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패러독스'에 해당되는 글 19건

  1. 2019.08.15 요즘 환갑 잔치
  2. 2019.05.14 재능 기부?
  3. 2019.04.05 돈과 명분 (3)
  4. 2019.02.27 까칠함과 명분에 대하여.. (1)
  5. 2019.02.13 모른다고 말하는 것의 딜레마
  6. 2019.01.23 안바쁘당의 이념.. (4)
  7. 2019.01.09 엄친아와 개천용의 시대.. (1)
  8. 2018.12.29 건방증..
  9. 2018.12.25 크리스마스를 위한 기도, 2018 (5)
  10. 2018.12.21 고승과 애정결핍

어제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요즘 가장 많이 바뀐 게 환갑 잔치. 최근에는 환갑 잔치에 부모님이 오신댄다. 와서 용돈도 주시고. 그렇네.

이런 적이 없었는데..

환갑 잔치 그냥 건너뛰고 싶어도, 부모들이 섭섭해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는.. 니 칠순 때까지 내가 살아있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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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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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능기부라는 말이 싫다. 누굴 돕고, 서로 힘을 모으고, 거의 평생을 그러고 살았다. 그래도 재능기부라는 말은 싫다.

1. 뭐, 약간의 편견이 있기는 하다. 재능기부로 예술활동하는 사람이 거룩하고 숭고한 일 하는 거 본 적이 있는데.. 인턴급 학생들이나 초년 예술가들, 모두 재능기부라고 나한테 자랑을 했다. 이 얼마나 거룩한 뜻이냐. 그런가보다 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된장.. bmw 최신형을 뙇. 에라이, 인턴들 월급이나 제대로 주셨으면.

2. 기부라는 말은 좀 더 근본적으로 검토해 볼 말인데.. 좋은 의미의 기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막연한 형태의 기부로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국제간 기부가 만드는 구조악들에 대해서, '세상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무지막지한 스테디 셀러가 그 중의 일부, 식량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고. 나도 기부를 하고, 점점 그 돈을 늘려나갈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기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그 모순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랑 결합한 기관들의 사업비 등, 정말 내용을 알면 기부하기 좀 그런 경우도 많고.

3. 그리고 재능이라는 말에는 완전히 돌아버린다. 이중의 딜레마다. 재능이 실제로 있는 사람에게도 당신의 재능이? 아뇨, 전 재능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보통 제 정신이다. 아, 제가 가진 탤런트가 좀 있어서요.. 기능이라는 말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재능이라는 말에 선뜻 수긍할 사람이 있을까 싶다. 예를 들어, 샤넬에게 그 말을 한다고 해보자. 자신이 용기 있고, 열심히 산다고는 생각하는 것 같은데, 누군가 샤넬에게, 당신이 가진 그 디자인 재능을 좀. 아마 샤넬은 빡 돌아서 쥐고 있던 실패라도 날리지 않을까? 이래저래 샤넬도 약점이 많고, 그것에 대해서 고민도 많이 한 사람으로 안다. 재능이라고 할 때 그걸 세상도 받아들이고 본인도 수긍한 것은, 유엔을 통해서 아동 보호 활동에 나선 오드리 햅번 정도가 아닐까 싶은. 햅번, 당신의 아름다움이 재능이십니다.. 뭐, 할머니가 다 된 저를 그렇게 봐주시니, 고마울 따름.

반대의 경우는, 그냥 노동착취인데, 그것도 당신의 '재능'이라고 해서 그냥 일해라.. 보통 한국의 정부, 특히 지방 정부 같은 곳에서 많이 써먹는 공무원식 수법이다. 에라이..

4.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회를 위해서 쓰는 것, 그게 나쁜 일은 아니다. IT 초창기에 무지막지하게 유능한 디벨로퍼들이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 봉사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존경스럽다. 그래도 그걸 재능기부라고, 니가 자발적으로 날 좀 도와라, 그런 얘기는 별로 못 들었다.

5. 시민단체 같은 곳은 돈이 없다. 그래서 도움을 받아도 제대로 사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냥 도와달라고 하고, 후원을 받았다고 하면 된다. in kind contribution, 얼마든지 기쁘게 서로 돕고 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재능기부라는 아주 기분 나쁘게 하는 용어를 턱턱 쓴다.

