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전등사에서. 마치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할 것 같은 하루를 보냈다. 매일, 매 순간이 늘 즐거울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그렇지만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처럼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삶에 가장 행복한 순간, 그 순간인 지금 그리고 바로 오늘, 그렇게 살아가기로 한다.

 

자꾸 신경질 내고 심통내봐야, 좋아질 것도 별로 없다.

 

6학년 때 아버지하고 전등사를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내 기분은 별로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이후로 전등사 안으로 들어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매일매일,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이들과 떠나는 긴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원래는 아내는 그냥 집에서 좀 쉬고, 나만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고 했었다. 이번에는 아내도 같이 가고 싶다고.

 

일단은 내가 가보지 않은 시와 군, 기초 단위의 지역들을 좀 더 돌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잘 몰랐던 느낌들을 좀 잡아보고 싶은 약간의 욕심도.

 

그렇게 알아서 뭐에다 쓸 것인가? 목적은 없다. 그냥 안 가본데 가보는... 그러다보면 나도 뭔가 느껴지는 게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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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전등사. 애들하고 있는 게 늘 즐겁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많이 즐겁다. 큰 애가 어린이집 옮긴 이후로 계속 기분이 안 좋고, 우울해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 중이다. 내년에는 학교 들어간다. 당분간, 어딘가 같이 많이 돌아다니려고 한다. 결국 맺는 말에서는 뺐지만, 50대 에세이를 쓰고 난 나의 결론이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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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힘든 시대, 광고라도 힘들지 않게 하면 좋겠다, '피식 광고' 대세. 뭔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내 삶에는 피식하고 웃을 요소가 너무 없다. 아고고, 죽겠다, 곡소리 날 일들만 많다. 요즘 4시 반에 칼같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면 큰 애가 울고 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이 뭐라 뭐라, 막 뭐라 한다. 내가 이렇게 혼날 일을 했나 싶다. 여의도에서 죽어라고 밟고 왔구만, 길이 겁나 막혔서 잠깐 늦었을 뿐인데.

 

2.

 

 

애들 어린이집 끝나고 큰 애가 너무 우울해해서, 비 오는 날 빗길을 뚫고 경찰 박물관에 갔다. 1년만에 왔나? 여기가 너무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잠시 아이들 기분 업 시키는 데에는 효과가 있다. 요즘은 4시 반에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고 6시 반 아내가 올 때까지, 어디 잠깐씩 데리고 가기도 한다. 그것도 몇 주째 하고 나니까, 갈 데가 별로 없다. 퇴근 시간이라, 길도 엄청나게 막힌다. 오늘은 비까지 왔다.

 

 

 

 

3.

저녁 먹고 나서 짐정리 먼저 한다고 싸우다가 큰 애랑 둘째랑 전부 혼났다. 핵핵.

그리고 이빨 닦다가 둘째가 큰 애한테 반말 하고, 물 뿜고... 둘째는 손도 들고, 무릎도 꿇었다. 울었다.

아이고, 하루가 길다. 이제 잠 들었다. 나는 온몸이 안아픈 데가 없는 것 같다.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싶다.

 

 

하는 일 아무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하루가 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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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초콜릿

아이들 메모 2018. 3. 31. 11:44

7살 큰 애가 아침부터 다크 초콜릿 달라고 성화다. 아내는 다 큰 초콜렛은 없고, 어린 초콜렛 좀 더 키워서 준다고 한다. 결국 큰 애 열폭. 울 뻔했다. 그래도 아내는 다 크면 준다고, 결국 안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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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아이들 등원시키고 아내 지하철역까지 갔다 오고나면 10시 정도 된다. 나의 하루는 그 때 시작된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편해진 거다. 나도 만나고 해야 할 일들이 있기는 한데, 그냥 포기한다. 아빠의 덕목 중 1위는 수많은 포기가 아닐까 싶다. 존심 같은 것은 벌써 버렸지만, 여전히 꼭 해야 할 것들도 포기한다. 예전 같으면, 바로 뛰어가서 "너 딱 거기 있어, 내 바로 갈께", 했던 일들도, "너 님 그냥 그렇게 사세요", 바로 포기한다. 그러면 마음이 편할까? 물론 안 편하다. 방법이 없을 뿐이다. 일본 사람들이 왜 인형을 만들고 바늘을 꽂았는지, 이제는 좀 이해가 된다. 나도 인형이라도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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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잠시 한가한 때. 둘 다 30분 가량 나랑 격투기 하고 땀범벅이 되었었다. 얼마나 뛰었는지, 둘째는 아직도 머리에 땀이. 물론 둘이 앉아서 이렇게 책 보는 장면이 매일 연출되지는 않는다. 접사용 30미리 렌즈 만져보다가, 마침... 매크로 렌즈라서 접사용으로만 쓰고 다른 용도로는 거의 안 쓰는데, 나름 독특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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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는 이제 일곱 살이다. 그냥 어린이집 다니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빠를 그려왔다. 내년이면 이제 학교 가야 한다. 남은 시간이라도 더 많이 놀아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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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만에 카메라를 들었다. 하도 오랜만이라 내 카메라에 어떤 기능들이 있었는지도 희미하고, 게다가 노안이 와서 펑션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일일이 수동으로 촛점 잡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눈이 그렇게 따라가지 못해서 기계에 그냥 의존한다.

