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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9.21 최악을 피하기 위한 선택.. 3
  2. 2022.09.18 둘째, 병원에서..
  3. 2022.09.17 둘째 병원 점심..
  4. 2022.09.17 병실에서 돌아와서.. 1
  5. 2022.09.16 둘째 입원.. 1
  6. 2022.09.07 중무장 타격전..
  7. 2022.09.06 태풍과 오후 간식..
  8. 2022.08.27 춘천에서의 1박..
  9. 2022.08.21 어느 일요일 오후 2
  10. 2022.08.19 파트너 고양이

둘째는 오늘 학교 갔다가 숨쉬는 게 어려워서 바로 집으로 왔다. 퇴원은 해도,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데에는 한참 걸린다. 지난 가을에도 둘째는 학교 가다 말다 했다. 갔다가 조퇴하는 날도 많았다. 약간은 꾀병도 있고, 진짜 아픈 때도 있고, 그런 걸로 알고 있다. 

나도 이것저것 일정을 짜기는 하는데, 아이가 아프면 짜나마나다. 지난 가을에는 둘째가 아팠고, 둘째가 좀 괜찮아질 즈음에서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겨울에 얄짤 없이 병실에서.. 그후로는 어머니 치매가 심해지셔서, 건보 홈페이지에 매달리면서 등급 받고, 긴급 돌봄 시작하고. 그리고는 애들 방학. 지옥의 두 달 간을 보내고, 가을 되니까 둘째 입원. 

도대체 왜 내가 이렇게 일이 밀려있나 보니까, 1년 가까이 이렇게 지냈다. 도저히 시간 관리가 어려워서 학교도 그만두었다. 학교에까지 시간을 쓰면, 돌아버릴 것 같았다.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박사 코스웍 끝나고 논문 코스 들어갈 때 지도 교수가 명예교수 전환이 안 되었다. 학교 앞 바에서 지도교수가 맥주 한 잔을 사주면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보수 총리가 들어오면서 좌파 교수들 밀어내기 같은 것을 하게 되었는데, 신체 검사가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대학원 수업을 조금 더 듣고, 박사 학위 세 개를 동시에 받는 걸 추진하고 있었는데, 그게 좀 어렵게 되었다. 그때 처음 들은 얘기였는데, 국가 장학금이 원래 나에게 오게 되었는데, 심사 시준이 국적자 기준으로 바뀌면서 그것도 어렵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박사 과정 등록이 바로 다음 달이었는데, 생각하지 않던 혼동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개인적 삶도 아주 어렵던 시기였다. 학위 등록이 안 되면 당장 체류증부터 곤란해진다. 지도 교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당장 대학 등록도 하기가 어렵다. 맨날 이거 안 해준다, 저거 안 해준다, 싸우기만 하던 학과 사무실을 찾아갔다. 나는 지도교수 찾을 때까지는 불법 체류하다가, 그게 되면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입학 가는 걸로 해서 그렇게 체류증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근데 학과 사무실에서 그냥 박사 코스웍 1년 더 다니는 걸로 처리해주었다. 도장 꽝 찍은 학생증을 받으면서,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게 되었다. 통합 박사 학위는 포기했고, 그냥 경제학 학위 하나만 받는 걸로 처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천재가 등장했다고 하던 나의 박사 학위는 아주 평범한 것이 되었다. 국가 장학금이 사라졌고, 나는 가끔 식당에서 서빙하는 알바를 하게 되었다. 

2안으로 화폐 경제학으로 논문 쓰는 걸 생각했었는데, 결국 너무 무서워서 포기했다. 현실을 생각해서 생태 경제학으로 논문 주제를 바꾸었고, 우여곡절 끝에 파리 7대학 조교수와 하게 되었다. 

그 기간이 힘들었다고 하면,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변화도 컸고, 건강도 별로였고, 돈도 달랑달랑했다. 슈퍼에서 떨이로 파는 감자를 박스째 사와서, 한 달 정도 버틸 각오를 했었다. 한 달 먹을 정도의 감자를 사다 놓기는 했는데, 식당에서 서빙하는 알바가 금방 구해져서 사실 한 달씩 감자만 먹어야 할 정도가 되지는 않았다. 결국 통합 학위를 포기하는 대신, 학위는 더 일찍 끝나게 되었다. 다른 수업들은 안 하고, 경제학만 하게 되었으니.. 논문 초기에는 읽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고생을 좀 하기는 했는데, 논문 과정 들어가기 전 1년 간 붕 떠 있던 기간에는 참 힘들었다. 

