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별 일 없이 산다'에 해당되는 글 44건

  1. 2012.10.24 시민, 단일화와 연합을 논하다
  2. 2012.09.27 삼성반도체, 제보자 광고, 반올림 1
  3. 2012.09.08 얘기 만들기 4
  4. 2012.08.27 뒷방 늙은이의 사랑방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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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에서는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에

 

피엠, (즉) 유지보수업무를 하셨던

 

설비엔지니어를 찾습니다.

 


특히 1997년부터 2002년 사이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5라인 씨엠피 공정에서
황민웅님과 함께 피엠 업무를 담당했던 분의 연락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황민웅님은 2005년,
서른 한 살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황민웅님 외에도 그곳에서 일하다 백혈병, 루게릭병 등에 걸린
설비엔지니어들이
정부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기나긴 행정소송을 거치고 있습니다.
씨엠피 공정이 아니더라도
설비엔지니어의 피엠업무에 대해 진술해주실 수 있는
용기있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겠습니다.
반올림은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한
제보해주신 분들의 신상을 절대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제보 연락은
휴대전화 010-8799-1302 혹은 010-9140-6249
이메일 sharps@hanmail.net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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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 만들기

 

김영현이라는 양반이 계시다. 아마 나한테 영향을 많이 준 사람 중에 몇 손가락에 꼽힐 것 같다. 대학교 입학식도 안 했을 때, 당연히 나는 학교에서 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같은 건 안 갔고, 그냥 학생회 가서 놀았다. 일부러 그렇게 할려고 마음을 먹은 건 아니었는데, 너무너무 재밌어서 막걸리 마시면서 밤을 새웠다. 그 날 있었던 나머지 사람들은 잘 기억이 안 나고, 누님 두 분과 형님 한 분이 오랫동안 기억에 난다. 그 때의 그 형님이 민주노총에 오랫동안 계시던, 지금도 가끔 소주 한 잔이나 하시는 분이다. 나머지 한 양반은, 참 이것저것 그 후에도 많은 인연을 가지고 살았는데, 지금은 아마 김문수 쪽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누님 한 분이, 바로 김영현이었다. 그 날이 내가 공식적으로 운동권의 삶을 살게 된 첫 날의 경험이었다. 그 후에는 물론 그 전에도 밤새워 술 마신 적이 여러 번 있지만, 정말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날이었다.

 

어린 시절에 알았고 나중에 글로 유명해진 사람들이 공교롭게도 내 주변에는 좀 있다. 그렇지만 영향으로는 그 양반 영향을 내가 제일 많이 받은 것 같다. 우선은 내가 좋아했고. 누님들 중에서도 특히 편하게 생각하고, 마음에 오래 남았던 분이다.

 

대장금에서 선덕여왕 그리고 뿌리 깊은 나무와 같은 드라마의 작가가 김영현이기도 했다. 요즘도 그런 책 읽는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경제학과에서는 성경책처럼 다 읽던 한국 경제의 전개과정같은 책들을 그 양반과 같이 읽었다. 사람한테 찐한 게 어린 시절의 기억이니, 어쩌면 평생 잊혀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많은 기억들을 가슴 속에 묻어두고 살아가지만, 그렇게 묻히지 않는 것들 것 있다.

 

경제학자로서의 삶을 내려놓기로 마음을 먹은 다음에, 더 이상 숫자들이나 정부 보고서를 읽지는 않게 되었다. 원래 재미없는데 억지로 참고 읽은 것이다. 그 대신에 얘기 만들기를 다시 해보는 중이다. 물론 나는 원래 얘기 만들기를 좋아한다. 갖다 붙이는 걸 좋아하고, 음모론 만들기는 원래 딱 내가 좋아하던 일이다.

 

경제학자로서의 삶을 그만두고 제일 처음 잡은 것은 <>이었다. 이제는 <>의 세계에서 좀 나오지 않았나 싶었는데, 역시 나는 <>에 속한 사람이다. <>을 처음 읽은 것은 박사 과정 초입이었던 것 같은데, 하여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 <>의 세계에서 나오는 법은 없다더니, 정말로 그렇다.

 

영화는 두 번이 나왔는데, 좀 많이 아쉽다. 데이빗 린치의 영화는 아주 좋아하는데, 별로였다.

 

얘기를 하는 건, 경제학이나 사회과학이나 영화나, 기본적으로는 다 마찬가지이다. 공식으로만 차 있는 듯한 논문도 사실은 얘기이다. 얘기를 재밌게 하는 사람이 있고 재미없게 하는 사람이 있지만, 어쨌든 다 얘기는 얘기이다.

 

그러나 얘기 만들기는 좀 다르다. 듣기 싫어하는 얘기를 편하게 하는 것과 없는 얘기를 그럴 듯하게 하는 것, 이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좀 있다. 사실이나 진실과는 또 좀 다른, 얘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속성이 있다. <> 같은 게 대표적이다. 보는 눈에 따라서는 아주 재미없을 수도 있고, 그 지독한 서양 중심적 사고가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얘기 자체가 워낙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준다. 그래서 듄에서 나온 것들이 참 많다.

