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서 찍은 큰 애 뒷모습. 요즘 두 번째 사춘기를 지내는 중이다. 첫 번째 사춘기는 작년. 어린이집에서 애들하고 물고, 할키고. 며칠에 한 번씩 투닥투닥. 사실 그 때 불만이 있었다. 그리고 요즘. 어린이집 안 가고 싶어한다. 요즘은 이사가자고 한다. 예전 어린이집 근처로...

그래도 어린 시절의 나보다 예민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장난 아니었다. 한 번은 친척집에서 자고 왔는데, 소변에 피가 섞여나왔다고.

나는 어른이 되면서 최선을 다해서, 나의 민감한 성격을 민감하지 않게. 아내는, 돼지소굴을 만들어놓고도 잠이 오느냐고. 그건 둔한 게 아니라, 돼지라고...

이제 나는 민감하지는 않다. 두 번째 사춘기를 겪는 큰 애를 보면서, 해줄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가 않은. 야구 같이 열심히 하는 중이다. 그래도 몸을 좀 쓰면서 노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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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들한테 이것저것 가르치는 건 잘 한다고 생각했었다. 어제부터 큰 애한테 줄넘기 가르치기 시작하는데, 와... 어렵다. 줄 돌리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처음 알았다. 나는 어떻게 줄넘기를 배웠지? 생각도 안 난다. 큰 애 줄넘기 가르치면서 옆에서 줄넘기 하다가 나만 캑캑캑. 아고고, 힘들다. 이걸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답이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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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홉 살

아이들 메모 2018. 5. 14. 14:22

 

마당 고양이 강북. 낯에 이렇게 본 건 몇 달만인 것 같다. 이전에 살던 집 마당에서 태어났고, 아직도 쌩쌩하다. 태어날 때, 어렸을 때, 유달리 몸집이 작아서 이게 얼마나 버티겠나 싶었다. 이제 아홉살인가? 모진 겨울들 많이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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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큰 애 어린이집 데려다주는데, 문 앞에서 돌아나오는데 울기 시작했다. 큰 애는 요즘 두 번째 맞는 사춘기인 것 같다. 게다가 주말에 아주 잘 놀아서 월요병도 있는 것 같고. 나도 그렇게 학교 다니기를 아주 싫어했다. 큰 애 보다 한 살 어린 시절, 집에서 미술학원을 보냈는데, 그게 그렇게 싫어서 도망다니면서 땡땡이쳤었다. 큰 애 어린이집 교실 문앞에서 우는 거 보는데, 딱 그 시절의 내 생각 났다. 학위 받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는 그렇게 학교 가는 게 싫었다. 공부 좋아서 한다는 사람도 가끔 있던데, 나는 느무느무 싫은 걸 참고 억지로 한 거다. 책 읽기가 재밌다는 사람도 아직 이해 못하겠다. 읽기 싫은데, 죽기 싫어서 참고 읽는 게 책이다. 가기 싫은데 방법 없으니까 참고 가는 게 학교였고. 다행인 건... 집에 있고 싶지 않은데 참고 버티는 게 아니라는 점. 나갈 데도 많고, 나오라는 사람도 많은데, 집에 있는 것만은 느무느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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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일이다. 강변북로에서 운전할 때였다.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이 흘러나왔다. 원래 팝송 들을 때 가사 잘 안 듣는다. 그 날따라 가사를 좀 신경 써서 들었다.

Man, what are you doing, here?

이 가사가 확 가슴을 후벼팠다. 와... 눈물이 핑 돌았다. 운전하다 눈물 났던 건, 이상훈이 코리안 시리즈에서 삼성에게 연타석 홈런을 맞은 이후로 처음. 목적지가 멀지 않았다. 나중에 차를 세워놓고 혼자서 10분 넘게 울었던 것 같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이 얘기는 실화였다. 젊은 빌리 조엘이 첫 앨범 내고 실패하고, 스튜디오 근처에서 알바하던 시절에 자기가 겪은 얘기. 그리고 웨이트리스 걸과 결혼도 하고 (나중에 이혼.)

어쩌면 이 노래 가사 한 구절이 내 삶을 크게 바꾸게 된 결정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때부터 아주 곰곰이, man, what are you doing, her... 나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그리고 결국 결정을 내렸다.

애나 보자...

사람들은 지금도 가끔 왜 애를 보기로 그렇게 갑자기 결정을 했느냐고 물어본다. 둘째가 두 번째로 폐렴으로 입원할 때쯤, 나는 여수행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다.

그 비행기에서 내린 후, 다음 날 광주에서 서울 오는 ktx를 탈 때까지, 내내 man, what are you doing here, 이 생각만 했다. 그 ktx 안에서 최종적으로 결심했다.

애나 보자...

그리고 그 아이가 올해 처음으로 미세먼지 가득 찬 4월에 폐렴 없이 넘어갔다. 오늘 이 아이 손을 잡고 5킬로미터 가량 같이 걸었다.

Man, what are you doing, here?

어쩌면 내 인생을 바꾼 한 마디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오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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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그린 인체 해부도.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가끔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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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아이들 메모 2018. 5. 5. 21:56

애들 둘 목욕시키고 나니 이제야 어린이날이 끝난 것 같다. 큰 애는 오늘 처음으로 샴프 모자 안 쓰고 머리를 감았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혼자서도 목욕할 수 있을 것 같다.

