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모르지../미친 놈들의 재밌는 시대'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21.04.11 좌파에 대하여.. 7
  2. 2021.03.31 재택 근무 단상.. 3
  3. 2021.03.22 그냥 하루를 산다.. 2
  4. 2021.03.08 메마른 문장들..
  5. 2021.03.03 질곡 한 가운데에서.. 4
  6. 2021.02.26 어느 금요일의 메모 1
  7. 2021.02.24 어떤 인생..
  8. 2021.02.08 내가 얼마나 살까? 6
  9. 2021.02.06 미친 놈들의 재밌는 시대.. 2

"더 높은 곳을 향하여",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잘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에너지도 정렬도, 매우 남다른 사람들이다.

나는 그냥 좌파로 살아갈 생각이다.

나는 좌파라고 그러는데, 사람들이 자꾸 나를 진보라고 부른다. 나는 여전히 진보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나는 20대에 마음 먹은 것에서 별로 바뀌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살아간 것 같다.

진보라고 하면, 뭐가 바뀌거나, 어딘가 가야할 것 같은데, 나는 아무 데도 안 간다. 그냥 가치를 지키거나 혹은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라도 치면서,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가다가..

때 되면 웃으면서 죽고 싶다. 가지지 못한 것, 가보지 못한 것에 아쉬움에 눈을 못 감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내게 아직 남은 시간 동안 좌파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보려고 한다.

좌파 평화주의,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내 입장이라는 게.

한국에 자신이 좌파라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5%나 될까? 그래도 2%는 넘지 않을까, 그런 어림짐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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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수업과 줌 회의가 늘면서 파워포인트 만들고 있는 시간도 늘어나게 되었다. 가능하면 시간 안 들이려고 하는 편이지만, 이거 하고 있다 보면 참 한숨 맞다는 생각이 절로.. 이게 어디 발표하는 글도 아니고, 자주 쓰는 것도 아니고 딱 한 번 쓰기 위해서 몇 배의 시간을 들여야 하니, 이거야 원.

그렇게 입 대빨 나와서 뭔가 하다가 로버트 라이시가 얘기하는 팬데믹 4계급 생각하면 또 잠시 화를 누르고, 겸손해진다.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격리되어도 큰 경제적 손실이 없는 사람들이 1계급이다. 파워포인트 만들고, 줌으로 회의하거나 발제해도 돌아가는 삶 자체가 이제 1계급이 되는 시절로 들어가는 중 아닌가 싶다.

예전에 블루칼라/화이트칼러 구분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재택근무와 비재택근무가 신분을 구분하던 시절로 들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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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금요일의 메모  (1) 2021.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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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으로 53세가 되었다. 올해 들어서 나이 처먹을 만큼 처먹었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

이제 뭐 한 턴 하고 나면 바로 환갑각각이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시간 가는 게 무섭다.

몇 년 전까지는 뻘짓해도 아직 시간은 많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50대 에세이 내면서 버렸다. 이젠 뻘짓할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독설도 멋진 일이 아니다. 다 휘발성, 잠시 지나면 잊혀질 일이다. 그것보다는 세상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고, 나에게도 즐거운 일을 하고 싶다.

옳은 일이지만, 내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 그런 거 한두 번 하고 나면 바로 환갑 올 것 같다. 지천명, 그딴 어려운 얘기는 모르겠고. 혹시나, 그딴 건 없다는 불혹, 50에도 여전히 불혹인 것 같다. 아직까지 안 되었으면, 그건 이번 생에는 안 된다는 거. 혹시라도, 그딴 건 없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뚜벅뚜벅, 그냥 하루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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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경제학 에필로그 끝냈다. 그리고 칼럼 두 개를 쓰고, 잠시 숨 좀 돌리려고 하는데, 주말에 씨네21 칼럼 마감이라고 문자왔다. 돌아삐리. 

점심 먹으려고 보니까, 아내가 김치찌게 어마어마하게 맛있게 해놓았다. 신나게 처먹었더니, 저녁도 애들하고 먹으라고 해놓은 거란다. 아내가 오늘 늦게 온다. 눈치도 없이 나 먹으라고 해놓은 건줄 알고 거진 다 처묵었다. 돌아삐리. 애들하고 저녁은 뭘 해서 먹나. 돌아삐리.

하루하루 어떻게 어떻게 보내기는 하는데, 대체 애들 보면서 사는 삶이 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내일은 예정에도 없이 광주에 가게 되었는데, 아내는 내일도 늦게 온다. 결국 장모님이 하루 출동.

