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계급의 경제학, 작업 재시작 준비

 

아기가 태어나면서, 나도 내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하여간 이것저것 복잡한 일들이 지난하게 있었는데, 좀 더 차분하게 앉아있을 수 있게, 내 주변 일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자잘한 일이라는 게, 정리해도 금방 와서 얹히고, 또 정리해도 얹히고. 혼자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고 있을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대선이 끝나고 여기저기 부탁 오는 걸 너무 많이 받아서, 기고문이 금새 너무 많아졌다. 그리고 어찌어찌 하다 보니 방송도 많아지고.

 

, 하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줄기를 못 잡고 있다 보니, 그냥 반년이 쏜살 같이 지나간 듯 싶다.

 

뭔가 정신 없고 늘 피곤하고 그랬는데, 막상 돌아서서 보면 한 건 아무 것도 없고.

 

그야말로 위기의 중년이다.

 

그렇다고 또 마냥 늘어져서, 어 분위기 안 좋다, 그러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데 막상 자리에 앉으면 딱히 하고 싶은 것도, 그렇다고 엄청 뭔가 잘 되는 것도, 그런 것도 없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벙벙한 시간들이 오면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거 하고는 했는데, 이 나이에 또 그러고 있을 수는 없고.

 

하여, 벌써 몇 년째 붙잡고 있는 한울 원고를 다시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그냥 대학생용 경제학 교과서 혹은 입문서 정도로 편하게 경제학 정리해달라고 부탁받은 거였다.

 

그렇다고 이 와중에 입문서 붙잡고 시간을 보낼 수는 없고.

 

6개월간 이걸 뒤집고, 다시 엎고, 또 뒤집고, 또 엎고, 그러다 보니 내용은 아직 다 정리가 안되었는데, 제목은 솔로 계급의 경제학이라고 붙은 걸로 바뀌었다.

 

아마, 이 제목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대책은 없어도, 뭔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제목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솔로 현상에 대해서, 예전에는 그렇게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게 어찌 보면 엄청 심각한 일이고, 또 어떻게 보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다. Fundamental한 변화냐고 질문하면, 진짜로 자본주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주 깊은 파동의 일이기도 하다.

 

그걸 간단하게, 요래요래, 조래조래, 그렇게 다루면 안될 것 같아서

 

일단 프롤로그만 남겨놓고, 목차를 전면 재수정하기로 하였다.

 

젠더 문제, 생태 문제, 여기에 임금 체계의 기본까지, 내가 하고 싶던 얘기의 거의 대부분이 솔로 현상으로 묶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길게 보면, 기본소득에 관한 얘기와 최저임금에 관한 얘기를 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도 있는.

 

애인 있으세요, 결혼하실 생각은?

 

요 간단한 질문 하나가 꽤 멀리 길을 돌아오게는 하였지만, 어쩌면 내가 가고자 하는 긍국의 질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꽝!

 

하여 일단 쉬면서, 다시 한 번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중이다.

 

지금 대학생 중에 우리가 핵가족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가정을 이루어, 엄마, 아빠, 아기로 구성된 그 삶을 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외국의 추세들과 비교하고 한국의 속도를 감안하면 1/3이나 될까 싶다.

 

결혼이 붕괴하는 속도에 비하면 동거로 전환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여기에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저항이 아주 강렬하다. 일부는 자본주의 일반에 관한 특성, 일부는 그야말로 한국적 특성, 그런 게 결합되면서 아주 진귀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이번에는 톤앤매너에서, 바로 그 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는 중이다.

 

증오에 대한 얘기로 책을 마무리짓고 싶지는 않다. 여성은 남성을 증오하고, 남성은 더 큰 힘으로 여성을 증오하고. 이런 건 아닌 듯싶다. 증오가 유머라고 생각하는 일베식 유머는 이미 볼만큼 보지 않았는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8월부터는 좀 더 속도를 내보려고 한다.

 

경향신문에 연재하는 건 8월 말이나 되어야 끝나고, ytn 라디오는 9월까지 가야 끝날 듯 싶다. 그러니까 내가 좀 더 편안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을 통으로 확보하는 것은 가을이나 되어야?

 

솔로 연구에서 한 가지 좋은 것은, 연구 대상자를 찾아 다니는 시간을 현저히 줄여줄 수 있다는 것.

 

내 주변에 솔로들은 넘치고 넘친다. 부유한 솔로, 그런대로 먹고 살만한 솔로, 전혀 먹고 살만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헉헉대면서 살아가는 솔로

 

진짜로 솔로가 풍작이기는 하지만, 솔로 전성시대가 올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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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히로시마로 여행을 간다.

 

몇 개의 테마가 있는데, 요번에는 세토 내해라는 테마가 하나 늘었다.

 

 

내해에 처음 온 건 아니지만, 쿠레 조선소가 내려다보이는 사진은 처음 찍었다.

 

쿠레,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했던 도시이다. 이제는 일본 조선의 몰락과 함께 죽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지방 도시가 나중에 이렇게 될 듯 싶다.