 

많은 사람들이 알만한 <>의 한 장면이라면, 열폭탄이 터져서 장님이 된 폴이 비전을 통해서 앞을 보는 장면. 이 장면은 <매트릭스> 3편의 마지막에서, 네오가 눈을 다쳐도 앞을 보는 장면으로 다시 사용된 적이 있다.

 

<>을 보고 나서, 나는 듄 같은 얘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 그렇다고 정말로 강렬해서 모든 걸 그만두고 꼭 그걸 해야겠다는 건 아니었고,

 

요즘 놀면서 <>을 다시 챙겨보다 보니, 그 시절 생각이 다시 났다. 불어로는 멜랑쥬라고 되어있는데, 영어로는 스파이스라고 부른다. 그런 물질의 세계, 멘타트, 프레멘, 어보미네이션, 그런 한동안 잊고 있던 듄의 용어들이 다시.

 

물론 지금 당장 듄 같은 얘기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고. 어쨌든 그런 얘기 만들기의 재미로 살던 어린 시절이 다시 생각났다.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동화책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음울하고 음침하지 않은, 그러나 약간은 깊은 속내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얘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몇 년 전부터 들었다.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는 꿈을 버리고 싶지 않으니까, 결국은 아이들과 얘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가 조금씩 커가면서 볼 수 있는 책을 써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잠시 쉬면서, 앞에 써놓은 얘기들을 영현 누님에게 보내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잠시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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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의미는 없는 사진이다. 태풍 몰려오기 전, 구름이 너무 예뻐서.)

 

뒷방 늙은이의 사랑방

 

우리 시대의 싸움은 우리 시대에 끝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라는 게 뭐, 언제 그렇게 생각한 대로 움직이겠나... 그저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알리바이만 남기는 것. 그야말로 비겁한 변명일 뿐이기는 하다.

 

어쨌든 질 수 없는 짐은 이제 좀 내려놓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별 의미 없는 비판이나 욕질은 그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연인으로 돌아오면, 내가 누군가에게 뭐라고 할 일이 뭐가 있겠나. 어차피 알던 사람들도 아니고, 또 볼 사람들도 아닌데.

 

뭐 별로 정리할 게 거창하게 남아있는 것도 없지만, 어쨌든 요즘은 내가 내려놓을 수 있는 것들 것 계속해서 내려놓는 중이다. 나꼽살 방송이 좀 더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기본 기획과 아이템 선정 같은 것들은 대부분 선대인 소장에게 넘겼다. 계약되어 있는 남은 책들이 조금 있지만, 그거야 뒷전으로 물러나서 조용히 원고 작업하고, 조용히 출간하면 되는 거고.

 

수업 정리는 작년에 이미 했고, 경제학과나 사회학과에서 새로 더 수업을 개설하거나 그럴 계획은 없다. 그냥 해보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한 얘기가 주변에 있기는 하다. 내가 내 스스로가 좋은 선생이 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냥 되었다고 아뢰오

 

작년 말부터 준비를 좀 해서, 이제 영화기획자로 주로 보내는 시간이 많이 바뀌었고, 첫 번째로 영화기획자로 참여하는 영화가 투자단계는 넘어가서 캐스팅 단계로 가 있다. 물론 엄청나게 내 영향이 많이 들어간 영화는 아니지만, 아직은 내가 손 볼 구석이 좀 있는 것 같다.

 

, 이렇게 하면서 대단히 큰 돈을 벌지는 못하겠지만, 그냥 하고 싶은 책이나 읽고, 보고 싶은 영화나 보면서, 큰 돈 쓰지 않고 이럭저럭 살아가려고 한다.

 

남은 게 블로그 같은 그냥 수다나 떨던 공간을 어떻게 할 거냐, 뭐 그런 건데.

 

원래도 별 의미는 없던 건데, 그냥 뒷방 늙은이의 사랑방 같은 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했다.

 

그래서 엄청난 얘기들을 할 생각은 없고, 소소한 얘기들이나 살다보면 느껴지는 작은 얘기들, 그런 걸 사람들과 나누고, 그냥 수다들이나 좀 떨 수 있는.

 

우리 사회가, 긴장도가 너무 높다. 그래서 어떤 공간이든 열리면 금방 날 선 공방장이 되어버린다. 때때로 그런 일들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사람이 어떻게 늘 그렇게 날이 선 상태로 살 수가 있나

 

너무 그렇게 들이대기만 하면, 결국에는 자신이 무너지게 된다.

 

사람은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니고, 또 생각보다 다면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한동안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해봤는데, 엄청나게 힘이 드는 것도 아니고, 또 별 다른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뒷방 늙은이의 사랑방 같은 걸로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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