그 뒤로도 속상한 순간이나 힘든 순간이 아주 없었던 건 아닌데, 그때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하는 일도 불투명하고, 빨리 방향을 잡아야 했고, 사는 것도 어려웠다.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힘들었다. 그때 알레르기성 천식이 왔었다. 도서관에 긴 시간을 있다보니 오래 된 책 먼지를 많이 접해야했고. 몸도 힘들었고. 

아주 어렸을 때 딱 한 번 죽을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호흡기 문제였다고 들었다. 아주 어린 시절의 일이다. 동생 한 명은 실제로 그렇게 죽었다. 그 후로는 큰 문제 없이 평생을 살았다. 둘째의 호흡기 질환은 나한테 간 것일 수도 있다. 

지금도 그렇게 편한 시기는 아니고, 나한테 뭐 좀 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잔뜩 밀려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주 예전처럼,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그냥 시간 관리하기가 좀 어려울 뿐이다. 

내년까지만 하면 둘째도 이제 혼자서 학교 갔다왔다 할 정도는 된다. 이제 1년 약간 더 남은 건데, 시간이 좀 되다. 

이 며칠 동안에도 겨울에 있어야 할 일 몇 가지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뭘 더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덜 못 하는 게 중요한 순간이 있다. 지금은 최선을 다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결정들을 내린다. 그리고 문득.. 난 내 삶의 대부분의 시간, 늘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결정들을 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최악을 피하기 위한 결정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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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둘째가 퇴원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래도 별 일 없이 무사히 폐기능이 퇴원 가능할 정도로 좋아진 이후에 마음은 좀 편해졌다.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성동일 대사, “미안해,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사실 그렇다. 맨날 미안하다. 그리고 둘째 입원할 때마다 집에서 혼자 있게 되는 큰 애한테도 미안하고. 

오늘은 점심 때 큰 애 데리고 병원 갔다가, 오후에 다시 데리고 와서 구청에서 하는 축구 교실에 데리고 갔다. 지금이라도 더 일상에 가깝게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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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점심 시간. 고등어 나왔는데, 폭식 모드. 내 거까지 줬다.

고대 구내식은 정말 아주 오래 전, 학력고사 끝나고 고대 법대 원서 넣을지 알아볼 때 장국밥 먹어보고는 처음이다. 그때 고대 법대 갔으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잠시 생각. 고대 앞에서 술은 엄청 처먹었는데, 안에서 먹을 일이 별로.

둘째는 폐기능이 많이 올라와서 내일은 퇴원한다. 전에 있던 병원은 일요일날 원무과가 열지 않아서 일요일 퇴원이 없던 것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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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부터 둘째 병실에 있다가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있으면 하는 것에 비해서는 많이 피곤하다. 나만 그런가? 아버지 쓰러지셨을 때에는 나도 별의별 희한한 병이 다 생겼었다. 아마 그때쯤 검사 받았으면 “바로 입원”, 그랬을 것 같은데.. 지금도 여러가지로 상태 안 좋다. 조신하게 지내는 중이다. 

집에 와보니까 토론회 발제 부탁이 몇 개 와있다. 모른 척 하기는 좀 그런 것들이라, 어지간해서는 해주고 싶은데.. 내가 그럴 여건이 안 된다. 

둘째가 병원에 입원하면 큰 애가 아주 외로워 한다. 혼자 집에 있게 되거나, 내가 있더라도 밀린 일들 급히 처리하느라고 뭔가 같이 놀아줄 형편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병원 면회도 없고, 보호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어서, 애 둘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 

집에 와서 뭔가 질척질척한 음악을 듣고 싶어서 크림의 앨범을 틀었는데, 이 밤에는 뭔가 좀 아니다 싶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으로 지미 핸드릭스를 틀었는데, 역시 좀 아닌 듯 싶다. 결국 그냥 손에 잡히는 추천곡 대충 아무 거나 틀었는데, “Dinner Classical Music”이라는 이름의 옴니버스 앨범. 호텔에서 저녁 먹을 때 나오는 것 같은 음악. 별 테마도 없고, 공통점도 없지만,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고 듣기에는 그냥 무난. 

