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기자한테 전화와서 통화하다가, 애 키우는 얘기가 나왔다. 큰 애 보는 아빠 중에서는 최고령일 거라고. 나는 오랫동안 최연소에 익숙해 있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 최고령 기록들을 세우기 시작한다. 나이가 뭔 의미가 있겠냐, 그냥 할 일 없으니까 잠시 웃자고 하는 얘기들이지. 내가 하는 일들을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40대에는 그러지를 못했다. 좀 더 나은 게 있는데 사정상 이렇게 밀려 있는 거라고,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이거라도 할 수 있는 게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남자들의 어깨 싸움, 거기에서 한 발, 아니 여러 발 비껴 서 있다. 이제는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 멍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렇게 멀리 떨어지니까. 또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그냥 하루하루, 삶을 보낼 뿐이다. 거기에 좋은 것, 나쁜 것, 그런 건 없다. 산다는 건, 거기서 거기다. 거기에 의미를 찾고, 즐길 것인가, 아닌가, 그런 차이만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아내 출근하고,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멍하고 잠시 있는다. 그래도 밀린 일들이 있다. 다시 컴을 켜고, 뭔가를 한다. 이렇게 살면 억울하지 않느냐고, 가끔 전화해서 염장질 하는 친구들이 있다. 이 나이에 귀향 갔던 사람들보다는 낫지 않느냐, 웃으면서 말한다. 남자들은 너무 높은 곳을 보고 살도록 훈련 받는다. 자기도 불행하고, 주변도 불행하다.

우리는 생활을 음미하는 훈련을 너무 못받았다. 내가 만난 유럽 사람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조금은 다른 지점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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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전등사에서. 마치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할 것 같은 하루를 보냈다. 매일, 매 순간이 늘 즐거울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그렇지만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처럼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삶에 가장 행복한 순간, 그 순간인 지금 그리고 바로 오늘, 그렇게 살아가기로 한다.

 

자꾸 신경질 내고 심통내봐야, 좋아질 것도 별로 없다.

 

6학년 때 아버지하고 전등사를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내 기분은 별로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이후로 전등사 안으로 들어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매일매일,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아이들과 떠나는 긴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원래는 아내는 그냥 집에서 좀 쉬고, 나만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고 했었다. 이번에는 아내도 같이 가고 싶다고.

 

일단은 내가 가보지 않은 시와 군, 기초 단위의 지역들을 좀 더 돌아볼 생각이다. 그리고 잘 몰랐던 느낌들을 좀 잡아보고 싶은 약간의 욕심도.

 

그렇게 알아서 뭐에다 쓸 것인가? 목적은 없다. 그냥 안 가본데 가보는... 그러다보면 나도 뭔가 느껴지는 게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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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전등사. 애들하고 있는 게 늘 즐겁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많이 즐겁다. 큰 애가 어린이집 옮긴 이후로 계속 기분이 안 좋고, 우울해한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 중이다. 내년에는 학교 들어간다. 당분간, 어딘가 같이 많이 돌아다니려고 한다. 결국 맺는 말에서는 뺐지만, 50대 에세이를 쓰고 난 나의 결론이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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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힘든 시대, 광고라도 힘들지 않게 하면 좋겠다, '피식 광고' 대세. 뭔가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내 삶에는 피식하고 웃을 요소가 너무 없다. 아고고, 죽겠다, 곡소리 날 일들만 많다. 요즘 4시 반에 칼같이 어린이집에 가지 않으면 큰 애가 울고 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이 뭐라 뭐라, 막 뭐라 한다. 내가 이렇게 혼날 일을 했나 싶다. 여의도에서 죽어라고 밟고 왔구만, 길이 겁나 막혔서 잠깐 늦었을 뿐인데.

 

2.

 

 

애들 어린이집 끝나고 큰 애가 너무 우울해해서, 비 오는 날 빗길을 뚫고 경찰 박물관에 갔다. 1년만에 왔나? 여기가 너무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잠시 아이들 기분 업 시키는 데에는 효과가 있다. 요즘은 4시 반에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고 6시 반 아내가 올 때까지, 어디 잠깐씩 데리고 가기도 한다. 그것도 몇 주째 하고 나니까, 갈 데가 별로 없다. 퇴근 시간이라, 길도 엄청나게 막힌다. 오늘은 비까지 왔다.

 

 

 

 

3.

