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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23.09.15 과학기술 예산 삭감.. 8
  10. 2023.09.14 호흡

모두의 문제 책 서문을 끝냈다. 원래는 서문 없이 바로 1장으로 들어가는 구조로 하려고 했었는데,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일본 드라마 <콰르텟>을 최근에 봤는데, 뭔가 좀 느껴지는 게 있었다. 저출산 문제가 지금 상황은 우리가 더 심각한데,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좀 고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원래 계획에 없던 서문을 나중에 추가하게 되었다. 하여간 나도,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올해는 집에 일이 많았다. 특히 우리 집 어린이들이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둘째가 혼자 학교 왔다갔다 하고, 좀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가을에 경제와 인권 대중강연 같은 것도 할 생각이 있었는데,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둘째를 작년보다 올해 훨씬 많이 보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훨씬 많이 친해졌다. 학교에서 오면 마루에서 같이 뒹굴뒹굴, 나는 음악 듣고, 둘째는 내 옆에서 뭉개고 있다. 살면서 아들하고 이렇게 지낼 시간이 얼마나 있겠나 싶다.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데도, 맨날 힘들다. 능력의 한계치가 이만큼이 아닐까 싶다. 그냥 혼자 생각해보면, 10년 된 모닝 타고도 하나도 불편함을 못 느끼는 게 나의 유일한 경쟁력이 아닐까 한다. 덜 쓰고, 덜 먹고도 잘 버틸 수 있다. 그래도 맨날 도니가 없다. 아이들 키우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돈이 뭉텅이로 나간다. 그냥, 식당 가던 걸 줄였다. 카페는 언제 마지막 갔는지, 이제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하다. 한참 더울 때 어린이들이 빙수 먹고 싶다고 해서, 카페에 갔었는데.. 자주 가던 데는 코로나 때 문 닫았고, 옆에 있는데 갔더니 빙수가 없었다. 망. 어린이들이 커갈수록, 내가 쓰는 돈은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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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낸책, 낼책 2023. 10. 20. 09:14

환전기 최근에는 가을에 맞는 환절기가 우리 집에는 아주 힘들다. 올해는 둘째가 입원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몇 년간 가을이면 폐렴이나 천식으로 입원을 했었다. 

오늘은 둘째가 몸이 힘들다고 집에서 쉬고 싶다고 한다. 며칠 전부터 계속 몸이 안 좋다고 했었다. 편도선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하는데, 열은 없다. 

집에서 오늘은 학교 쉬라고 했다. 오전에 병원에 데려갈 생각이다. 

저출생 책은 오늘부터 원고 고치기 시작한다. 1장 앞부분의 시작이 너무 편안해서, 서문을 따로 안 달 생각이었다. 

요 며칠 동안 일본 드라마 <콰르텟>을 봤다. 현악 사중주단에 대한 얘기인데, 생각보다 미묘했다. 음악 얘기라는 게, 열심히 했어요, 잘 됐어요, 그런 게 대부분이다. 그 얘기를 극적으로 만들다보면, 그 중간에 시련과 고난을 어마무시하게 많이 넣는다. 콰르텟은 좀 그런 거랑 스토리 구조가 아예 다르다. 엔딩에 나오는 곡이 너무 멋져서, 도대체 누가 이렇게 노래를 잘 불러, 했다. 제1 바이올린으로 나왔던 배우가 부른 노래인데, 일본판 겨울왕국을 불렀다. 엄마나야.. 배우 겸 가수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저출생 책 서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음악을 가지고 할 얘기가 있을 것 같았다. 3류가 꿈을 버리지 않으면 4류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런 몇 개의 문장이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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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는 엄살도 없고, 꾀병도 없다. 일요일날 시름시름하더니 오늘 학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을 혼자 많이 했다. 열은 없다. 

아침에 학교 갈지 말지 고민을 하다가,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힘들면 보건실에서 쉬라고 했다. 오는 것도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오후에는 방송이 있었다. 

집에 오니까 둘째가 나 보고 울기 시작했다. 길에서 그냥 걸어가다가 넘어졌는데, 무릎이 까지고 피가 났다. 그렇게 아픈 것 같지는 않은데, 뭐가 서러웠던지 나 보자마다 닭똥 같은 눈물을. 얼마 전에 집에 손님이 오면서 이것저것 사온 것 중에 젤리를 꺼내줬다. 