 

 

 

토건 일본의 흔적. 진짜로 보면 정말로 을씨년스럽다.

 

 

 

쿠레 조선소 글자가 선명하다. 일본이 전쟁을 뒤집기 위해 마지막 카드로 만들었던 전함 야마토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는 게, 정말 믿기기 어렵다.

 

 

 

말로만 듣던 결혼활동, 그 혼활을 실제 본 것은 처음이다.

 

대학원에서 혼활로 논문 쓰는 학생들 지도해본 적은 있지만, 막상 보니, 아 이런 게 혼활이군!

 

마침 '솔로 계급의 경제학'을 한참 준비하던 중이라, 더욱 더 느낌이.

 

 

마침 위안부 할머니 집회가 히로시마에 있어서 찌라씨 한 장.

 

 

 

간만에 와 본 원폭돔.

 

지진 진단으로 한참 공사 중이었다.

 

볼 때마다 많은 걸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몇 번이나 이곳을 왔지만, 폭심지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고 그냥 스쳐지나갔었었다.

 

요즘은 그라운드 제로라고 부르는, 원폭이 600미터 상공에서 폭발한 바로 그 지점.

 

원래는 이 옆의 T자형 다리 위에 떨어뜨릴려고 했었는데, 바람이 불어서 약간 옆으로.

 

 

 

그라운드 제로가 있는 곳은 이제는 병원 건물이 들어서 있다.

 

다음 여행은 오사카와 고베를 방문하기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요금씩 새로운 얘기들을 모아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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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따뜻한 성장, 새로운 출발

 

‘’신신좌파의 경제학에서 출발했던 책은 진짜 길고 긴 우여곡절을 거쳐 박근혜 쪽 언어인 따뜻한 성장으로 다시 제목이 잡혔다.

 

몇 번 출발을 해봤는데, 그닥 맘에 드는 출발이 나오지 않아서, 갈아엎고, 다시 갈아엎고, 그러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머리를 스치고 간 생각이, ‘동물들의 따뜻한 성장’… 물론 이 제목으로 끝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세습 문제가 갑자기 뇌리를 스치고 갔다.

 

80년대에는 천민 자본주의라는 말을 한국 자본주의를 지칭하기 위해서 종종 사용되었던 것 같다. 박정희 그리고 전또깡으로 상징되는 군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한국은 천민이라는 비유로 참 잘 들어맞았던 것 같다. 그리고 한참 더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한국은 졸부라는 시기를 지나, 이제 점점 더 부자들의 사회가 되었다. 천민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 덩치가 커져버린 것일까?

 

하여간 외국에서 사용되는 개념들이 한국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뭔지 모르고 핀트가 맞기 않고, 뭔지 모르게 어색하다.

 

그 특이성 중의 하나가, 세습 문제 아닐까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경제 제도 대부분은 삼성의 다음 사업과 중점 사업과 관련되어 있다. 그렇지만 삼성이 진짜 관심을 갖는 건 3대 세습 아니야?

 

그렇게 돌아보면 한국의 대부분의 주요 경제기관이나 기구는 세습권에 들어가 있다. 언론이 그렇고, 교회도 그렇다. 교육기관 역시 종종 세습 대상이고.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2대 세습은 양반이고, 지금 대부분의 기관은 3대 세습 문제에 봉착해있다. 정치도 어느덧 세습의 나라.

 

오히려 동물들에게는 좀 미안할지 몰라도, ‘경제적 인간 homo-oeconomicus로 설명하기 보다는 ‘economic animal’, 경제적 동물들의 행위로 설명하는 게 조금 더 타당해 보인다.

 

그런 동물들이 따뜻한 성장을 말하기 시작한다이게 도대체 뭘까?

 

하여간 이런 고민 위에 내가 아는 경제학 지식들을 다시 한 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주위를 돌아보니, 그야말로 동물들의 왕국이다. 안철수가 삼성은 동물원이라고 했다는 말이, 문득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가 말했던 동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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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성장’, 쓰기 시작하다

 

소설 모피아원고가 내 손에서 떠나간 게 지난 9월이었나, 그랬다. 그 사이에 아이가 집에 오고, 대선이 끝나고, 고양이들 이사가 끝나고하여간 여덟 달 만에 다시 책을 쓰기 시작한다. 그 중간에 잠깐 잠깐의 작업은 했지만, 길게 앉아서 책 작업은 하지 못했다. 아기 돌보면서 뭔가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8월이면 아내가 복직을 한다. 원래는 그냥 내가 앉아서 아기를 보는 게 계획이었는데, 아침방송을 하게 되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영 마땅치가 않다. 어쨌든 그건 그 때 가서, 고민하고하여간 시간은 계속 없는데, 잠깐 여유가 생긴 틈을 타서 밀린 일들을 좀 처리하려고 한다.

