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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1.03 광어회 저녁.. 3
  2. 2022.12.24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4
  3. 2022.12.07 까다로운 고양이.. 3
  4. 2022.11.27 큰 애의 위기.. 1
  5. 2022.11.16 어린이들과 손잡고 가는 길.. 1
  6. 2022.11.09 새벽 두 시에.. 2
  7. 2022.10.30 이태원의 할로윈 파티.. 1
  8. 2022.10.21 제빵기 빵..
  9. 2022.09.30 Oh Freedom 2
  10. 2022.09.28 오늘은 둘째가 학교에 갈 수 있을까? 1

아내가 야근이다. 회 시켜 먹기로 어린이들과 합의를 봤다.

광어회 배달이 왔다. 맛은 있는데, 이게 포장이 너무 많다. 하나하나 포장 뜯다가, 매운탕은 끓이지도 못했다. 새우 까주고 나니까 뭘 먹을 기력이 없다. 그냥 상추 찢어넣고 회 조금 넣어서 후다닥 회덮밥 해 먹었다. 어린이들 아직 먹고 있을 때 이제는 다시 남은 회 챙겨넣고, 쓰레기 버리고, 남은 음식 싸넣고. 그렇게 하면 어린이들 식사 마쳤을 때 대충 식탁 정리가 끝난다. 가게에서 소주도 한 병 보내줬는데, 그런 건 열어볼 엄두도 못 냈다. 


좀 우아하게 회도 좀 먹어가면서, 이런 저녁 시간은 여전히 상상 속에만 있다. 포장 뜯는 게 끝나는 순간, 다시 포장 뒷정리해야 하는 어린이들과의 저녁 식사. 배는 찼는데, 뭘 먹었는지 모르겠다. 분명 멍게도 회덮밥에 때려넣어서 같이 먹었던 기억인데. 아스라한 기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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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는 한 달 전에 태권도 사범님하고 축구 코치님한테 연달아 잘못을 하면서, 태권도 자체 징계로 검은 띄 몰수, 흰띄. 그리고 나한테 많이 혼나고, 한 달간 tv 시청권 금지, 컴퓨터 금지, 그랬다. 원래 한 달인데, 조금 당겨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한 달로 치기로 했었다. 나한테 크리스마스 이브가 포함되느냐, 포함되지 않느냐, 몇 번이나 물어봤다. 

오늘 새벽에 큰 애는 다섯 시에 일어나서 드디어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 신나게 봤다. 컴퓨터 너무 많이 한다고 나한테 혼나고, 그리고는 다시 tv를 아주 길게. 

그 사이에 역시 또 크고 작은 사고를 치기는 했는데, 컴퓨터 금지를 연장하는 것은 참아내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 오늘부로 벌은 종료. 

큰 애는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예 포기한 것 같다. 둘째는 잘못한 게 좀 있기는 한데, 얼마 전에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꼭 받고 싶다고 편지를 썼다. 며칠 전에 마루에 조그맣게 해마다 설치하는 크리스마스 츄리도 놓았고, 전구에 불도 켰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다. 마냥 즐겁기만 해도 되는 날이 1년에 몇 번 없는데, 오늘은 그냥 즐겁기만 해도 좋은 날이다. 

모두들 잠시라도 평안한 마음과 행복이 가득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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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쯤 전에 캣타워가 너무 낡아서, 골판지로 된 스크래처로 바꿔줬다. 아내 의견이었다. 그랬더니 야옹구가 누워 있을 데가 없어서 급하게 좀 큰 쿠션을 사줬다. 개, 고양이 겸용이라고 되어 있는데, 전혀 사용을 안 했다. 잘 보니까 뜨게질 한 털이 발톱에 걸린다. 몇만 원 바로 다이. 그리고 극세사로 된 다른 깔개를 바로 주문했다. 쓸지 안 쓸지 몰라서, 좀 작은 걸로. 

역시 본 척도 안 한다. 가슴에 작은 상처를.. 나도 그냥 포기했다. 바로 버릴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정신이 없어서 바로 치우지 않고 그냥 한 달 넘게 방치.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오늘 보니까 야옹구가 여기서 자고 있다. 하여간 길고양이 출신인데, 까다롭기는 더럽게 까다롭다. 좀 더 큰 거 사줄 마음도 있기는 한데, 쓸지 안 쓸지를 몰라서. 작아도 이리저리 몸을 꾸겨서 잘 올라가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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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요즘 위기다. 지난 달에 태권도 품세하다가 손가락 욕을 해서 검은 띠 뺏기고, 아직 흰 띄 차고 다니는 상황이다. 그때도 혼 많이 났는데, 지난 주말에는 구청에서 하는 축구 클럽에서 발로 욕하다가 코치님한테 혼났다. 