오늘 밖에 시간이 없어서 코로나와 관련된 원고를 지금 써야 하는데, 내내 병실에서 둘째랑 이것저것 놀아주다가 왔더니, 마음이 잘 안 잡힌다.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있다 보면, 언제 다 나을까, 아니 언제 퇴원할 수 있을까, 얘하고 뭘 하고 놀아줘야 시간이 잘 갈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신경이 나름 곤두서는지도 모른다. 시간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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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입원..

아이들 메모 2022. 9. 16. 00:22

며칠 전부터 호흡이 안 좋던 둘째는 결국 급성 천식으로 입원했다. 증상 자체는 조금 치료하면 금방 나아지기는 할 건데, 해마다 이맘 때면 결국 폐렴으로 입원한 전력이 있어..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입원했다. 응급실 찾고, 결국 다른 병원으로 입원하느라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호흡기가 약했다. 세 살 때 몇 달 사이에 폐렴으로 계속 입원을 했다. 결국 하던 일들을 정리하고 애들 보기 시작했다. 내 삶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인다. 큰 애가 있어서, 둘 다 병원에 매달리기는 어렵다. 교대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둘째 입원한 첫 날, 집에서 밀린 빨래를 하고, 또 밀린 설거지를 한다. 둘째가 며칠 학교 못 가면서, 이래저래 밀린 것들이 많다. 내일 낮에 아내랑 교대를 할 건데, 그래도 집이 조금은 산뜻했으면 한다. 

애들 키우다 보면, 감정이 평탄해진다. 통계 처리할 때 normalization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감정에 대해서도 벌어지는 것 같다. 뭐 하나 벌어질 때마다 어울렁 더울렁하면, 주변 사람들이 견디기 너무 힘들다. 우선은 내가 힘들다. 어떻게 보면 감정이 좀 밋밋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입원했던 병원은 밥이 괜찮았다. 둘째는 ‘맛집’이라고 좋아했다. 며칠 입원하고 살 왕창 쪄서 나왔다. 이번에 입원한 병원은 밥이 어떨지 모르겠다. 응급실과 입원실에 자리가 없어서, 겨우겨우 갔다. 

둘째 입원하면 이제 진짜 가을이구나, 그런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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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어린이들 학교 갔다와서 이러고 논다.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보통은 둘째가 일방적으로 당하는데, 그래도 또 놀자고 하는 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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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때문에 졸지에 집에 있게 된 우리 집 어린이들이 오후에 배가 고프다고 난리다. 둘째는 계란 후라이 두 개 해줬는데, 택도 없는 분위기다. 


냉장고에 있는 푸딩, 이거 가지고는 택도 없다. 아이스크림도 한 공기씩, 역시 택도 없다. 


별 게 남은 게 없어서, 미숫가루 한 컵씩 연유 넣고 타줬다. 전혀 허기가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결국 팝콘 튀겼다. 한 바가지 가득 팝콘 들고서야, 오후의 아우성이 멈춰섰다. 끊임 없이 먹어대느라, 조달에 애로사항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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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 한 번도 춘천을 못 가본 둘째한테 춘천에 데리고 간다고 약속을 했었다. 개학하는 주에 춘천에 가서 하루 자고 왔다. 

춘천이라는 도시에 대한 인상은 고등학교 때 읽은 한수산의 에세이집에서 처음 봤다. 뭔가 이국적이고, 멜랑콜리한 느낌 같은 것을 받았었다. 춘천이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한수산의 문장이 좋았던 것인지, 사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 전에 내가 읽었던 한국 작가들의 문장은 사투리가 많이 섞인 걸죽한 문장이거나, 좀 거칠다 싶은 직선형 아니 남성형 문장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한수산의 문장은, 좀 충격적이었다. 왠지 도시적이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게 춘천에 대한 판타직 같은 게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춘천에 참 많이 갔었다. 일부러 놀러간 적은 없고, 대부분 일 때문에 갔다. 특히 시민단체 관련된 일들로 많이 갔었던 것 같다. 최문순 인터뷰 등 방송 때문에 간 것도 여러 번이고. 일부러 놀러간 게 아니라서 자고 올 일은 없었다. 그래서인가? 춘천에 대한 기억은 돌아오면서 서울 근처부터 엄청나게 길이 막혀서 돌아오고 나면 피곤한 기억들이. 