 

처음의 생각으로는, ‘시민의 경제에 대한 얘기를 한 번 정리하고, 그 다음에는 좌파 경제를 한 번 정리하려고 했었다. 시민의 경제는 작년에 나갔고그러나 그 다음 얘기는 정리할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오래 전에 조희연 선생 부탁으로, 대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경제학 책 하나를 쓰기로 했는데, 이게 영 시점도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도 세울 지지대가 어정쩡해서, 몇 번이나 책 완성단계까지 갔다가 못 낸 게 있다. , 그냥 몇 페이지 더 채워놓고, 마감 땡, 이러면 되는 상황까지 몇 번 갔는데, 영 논리가 한 바퀴 돌지를 않는 거라.

 

‘88만원 세대때도 그랬고, 하여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기획도 어렵고, 마감도 어렵다. 실무에서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농부들 다음으로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대학생이니, 어떻게 맞춰도 구성이 어렵다. 물론 그냥 자기계발서 비슷한 것은 이 집단도 책을 읽기는 하는데, 그렇지 않은 건영 구성하기가 어렵다.

 

하여간 4번 정도 책을 썼다가 다 털고 새로 쓰는 작업이, 이 책은 몇 번씩 진행 중이다. 마지막 버전으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따뜻한 성장을 놓고 끝까지 고민을 하다가, 지난 주에 결국 따뜻한 성장쪽을 택했다.

 

모피브야 너무 뻔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박근혜 용어다. 그냥 그 사람들이 거의 음가 없이 사용하는 용어이다. 이미지도 불투명하지만, 내용은 더더군다나 없다.

 

그걸, 내 식으로, 경제학에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들을 담는 틀로 사용하려고 한다.

 

꼭 대학생들만을 염두에 두는 건 아니다. 나도 어깨에 힘 빼고 쓸 것이지만, 정말로 경제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 한국 경제라는 문제에 들어왔을 때, 앞에는 무슨 얘기가 있었고, 뭐가 과연 짚어봐야 하는 것인가, 그런 데 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짚어볼 생각이다.

 

지난 대선 끝나고 나도 작은 걸 결심한 게 있다.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만다

 

대충 모양내기와 폼새로 하는 건, 아예 하지 않고, 하던 거라도 그냥 때우는 거면 세운다그리고 기왕 할 거면, 정말로 최선을 다 해서 한다

 

따뜻한 성장이라는 제목을 집어 들면서, 그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의 따뜻한 성장이 선의라면, 어떤 게 제대로 되는 상황이고, 뭘 짚어봐야 하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어차피 안 할 거잖아, 마음은 그렇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나 말고라도 정치평론가 등 할 사람은 수없이 많다. 박근혜를 믿느냐? 물론 안 믿지. 그렇지만 내용 자체와 믿음 혹은 신뢰와 같은 얘기를 뒤섞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해보고, 작업에서 별 성과가 없으면? 그럼 그 때 다시 갈아엎어도 늦지 않는다.

 

과연 우리의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질문을 나도 진지하게 던져보려고 한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싶은데, 청자는 대학교 1학년, 국문과, 여학생, 그렇게 잡았다. 내 책에는 청자가 있는 경우가 있고, 없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은 있다. 그리고 청자가 있는 경우, 실제 대상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2 혹은 고3 여학생인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가상의 청자이다. 내가 알던 그 또래의 여학생들은 이미 나이가 많아져서, 대학을 졸업하거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몇 주 전에 대학교 1학년, 새내기들을 잠시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잠깐 봐서는 무슨 생각 하는지,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알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가상의 청자를 설정하면, 글을 써내려갈 때 좀 도움이 된다.

 

원래 부탁 받은 건, 운동권 후배들의 입문서 같은 걸로 해달라는 거였는데, , 그닥

 

서로 가슴이 터져나갈 것 같은 답답함을 가지고 책을 쓸 이유도 없고, 그렇게 읽을 이유도 없다.

 

하여간 여덟 달 만에 책 작업 다시 시작한다. 대선 끝나고 다시는 책 작업을 안하고 싶었는데, 또 시간이 되니, 다시 시작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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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생협의 죽음은 참 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아마 평생 가슴에 남아서, 내 안에서 같이 살아갈 것 같다.

 

마당 고양이들을 돌보는 것은 의도하거나 기획하지 않은 삶이었다. 세상에,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그런 걸 한 번쯤 생각해보는 순간이었다.

 

작년 봄에 4마리의 고양이가 마당에서 태어났었는데, 그 중에 두 마리는 일찍 죽고, 두 마리가 살아남았다. 각각 강북과 생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사오면서 같이 데리고 오려고 생각했었는데, 처음 영하로 내려가던 날, 생협은 고양이별로 떠나갔다. 특별히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강북과 생협이라는 제목 정도로 고양이들 얘기와 내가 생각하는 가치들을 섞어서 포토 에세이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협이 떠나간 뒤의 얘기들 일부를 합쳐서 아날로그 사랑법이라는 책이 되었다. 아주 즐겁거나, 아주 슬프거나, 그런 감정은 아니다. 삶이라는 것은 때때로 격렬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밋밋하다. 그 밋밋함 속에서 무엇인가 그리워하고, 또 몸이 힘들어도 무엇인가를 돌보고, 그렇게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돌봄이란, 소유하지 않는 사랑그런 한 문장을 고양이들과 지내면서 배운 것 같다.