살다 보면 안 좋은 것들이 하나로 모여서, 예기치 않게 버티고 버텨야 하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지금이 그렇다. 피의 3월달. 지난 겨울을 슬렁슬렁 보낸 댓가가 이렇게 가혹하게. 그냥 머리 박고 버티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강연 부탁이 두 개가 왔는데, 네 어렵습니다, 죄송. 추천사 부탁도 왔는데, 지금 뭐 열어볼 형편이 안 됩니다, 죄송.. 그 와중에 신세진 지인이 또 비슷한 부탁. 모른 척 하기 어렵다. 네, 영광입니다.. 인간 간사하다. 

내가 읽어야 할 책 읽는 것도 벅찬데, 다른 책까지 읽을 형편이 도저히 안 된다. 

요즘 내가 쓰는 문장들은 사막에서 아무 것도 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과 같이 메마른 문장들이다. 기능적이고, 단문 위주고, 최단 속도로 원하는 목표에 바로 도달하는. 준비 작업과 예열도 없다. 바로 훅훅 타격지점으로 들어가버리는, 아무 무미건조한 문장이다. 나도 수식어도 많고, 몇 단계를 거쳐서 목표점까지 가는 글을 쓰던 시점이 있었다. 요즘은 최소한의 논리만 두고, 바로 메마른 문장들로 직진. 

그래도 우리 편이냐, 아니냐, 그런 하나마나한 소리들은 가급적 줄인다. 삶은 그렇지 않은데, 문장만큼은 점점 더 미너멀리즘에 가까워진다. 친한 친구들끼리 하는 얘기와 비슷하다. 갑자기 "너 나빴어!" 그리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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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생..  (0)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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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노동자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잘 안 쓰는 표현이다. 수영장 갔다가 캑캑, 에고 힘들어 하면서 나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새로운 것들에 대한 생각만 하면서 살았다는.. 그나마도 요즘은 익숙하지 않은 분야까지 공부해가면서 다시 새로운 생각을 하려고 깽깽거리고 있는..

현대 다시던 시절부터 나에게 던져진 질문은 대부분 나중에 '한국 최초' 혹은 '한국 최대'라는 수식어를 달고 신문에 나가게 될 일들이었다. 참고할 사례도 별로 없고, 주어진 시간은 짧고. 하여간 만들어내..

그 시절에 내가 제일 잘 했던 걸로 기억하는 건, 한반도 대운하가 책상 위에 올라왔는데.. 이거는 경제성이 너무 없다, 그렇게 빨간 딱지 딱 붙여서 위로 올렸던. 그렇게 그 사업을 죽였는데, 나중에 명박이 다시 꺼내서 결국 현실로 만들었던.

두뇌노동자라면 나도 일종의 두뇌노동자인데, 돈 안 받고 해주는 그냥 해주는 일이 워낙 많아서 노동자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나에게 부탁하면 뭔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를 했던 것 같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 짓만 20년 넘게 했다. 돌아비리.

내가 수영하면서 뭔가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있는데, 캑캑, 힘들어죽겠네, 그런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 안 난다. 몸은 더럽게 힘든데, 그래도 그 순간 정도가 아무 생각 안 하고 있는 유일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20대에 대한 생각은 몇 년 동안 거의 안 하고 지내고, 그 대신 10대들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다. 뭔가 하나만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것을 생각해보는데, 그 사이 뭐가 많이 바뀌어서 나도 잘 모르겠다. 하이고 머리 아파라.

방송은 어지간하면 안 한다고 스케쥴에서 딱 빼놓고 있는데, 박용진-김세연 책 새로 나와서 이래저래 세 번은 나가야 한다. 바빠서 안 나간다고 하면 싸장님 돌아비리.. 그리고 스케쥴 표 보고 딱 돌아서려는데, 큰 애는 방과후 교실 연계 돌봄교실인데, 방과후 교실은 10며칠부터 시작한다고.. 뭔 소리야? 내일이랑 모래는 내가 집에서 큰 애 원격 수업 하는 거 도와줘야 한다고. 캑.

강준만 선생 은퇴했다는 뉴스 보면서 마음이 좀 짠해졌다. 몇 년 전인가, 고속터미널 근처에서 길지 않게 술 한 잔 했던 게 마지막 뵈었던.. 그 시절만 해도 그 양반 정정해서, 무슨 포럼 같은 것도 만들고 막 그랬던 시절이다. 이대 김수진 선생과도 자주 만나지는 못했어도, 몇 번 아주 굵게 마셨던 술이 아직도 즐거운 시절의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 시절만 해도 아직 둘째 태어나기 전이라, 나도 팔팔대던 시절. 이제는 그 양반들도 다 은퇴 모드고, 예전처럼 술 때려먹기는 어려워진.