작년까지는 어린이날 선물로 좀 비싼 걸 사줬는데, 이제 고가의 로봇 장난감은 안 사주기로. 적당히 있으면 모르겠는데, 너무 많이 갖고 싶어하는데, 실제로 사는 데 도움은 전혀 안 되는 것 같다. 큰 애는 조립식 소형 글라이더, 둘째는 옥토넛, 바나클 손목 시계.

맨날 서로 소리지르고 싸우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하루에 5분에서 10분 정도. 그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천국에 있는 것처럼 즐겁고 행복하다. 그 행복감은 글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실제로 촬영을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전달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닌 것 같다.

연휴가 길다. 월요일까지 버텨야 한다. 내일은 근처 계곡에 놀러 가기로 했다. 월요일은 다큐 촬영이 있어서, 내가 몇 시간 빼야 한다. 직접 다큐를 만드는 건 당분간 손을 놨는데, 뭔 놈의 인생인지, 인터뷰도 해야 하고, 미니 나레이션도 해달란다. 그리고 나레이션 원고도 써달란다. 좋은 일이니까 도와주기는 하는데, 어쨌든 지난 몇 년간 다큐를 만들거나 관여하거나, 무관하게 지나간 시간이 거의 없는 듯하다. 하다 못해 라디오 다큐도 같이 하자고 해서, 오 플리즈, 전 애봐야 해요.

여유가 생기면 노년에는 경제 다큐 만들면서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박근혜 시절, 방송이 꽉 막혀 있을 때에도 하다보니 다큐는 계속 만들거나 관여했었다. 돈 되는 일은 아니지만, 보람은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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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배려가 뭔지 물어봤다. 막 가르쳐줬다. 그러자 질서가 뭔지 물어봤다. 애들 어린이집 벽에 붙어있는 말들이다. 또 가르쳐줬다. 그럼 줄 서는? 질서와 줄 서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줘야 하는데, 웃느라고 설명이 안 된다... 애들 귀에 질서와 줄 서가 어떻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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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어떻게 하면 덜 마실까, 6개월 전부터 고민하던 일이다. 별 뾰족한 답이 없다. 일단 제일 간단한 것부터. 책과 관련한 일로는 술 안 마시고 차만 마시기로. 그럼 전체 술 마시는 수요의 절반이 준다. 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술 마시지 않고 결정하는 법, 이걸 잘 못 배웠다. 책에 관해서는, 부탁할 일도 없고, 내키지 않는데 결정할 일도 없을 것 같다. 굳이 술을 마시면서 해야 할 경우는? 잠깐 따져봤는데, 최소한 책에 대해서는 없는 것 같다... 차만 마시고 결정하는 게 좀 얄미워 보이기는 할텐데, 약간 얄밉고 야박해보이는 것이 불편하다고 계속 살 찌는 삶을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40대 때에는 죽어라고 돌아다니고 이것저것, 쓰러질 때까지 뭔가 했다. 아무리 처먹고, 아무리 처마셔도 살찌는 법이 없었다. 나도 이제 50이다. 처마시는 대로 다 살로 간다. 하는 일도 딱히 없고. 끈 흔들어줘도 이제는 목운동, 아니 눈운동만 하는 야옹구와 내가 딱히 다르게 살지는 않는다. 이런 거 해야 하지 않느냐, 누가 말해도 눈운동만... 술이라도 덜 마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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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기자한테 전화와서 통화하다가, 애 키우는 얘기가 나왔다. 큰 애 보는 아빠 중에서는 최고령일 거라고. 나는 오랫동안 최연소에 익숙해 있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이제 최고령 기록들을 세우기 시작한다. 나이가 뭔 의미가 있겠냐, 그냥 할 일 없으니까 잠시 웃자고 하는 얘기들이지. 내가 하는 일들을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40대에는 그러지를 못했다. 좀 더 나은 게 있는데 사정상 이렇게 밀려 있는 거라고,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이거라도 할 수 있는 게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남자들의 어깨 싸움, 거기에서 한 발, 아니 여러 발 비껴 서 있다. 이제는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 멍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렇게 멀리 떨어지니까. 또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그냥 하루하루, 삶을 보낼 뿐이다. 거기에 좋은 것, 나쁜 것, 그런 건 없다. 산다는 건, 거기서 거기다. 거기에 의미를 찾고, 즐길 것인가, 아닌가, 그런 차이만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아내 출근하고,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멍하고 잠시 있는다. 그래도 밀린 일들이 있다. 다시 컴을 켜고, 뭔가를 한다. 이렇게 살면 억울하지 않느냐고, 가끔 전화해서 염장질 하는 친구들이 있다. 이 나이에 귀향 갔던 사람들보다는 낫지 않느냐, 웃으면서 말한다. 남자들은 너무 높은 곳을 보고 살도록 훈련 받는다. 자기도 불행하고, 주변도 불행하다.

우리는 생활을 음미하는 훈련을 너무 못받았다. 내가 만난 유럽 사람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조금은 다른 지점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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