 

누가 누구를 돌보던 것인지,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다. 명박 시대, 어쩌면 고양이들과 웃고 놀면서 때때로 가슴 아파하던 그 순간도 없었다면, 나는 정말로 기계적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증오와 기계적 삶을 사람의 삶으로 만들어준 것은, 어쩌면 그냥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버티던 마당 고양이들의 삶이 아니었을까 싶다.

 

늘상 나는 그들을 돌봐준다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 누가 누구를 돌본 건지, 그건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에세이집이 나오게 되었다. 대선 이후, 황망하던 그 겨울을 지내면서 벌어진 얘기들이 혼자 돌아보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원래에는 고양이 생태학에 관한 조금 더 무거운 얘기들을 많이 쓰려고 했었는데, 명박 시대를 보내고, 그리고 다시 박근혜의 시대를 맞으며, 나도 사람인지라처음에 의도했던 길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글들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왜 우리는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는가?”

 

늘 내가 TV를 보던 마루 창문 바로 앞에서 생협의 얼어 죽은 시체를 찾았다. 그 때, 녀석을 처음으로 안았다. 참 많이 울었다. 왜 우리는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는가, 그 생각을 그 때 했다.

 

묵직한 고양이 시체를 가슴에 안아 들고, 한참 울고 나서, 내가 좀 변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박근혜 5, 꼬질꼬질하게 이 땅에서 사람들과 그냥 볼 꼴, 못 볼 꼴 보면서 부대끼면서 살겠다는 것만 정했고, 아직도 뭘 어떻게 하면서 그 시간을 보내야 할지, 정말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일단, 하게 되는 일을 조금씩 하면서, 그냥 꼬질꼬질한 삶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 삶을 고통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 어쩌면 바보 삼촌에게 많이 배운 건지도 모르겠다. 삶이라는 게 뭐 그리 복잡한 게 있겠느냐?

 

다음 에세이집 테마도 아직 못 정했다. 내 삶에 결정된 것은 거의 없다. 그래도 그냥 담담하게 시간과 삶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우린 모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들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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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를 사는 법

 

작년 2월에 쓰기로 하고 아직도 출간을 못한 책이 하나 있다. 조희연 선생 부탁으로, 대학생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정도의, 가벼운 접근이다. 특별히 부담 가지지 않고 그냥 아는 얘기 쓰면 그만 아니냐는 정도로 시작된 건데, 그게 그럴 수가 없다. 헤드에 해당하는, 전체 얘기를 묶을 입구가 필요한데, 이게 계속해서 문제였다.

 

신좌파에서 신신좌파, 대선에 이긴다는 전제로 주체를 중심으로 얘기를 모았었다. 물론 여기에도 세계 경제가 바로 경색 국면으로 갈 거냐, 아니면 조금씩 버티면서 조정 국면으로 갈 거냐, 여기에 따라서 서로 다른 두 개의 버전이 있었다.

 

그리고 대선에 졌다. 미안한 얘기지만, 좌파로는 지금 경제 얘기를 내 실력으로는 정리하기 어렵다. 이기거나 지거나,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냐, 그 말이 옳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내 얘기는 늘 옳다’, 그렇게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의 희망은, 이번 대선에서 시민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집단이 집권하고, 다음 정권은 이제야말로 좌파그런 꿈을 가졌드랬다. 40대 중반의 내가 꿀 수 있는 가장 큰 꿈이었다.

 

그렇지만 졌다.

 

잘 해보고 싶었다, 그런 무기력한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어쩌겠는가.

 

세상이 원래 이렇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박근혜가 이길 줄 알았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내용은 정리해야 하니까, 좌파 혹은 신신좌파라는 키워드를 책에서는 일단 drop… 아쉽지만 그 제목은 다음 기회로.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제목으로 한참을 더 고민을 했다. 사무엘 브리튼이라는 사람이 95년에 이미 책 제목으로 쓴 적이 있다. 참 구하기 힘든 책이었는데, 결국 구했다. 같은 제목으로 쓸까, 약간의 변형을 시킬까, 그런 고민을 했다. 이미 내 책에서 몇 번 쓴 적이 있는 표현이고, 내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가장 소극적인 형태로 표현하면 이 정도 된다.

 

그러다 최근, 어차피 박근혜 시대에 정공법으로 갈 거면, 아예 그들의 언어와 문법을 쓰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성장’, 그들이 요즘 즐겨 쓰는 용어이다. 물론 어감만 있고, 용어 정의는 없다. 그리고 내용도 없다. 그렇지만 많이 쓰는 용어이다. 창조 경제는, 그래도 내용은 있다. 설령 근혜네들이 이해는 못하더라도, 그 용어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따뜻한 성장, 그 자체로 아무 내용도 없다. 그야말로 이미지와 뉘앙스만 가진 용어이다.