니가 좋아서 한 거 쟎아?

물론 그런 의미는 아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런 뉘앙스가 있다. 자발적 후원과 재능기부라는, 그 말이 그 말 같아 보이는 곳에 흐르는 장강의 간격은 과연?

6. 재능기부, 받지도 말고, 주지도 않는 게 궁극적으로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다고 해서 사회 운동이 없어지거나 문화적 운동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봉사, 후원, 지원, 참여,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는 방식이 있다.

무엇보다도 재능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말일 것 같다.

(오늘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몇 달 전에 젊은 후배들 당하는 것 보면서 언젠가 한 번 얘기해야지 생각하다가 오늘 잠깐 생각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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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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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명분이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대부분 명분을 선택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명분이 필요 없는 일에도 명분을 선택한다. 귀찮기는 하지만, 길게 보면 그게 더 편하다. 돈이 커 보이지만, 사실 길게 보면 그것도 별 거 아니다. 제일 힘들 때에는 큰 명분과 작은 명분이 부딪힐 때이다. 명박부터 근혜까지 오던 시절이 그랬다. 돈은 어차피 포기한 건데, 정권 교체라는 큰 명분과, 그래도 여기가 더 힘든데.. 그렇게 크고 작은 명분이 부딪힌다. 선택하기가 어렵다.

요즘은 명분이고 나발이고, 재미라는 요소 하나를 더 생각한다. 재미 없는 건, 안 해. 머리 숙여야 하는 일, 안 해. 누구한텐가 부탁해야 하는 일, 안 해. 그리고 나면? 애들 보는 일만 남는다. 별 상관 없다. 유일한 아쉬움은, 애들 보는 게 늘 재밌지는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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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2019.04.06 0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들 보는게 즐거운건 어쩌다가 몇시간일 경우에만 해당 되는거 같읍니다.

    • Favicon of https://retired.tistory.com BlogIcon 우석훈 retired 2019.04.08 11: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체적으로 즐겁기는 한데, 아주 괴로운 순간들이 가끔.. 그 땐 아주 힘들죠 ^^.

    • Favicon of https://janiceshin86.tistory.com BlogIcon jshin86 2019.04.08 11: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직 애들을..손녀나 손자...본적은 없지만 앞으로 생긴다 해도 아이를 돌본다는건 책임감도 있고 어려울거 같네요.

      그래도 어쩔수 없다면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봐줄거 같기도 하네요 은퇴 하게 되면요.

유달리 까칠한 사람이 있다. 뭐, 어디 먼데 갈 것도 없이, 내가 그렇다. 내가 입으로 뱉은 말은, 정말 특별한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내가 죽일 때까지 지켜지는 약속과 같다. 약속을 어기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약속을 어기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 해 최선을 다 한다. 뭐, 가끔 번복하기도 한다. 방법 없을 때 그렇다. 그 대신에 나와 일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돈으로는 안 된다. 돈 때문에 살지는 않기 때문이다. 죽으면 죽었지, 돈 때문에 뭘 하지는 않는다. 권력으로도 안 된다. 차라리 목을 쳐, 목을 들이밀면 들이밀지, 힘으로 나에게 협박할 생각은 아예 안 하는 게 낫다. 재미는? 재미는 중요한 기준이기는 하지만, 내가 하는 일 재밌는 일 많다. 심지어 애 보는 것도 재밌다고 생각하는, 가끔은. 그러면? 명분이 없으면 아무 일도 안 한다. 그것도 축적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명분은 만들면 되지 않느냐? 그건 쌩양아치들이나 하는 일이고.

정치인들을 많이 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여러 사람에게 묻는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답이 딱 나왔을 때, 에 또, 아무 거시가 저한테 이럽디다, 이거 하라고. 부드러운 명분이기는 한데, 그 답을 해주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결국에는 누구한테서는 나온다. 누가 저한테 출마하라고 합디다.. 이런 식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끔 하던 말을 명분으로 삼는 사람도 봤다. 그건 명분은 아니다. 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그냥 핑게일 뿐이다.