이제 나도 50이다. 내 감과 내 느낌을, 나도 잘 믿지 못하겠다.

딱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나 혼자 무작정 끌고 갈 수도 없어서 포기했다. 작가들 취향이나 일정상 맡기기가 어려워서, 검토 중인 작품 하나를 일단 펜딩시키는 결정을 한 것이 한 달 전의 일이다. 마음만 가지고 할 수는 없는 일이 많다.

그래도 40대와 비교해서 한 가지 변한 것은 있다. 이제 나는 시간이 많다. 안되면 될 때까지.

사진은 중학교 때 찍기 시작했다. 학교 사진반을 했다. 근데, 이걸 좀 열심히 했다. 너무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고등학교 때에도 열심히 사진 찍었다. 집에다 암실을 만들까 막 고민을 하다가, 사진 그만 찍기로 어느 날 결정을 했다. 대학 내내 카메라 한 번도 집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이를 먹고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내가 카메라를 두 번 사주었다. 지금 쓰는 카메라는 두 번째 히로시마 갈 때 공항에서 사 준 거다. 물론 그 뒤로 렌즈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기는 했는데, 렌즈도 전부 아내가 사주었다. 아내는 내가 찍는 사진을 좋아했다. 물론 나는 잘 나온 사진만 아내에게 보여준다. 가끔씩 삥 나간 사진 중에도 느낌 좋은 것들이 있기는 하다.

아내는 술 마실 때의 내 모습을 가장 싫어한다. 그리고 사진 찍을 때의 내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나는 카메라에 돈 쓰는 걸, 진짜로 죽기 보다 싫어한다.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바디와 그보다 더 최소한의 렌즈를 사용한다. 그리고 성실하게 설계한다. 렌즈 2개 이상 가지고 나가는 날은 없다. 그리고 찍기로 마음 먹은 것을 찍기로 미리 설정한 화각에서 딱 찍고, 되면 다해, 아니면 그만, 바로 포기한다. 과잉이 없고, 욕심도 없다. 아내가 가끔 좀 더 찍어보라고 해도, 생각한 빛과 각이 안 나오면 그냥 포기.

술 마실 때의 내 모습은 그와 정반대다. 최대한의 량을 마신다. 그리고 이유도 없다. 술 마실 때에도 미리 설계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보다 몇 곱을 더 마신다. 그리고 포기하는 법도 없다. 그 모습을 아내는 제일 싫어한다.

필름 시절에 사진을 배워서, 지금도 최소 분량만 찍는다. 한 때 최고 성능의 연사 기능을 가졌던 바디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 장 한 장 숨죽여 누른다. 그리고 가끔 느낌이 왔다 싶을 때, 몇 장 정도 더 찍는다. 필카 시절에, 손 가는 대로 막 누르다가는, 정작 중요한 순간이 왔을 때 어쩔 수가 없을 수 있다.

내려놓았던 카메라를 오늘 다시 집어든 것은, 50대 에세이에 마지막으로 넣을 글과 뺄 글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짧은 열흘 사이에 넣다 뺐다 하니까, 마음 속에 맺힌 상이 다 흐트러져 버렸다. 심지어는, 이걸 내야 하는 건지, 왜 내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아마 친구가 연관되어 있지 않았다면, 안 냈을 것 같다. 삥이 딱 맞지 않은 것 같은 상태에서 책을 낸 적은 없다. 지금처럼 삥이 왔다갔다 하면, 이걸 지금 내야 하나, 그런 생각을 며칠 동안 했다.

