. 처음부터 사람들이 재밌다고 했던 것들인데, 꼭 좌파랑 연결하지 않더라도 재밌는 얘기들이다. 이 뒷부분을 아예 앞으로 빼고, 좌파 얘기는 날리면 좀 더 많이 보지 않겠느냐는 얘기들도 있었는데.. 그러면 책을 쓸 필요가 없는 거고. 

하여간 그럭저럭 이제 거이 마무리 단계다. 누가 볼지, 그것까지는 이제 잘 모르겠다. 작은 출판사에서 소박하게 준비하는 거라서, 마케팅 같은 건 잘 모르겠고. 

전체적으로 책을 고치면서 들었던 생각이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라는 단어다. 이걸 키워드로 에플로그를 새로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것은 후반부 흐름 그대로 간 건데, 무난하기는 하지만 확 꺾는 맛이 없다. 지금까지 이랬다는 내용보다는 앞으로는 이렇다, 그렇게 좀 더 미래지향적인 얘기로 책을 마무리하고 싶어졌다. 

원래 제목은 좀 달랐지만, 지금은 제목이 <좌파 상실의 시대>로 확정이 되었다. 이래저래 에필로그가 이 제목 분위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기왕 고생하는 김에 새로 쓰는 게 나을 것 같다. 

편한 인생을 살았던 것 같지는 않다. 이래저래 긴장할 일이 많았고, 매번 승부 같은 결정 앞에 한 평생을 서 있었던 것 같다. 말년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하던 거나 슬슬 마무리하면서 적당히 내려놓고, 그렇게 잔소리나 하는 뒷편에 서는 삶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 같았는데.

밋밋한 건 또 내가 참기가 어렵다. 하나마나한 소리는 이제 내가 지겨워서 계속 하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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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

좌파 에세이 2021. 9. 5. 13:52

dac는 digital-analogoe-converter이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건 번역어가 없다.

cd에서 디지털 신호를 읽으면, 자체 dac로 디지털을 아날로그 소리로 전환시켜 주는 작은 장치가 내장되어 있다. 이 dac를 외부에서 하면 소리가 좋아, 아니 달라진다. 나는 예전부터 이렇게 들었다.

그런데 오래된 기기들을 새로 꺼내서 설치했는데, 내가 쓰던 dac가 완전 맛탱이가 간 사실을.. 다른 건 오래 되어도 고쳐가면서 쓰면 되는데, 이건 국산을 샀더니 고칠 데가 이제는 없게 되었다.

결국 부랴부랴 musical fidelity의 초미니 dac를 급히.. 내가 가진 인티가 뮤피 a3다. 뮤피 소리를 워낙 내가 좋아하기도 했고. 그래서 cd 문제는 해결.

다음에 해결한 문제가 블루투스. 윈도 10에서 aptx만 되고, aptx hd는 설정할 방법이 없는 듯 싶다. 블루투스 리시버와 송신기 다 사기로.. 결국 aptx hd 코덱 내장된 최신형으로 다 샀다. 이때부터 내가 뭔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여간 이래서 일단 cdp 문제와 블루투스 모두 해결.

근데 뮤피 dac에 광케이블이 두 개 들어간다. 블루투스 리시버에도 나름 자기들이 열심히 설계한 dac가 있다고 엄청 광고한다. 영국 회사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도 자기네 dac를 판다.

블루투스도 디지털 신호인 것은 마찬가지라서 외장 dac에서 처리할 수가 있다. 그래서 연결했는데, 이게 안 된다. 연결이 되면 신호 램프에서 파란 불이 들어오는데, 먹통이다.

며칠 동안 우울했다. 내가 물건을 잘 못 샀나, 아니면 설정이 틀렸나.. 이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머리를 쥐어 뜯는 며칠을 보냈다. 물론 소리는 잘 나오는데, 그래도 기왕에 산 dac를 블루투스에 연결해보는 일을 못 한다고 하니, 은근히 존심 상하고.

일요일 오전, 잠시 쉬는 김에 노는 광케이블 꺼내서 다시 시도..

별의별 짓을 다 했다. 블루투스 리시버 매뉴얼도 샅샅이 뒤져서, 이게 원래 자체 dac단을 거치도록만 되어 있고, 바이패스 하는 기능은 없는 물건인지.. 매뉴얼은 그렇게까지 자세하지 않다. 제조사 홈페이지도 뒤졌다.

안 되는가벼, 내가 아는 상식이랑 요즘 새로운 양식의 상식은 다른가벼.. 막 포기하고 커피 끓여서 글 고치려고 하는 순간.

블루투스 리시버를 껐다켰다. 그랬더니 테스트용으로 물려놓은 take five가 흘러나왔다. 오 예..

이유는 모르는데, 블루투스 리시버의 외부 송출 신호 아날로그와 디지털 변경 스위치가 껐다 켜야 활성화되는. 이런.. 이 정도 되는 최신식 디지털 기기에서도 껐다 켜야 하는 일이 ㅠㅠ.

하여간 컴 -> 블루투스 송신기 (사운드 블래스터 제품) -> 블루스터 수신기 (zen 제품) -> 외장 dac (뮤지컬 피델러티 제품), 요렇게 넘어가는 영 지랄맞은 조합이 발생하게 되었다.

스트리밍 음원을 이번에 전면적으로 flac으로 바꿨다. 이론적으로는 인간 가청 범위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렇게 큰 변화가 느껴질 것은 아니기는 아닌데, 소리가 훨씬 더 단정해진다.