50이 넘었다. 한동안 실익과 명분을 놓고 고민하던 시절이 내 인생에도 없었다. 전혀 그런 적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몇 년 사이예 벌어진 일만 가지고 생각해보자.

차관급 자리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명분이 없었다. 내가 왜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딱히 재밌어 보이지도 않고. 후배들이 집에 찾아오고, 난리 났었다. 형, 딱 한 번만 눈감고 해라, 좀.. 우리도 좀 살자. 안했다.

지방의 한 공기업 사장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여러가지로 명분이 있었다. 하는 일도 정말 내가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이고. 명분과 재미,이런 걸 다 만족시키는 자리였다. 그래도 안 했다. 작은 명분이 있는데, 큰 명분이 없다. 쟤는 튕기기는 하는데, 적당한 거 잡으면 바로 한다.. 그런 소리가 듣기 싫었다. 안 했다.

21세기에 명분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버마스가 정당성(legitimacy) 얘기하던 독일 70년대가 딱 지금 우리랑 비슷하다. 적당히 살다가, 이제 좀 선진국 비슷하게 될만할 때.. 그 때 제일 중요한 게 명분과 소통이라는 게 버마스 얘기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랑 비슷하다.

그리하여..

나는 앞으로 명분을 지금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삶을 살기로 오늘 오전에 마음을 먹었다.

더 까칠한 사람이 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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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28 1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0이 되고 나서 바뀐 게 한 가지 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뭘 모르는지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 예전에는 모르는 건, 입 다물었다. 그래도 여전히 조심스럽다. 전문가인 척 하는 사람들의 말버릇이, 자기 분야 아닌 것은 잘 모른다고 하면서, 엄청 권위 부리고 할 말 안 할 말 다 하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아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마나한 입버릇이 되지 않는 것.. 이건 여전히 어렵다.

내가 싸가지 없기는 정말 없다고 생각했던 게.. 선배들 중에, 난 잘 모르는데 하면서 말 시작하는 선배들이 있었다. 그리고 말도 엄청 길게 한다. 나는 초장에 짤라버렸다.. 모르시면 말하지 마시고. 세미나 때, 나는 책은 못 읽었지만, 하면서 말 시작하는 선배도 초장에 말을 막아버렸다. 안 읽으신 분은 진행 방해하지 마시구요..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뉘앙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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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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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이냐, 실용이냐, 이딴 바보 같은 소리들 하던 시절이 있었다. 실용도 일종의 이념이다. 이념을 벗어나자는 것도 일종의 이념인 것과 같다.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이념을 강조하든, 실용을 강조하든, 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에고고, 나에게는 이념도 버겁고, 실용도 무겁다.

나에게 단 하나의 이념이 있다면 "바쁘면 안 된다".. 바쁠 리도 없고, 바쁠 수도 없고, 바빠서도 안 된다. 아이가 언제 아플지 모르고 기다리는 아빠라면, 약속을 해서도 안 되고, 바빠도 안 된다.

예상에 없게, 큰 애 어린이집 졸업식이 2월 10일경에.. 결국 아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일단은 기본적으로 내가 그냥 낮에 데리고 있기로 했다. 아이는, 내가 일하러 가야하면 그냥 자기도 따라가서 옆에 조용히 있겠다고 한다. 방법 없다.

그 기간에 독서모임 포함해서 강연이 4개가 있다. 된장.. 사실은 합숙도 가야 하는데.

그래서 다시 그 생각이 들었다. 이념을 배신하는 자에게는 조직의 응징이.. 내가 딱 그 꼴이 되었다. 바쁘면 안 된다는 '안바쁘당', 조직의 이념을 내가 배신하게 되었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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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24 0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2019.01.24 0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2019.01.24 17: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인류학자들하고 얘기하다 이런 얘기가 나왔다. 현 정권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들 중 상당수가 '개천에서 용난' 경우이기 때문에 아니겠냐고. 자기도 했는데, 노력하면 되는 거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거라고 잘 보이지 않을 거라는.

운동권에서 높은 자리까지 간 경우, 조선일보류는 그냥 줄 서서 으쌰으쌰, 간 거라고 한다. 그렇지만은 않다. 나름대로 노력도 하고, 은근 실력도 있는 경우가 그렇게 없지는 않다. 그런데 여기에 작은 함정이.