사실 난 그래본 적이 없어서 상황을 이해하는 게 좀 어려웠다. 언제부터 이랬는지, 정확한 이유가 뭔지, 아직 알 듯하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반성문을 쓰게 했다. 그리고 한 달간 tv 시청과 컴퓨터 금지를 하기로 했다. 대충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다. 그리고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는 걸로. tv 보는 걸 못 보게 한 건 처음이다. 

그리고 같이 문방구에 가서 편지지와 편지 봉투를 사왔다. 축구 사범님한테 보내는 사과 편지, 태권도 관장님한테 보내는 사과 편지 그리고 담임 선생님한테 보내는 감사 편지. 

살다 보면 몇 번의 위기가 온다. 그때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삶이 전혀 달라진다고 얘기해줬다. 큰 애 인생에서 이제 첫 번째 위기가 온 것일 뿐이라고 말해줬다. Tv 한 달간 못 본다고 하니까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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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어린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 4학년, 그렇다. 아직 산책할 때 애들 손을 잡고 다닌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손은 특히 찻길에서는 꼭 잡고 다니는데, 둘째 손만 잡으면 큰 애가 심통 난다. 좁은 길 갈 때 큰애한테 앞장 서라고 하려면 길거리에서 한참 토론을 해야 한다. 큰 애랑 둘이 갈 때에도 큰 애는 내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어린이들 둘만 갈 때에는 서로 손을 잡지는 않는 것 같다. 큰 애가 속도 안 맞춰주고 너무 혼자만 앞으로 가서 힘들다고, 둘째는 큰 애랑 둘이 가는 건 잘 안 하려고 한다. 

나는 초등학교 들어간 뒤로는 아버지 손을 잡은 기억이 없다. 기억이 안 나는 더 어린 순간은 모르지만, 아버지 손 잡고 걸은 기억 자체가 없다. 다섯 살 때인가, 영등포 역 앞에서 걸어가다가 아버지를 잃어버려서 당황해서 인파 속에서 한참 찾아다닌 기억이 있기는 하다. 몇 분 뒤에 아버지가 뒤에서 놀라서 나타나셨다. 나는 아버지가 앞 쪽에 계시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버지 찾는다고 너무 앞으로 갔었나보다. 그 시절에 아버지는 영등포에 있는 다방에서 사람들을 자주 만나셨는데, 담배 연기 가득한 다방에서 계란 반숙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다섯 살 때 기억이 아주 많다. 그때 마포에 있는 금은방에 어머니랑 갔었는데, 어머니가 결혼 반지 등 예물을 팔았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랑 갔던 다방 위치는 지금도 어느 정도는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마포 금은방은 마포라는 것만 기억나지, 어딘지는 전혀 잘 모르겠다. 버스 타고 건너갔던 다리가 양화대교인지 마포대교인지, 너무 이런 시절이라 그건 잘 모르겠다. 다리 건너고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서, 길 건너편으로 좀 걸어간 것만 기억난다. 

하여간 아직까지는 우리 집 어린이들과는 길 가면서 손을 잡고 다니는데, 이게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오늘 문득 했다. 우리 집 어린이들이 날 좋아하는 이유는, 아내는 질색을 하면서 사주지 않는 불량식품급 과자들을 나는 틈만 나면 사주는 것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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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에 세탁기 가득 빨래 돌려놓았던 게 생각이 났다. 애들 빨래가 있어서 좀 많다. 아내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얼마 전에 병원 응급실에 갔다왔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 보면 진짜 패 죽이고 싶다. 좁은 건조대에서 자리 잡아서 빨래 너는 것도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종류별로 늘어선 양말 짝 맞추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게다가 애들 양말은 짝이 잘 안 맞는다. 중얼중얼, 어린이들 양말 짝 맞추고 있는데, 고양이가 맑은 물 토하는 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린다. 에휴. 또 일이네. 

우리 집 고양이는 태어나서 몇 달 안 되어서 길에 쓰러진 걸 누군가 동물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정말 몰골이 아닌 애를 입양해서 데리고 왔는데, 지금은 완전 새로운 품종이 되었다. 두 살 때 장에 문제가 생겨서 큰 수술도 한 번 했다. 백만 원 넘게 들었는데,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가난한 20대 여성의 경우라면 이 돈을 어떻게 했을까? 고양이들에게도 평등을. 

그렇게 해서 지금은 14살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토한다. 워낙 장이 약해서 그렇단다. 여러가지 시도해 봤는데, 별 소용은 없고, 그냥 그때그때 잘 치우는 수밖에 없다. 4번에 한 번은 사료 없이 물만 나오는 경우가 있다. 