저녁 먹고 나서 짐정리 먼저 한다고 싸우다가 큰 애랑 둘째랑 전부 혼났다. 핵핵.

그리고 이빨 닦다가 둘째가 큰 애한테 반말 하고, 물 뿜고... 둘째는 손도 들고, 무릎도 꿇었다. 울었다.

아이고, 하루가 길다. 이제 잠 들었다. 나는 온몸이 안아픈 데가 없는 것 같다.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싶다.

 

 

하는 일 아무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하루가 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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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초콜릿

아이들 메모 2018. 3. 31. 11:44

7살 큰 애가 아침부터 다크 초콜릿 달라고 성화다. 아내는 다 큰 초콜렛은 없고, 어린 초콜렛 좀 더 키워서 준다고 한다. 결국 큰 애 열폭. 울 뻔했다. 그래도 아내는 다 크면 준다고, 결국 안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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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아이들 등원시키고 아내 지하철역까지 갔다 오고나면 10시 정도 된다. 나의 하루는 그 때 시작된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편해진 거다. 나도 만나고 해야 할 일들이 있기는 한데, 그냥 포기한다. 아빠의 덕목 중 1위는 수많은 포기가 아닐까 싶다. 존심 같은 것은 벌써 버렸지만, 여전히 꼭 해야 할 것들도 포기한다. 예전 같으면, 바로 뛰어가서 "너 딱 거기 있어, 내 바로 갈께", 했던 일들도, "너 님 그냥 그렇게 사세요", 바로 포기한다. 그러면 마음이 편할까? 물론 안 편하다. 방법이 없을 뿐이다. 일본 사람들이 왜 인형을 만들고 바늘을 꽂았는지, 이제는 좀 이해가 된다. 나도 인형이라도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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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잠시 한가한 때. 둘 다 30분 가량 나랑 격투기 하고 땀범벅이 되었었다. 얼마나 뛰었는지, 둘째는 아직도 머리에 땀이. 물론 둘이 앉아서 이렇게 책 보는 장면이 매일 연출되지는 않는다. 접사용 30미리 렌즈 만져보다가, 마침... 매크로 렌즈라서 접사용으로만 쓰고 다른 용도로는 거의 안 쓰는데, 나름 독특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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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는 이제 일곱 살이다. 그냥 어린이집 다니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빠를 그려왔다. 내년이면 이제 학교 가야 한다. 남은 시간이라도 더 많이 놀아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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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만에 카메라를 들었다. 하도 오랜만이라 내 카메라에 어떤 기능들이 있었는지도 희미하고, 게다가 노안이 와서 펑션키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일일이 수동으로 촛점 잡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젠 눈이 그렇게 따라가지 못해서 기계에 그냥 의존한다.

이제 나도 50이다. 내 감과 내 느낌을, 나도 잘 믿지 못하겠다.

딱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나 혼자 무작정 끌고 갈 수도 없어서 포기했다. 작가들 취향이나 일정상 맡기기가 어려워서, 검토 중인 작품 하나를 일단 펜딩시키는 결정을 한 것이 한 달 전의 일이다. 마음만 가지고 할 수는 없는 일이 많다.

그래도 40대와 비교해서 한 가지 변한 것은 있다. 이제 나는 시간이 많다. 안되면 될 때까지.

사진은 중학교 때 찍기 시작했다. 학교 사진반을 했다. 근데, 이걸 좀 열심히 했다. 너무 사진만 열심히 찍었다. 고등학교 때에도 열심히 사진 찍었다. 집에다 암실을 만들까 막 고민을 하다가, 사진 그만 찍기로 어느 날 결정을 했다. 대학 내내 카메라 한 번도 집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이를 먹고 다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내가 카메라를 두 번 사주었다. 지금 쓰는 카메라는 두 번째 히로시마 갈 때 공항에서 사 준 거다. 물론 그 뒤로 렌즈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기는 했는데, 렌즈도 전부 아내가 사주었다. 아내는 내가 찍는 사진을 좋아했다. 물론 나는 잘 나온 사진만 아내에게 보여준다. 가끔씩 삥 나간 사진 중에도 느낌 좋은 것들이 있기는 하다.