 

, 억울하기는 하지만, 그런 이미지 전략에 늘 졌다.

 

난 성장주의자는 아니다. 성장 보다는 성장 패턴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다.

 

어쨌든 대학생들의 경제 입문서에 해당하는 책을, ‘띠뜻한 성장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할까, 요즘 그러는 중이다. 내용은 벌써 4번 가까이 썼다 엎었다, 뭘 정리해야 할지는, 어느 정도는 정리되어 있다.

 

박근혜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른 사람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난 여전히 난감하다.

 

하던 얘기를 계속하는 것, 복지라는 용어를 들을 때 느끼는 답답함이 있다. 결국 박근혜는 복지를 안 할 거니까, 그리고 계속해서 복지를 얘기하면 결국에는 이긴다

 

요 정도인데

 

,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작년까지 하던 얘기를 기계적으로 혹은 더 쎄게 반복하는 것,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내 생각에는, 그건 세 번 지는 가장 정확하고 정직한 방법인 듯싶다.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부동산종합대책에서 가장 눈에 가는 대책은 1) 수직증축, 2) 보금자리 주택 폐지, 이 두 가지이다.

 

이거, 양아치들이다.

 

수직증축은 명박도, 너무 이상하다고 안된다고 했던 정책이다. 그들의 수준을 가름하는 첫 번째 기준이다. 보금자리 주택은, 격론이 있을 수 있다. 나도 그냥 찬성하지는 않았던 제도이다. 그러나 민간 아파트 공급자들이 아파트 분양가를 올릴 수 있게 보금자리 주택부터 없애는 것, 그건 정말 이상한 이유이고, 이상한 논리이다.

 

그럼 뭐하냐. 이런 거 이상하다고 말하는 나만 이상해지는 시기인데 말이다.

 

약간 좀 괴상한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나는 마이너의 마이너가 되었다. 민주당은 여기에, 콜 그리고 6억 더, 양도세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시켜 주었다.

 

의원님, 나이스 샷!

 

박근혜는 명박 보다 더 이상하게 삽질하고, 민주당은 희한한 각도로, “나는 중도다”, 그런 이상한 일을 할 5년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어차피 아무 일도 없다.

 

그냥 박근혜의 용어를 빌려서, 그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가야 하는가, 그런 걸 이 기회를 빌어서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박근혜가 따뜻한 성장을 했나, 안했나, 이걸 나중에 알 수 있는 간단한 기준이 있다.

 

DJ, 노무현 때 최저임금이 평균 10% 정도 올랐다. 명박 때, 5% 정도 올랐다. , 박근혜는 이걸 어찌할 것이냐?

 

쉽지만 대부분의 것을 보여주는 기준이다. 말이냐, 행동이냐, 그런 걸 간단히 볼 수 있는 작업들을 좀 해보고 싶다.

 

언제 세상이 이론적인 것이나 학문적인 것으로 바뀌더냐? 박근혜를 죽어라고 지지한 그 골수지지자들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킬 방법은 없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보려고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한 박근혜 시대를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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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다음 주제는?

 

오랫동안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정했던 주제는 ‘40였다, 그 글들은 ‘1인분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묶였다. 그 다음은 주제라기 보다는 소재였다. 나랑 같이 지내는 마당 고양이들과의 삶과 애정 그리고 슬픔. 이 글들은 아닐로그 사랑법이라는 제목으로 묶여서, 아마 다음 주면 시중에 나오게 될 것 같다.

 

요즘은 내 삶도 길을 잃은 듯하고, 사람들도 길을 잃은 듯하다. 대선 이후, 한국은 전체적으로 길을 잃은 듯 싶다.

 

아마 길을 잃지 않고 마음 먹은 대로 가는 사람이라면 변희재와 고성국 정도? , 좀 그로테스크하지만, 그들이 길을 잃은 것 같지는 않다.

 

하여간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물론 살던 대로 살면 그만이고, 하던 대로 하면 그만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개인적 삶이나 사회적 삶이나, 지는 것은 그닥, 매력적이지 않은 것 아닌가?

 

그렇다고 엄청나게 정치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정치를 할 것도 아니고, 그런 얘기를 엄청 재밌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재수없지 않고, 불편하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고 그리고 슬프지 않고.

 

그렇게 소일 삼아 새로 생각해보면서 쓸 수 있는 주제들을 요즘 생각해보는 중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이거다 싶은 게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좀 더 아줌마틱하고, 좀 더 수다스럽고, 뭐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방향감만 있는 게 딱 지금 상황이다.

 

각을 잡고 정확하게 테제를 향해서 돌진하는 글, 그렇지만 그런 걸 일상 속에서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살다 보면 아픔도 있고, 실망도 있고, 예기치 않게 남에게 상처주기도 한다. 그런 게 삶이다.