앞에 넘어서기 어려운 벽 앞에 막혀 있는 느낌이다. 그것도 벽이 겹겹히 서서, 이리저리 삐뚤빼뚤, 발 디딜 틈 없이 혼잡스러운.

그래도 희망이 딱 하나 있다. 장마철 지나고, 여름도 한참 더위가 꺾일 때쯤 되면, 많은 일들은 어쨌든 지나갔을 것이고.. 지난 몇 달 동안은 내가 관리하기 어려운 변수가 너무 많았다. 이제 3월인데, 8월까지는 지금의 비상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하고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자신이 있는 게 아니라, 일정상 그렇다.

농업경제학은 어떻게든 손을 봐서 올해 냈으면 좋겠고, 결국 사연 많고 곡절 많은 책이 될 젠더 경제학은 올해를 넘기지 않고 마무리하고 싶다. 하반가의 일들은 훨씬 더 편안하고 느긋하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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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둘째가 어린이집 마지막 등원한 날이다. 3.1절 연휴가 끼어 있고, 화요일부터는 초등학생이다. 그리고 2016년부터 시작된 나의 어린이집 등원도 마지막 날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나 혼자 감개가 무량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3월이 되면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그렇게 두 군데로 행가레를 치면서 다닐 일은 없게 되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 다시 올 일도 없다. 

정말로 아무도 신경 안 쓰지만, 오후가 되면서 이 날을 기념하고 싶어졌다. 아이들하고 슈퍼에 한우 사러 갔다. 작년 봄에 아이들 몫으로 재난지원금 나왔을 때, 재래시장에 가서 한우를 사다 먹고는 처음이다. 그래도 막상 집으려니까 손 떨려서, 결국 육우로 한 단계 낮추었다. 

어제는 생일이었다. 원래도 생일은 아무 것도 안 하고, 신경도 안 쓴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어린 시절에 나를 키워주셨는데, 마음 속에서는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난다. 할머니는 대보름에 낀 날이 생일이라서 평생 굶지는 않겠다고 좋아하셨던 기억이 어렴풋이. 생일 잔치 같은 건 따로 안 하지만, 언제가 생일인지는 알고는 지나갔는데, 둘째 폐렴으로 입원한 이후로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고기 산다고 슈퍼 갔다가 대보름 나물 있는 거 보고, 참 어제가 생일이었지.. 그나마 올해는 지난 다음이라도 알고는 넘어가게 되었다. 작년까지는 그런 것도 다 까먹고 지냈다. 

2.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감정에 아무 동요도 없다면 거짓말인데, 그런다고 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글 하나 쓰는 걸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하기로 했다.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를, 그것도 나처럼 지속적으로 하면 모든 것을 열어놓고 개활지를 걸어가는 것과 같다. 넓은 길을 두고 좁은 길로, 안전한 길을 두고 위험한 길로 굳이 걸어가는 것인데, 그냥 천성이 그런가 보다 한다. 

일제 치하에서 태어났으면 독립군이 되었을 자신은 없지만, 아마도 적극적 친일파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만주로 달려가서 뭔가 열심히 하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열심히 살았을 것 같은 자신은 없고. 그저 적극적 친일은 하지 않았음, 이 정도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다. 

잠시 내 인생을 돌아보니, 여전히 나는 까칠하다. 그냥 입 다물면 되는데, 그러면 속이 너무 부대낀다. 피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난 B형이다. 

3.
시대는 어느덧 토건의 시기로 다시 돌아간다. 4대강 이후로 몇 년 잠잠했다. MB 서울시장 할 때 뉴타운 시작으로 한바탕 난리가 났었고, MB 대통령 되고 4대강으로 클라이막스에 돌입했다 .그리고 몇 년 잠잠했는데, 서울은 모두가 다 ‘디벨로퍼’라고, 그야말로 디벨로포 전성시대에 들어갔다. 각 지역은 공항과 함께, 온갖 토건시대 청사진이 다시 내걸린다.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과는 몇 년간 정말 자주 보면서 지냈고, 지난 몇 년간은 좀 뜸했다. 나도 애들 보느라, 어디 돌아다닐 형편이 아니었고, 오늘은 김종철 선생의 미간 잔뜩 찌뿌리면서 코 아래만 웃는 그 웃음이 그리워졌다. 그 양반 계셨으면 뭐라고 한 마디 하셨을 것 같은데. 그 양반 안 계시니, 이제 지나가는 말이라도 뭐라도 한 마디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거 보면 그 양반이 좀 꼰대틱하기는 했어도, 강단만큼은 정말 조선 최고였던 것 같다. 문득 그리움에 쌓인다. 원로의 시대는 이제 정말 끝나가나 보다. 