사진은, 찍어놓고 보면 사실 별 거 아니지만, 그 과정까지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집에서 나가기 전 렌즈 집어드는 순간, 빛이나 화각은 물론이고, 색감까지도 어느 정도는 결정을 하고 나가게 된다. 렌즈마다 약간씩 색감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설계치보다 덜 나온다. 얻어걸리는 날도 가끔 있지만, 그건 진짜 드물다.

오늘은 색감의 일관성,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나는 집중을 너무 많이 한다. 그 생각을 흐뜨러트리는 것이 내가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술 마시는 것과 사진 찍는 것과, 사실 나에게는 같은 효과다. 술 마시기 전 생각이 흐트러지는 것처럼, 사진을 찍고 나면 그 전에 했던 생각들이 흐트러진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잠시 생각을 했다.

다른 글 여덟 개 정도를 버리고, 앞 부분에 있던, 그리고 맨 처음에 버렸던 '센치멘탈 블루스'를 다시 넣기로 했다. 제목은 중간에 썼던 '궁상주의 미학'으로. 초반에 설정치를 날려버리고 나니까, 중간에 다시 기둥을 세울 수가 없었다. 다른 기둥을 세우더라도, '센치'라는 아래 쪽 기반을 빼니까 위가 세워지지 않는다.

그 기둥을 세우고, 다른 얘기들을 흐트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음 카메라 견적을 이리저리 뽑아보니, 바디랑 몇 개 렌즈 합쳐서 800만원에서 천 만원 정도 들 것 같다. 아내에게 물어봤다. 벌써 몇 년 전에 사라고 한 건데, 내가 괜히 후달려서 아직 못사고 있었다. 사라고 한다. 8월에 사기로 했다. 이유는? 없다.

올 8월 전에는 중요한 결정은 하나도 안하겠다는 결정을 지난 달에 했다. 8월까지는 그냥 머리 박고, 조용히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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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책상 이렇게 놔줬다. 좋아한다. 참, 짠하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책상이 생겼다. 그걸 대학교 때 집 나올 때까지 썼다. 책상이란 게, 먹고 살기 위해서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어떤 때는 권위의 상징이라, 책상 종류와 책상 위치 때문에 어깨 싸움을 하기도 한다. 나는 몇 년째 아내가 쓰다버린 책상을 쓴다. 방 옮길 때 새 거 사준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되었다고 했다. 잠시 쓰고 말 거다. 좋은 거 필요없다. 별 이유 없는 욕심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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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둘째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 중이다. 어쨌든 둘째도 어린이집을 옮기기는 하나보다. 30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 두 군데를 아침 저녁으로 뛰면서, 진짜로 캑캑. 게다가 옮긴 큰 애는 매일 같이 울어서, 오후 2시에 데리고 왔다. 이 나이에 뭔 짓인가 싶었다. 이제 요번 달로 이 지랄도 끝나나보다. 사실, 멍하다. 아침에 아내 지하철역, 그리고 순서대로 돌아서 두 군데 어린이집. 하루는 정말 일어나기 싫었는데, 그래도 5분만에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지난 주에 보니까 입안이 헐었다.

요즘 오는 전화는 잘 받는다. 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 다들 노니까 좋냐고 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가정주부들이 이런 전화 받고 심통이 났을까, 상상이 간다. 바로 앞에 있었으면 소주병으로 머리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성숙한 50대. 그려, 잘 지내.

이 생활도 다음 주로 쫑이다. 어린이집 두 군데를 도는 건 이젠 안 해도 된다. 한 군데만. 둘째가 다시 적응하는 기간이 있어서 한동안 오전에 다시 데리고 오는 지옥의 일정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은 금방 간다. 이젠 곧 봄이다.

연애도 별로 한 적이 없어서 손 잡고 어디 걸어가고, 그런 기억도 거의 없다. 애들 손 잡고 엄청나게 빨빨거리고 다닌다. 둘째 손 잡으면 큰 애가 자기도 손 잡아 달란다. 아빠 가방 들었잖아. 그래도...

어저께, 아내가 큰 애 하원 시켜준다는 얘기를 했었나보다.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갔는데, 날 보더니 운다. 엄마 안 와? 그래, 그럼 더 있다 와. 핑... 나는 빛의 속도로 다시 돌아나서려는데, 큰 애가 웃는다. 집에 가자... 하여간 일곱 살이긴 하지만, 대가리 핑핑 돈다. 눈치밥도 많이 늘었다.

이렇게 한 달을 지내니까, 예전에는 없던 생각 하나가 생겼다.

내가 살아있구나...

살아있기는 한가보다, 고통이 느껴지는 걸 보니. 그렇게 또 하나의 겨울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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