파리에 살던 시절에 보았던 일이다. 지하철에서 여고생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 술에 취해서 토하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아무 것도 없이 맑은 물만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가슴이 참 아팠다. 우리는 안주를 엄청 먹으니까, 술을 마셔서 정말 그렇게 맑은 물만 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10대 여성이 아무 것도 안 먹고 맑은 물만 토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저 사람은 무슨 삶의 고통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고양이가 토하고 나면 제일 큰 일은 그걸 찾는 것이다. 다행히 쉽게 찾았다. 고양이 토한 걸 치우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아마 내가 나중에 죽어서 지옥에 갈지도 모를 때, 살아서 착한 일 한 거 대보라고 하면 하나는 있을 것 같다. 

세탁기에서 빨래 널고, 고양이 토한 거 치우고 나니까, 2시가 훌쩍 넘었다. 해야 할 일이 밀려서 오늘도 꼬박 밤새게 생겼다. 별 하는 일도 없는데, 일이 밀리는 거 보면 나도 좀 한심하기는 하다. 그래도 속도가 그렇게 밖에 안 나는데 별 수가 없다. 

2022년, 시작할 때에는 이렇게 고단한 한 해가 될 줄은 미처 몰랐는데.. 막상 한 해 끝이 보이는 상황인데, 정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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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초등학교 4학년인 큰 애는 반에서 할로윈 파티 한다고 색연필로 녹색을 잔뜩 칠한 가면을 만들었다. 그 반은 반에서 할로윈 파티를 따로 하는데, 둘째는 안 하나 보다. 엄청 부러워했다. 아마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파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담임 선생님 재량으로 하는 반도 있고, 아닌 반도 있나보다. 태권도장에서도 할로윈 파티 같은 것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집 어린이들에게 할로윈은 굉장히 큰 행사다. 아마 얘들이 어른이 되면, 가장 가고 싶은 행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할로윈도 가고, 어디 가서 술도 마시고, 나 닮았으면 적당히 깽판도 치고 그럴 것이다. 

그냥 친구들과 놀러 나왔을 뿐인데,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우리 집 어린이들은 앞으로 10년은 더 키워야 그 나이가 된다. 한 해 한 해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렇게 다 큰 청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 심정이 어떻겠나 싶다. 

그렇다고 우리 집 어린이들은 점점 커가는데, “사람들 많은 곳은 가지 마라”, 이럴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종류의 문제는 선진국이 된다고 해서 없어지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행정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느냐, 그런 국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아직 우리나라 행정은 좀 투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잘못은 아니라고 발뺌부터 하는 행안부 장관의 기자회견은 운전하다가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누가 물어봤어”, 그런 생각이 문득. 

아이들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 나도 이태원 자주 가던 시절이 있기는 했는데, 마지막 갔던 게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기억에서도 까마득하다. 

애도를 해야 하는데, 가슴이 하도 먹먹해서, 어떻게 애도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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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기 빵..

아이들 메모 2022. 10. 21. 04:36

 

당분간 파리 바게뜨 가기가 좀 그래서.. 제빵기 돌려서 빵 구웠다. 보통은 우리 집 어린이들 보여주고 나서 먹는데, 배가 고파서 일단 한 덩어리 먼저 먹었다.. 아직 뜨거워서 맛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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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Freedom