4.
불금이다. 술이라도 때려 먹고 싶은데, 해야 할 일이 너무 밀렸다. 내가 잘 처리를 못해서 그런 것도 있고, 시대를 잘 못 만나서 그런 것도 있고, 이것저것 얘기치 않게 엉켜서 그런 것도 있고. 하여간 불금이라고 술 처 먹을 형편이 아니다. 

살다 보면 인생에 올라가는 길이 있고, 내려가는 길이 있고, 짧은 1년 사이에도 그런 흐름들이 있는 것 같다. 시방 나는 내려가는 길에, 최근에는 꼭두박질 하는 사이클이다. 확 미끄러져 코 박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속 상해도 속으로 삭이고, 힘들어도 혼자 술 처먹고 털어버리는 편이다. 

그래도 세상은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하루를 산다. 좋아지지 않으면, 술이라도 처 먹고 나 혼자 기쁘면 그만이다. 프로이드의 ‘문명의 비판’ 책 앞머리에 ‘소마’로는 행복해지지 않는다, 그런 얘기를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고기 굽기 전에 한 자 쓴다는 게 너무 길어졌다. 오늘 사온 고기 구우러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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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기업에서 강연 요청이 왔는데, 학기 중이라서 어렵다고 했다.

40대에는 좀 묻어가는 일들도 있었는데, 나이를 처먹고 나니까 묻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모든 일들이 다 무겁고, 대가리 뽀개지게 만든다.

예전 같으면 화도 좀 내고, 막 뭐라고 할 일도.. 대부분 그냥 참는다. 니나 내나, 그러고 막 싸우기도 했는데. 역시 나이를 처먹으니까, 늙어서 쟤도 이제 승질 막 부린다, 그런 소리 들을 것 같다.

차라리 내가 며칠 귀찮고 말지.

팬데믹 국면을 보내면서 나는 깨침에 조금은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살아서 도를 볼 수만 있다면.. 그리고 깊게 심호흡 한 번 하고, 휴우, 내 팔자야, 이러고 만다.

그래도 좋은 일도 좀 생기기는 한다. 동네 수영장이 다시 열었다. 시간은 예전보다 빡빡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아자, 올 여름까지는 배 다시 집어넣고. 2년 전 여름부터 겨울까지 열심히 수영해서 그럭저럭 회복기로 들어갔다가, 팬데믹 이후 완전 망!

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부산 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정말 이 문제는 아무도 다루지 않고, 그래서 뒤로 여러 발 빼고 물러서 있던 나에게까지 부탁이.

친구들은 그거 하지 말라고 했다. 해야 어차피 질 거고,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미운 털이나 박히고, 나중에 니가 뭐라고 할 때.. 그때 고초를 겪을 거다.

구구절절히 다 옳은 말씀이기는 한데, 그렇게 이것 피하고 저것 피하면 내가 뭐하러 경제학을 공부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럴 때면 성질 진짜 까칠하다. 나이 처먹으면 적당히 좀 찌그러지고, 눈치 보는 맛이 있어야지.

이 결혼 난 반댈세!

이렇게 꼬장부리는 할배 느낌 들었다.

부산에서 공항을 짓든 말든, 순환 도로를 몇 개를 더 만들든 말든, 그게 내 삶과 무슨 상관이랴. 그냥 찌그러져서 자빠져 있으면 스트레스도 없고, 크롬 번역기 돌려가면서 일본 국토교통성 홈페이지에서 수치를 눈 빠져라고 지켜볼 일도 없고, 그걸 엑셀에 다시 기록할 일도 없고.

이게 다 성격 까칠한 게 천성이라서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에 기재부 과장들하고 일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우와.. 청와대 한두 번씩 갔다오더니 하다못해 청장이라도 다 한 사람들이 되었다. 그냥 얌전하게 그런 사람들한테 찰싹 붙어있었으면 나도 좀 더 순탄하게 살았을 것 같은데.

돌아보면 순탄하게 살 기회가 꽤 있었던 것 같다. 그냥 몇 번만 남들 하듯이 머리 숙이고, "사장님, 나이스샷!", 이렇게 살았더라면.

그래도 입에 세 끼 밥 들어가는 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는 정도가 거의 유일한 위안 아닌가 싶다. 그저 책 쓰면서 살 수 있게 해주신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

가적도 신공항 문제는 아마도 내 인생 후반부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남을 것 같다. 까칠한 인성 아직도 그대로, 이건 아니지!