시인 최영미가 춘천 살이에 대한 즐거움을 얘기할 때, 그게 그렇게 좋을까,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좀 했었다. 어느덧 50 중반이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기준이라는 것도 생겼는데, 춘천은 내가 딱 바라는 그런 도시는 아닌 것 같다. 이사 가서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잘 들지는 않는다. 

전임 시장과는 이런 저런 인연이 많았고, 특히 시장이 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막상 그 기간 동안에 만날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춘천은 어떤 도시일까, 혹은 어떤 도시가 되는 것이 좋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좀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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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점심은 국수를 주로 먹는다. 몇 달 전까지는 둘째가 국수를 잘 안 먹었는데, 이제는 잔치국수도 잘 먹는다. 

오늘 점심은 황태포 불려서 국수 끓였다. 멸치 육수 내는 게 좀 지겨워졌다. 황태포는 기름에 좀 볶으면 먹을 때 황태가 좀 더 똘똘해진다. 

아이들 둘 다 엄청 면을 많이 줬는데, 둘째는 다른 식구들 식사 끝나고도 한참을 혼자 더 붙어 앉아서 결국 다 먹었다. 며칠 전 도장에서 수영장 갔는데, 간식 이것저것 탓하다가 나한테 많이 혼났다. 둘째는 처음 폐렴 걸려서 입원한 다음부터는 편식이 생겼다. 먹어본 것 아니면 잘 안 먹으려고 한다. 정말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혼냈다. 큰애랑 싸우다가 혼난 적이 있어도, 둘째만 따로 혼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우리 집 애들은 먹고 싶은 거 생기면 나한테 해달라고도 종종 부탁한다. 어지간하게 어려운 거 아니면 보통은 해준다. 스파게티 종류나 양갈비 구이 같은 것들인데,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음식들이다. 

여름방학 지나면서 둘 다 살이 너무 쪄서 걱정이다. 큰 애는 거의 살 안 쪘었는데, 방학 지나고 코로나 걸리고 나면서 부쩍 살이 쪘다. 전에는 주말마다 동네 운동장 가서 축구도 하고 그랬었는데, 코로나로 학교 운동장들이 문을 닫은 이후에 주말에 마땅히 운동할 게 없다. 

나 닮아서 그런지, 우리 집 어린이들은 먹는 것은 엄청나게 먹는다. 둘째를 위해서 이제는 된장국과 청국장 같은 것으로 우리 집 식단을 좀 바꿔볼까 한다. 오후에 청국장도 좀 먹어보자고, 둘째랑 그야말로 상담 시간을 가졌다. 

내 또래의 친구들과 나는 이제 많이 다른 삶을 사는 것 같다. 뭔가 좀 원하는 걸 살 수 있는 여유가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은 든다. 애들한테 점점 더 많은 돈이 들어가서, 점점 더 내가 쓰는 돈을 줄이는 중이다. 아마 이번 생에 풍요로운 삶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하루 세 끼 먹을 걱정은 안 하고 사니까,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기는 하다. 남 눈치 크게 안 보고, 치사한 짓이라도 어쩔 수 없이 참고, 그렇게는 안 살고도 먹고 사는 게 어렵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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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마지막 회 보다가 '정규직 변호사'라는 표현을 봤다. 

우리집 고양이에게 '정규직 고양이'라는 표현을 써봤다. 2009년 겨울부터 같이 살았다. 정규직은 아닌 것 같고, '파트너 고양이'라는 표현을 써봤다. 그 표현에 잘 맞는 것 같다. 야옹구는 애들 태어나기 전부터 같이 살았고, 이사도 같이 했고, 애들 태어나는 것도 다 봤다. 파트너가 맞는 것 같기는 하다. 

애들 어렸을 때, 애들이 고양이 꼬리도 밟고, 별의별 아픈 짓도 다 했다. 한 번도 애들 할퀴거나 물지 않고, 눈치껏 그 남자 악동들 피하면서 잘 살았다. 친가, 외가, 할머니들이 애들 태어나자마자 저 고양이 좀 내다버리라고, 그야말로 오너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버텨냈다. 행복한 우리 집의 '파트너 고양이'라는 생각을 하고,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집사, 오너 보다는 파트너라는 말이 더 멋진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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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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