양아치들은 제외하고 보더라도, 엄마친구아들, 엄친아 아니면 정말로 개천에서 용 난. 그래서 우리 시대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그 정도면 극복할 수 있는 거 아님?", 이런 거의 무의식적인 자신감으로 인해서 보지 못하는.

mb 정권은 양아치와 곽승준 같은 금수저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현실을 몰랐다.

지금 정권은 아주 많은 양아치와 엄친아 그리고 개천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 <전우치>에 "이게 안되나, 이게", 임수정의 대사다. "이게 안 되나, 이게", 그런데 요즘은 이게 안 된다. 이걸 이해하기가 엄친아나 개천용에게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해보니까 되던 걸..

소통의 단절을 넘어, 감성의 단절이다. 공감한다고 말하는 것, 어쩌면 다 거짓말일 수도 있다. 어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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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09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아빠, 개구리가 건방증 있어?

건방증? 건망증이겠지. 얘기는 이렇다. 애들 보는 책 중에 개구리가 올챙이 적 시절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옆에서 "개구리가 건망증이 있나봐", 요렇게 한 마디. 그 얘기를 일곱 살 큰 애가 한 거다.

그나저나 건방증.. 이게 한국 엘리트 남성들의 고질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높은 관지만 가면 엄청 건방증 심해지고, 운좋게 돈 좀 벌었다 싶으면 건방증 중증으로 가고.

나도 예전에 건방증이었을까?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분명 건방증 시절이 있었을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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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김리. 그는 북부 난쟁이의 대표였다..)

 

몇 해 전에 아내와 파리에 좀 길게 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시트콤을 잠시 봤는데, 난쟁이 아줌마가 사랑의 요정으로 나오는 얘기였다. 앞뒤를 다 보지는 못했는데, 뿌듯하고 감동이 있는 그런 얘기였다.

 

인구 비례로 장애인이 태어나고, 그 중에는 난쟁이도 있고, 또 다양한 종류의 장애가 있다고 알고 있다. 한국의 tv에서 난쟁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헐리우드 영화에도 난쟁이들은 자주 나온다. <반지의 제왕>에는 주인공급이고, <해리포터>에는 요정 도비를 비롯해서 또 수많은 직군의 난쟁이들이 나온다. 당연히 호그와트의 선생님 중에도 등장한다.

 

최근의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난쟁이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헐리우드나 영국 영화에서도 난쟁이들이 이 정도로 존재하지 않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이건 왜 그런 것일까?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가장 상징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게 난쟁이와 꼽추라고 불리는 척추 질환자. 70년대로 형성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는 꼽추들이 동네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시장에서 짐을 나르는 아저씨가 그랬다. 시장 귀퉁이에서 순대 사먹는 걸 좋아했었는데, 막일 하는 아저씨 한 명이 꼽추였다. “아줌마, 얘 간도 좀 많이 주세요.” 뭐 좀 더 주라고 한 마디씩 거들어주고 가고는 했다.

 

그럼 유신 시대의 한국 사회가 전두환 군사정권을 거치고 다시 민주화 정권을 거치면서 꼽추 같은 장애는 아예 극복을 하게 된 것일까? 더 이상 한국에는 난쟁이는 태어나지 않는 것일까? 그럴 리는 없다.

 

프랑스에서 난쟁이 아줌마가 요정으로 나와 주인공이 되는 시트콤을 보면서, 선진국과 그렇지 않은 사회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폐쇄적이며, 그야말로 선남선녀를 지향하는 국가인지도.

 

외모차별을 하지 말자고 하지만, 말 그대로 예쁜 것들만 좋아하는 좀 지나치게 표준형 사회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은 진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그렇게 빡빡하다.

 

그 한 극단에서 난쟁이와 꼽추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한다. 그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길거리에서 꼽추 보신 분 있으신가? 나는 못 본지 좀 된다. 그러면 없는 건가?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혹시 최근에 난쟁이 보신 분 있으신가? 나는 없다.

 

없는 게 아니라, 약간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돌아다니기도 어려운 게 한국 사회가 아닐까 싶다. 1인당 gdp 1만 달러 넘어갈 때에도 그랬고, 2만 달러 넘어갈 때도 그랬다. 그리고 이제 막 gdp 3만 달러 넘어간다는 데 여전히 한국은 그렇다.