아내는 술 마실 때의 내 모습을 가장 싫어한다. 그리고 사진 찍을 때의 내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나는 카메라에 돈 쓰는 걸, 진짜로 죽기 보다 싫어한다.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바디와 그보다 더 최소한의 렌즈를 사용한다. 그리고 성실하게 설계한다. 렌즈 2개 이상 가지고 나가는 날은 없다. 그리고 찍기로 마음 먹은 것을 찍기로 미리 설정한 화각에서 딱 찍고, 되면 다해, 아니면 그만, 바로 포기한다. 과잉이 없고, 욕심도 없다. 아내가 가끔 좀 더 찍어보라고 해도, 생각한 빛과 각이 안 나오면 그냥 포기.

술 마실 때의 내 모습은 그와 정반대다. 최대한의 량을 마신다. 그리고 이유도 없다. 술 마실 때에도 미리 설계한다. 그리고 언제나 그보다 몇 곱을 더 마신다. 그리고 포기하는 법도 없다. 그 모습을 아내는 제일 싫어한다.

필름 시절에 사진을 배워서, 지금도 최소 분량만 찍는다. 한 때 최고 성능의 연사 기능을 가졌던 바디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 장 한 장 숨죽여 누른다. 그리고 가끔 느낌이 왔다 싶을 때, 몇 장 정도 더 찍는다. 필카 시절에, 손 가는 대로 막 누르다가는, 정작 중요한 순간이 왔을 때 어쩔 수가 없을 수 있다.

내려놓았던 카메라를 오늘 다시 집어든 것은, 50대 에세이에 마지막으로 넣을 글과 뺄 글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짧은 열흘 사이에 넣다 뺐다 하니까, 마음 속에 맺힌 상이 다 흐트러져 버렸다. 심지어는, 이걸 내야 하는 건지, 왜 내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아마 친구가 연관되어 있지 않았다면, 안 냈을 것 같다. 삥이 딱 맞지 않은 것 같은 상태에서 책을 낸 적은 없다. 지금처럼 삥이 왔다갔다 하면, 이걸 지금 내야 하나, 그런 생각을 며칠 동안 했다.

사진은, 찍어놓고 보면 사실 별 거 아니지만, 그 과정까지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집에서 나가기 전 렌즈 집어드는 순간, 빛이나 화각은 물론이고, 색감까지도 어느 정도는 결정을 하고 나가게 된다. 렌즈마다 약간씩 색감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설계치보다 덜 나온다. 얻어걸리는 날도 가끔 있지만, 그건 진짜 드물다.

오늘은 색감의 일관성,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나는 집중을 너무 많이 한다. 그 생각을 흐뜨러트리는 것이 내가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술 마시는 것과 사진 찍는 것과, 사실 나에게는 같은 효과다. 술 마시기 전 생각이 흐트러지는 것처럼, 사진을 찍고 나면 그 전에 했던 생각들이 흐트러진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잠시 생각을 했다.

다른 글 여덟 개 정도를 버리고, 앞 부분에 있던, 그리고 맨 처음에 버렸던 '센치멘탈 블루스'를 다시 넣기로 했다. 제목은 중간에 썼던 '궁상주의 미학'으로. 초반에 설정치를 날려버리고 나니까, 중간에 다시 기둥을 세울 수가 없었다. 다른 기둥을 세우더라도, '센치'라는 아래 쪽 기반을 빼니까 위가 세워지지 않는다.

그 기둥을 세우고, 다른 얘기들을 흐트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음 카메라 견적을 이리저리 뽑아보니, 바디랑 몇 개 렌즈 합쳐서 800만원에서 천 만원 정도 들 것 같다. 아내에게 물어봤다. 벌써 몇 년 전에 사라고 한 건데, 내가 괜히 후달려서 아직 못사고 있었다. 사라고 한다. 8월에 사기로 했다. 이유는? 없다.

올 8월 전에는 중요한 결정은 하나도 안하겠다는 결정을 지난 달에 했다. 8월까지는 그냥 머리 박고, 조용히 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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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책상 이렇게 놔줬다. 좋아한다. 참, 짠하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책상이 생겼다. 그걸 대학교 때 집 나올 때까지 썼다. 책상이란 게, 먹고 살기 위해서 그 자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어떤 때는 권위의 상징이라, 책상 종류와 책상 위치 때문에 어깨 싸움을 하기도 한다. 나는 몇 년째 아내가 쓰다버린 책상을 쓴다. 방 옮길 때 새 거 사준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되었다고 했다. 잠시 쓰고 말 거다. 좋은 거 필요없다. 별 이유 없는 욕심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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