하여간 뮤피의 외장 dac가 불루투스 신호를 받는데 겨우겨우 성공하면서.. 2000년에 처음 뮤피 앰프 샀던 시절의 그 느낌이 아스라히 났다. 그때는 스피커가 jbl이었다. zen이라는 블루투스 리시버에 달려 있는 dac도 형편 없는 물건은 아니다. 그 소리도 괜찮았다. 사실 그게 별로였으면, 벌써 난리를 쳐서라도 해법을 찾아냈을 것인데, 그것도 들을만해서 그럭저럭 잘 듣고 있었다.

2001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던 시기였다. 그때까지는 그냥 사운드 블래스터, 흔히 사블이라고 부르는 컴용 오디오 기기의 미니 기기들 가지고 듣고 있었다. 그때도 잘 들었다.

그 시절에는 국무조정 실장이 김호식이었다. 총리 이한동, 국무조정 실장 김호식 그리고 나중에 산업부 차관이 된 오영호가 국장이던 시절, 내 인생에서 상사 라인이 가장 잘 맞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기후변화협약 2차 종합계획이라는 것을 그때 만들었다.

이한동이 대선 출마한다고 총리 그만두고, 장상 총리 서리가 오던 시기에 위의 라인들이 다 바뀌었다. 그 와중에 국무조정 실장으로 김진표가 오게 되었다.

그 시절에 돌아버릴 것 같은 마음으로 방황하다가 처음 산 것이 뮤지컬 피델러티 a3 앰프였다. (오래 되어서 내부가 꽤 부식된 놈을 이번에 다시 살렸다.)

그렇다고 주말에 음악을 들으면서 편하게 쉬었냐, 그런 건 아니다. 어머니가 일요일이면 빨리 결혼하라고 집으로 와서 달달 볶았다.

토요일 저녁에 일찍 자서 밤 12시에 출발해서 강진이나 목포 같은 데 갔다가 아침 먹고 돌아오는 주말 여행을 하면서 그 시간을 보냈다.

그 시절에 김진표와는 도저히 일을 못 하겠다고 판단을 하고, 사직서를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때 썼던 앰프가 뮤피다.

그렇게 해서 총리실 근무를 마쳤고, 사람들이 조언해준 대로, 바로 그만두지는 않고, 좀 있다가 그만두는..

에너지관리공단은 다음 해에 사직서를 냈다. 그 사이에 김진표는 노무현 정부의 인수위원회를 쥐락펴락했다. 인수위원회에 산업계 자문을 해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니미럴, 나중에 명박 때 차관을 하게 되는 양반 통해서 연락이 왔다. 싫어요, 그리고 3월에 사직서 내고, 월급쟁이 시절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2001년에 뮤피로 음악을 들으면서 결정한 대로, 거의 그 시절의 설계대로 20년을 살았다. 책 쓸 준비는 3년 동안 하고, 2005년에 첫 책이 나왔다. 유일하게 설계대로 안 된 건, 아내와의 결혼이다. 아내는 정부 기관 부장하고 결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만두면서 소득이 없는 시기를 몇 년을 보냈더니.. 아내는 고생 엄청 했다.

뮤피 dac를 통과하고 나니까, 2001년에 총리실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던 시절에 들었던 그 소리결이 흘러나왔다. 일요일 아침, 오래된 재즈 틀어놓으니까, 20년을 거슬려, 나에게 너무 익숙한 그 뮤피의 소리가..

dac는 보통의 경우 칩 하나로 처리되는 일이다. 컴으로 cd 들으면 당연히 이렇게 처리하는데, 나도 사무실에 있을 때에는 이렇게 컴 cd로 이어폰 끼고 음악 잘 들었다. 그걸 별도의 외장 dac로 바뀌면, 소리가 엄청 좋아지느냐.,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아날로그의 세계로 들어오면, 소리결이 바뀌기는 한다. 그때부터는 그냥 취향의 세계다.

셋팅 클리어.. 이렇게 해놓고 제일 처음 들은 노래가 엘라 피츠제럴드의 lullaby of birdland. 이 오래된 녹음을 꼭 이렇게까지 해놓고 들을 필요가 있느냐.. 그것 참 답하기 어렵다.

드는 김에 빌리 할러데이, 이런 거 몇 곡 듣고 나니까, 생각이 좀 차분해졌다.

좌파 에세이에서 일단 뺐던 박현채, 정운영 얘기 등 오래된 좌파들의 노스탈지아에 관한 얘기를 다시 넣기로 했다.

지금 좁은 고양이랑 같이 쓰는 방에는 턴테이블 놓을 자리도 없어서, lp는 당분간 쓰기 어렵다. 그 대신 그래도 무손실 음원에 가까운 flac으로 바꾸면서, 윈도 10이 제공하지 않는 aptx hd 코덱을 쓰기 위해서 몇 주간 생난리를 쳤다.

내 안에서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들, 나를 움직이게 만든 것들, 그런 얘기가 빠지면 결국 내 안의 완결성이 무너진다. 나도 감동하지 못하는 얘기가 누구 마음에 다가가겠느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얘기들, 내가 멋지다고 생각한 얘기들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좌파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내가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남은 시간 동안에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서 조금은 더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dac 하나를 놓고 생나리를 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삶,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을 까먹었다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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