아이들 메모 2022. 9. 30. 18:33

아침에 1교시도 마치지 않고 둘째가 조퇴하는 바람에 오전 내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회의도 하나 있었는데, 병원 응급실이라도 바로 가야할지, 호흡기 치료 정도로 괜찮을지 판단하느라 아주 생난리가. 다음 주 수요일에 예약이 되어 있기는 한데, 담당의가 1주일에 한 번만 계시니까, 사실 병원에 뛰어가도 입원하는 거 말고는 별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오전 지나고 나서 좀 괜찮아져서, 외부에 일이 있어서 둘째 데리고 나갔다왔다. 
차에서 예전에 녹음해둔 조안 바에즈의 we shall overcome, 1969년 우드스탁 버전이 흘러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간만에 아내 차도 세차를 하고. 올 가을에는 창틀 청소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에는 모기 때문에 못하고, 추워져도 못 하고.. 매직 블록 주문했다. 아자, 아자. 올해는 날 잡고 창틀 청소를 하고 말리라. 
그리고 나서 둘째 애 데리러 다시 나가고. 오늘은 방과후 로봇 교실하는 날이라, 장비 가방이 어마무시하다. 그러고 나가는데, 둘째가 케익 사달란다. 참, 생일이지, 얘가. 그 와중에 포켓몬 빵 예약해달라고, 둘 다. 돌아비리. 
나갔다, 들어왔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하루를 보내고.. 방에 돌아와서 낮에 들었던 조안 바에즈 앨범을 틀었다. 2017년에 나온 "Oh freedom"이라는 제목의 앨범이다. 오 자유여. 같은 '자유'인데, 윤석열 입에서 나온 자유와 조안 바에즈 입에서 나온 '자유'의 어감이 왜 이렇게 다른지. 
아내는 오늘 지방에 갔다가 늦게 온다. 둘째 생일인데, 미역국만 아내가 해놓고 간 게 있고.. 결국은 시켜먹기로 했다. 아내한테 뭐 먹고 싶냐고 했더니, 깐풍기. 비싸서 잘 안시켰는데, 오늘 저녁은 깐풍기 먹는 걸로. 
우리 집 어린이들은 깐풍기 먹는다고 난리 났다. 나는 잠깐 통장 잔고 생각해보고, 뭐, 별 상관은 없겠군. 내 통장에 너무 돈이 없다고 아내가 안 꺼내간지 두 달은 되는 것 같다. 아 참, 돈이 좀 있겠군. 
오늘 저녁에는 수영장 가기로 한 날인데, 도저히 갈 형편이 못 된다. 이것저것 계획을 빼곡하게 세우는데, 하나마나한 계획을 계속 새우고, 연장해서 갱신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며칠 전부터 사실 고민이 생기기는 했다. 아주 예전에는 우리 집에도 LPG 난로가 있기는 했었는데, 지금은 다 치웠고, 도시가스 난방만 한다. 올 겨울에 도시가스가 끊기지 않고 계속 나올까? 어른들만 있으면 전기장판 켜고 그냥 하루이틀은 버텨도 될 것 같지만, 어린이들이 있어서 그렇게는 어렵다. 아직 한가하고, 사재기 시작되지 않았을 때 전기 난로를 몇 개 사놔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거의 쓸 일이 없겠지만, 윤석열 하는 거 보면, 가스 꺼먹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사실 없다. 전기는 석탄 보일러까지 탈탈 털어서 어떻게든 버티고 갈 것 같은데, 도시가스는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고 가스 쪽 전문가한테 전화해서, 올 겨울 도시 가스 걱정하지 않아도 되느냐고 물어보는 것도 모냥 빠지는 일이고. 수급 비상이라는 것까지는 아는데, 그때도 비싸다고 별로 급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보이지는 않았던. 그리하여 아직 여유 있을 때 전기 난로를 살 것인지 말 것인지, 이런 고민이 오늘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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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퇴원한 다음에 학교를 잘 못 간다. 몇 번 갔었는데, 1교시 채 마치지 못하고 조퇴하고는 했다. 원래 다니던 병원은 입원 병실이 못 갔고, 병실이 있던 고대 병원으로 갔는데.. 여기는 소아 호흡기 전문의가 없어서, 1주일에 한 번 외래 진료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정이 있어서 매주 진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정 견디기 힘들어하면 바로 응급실로 와서 입원하라는 정도가 병원에서 준 지침이라면 지침이다. 

작년에도 한 달 가량은 학교 갔다 조퇴하고, 또 못 가기도 하고, 그렇게 버텼다. 둘째가 학교에 정상적으로 다닐 수 있을 즈음, 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다시 이번에는 아버지 병실로.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그냥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써야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아내는 요즘 나에게 거의 성인이 된 것 같다고 한다. 아버지 재산 정리하는 마지막 절차를 진행하는 중인데, 어머니가 치매가 시작되어서 판단은 사라지고 고집만 남았다. 그냥 맞춰드린다. 좀 이상한 게 있어도 그냥 넘어간다. 

아버지가 남겨놓으신 돈이 얼마 안 된다. 어머니가 사실 수 있는 집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로 옮기려고 많이 알아봤는데, 결국 돈이 많이 부족하다. 내년 아버지 1주기 되면 다시 생각해보는 걸로, 일단은 포기. 무리다. 

몇 년째 애들이 오락만 하고 있어서 혼낼 때 말고는 정말 크게 화내는 일도 거의 없고, 남한테 싫은 소리도 거의 안 하고 산다. 그 대신 뭘 하자고 하는 일도 이제는 거의 없다. 이런 걸 해보면 어떻겠느냐, 가끔은 그런 얘기도 하지만, 두 번 얘기하는 일도 없다. 애 아프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뭘 하자고 해도 도저히 내가 추스를 형편이 아니다. 

어머니는 며칠에 한 번은 전화를 하셔서 한 시간 넘게 통화를 하고, 몇 번은 우신다. 하이고. 

일주일만이라도 좀 집중할 수 있으면 시간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일주일은 커녕 반나절도 좀 혼자서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래도 또 맞춰가면서 사는 수밖에 없지 않겠나 싶다. 

일정을 이렇게 저렇게 잡아보지만, 내가 잡은 일정은 잡으나 마나다. 가을이 아주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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