 

어떻게 보면 21세기 한국인은 냉정한 걸 넘어서 참 잔인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다른 것을 못난 것이라고 하면서 아예 곁을 내주지 않으려고 한다.

 

길거리에 존재하지 않는 난쟁이, 이 문제는 많은 것들의 뿌리에 해당하는 의식일지도 모른다. 임대주택 자녀들이 같은 학교에 들어오지 못하게 아예 사유지라고 길을 차단하는 부모들, 이게 전혀 다른 문제일까?

 

왕한테 예쁨 받는 것들, 여기 다 모였구나?”

 

사도세자 유아인이 영화 <사도>에서 했던 대사다. 크리스마스, tv 어디를 봐도 예쁨 받는 것들만 나온다.

 

예수님의 탄생, 그가 예쁨 받는 예쁜 것들을 위해서 이 땅에 오셨겠는가? 그가 십자가에서 세상 모든 짐을 다 지고 하늘로 떠날 때, 왕한테 예쁨 받는 것들을 위해서 그 모든 짐을 지고 가셨겠는가?

 

크리스마스, 한국에 존재하지 아니 존재하지 못하는 난쟁이와 꼽추, 그렇게 예쁨받지 못하는 것들을 위해서 잠시 머리를 숙인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는 것은, 그들이 당당하고 자신 있게 길거리로 나와서 쇼핑도 하고, 식당도 가고, 그런 순간이다. ‘노키즈존이 정말 역겨운 것은, ‘키즈이하로는 전부 출입금지의 함의를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그런 식당에 난쟁이, 꼽추, 환영 받겠는가?

 

크리스마스다.

 

한국의 모든 예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는 잠시 머리를 숙인다. 그런 날이 오기를 위해서, 잠시 기도한다.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다. 정권의 문제, 경제 문제, 교육 문제, 사회 통합의 문제.. 그러나 가끔 그렇게 여나 야나 문제 축에 끼어주지도 않는 진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예수가 말구유에서 태어난 날이다.

 

장애인 아이를 두고 힘들어하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을 위해서도, 잠시 기도..

 

난쟁이 아줌마가 tv 시트콤의 주인공이 되는 날, 그날이 우리가 진짜 선진국이 되는 날이다. 대치동의 엄마, 아빠가 주인공인 나라에서, 다른 시대로 한 번 더 넘어가야 한다.

 

그 날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아직도 버린 적은 없다.

 

(명동 성당, 크리스마스 이브, 아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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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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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mikamom.tistory.com BlogIcon 코부타 2018.12.26 1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잘보고갑니다.
    아직 한국은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복지가 한참 부족하지요.사람들의 인식도 그렇고....
    예수는 이 땅에서 소외되고 있는 약자들에게 찾아 가셨지요. 더 소중한것을 주시려고...

  2. 줄기콩 2018.12.26 1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울의 빌딩마다 매캐한 공기가 빠지지 않는 지하주차장에서 하루종일 일해야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차경비로 일하시던 친구 할아버지는 일한 지 3개월 만에 폐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건물 내 쓰레기 청소, 분리수거, 백화점 마트 하역장 등
    여름에는 지하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수십대의 열기와 자동차 수십대의 매연을 견뎌야 합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빛도 못 보고 하루종일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관심 가지고 글 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Favicon of https://cgntv-compass.tistory.com BlogIcon 보여주는남자 2019.01.14 01: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일하는 청사에서는 가끔 본적있어요
    청사에서 일하시는분이 몇분계셔요

유명한 스님들과 신부님들, 그런 종교계 어른들과 같이 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느꼈던 게, 이렇게 도 닦는 일에 따라붙는 게 애정결핍 아닐까 싶은. 혼자 오래 있다 보면 생기는 건지, 아니면 누군가를 지도하는 위치에 사는 사람들의 숙명인 건지.

누가 조금만 모른척 해도 금방 마음 상하고, 사람들이 자주 돌아보지 않으면 심통나고.

유명한 사람 중에는 애정결핍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매니저 등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움을 혼자서 잘 버티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고승과 애정결핍, 생각지도 못했던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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