 

40대 후반의 삶을 보내면서, 아기와 함께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중이다.

 

사람들의 지혜를 좀 빌리고 싶다.

 

선거에서 진 우리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으면 좀 재미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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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저술 모드로

 

아기 태어나고 대선 치루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냈다. 그 동안 이사도 했고,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내 방은 제대로 정리도 하지 못했다. 스피커랑 스크린, 그런 거 셋팅도 안하고, 컴만 겨우겨우 돌리면서 지냈다.

 

4월말 정도나 되어야 올해 내가 뭐하고 지낼지 결정이 될 것 같았는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언제까지 하게 될지 모르지만, 아침 방송을 하는 게 하나 있다. 이게 오후로 가면 새벽 작업을 하면서 일을 하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계속 아침 방송으로 남을 것 같다.

 

YTN 뉴스 정면승부에서 주간논평 하는 게 하나 생겼다. 어쨌든 1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거지만, 그런 창문 하나는 맡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냥 하기로 했다. 라디오에서 다른 코너의 고정 출연 제안들이 좀 있기는 했는데, 전문 방송을 할 것도 아니라서, 2개면 나에게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팟캐스트 방송 진행 요청도 있기는 했는데, 그것도 무리이다.

 

아직 제목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경향신문에서 30회를 목표로, 토요일마다 통면으로 나가는 기획 기사가 하나 있다. 내가 2, 선대인이 한 번, 그 주기로 하기로 했다. 원래는 격주로 할 생각이었는데, 선대인이 한 번만 더 내가 맡아달라고 해서. 광장시장편 첫 원고는 오늘 써서 넘겼고, 다음 회는 포항 롯데백화점을 다루려고 한다. 매번 지방에 갈 수는 없지만, 어쨌든 목요일은 현장 취재하는 날이다.

 

내 작업 스타일상, 인터뷰도 더 많이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그 시간까지는 잘 안 나온다. 소설 작업은 인터뷰를 많이 하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 일정이 잘 안 잡혀서 고민이다.

 

얼마 전부터 국민연대 공동대표를 맡았고, 화요일마다는 상임회의가 열린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맞추면, 1주일에 단 하루도 남지 않고, 단 한 끼도 누군가 식사를 할 공간이 없다.

 

일요일, 월요일은 경향신문 연재 마감하는 날이고, 화요일은 회의와 ytn 방송 원고 쓰는 날. 수요일은 ytn 방송. 목요일은 취재가는 날. 그리고 금요일은 거의 예외 없이 take팀 회식하는 날. 그리고 토요일은 유일한, 휴식일.

 

여기에 한국일보와 주간경향에 순번제로 돌아가는 칼럼들.

 

당분간은 이렇게 일정이 잡히고, 나머지는 아기 보면서 책 쓰는 시간. 8월까지는 이 모드로 돌아가게 된다. 8월에는 아내가 복직한다. 지금 시작한 일 중에서 상당수는 그즈음에, 꼭 해야 하는 거 아니면 종료하려고 한다.

 

다음 주에는 포토 에세이인 아날로그 사랑법, 대선 후 나오는 책으로는 첫 책으로 나온다. 이것저것, 공저로 준비하고 있는 책 등, 지금부터는 다시 월간지 모드처럼 될 것 같다. 내가 올해에 혼자 쓰는 책으로 준비하고 있는 건 4권인데, 여력이 안되면 한 권은 내년으로 돌릴 생각이다.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 친구들, 유학 같이 했던 사람들, 정말 절친한 사람들 못 만나고 산지 10년도 넘는 것 같다. 공식적인 동창회는, 나가본 게 거의 기억이 안 난다.

 

방송도 더는 늘릴 생각이 없고, 책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 외에 더 늘릴 생각은 없다. 일단 무리이고

 

보통은 한 해 계획을 이전 해 10월 늦어도 11월까지는 짜는데, 올해는 대선 치루면서 모든 것이 미루어져서 4월 중순이나 계획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몇 달간,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아기 보고, 놀고, 그렇게만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다른 사람들의 책을 소개하는 일을 올해는 좀 더 신경써서 해보려고 한다. 그래봐야 블로그에 독서감상문 올리는 정도지만올해는 신경 써서 그런 걸 좀.

 

영화 기획은, 같이 해보자고 온 작업들이 몇 개 있기는 한데, 올해는 무리데쓰다큐 작업은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이것도 무리데쓰.

 

하여간 주변 상황과 일상적인 일들을 이렇게 정리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책 작업을 시작한다.

 

올해 출판계 상황이 정말 안 좋다고, 대부분이 우울한 전망을 말한다. , 그렇기는 한데, 계속 미루어두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기 돌보면서 책 쓰기, 하여간 새로운 형태의 삶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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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고민을 시작하다

 

벌써 작년 2월에 나왔어야 할 책 하나가 계속해서 헤매고 있는 게 있다. 대학생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비슷한 것인데, 일반 대학생은 아니고, 운동권 학생들에게 읽히자는 것, 그런 게 기획의도로 알고 있다.