그저 남은 내 인생에서 바라는 게 있다면, 누군가에게 머리 숙이지 않고, 내 삶에 대해서 부탁하는 일이 없도록.

(처음 했던 언론 인터뷰가 중앙일보였는데, 97년이었다. 진짜 수십 년만에 뭐라고 했었나, 찾아본 ㅠㅠ. 헛소리했다.)

news.joins.com/article/3439073

 

탄소세 도입 오히려 유리한 조치 - 현대환경연구원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석유.석탄.가스등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탄소세 도입이 일반의 예상과 달리 오히려 우리나라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

new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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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 혼자 밥 먹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70살까지 살면 잘 산 편일 것 같다. 20세에 교통사고로 죽을 뻔 했다. 지금까지도 잘 살았고, 70까지만 살아도 감지덕지다. 

그렇게 잠시 생각을 해보고 나니까, 이제 남은 시간은 얼핏 15년 정도 되는 것 같다. 10년 정도는 더 움직일 것 같고, 그 뒤의 5년은 아무래도 다 내려놓고 조용히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20대 때 나의 생각했던 나의 말년은 노르망디 바닷가에서 바다를 보면서 혼자 조용히 쉬다가 마지막날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바다가 그렇게 좋았다. 평생 좋았다. 지금 같아서는 노르망디 간다고 따로 돈을 모을 처지도 아니고, 혹시라도 그런 돈 있으면 애들이 다 먹어치울 것 같다. 어마무시하게 먹어댄다. 하여간 말년은 잘 모르겠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이래저래 10년이라.. 30대만 해도 끝이 어딘 줄 모르고 그냥 태평양처럼 넓은 동화지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제 여백이 얼마 안 남았다. 

계산은 쉽다. 2년간, 최소 둘째 초등학교 2학년 마칠 때까지는 움직이는 건 최소한이다. 외국에 1년 갔다 올 생각은 있는데, 이건 잘 모르겠다. 아내 일정도 봐야 하고, 애들 사는 것도 봐야 하고. 

이러저리 빼고 나면 10년이래봐야 정말 얼마 안 남는다. 말이 좋아 10년이지, 60만 되도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확 줄어들 것이다. 나는 그렇게 건강한 편도 아니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점점 더 그렇게 될 것이다. 

남은 시간에 뭘 할까, 좀 생각을 해봤다. 펼쳐 놓은 일들 정리하는 거야, 그냥 하면 되는 거고. 그렇게 하기로 한 일 하다가 시간이 다 되었다. 그렇게 내려놓는 건 좀 재미 없을 것 같고. 너무 욕시 부리지 않고 적당하게 살다가, 때 되면 내려놓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은. 

그래도 한국이 좀 더 재밌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다. 재밌는 것이 동기가 되고, 너무 질서 정연하지 않게 좀 미친 놈들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와서, 뭐 이런 게 다 있어, 그렇게 뭔가 들쑤시는 사람들이 이상한 일이 아닌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다. 

자우림의 <일탈>이 발표된 것이 공교롭게도 97년 11월이다. 딱 IMF 경제위기 터졌던 해다. 그 시절에 일탈을 노래 부르면서 미친 놈들의 시대가 펼쳐질 뻔했던 것 같은데, 경제 위기와 함께 그 흐름이 죽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순간이라면, 그 시절일 것 같다. 

나에게 남은 욕심이나 그런 게 뭐가 있겠나. 문화적으로 미친 놈들이 좀 더 많이 튀어나오고, 그들이 굶어죽지 않을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 얘기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힘에 벅차다. 되는 대로 하다가 때 되면 하늘이 부르는 순서대로 가는 거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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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를 좋아하고, 자우림 노래 몇 개는 종종 듣는데, 자우림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은 적은 없었다. 할 일도 없어서 요즘 자우림 앨범을 듣다 보니까, 내가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환과 반성 같은 게 생기고..

'일탈' 가사를 곰곰이 생각해 본 것은 처음인데, 공교롭게도 이게 발표된 시점이 1997년 11월, IMF 경제위기오 딱 겹친다. 다시는 나오지 않을 가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90년대 중반에 생겨났던 이 흐름은 한국을 바꿀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을 했었는데, 그 흐름은 imf와 함께 끝났다. 다양성과 일탈, 그 대신에 한국은 더욱 더 유니폼, 획일적이고 덜 반항적인 방식으로 흘러갔다.

미친 놈들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았다. 그런 길 기다리던 나도 이제 50대 중반이다.

내가 뭘 바라고, 뭘 소망했는지, 그런 생각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나는 질서 정연한 바보 짓만 하는 사회를 원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 한국은 너무 재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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