그리고는 내가 지쳐서 잤다. 애들 볼 때에는 주중보다 주말이 훨씬 힘들다. 잠결에 큰 애한테 분리 수거하고 음식물 쓰레기 좀 치워달라고 했다. 그게 주로 밀린 거였는데, 나중에 깨서 보니까 마루의 쓰레기통도 비워놓았다. 이게 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비상금으로 5천 원 줬다. 요즘 먹고 싶은 게 많았는데, 사먹어도 되냐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요즘은 큰 애도 민감하고 둘째도 민감하다. 어렸을 때 심통내거나 삐지는 것하고는 좀 양상이 다르다. 예전에 읽은 육아책에서 개구쟁이들이 사실은 상처 잘 받는 스타일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우리 집 어린이들이 따 그렇다. 아마 자신의 자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서가 좀 더 복합적이 되고, 상처도 잘 받는다. 그렇게 자라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 어린이들의 변화를 보고, 내가 만나는 수많은 50대들을 보면, 좀 비슷하 데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50대들도 초등학교 5학년만큼 예민하다. 술자리 한 번 정도가 아니라 한 마디로 “다시는 안 봐”, 이런 반응이 나오기 쉽다. 몸은 늙어가고, 변한 상황에 대한 정서는 아직 자리잡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몸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이걸 받아들이고, 새로운 루틴을 만들만큼의 새로운 생각은 아직 자리 잡지 않은. 

큰 애는 키가 많이 컸고, 조금 있으면 자기 엄마보다 커진다. 그래도 마음은 아직 어린이다. 동생만 주고 자기는 안 주면 바로 삐진다. 그 사이의 불균형이 지금 내가 보는 복합성을 만드는 거 아닌가 싶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실 인간의 나이에서 가장 안정적인 것은 40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노화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고, 10대부터 키워온 생각의 알고리즘은 이제 절정을 향하고 있다. 50대가 되면 그걸 버려야 하고,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안정적인 소프트웨어와 아직은 버텨주는 하드웨어, 그게 40대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직 번치앟고, 새로운 일을 거침 없이 시작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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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에 대하여..

낸글 2023. 10. 1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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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라디오에서 고정 부탁이 왔는데, 어렵다고 했다. 원래는 올해 가을이면 둘째가 혼자 다닐 정도가 되어서 조금씩 돌아다녀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래저래 사건사고들이 생기면서, 그건 좀 어렵게 되었다. 아마 내년 상반기까지는 둘째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매주는 아니지만, 일요일 오후에 우리 집 어린이들 데리고 수영장에 간다. 아직 수영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한다. 오늘도 갔는데, 큰 애는 감기 기운이 있어서 못 갔다. 큰 애는 어려서부터 엄살은 없다. 아프면 진짜 아프다. 내일 학교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주 어렸을 때 말고는 아파서 학교 못 간 적은 거의 없는 애다. 

내일은 라디오 방송이 있다. 큰 애가 학교에 못 가면 그냥 데리고 갈까, 잠깐 생각을 했는데, 이제 곧 6학년이다. 두 시간 정도, 집에 혼자 있으면 더 좋아할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때에 방송에 가야하면 데리고 간 적도 몇 번 있었다. 이제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둘째 세 살 때부터 육아를 시작했는데, 첫 해가 가장 힘들었고, 올해가 그 다음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올 가을에 둘째는 입원은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 같다. 한 달쯤 전에 응급실에 가기는 했는데, 병원이 파업이라서 입원은 못했다. 입원하는 대신, 응급실에서 이것저것 주사를 맞고, 그렇게 넘어갔다. 

그래도 우리 집 어린이들하고 있으면 웃는 시간이 훨씬 많다. 세상에서 내가 별로 웃기지 않는 얘기를 해도 떼굴떼굴 구르면서 웃어주는 건, 우리 집 어린이들 밖에 없다. 어린이들 그리고 아이들 친구들하고 얘기를 하다가, 어른들하고 얘기를 하면.. 서울에 사는 엘리트 남성들이 기본적을는 말을 너무 막 한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우리 집 어린이들이 그런 식으로 남 흉보고, 자기 맘대로 아무 얘기나 막 하면 벌써 혼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예전에는 그런 거 잘 못 느꼈는데, 어린이들과 몇 년을 보내다 보니까, 이제 그런 게 좀 눈에 들어옥 시작한다. 나도 아마 저랬겠지 ㅠㅠ.. 