 

적당히 대충, 빨리

 

이런 게 내가 받은 부탁의 내용인데, 몇 번 거의 탈고 직전까지 갔다가 아직도 방향을 제대로 못잡고 있다. 이유야 간단하다. 알뛰세의 책 제목으로 유명해진, 소위 position, position을 잘 못잡고 있어서 그렇다.

 

대선을 앞두고 정리하는 내용과, 대선을 이긴 이후에 정리했을 내용과, 그리고 대선을 지고 나서 정리하는 내용이 각기 다를까? 어차피 아는 게 같은 내용이니까,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 경우는 다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시민을 키워드로 정리할 것이냐, 좌파를 중심으로 정리할 것이냐, 이걸 가지고 1년 이상의 시간을 고민했던 셈이다. 그 어느 쪽이든 position이 정해지고 나면, 내가 대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어쩌면 기계적인 내용일 수도 있다.

 

처음에 시작은 좌파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었는데, 대선을 이기고 나면, 아주 솔직하게 시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시 정리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어느 쪽이든, 최선을 다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계속해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그리고 대선에 졌다.

 

아주 냉정하게,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다만 5년이 지체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솔직하게 그 이상, 그러니까 앞으로도 2번은 더 야당이 집권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그 사이에 position의 차이는 엄청나다. ,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미래는 알기 어렵다. 더더군다나 정치의 미래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하듯이 지나면 다음 대선도 아주 어려워 보이고, 워낙 밑바닥이 붕괴된 상태라서 그 다음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 나이도 환갑이다. 이명박부터 시작해서 20년쯤 그렇게 보낸다고 하면, 나의 40대와 50대는 그러게 가는 거다.

 

그런 고민 속에 운동권 대학생을 위한 경제학 교과서의 position이 자리를 못 잡고 헤매고 있었다.

 

, 그냥 아는 얘기, 하고 싶은 얘기를 쭉 쓰면 간단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게 position이 잡혀야 얘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그게 안되면, 단 한 줄도 쓰기 어렵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제목은 그 와중에 떠오른 것이다. 내가 처음 한 얘기도 아니다. 그리고 최근에 다보스 포럼이 이 제목으로 열리기도 하였다. 원 저자는, 하여간 내가 알기로는 밀턴 프리드만의 제자였다. 1995년에 사용된 용어이다. 그 이전에도 사용되었는지, 아니면 그 때가 정말로 처음인지,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 나름대로는 알아보는 중이다.

 

처음 사용된 맥락은 대처주의에 대한 반발이라는 걸로 알고 있다. 95, 여러 가지로 상상해볼 수 있는 시점이다.

 

생태주의자로서의 입장, communalism에 대해서 내가 20대에 생각했던 것 그리고 한국에서 좌파 경제학자로 움직이던 것들에 대한 생각이 그야말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게 하는 제목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겨우 자본주의에 대한 얘기가 내가 대학생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경제학 얘기의 전부인가, 이건 아내를 비롯해서 내 주변 사람들이 우려와 함께 해준 얘기이다.

 

바로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 솔직히는.”

 

이건 내가 그들에게 한 대답이었다.

 

제목은 조금 변주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해보고 싶다.

 

좀 더 넓게 보자면, 지난 겨우내 샤르트르와 함께 실존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과 아주 상관이 없지는 않다. 교육에 대한 고민들, 그런 것들도 비슷한 맥락 속에서 진행된다.

 

어쨌든 기존에 써놓았던 원고를 다시 한 번 갈아엎고 새로운 버전으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이상향이, 그렇게 고결하거나 높은 수준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고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냥, 나는 이 정도만이라도 하면 좋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박근혜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고결한 사회를 희망했던 것 같다.

 

그 얘기를 그냥, 이 기회를 빌어서 해보려고 한다.

 

민주당 버전의 전문가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했던 보편적 복지와 같은 몇 가지 프레임들이 있다. 나는 그것과는 좀 생각이 다르다. 그 얘기를 이번에는 좀 해보려고 한다.

 

지난 대선에는 워낙 복지 프레임이 강했다. 사적으로는 그건 좀 아닌 듯 싶다고 몇 번 얘기를 했었는데, 워낙 그런 흐름이 강해서 내가 하던 얘기는 씨알도 안 먹혔다. 그리고 나도 대선 정국이라서, 그 얘기를 강하게 하지는 않았다. , 일단 이기고 보자, 그런 생각이 나에게도 없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런 얘기들을 이번에는 좀 편하게 해볼까 한다.

 

여기에 미래학이라는, 아주 한참 날리던 흐름에 대한 내 생각도.

 

2013, 이 아주 독특한 시기에 대해서, 최소한 경제학적 사색 같은 것은 만들어보고 싶다는 게,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경제학자로서 대학생들에게 한 가지 얘기를 남긴다면, 철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거. 철학은 누군가를 상처주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나, 누군가에게 지적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스스로 생각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제에 있어서도, 철학 공부는 근본적이다.

 

하여간 이런 얘기들을, 나의 학부 시절 도서관에 앉아서 처음 했던 생각부터, 최근에 가지게 된 생각들까지, 그렇게 차분하게 좀 정리를 해 볼 생각이다.

 

그래서 정말로 내가 이상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무엇인가, 어떻게 그게 달성될 수 있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었는가

 

이 책의 머리에는 맑스의 포이에르 바하의 테제를 앞에 걸까, 생각 중이다.

 

, 지금까지의 철학은 세상을 해석하려고만 했지,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 너무 유명한 구절이다. 운동권들이야 너무 잘 알고 있는 테제라서 굳이 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나를 위해서 그 구절을 다시 환기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3, 4,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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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 세대를 위한 작은 메모

 

지난 대선 전에 꼭 쓰고 싶었던 책이 몇 권 있었는데, 8월에 아기가 태어나는 일정에 밀려서 시킨 책들이 몇 권 있다.

 

그 중, 가을에 마지막으로 살려보려고 했다가 결국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내려놓은 책의 가제목이 세대 전쟁이었다. ‘탐욕의 종말이라는 제목으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했었는데, 그야말로 아기 낳고 난 다음의 삶이 너무 어려워서, 무리다요, 무리! 아쉽지만 결국 내려놓았다. 그게 50대 보수에 관한 얘기였다.

 

‘150만원 세대는 지난 대선, 통합후보로서의 문재인을 돕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책과 표현이다. 청년을 위해서, 기본적인 정책 틀 하에서 내가 해볼 수 있던 거의 최선을 담았다. 그게 다냐, 그 정도가 내가 구상해볼 수 있는 거의 전부였다.

 

하여간, 대선은 졌다.

 

그 후에 별도로 책을 낼 계획은 없었다.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고, 대선도 진 마당에, 뭘 어쩔 수 있겠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 게, 이재영의 죽음이었다. 긴 시간이 아닌, 10년간의 기간을 같이 지냈지만, 이재영은 나에게 영원할 스승이고, 또 영원할 친구다.

 

이재영이 살아서 한 일이 몇 가지가 있다. 앞부분의 일은 인민노련, 뒷부분의 일은 진보정당 건설그리고 우리가 50이 되면 같이 하기로 한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은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출판계와 언론계에 몸 담았고, 그게 레디앙이다. ‘88만원 세대가 결국 레디앙에서 나오게 된 것, 그게 전부 이재영 때문이었다.

 

지난 대선의 패배와 함께 진보정당들의 분할, 그걸 보면서 과연 이재영이 살아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레디앙마저 망하고 나면, 어쩌면 살아서 이재영이 했던 일은 모두 망한 게 될지도 모른다.

 

친구로서 그걸 참고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레디앙에서 낼 수 있는 책 한 권을 생각하면서, ‘150만원 세대가 살아난 것이다. 50대에 대한 얘기와 20대에 대한 얘기를 합쳐서, ‘세대 전쟁과는 좀 다른 모티브로

 

속도와 관련해서

 

이미 내용의 상당 부분이 결정된 상황이라서, 좀 더 빨리할까, 아니면 시간을 가지고 할까, 고민을 좀 했었다.

 

결론적으로는 늦추는 걸 선택했다. 박근혜 정부가 어떻게 할지, 최소한 인수위 보고서와 장관 인선들 보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뭔가 먼저 예측하거나 상상하면서 글을 쓰는 것은, 상황을 보고 쓰는 것는 것에 비해서 몇 배의 에너지가 든다. 상상 혹은 예상은, 상상초월 힘들다.

 

그래서 3월 이후, 천천히 상황을 보면서 정리하기로 결정을 했다.

 

올해 사회과학이라는 틀 내에서 내가 할 작업은 딱 두 가지이다. 150만원 세대와 농업 경제학, 올해는 여기까지만 하려고 한다.

 

아기 보면서 뭔가 할 여력이 쉽지가 않고, 요 작업도 두 개 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하여간 올해는 사회과학 책으로는, 이 정도 해보려고 한다.

 

정치적인 생각으로 그렇게 포착한 건 아니다. 그냥 경제적인 특히 정책들만 몇 가지 비교를 해보니까, 대선 전에 내가 내린 결론은 20대와 50대의 전쟁처럼, 경제는 그렇게 갈 거라는 것이었다.

 

그냥 마음 편하게, 그 때 내가 본 얘기들과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을 모아서 써보고 싶다.

 

부제로는 탐욕과 주눅정도 일단 생각해보고 있다. 탐욕은, 내가 본 50대를 상징하고, 주눅은 역시 내가 본 20대를 상징한다. 한 쪽은 욕심이 너무 많고, 한 쪽은 너무 잔뜩 겁에 질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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