어쨌든 어린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이제 거의 끝나간다. 우리 집 어린이들의 어린이 시절도 영원히 계속되는 건 아니고. 그 시간이 끝나면, 어디로 돌아갈지, 뭘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사실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래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살던 데로 살고 싶지는 않다. 뭘 할지는 이제 조금씩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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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헤이든과 팻 메스니의 beyond the missouri sky 앨범 간만에 듣는 중이다. 갑자기 내가 어디에서 왔는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두 아저씨가 이 앨범 작업하는 사진이 몇 장 있는 것 같다. 멋진 아저씨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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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책은 오늘 초고를 마쳤다. 제목은 <모두의 문제는 아무의 문제도 아니다>, 그렇게 처음의 제목 그대로 갈까 싶다. 좀 줄이거나 변형하는 것도 생각해봤는데, 내 실력으로는 바꾸지를 못하겠다. 부제는 조금 더 고민해볼 생각이다. 노동희소라는 개념을 어떻게든 넣을지 역시 좀 더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몇 주 동안 책 마무리하느라고 홀린 사람처럼 지냈다. 하던 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 결국에는 뒷부분을 정리할 때에는 탈탈 털어넣게 된다. 실력 부족이다. 쥐어짜는 시간을 좀 보내게 된다. 처음에 계획한 대로만 채워넣어서는 너무 밋밋해서 읽을 수가 없다. 이럴 때면 머리가 조금만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조금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시간을 많이 써야 하고, 지우고 또 지우고.. 특히 이번에는 아주 조금만 더 머리가 좋았으면, 그런 아쉬움이 아주 많이 들었다. 

여름 오기 전에 끝낼 줄 알았던 책이 가을 시작할 때까지 왔다. 어린이 둘 키우는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도 올해 둘째는 여름 시작하면서 병원 응급실에 가기는 했는데, 입원은 하지 않고 넘어갔다. 병원이 파업 중이라서,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응급실에서 긴급 조치만 하고 집에 왔는데, 다행히도 그렇게 넘어갔다. 가을 시작하면서 감기도 한 번 앓았는데, 그래도 큰 일 없이 버텼다. 덕분에 많이 늦어졌지만, 그래도 책은 끝낼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책 내는 출판사는 아주 작다. 그리고 재정도 어렵다. 마케팅이고 뭐고, 없다. 원래도 그렇게 살았다. 사회괴학에는 마케팅이고, 그딴 거 없다. 요즘은 책이 좋으면 팔리고, 아니면 말고, 그렇게 가볍게 마음을 먹고 지낸다. 책은 지가 팔리는 거지, 그 외에 다른 변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목도 정확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붙이려고 한다. 

며칠 좀 쉬고, 통계 빼먹은 것도 채워넣고, 전체적으로 한 번 더 봐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1월에 내는 게 계획이다. 내용은 겹치는 것들 정리하는 정도라서, 크게 손 볼 게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죽음 에세이가 가을과 겨울에 하기로 된 순서다. 이거는 쓰면서도 재밌을 것 같다. 나도 나이를 처먹으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이래저래 더 많이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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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책은 이제 맨 뒤의 두 꼭지를 남겨놓고 있다. 봄에 끝낼 줄 알았는데, 집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계속 있었다. 많이 늦어졌다. 이래저래 여러가지 일정들이 꼬였다. 하긴. 내 인생이 언제 꼬여 있지 않은 적이 있었나 싶다. 그냥 이렇게 버티면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웃음을 잃었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마 두 꼭지 마저 끝내고 나면 잠시 홀가분할 것 같다. 

도서관 경제학과 죽음 에세이는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 도서관 경제학도 아주 늦어진 책이기는 한데, 기왕 하는 거 조금 더 공을 들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책의 앞부분은 원래는 필라델피아에서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정을 잡으려고 할 때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시 일정을 잡지 못했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하고 싶었다. 

겨울에서 봄 사이, 일정이 적당한 때를 잡아서 필라델피아에 가기로 했다. 돈이 좀 들기는 하고, 책으로 그 돈을 빼기는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도 책 작업할 때 연구비를 아낌없이 털어 넣었었다. 이제 와서 본전 생각하는 건, 왠지 나답지 않아서.. 그냥 돈을 좀 쓰기로 했다. 이래저래 순서를 좀 바꾸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책이 과연 이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책을 쓰는 게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책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고, 읽는 사람이 있어야 조그만 변화라도 시작할 수 있다. 그래도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데에는 아직은 책이 가장 유용한 수단인 것 같다. 

계단식 변화는 곤충들의 성장, 즉 탈피하는 동물들의 성장을 묘사할 때 많이 쓰는 용어다. 공룡은 직선 방향으로 성장하는데, 곤충들은 그렇지 않다. 내 경우에는 생각도 그런 것 같다. 조금씩 느는 게 아니라, 책을 한 권 정리할 때마다 커지는 것 같다. 워낙 집중적으로 하나의 일들을 계속해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걸 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내 경우에는 그렇게 괴롭지는 않다. 그렇다고 너무 즐거워서 자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겪는 다른 종류의 어려움보다 더 힘들거나 괴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기왕에 하는 거라면, 좀 즐기려고 생각을 한다. 하루하루를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의 연속으로 이해하고, 삶의 일부를 피해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20년 동안 책을 쓰면서 살지는 못한다. 그냥 내 삶의 일부일 뿐이다. 

책 쓸 때 가장 큰 건, 역시 보람이다. 안 해 본 생각을 하고, 안 해 본 방안을 생각하는 일은 보람있는 일이기는 하다. 그건 사회과학이라는 장르가 갖는 장점일 수도 있다. 사회과학의 경우는 자신을 위해서 쓰지는 않는다. 결국은 사회 속에 있고, 사회적인 일이다. 

그래도 그런 얘기를 너무 무겁게 하지 않고, 너무 각 잡고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차피 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얘기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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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예산 삭감,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금부터는 정치의 영역이다. 과학기술을 이렇게 정치 논리로 막 깎은 정권은 없었다. 민주당이 힘을 보여주어야 하는 시간이다. 

 

https://www.khan.co.kr/opinion/editorial/article/2023091419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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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책에 대한 단상 2023. 9. 14. 14:41

어제 밤새 그리고 오늘 오전에 쓴 내용을 조금 전에 날렸다. 중산층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인데, 말은 쉽게 썼지만, 어려운 내용이다. 말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평소에 잘 생각해보지 않은 내용이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의 내용이다. 

아마 책 앞쪽이나 뒤쪽에 있었으면 그냥 살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쓰는 데가 책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한다. 이 부분만큼은 한숨에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산층 얘기는 아쉽지만, 다른 책에서 다른 기회에 하기로. 

날리기 아쉬운 부분이 좀 크면 대개 원고 버전을 하나 올린다. 혹시 나중에 날린 부분이 아쉬워지거나, 혹은 과거의 보전으로 돌아오고 싶을 수도 있어서 그렇다. 그렇게 하면 대체적으로 10번 안팎에서 초고가 끝난다. 그렇게 최종본이 만들어지면, 거기서 고치면서 다시 몇 번 더 숫자가 올라간다. 

경제 얘기는 가독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쉽게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게다가 내가 하는 얘기들은 대부분, 사람들이 평소에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거나, 언론에서 흔히 하는 상식적 얘기에 반하는 얘기가 많다. 어려운 것과 불편한 게 섞여 있는데, 글도 쉽지가 않으면 진짜 어쩔 도리가 없다. 논문하고는 그게 좀 다르다. 논문은 의미가 있으면 참고 읽는데, 책은 참고 읽을 독자를 만나기가 어렵다. 내가 변하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문장 구조 같은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나는 그것보다는 호흡을 훨씬 크게 생각한다. 이게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닌데, 생각의 흐름과 호흡, 그런 것들을 좀 입체적으로 조합해서, 읽는 사람에게 나름의 호흡이 생겨날 수 있도록 고민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호흡을 방해하는 게 생기면, 이물질로 간주해서, 가차 없이 빼버린다. 써놓은 게 아깝다는 생각은, 처음 책 쓰기 시작하면서 버렸다. 안 쓴 게 아까운 게 아니라, 사람들 손에서 잠시도 버티지 못하는 책이 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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