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패러독스'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20.06.10 내일의 나..
  2. 2020.06.10 주류의 교체.. (1)
  3. 2020.06.01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4. 2020.05.31 등신으로는 살지 말자..
  5. 2020.05.29 아이 아빠들에게 주는 조언 (2)
  6. 2020.05.27 어떻게 살 것인가? (1)
  7. 2020.05.18 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3)
  8. 2020.03.14 분노에 대한 생각.. (2)
  9. 2020.03.02 높이, 멀리, 가 아니라.. (2)
  10. 2019.08.15 요즘 환갑 잔치

살다보면 걱정 없는 날이 하루라도 있겠냐만은, 일단 오늘은 걱정이 없다.

뭘 발제할 것도 밀렸고, 쓸 것도 밀렸고, 이래저래 해야 할 게 주루르 밀려있겠지만..

그건 내일의 나가 맹활약해서 해결해줄 거고, 아니면 모레의 나.. 그도 아니면 위대하신 주님이 또 다른 해결 방법을.

오늘의 나는 애들 올 때까지 몇 십분 남은 시간이나마, 그냥 나를 위해서 잠시 뒹굴뒹굴, 놀 거다.

내일의 나가 오늘의 나보다 부지런하고 유능하고, 또 심통내는 법이 없다는 게, 하늘에서 내가 부여받은 거의 유일한 행운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니, "내일의 나"라는 제목으로 에세이집을 해보면 어떨까 싶은, 오늘의 나 같은 개수작 발상이.. 결국 쓰는 건 내일의 나가 할 거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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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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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로 살아가면, 말수가 줄어들게 된다. 가만히 있는 게, 이것저것 의견을 내서 사람들 경악하게 만드는 것 보다는.

같이 회사 다녔던 사람들 중에서도 내가 진짜로 가졌던 생각을 어느 정도 아는 경우는 드물다.

하고 싶은 말, 시시콜콜이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50이 넘어서 문득 돌아보니까, 이게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이 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아주 주책 맞게 맹활약만 계속 얘기하는 성공한 일부 빼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 중에는 아주 수다스럽고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고, 매우 과묵하고 거의 입을 열지 않는 사람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고.

보수로 살아간 남자들 중에는 아주 수다스러운 사람들이 종종 있다. 때로 대구 아저씨들이 매우 수다스럽던, 특히 술 마시러 가면.

돌이켜 보니까, 전라도 출신 친구들도 다 같이 모일 때에는 말수가 적었던 것 같다. 한국은 오랫동안 지역 차별이 체질화된 사회였다.

서울에 온 경상도 아저씨들이 목소리 높일 때, 목소리 낮추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

시대가 변한다.

DJ 시절에는 홍어회를 먹는 경우가 많았고, 매생이국을 전라도를 고향으로 둔 실장이랑 밥 먹으면서 처음 먹어봤다.

노무현 때에는 특별히 유행한 음식이 별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여전히 청와대 인근의 홍어회집에 가면 청와대에 파견 온 높은 아저씨들과 옆 테이블에서 만나고는 했다. 부산 음식이 유행할 게 별로 없다. 여전히 부산 최고의 음식은 회다. 음식에 소금 좀 덜 넣었으면.. 정부랑 상관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에 새로 팍 퍼진 음식이 보리굴비였던 것 다. 일본식 녹차물에 밥 말어먹던 게, 그 시절에 엄청 유행했다.

명박 때에는 하여간 과매기들 어마무시하게 먹어댔다. 그냥 많이 먹는 정도가 아니라 슈퍼에도 가을이면 쌓아놓고 팔았다. 생각만 해도 코끝에 비린 맛이 돈다. 이젠 과매기 안 먹고 싶다. 명박 때 기억이 너무 많이 난다.

근혜 때에는 한정식 전성시대였던 것 같다. 하여간 죽어라고들 한정식 먹던. 한식 세계화한다고 난리치던 시절, 모였다 하면 돈이 있든 없든, 한정식집이었다.

특별한 음식은 주류의 형성과 함께 움직인다. 문재인 시절, 무슨 음식으로 이 시기가 기억될까?

주류의 교체라고 하는데, 어투와 음식, 이런 것들이 확실히 문화적으로 시대가 변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나는 좌파를 선택하면서 비주류로 살게 되었고, 행위자 보다는 관찰자의 삶을 살게 된 것 같다.

앞으로도 나의 '맹활약'을 얘기하기 보다는 남의 맹활약을 들어주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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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fingercross9.tistory.com BlogIcon 필센에드가 2020.06.10 10: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의 느낌입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이방원이 이런 시를 지었다고 하는데. 요즘 세상이 딱 이런 것 같다. 국운이 다 된 고려를 지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렇게 버텼을까 싶다.

정몽주에게 저런 시를 읽던 이방원의 마음도 아프고, 잠시 후에 도끼로 맞아죽을 자신의 운명 정도는 아마도 알았을 정몽주의 마음도 아프고.

역사도 오래 지나고 나면 이 편도 저 편도 사실 다 무의미해지기 마련이다.

햐, 진짜 세상이라는 게 그렇게 진지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정답처럼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난 왜 그렇게 편하게 생각을 하지 못할까, 이 나이를 처먹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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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보니까 요즘은 일요일이 주로 칼럼 쓰는 날이 되었다. 신문 칼럼 하나, 서평 하나.

굼뱅이도 기는 재주가 있다고, 내 책은 잘 못 팔아도, 남의 책은 괜찮게 팔아주는.

공직 생활할 때 제일 싫은 스타일이 누구 잘 되게는 못 해도, 남 망하게 하는 건 기가 막히게 잘 할 수 있다고 하는 양반들. 진짜 훼방은 기가 막히게 놓는 걸 보았다. 공무원들이 또 그런 건 기가 막히게 머리가 잘 돌아가, 정말 혀를 휘두를 정도였다. 더 기가 막힌 건, 누가 어디서 심술 부린 건지 전혀 알 수 없도록 쓰리쿠션, 포쿠션, 기똥찼다. 나는 그렇게 살지 말아야지, 결심을 했다.

누군가 도와준 적은 어마무시하게 많은 인생이기는 한데, 도와주고 고맙다는 소리라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한참 잘 나가는 사람들은 다 자기가 잘 나서 도와준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 인생을 돌아보니, 아뿔싸, 나도 그렇게 정신 못차리던 시절이 있기도..

50이 넘으면서 가슴에 새긴 건, 지 혼자 잘 나서 되는 일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지나보니까 여기서 저기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면서 그 때 그 일들이 기가 막히게 풀렸던 것. 나도 그 나이에는 몰랐다.

이제 남은 내 인생은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살려고 한다.

내가 추수할 일은 없다. 이런 것들이 자라고 열매를 맺을 때쯤이면 나는 이미 늙어서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 추수를 할 수 있게, 약간이라도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나도 누군가 뿌려놓은 씨앗에서 열린 열매를 먹으면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 싶다. 지 날난 맛에 사는 거는, 50이 되면 내려놓는 게 맞을 것 같다. 50이 넘어서도 지가 잘 나서 잘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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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팬 새거 사고, 냄비 새거 사면서 당연히 나도 주변의 친한 아줌마들과 상의한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애들 엄마들하고 수다떠는 일이 많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 엄마들이 애들 대학만 들어가면 이혼하기로 이미 결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는 결혼하면 이혼한다고 하는 엄마들은 종종 봤는데, 아이들 결혼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대학 입학으로 이혼 강행일 연령이 좀 내려갔다. 

나는 아내에게 이런 최후통첩을 받은 게, 둘째 태어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자기는 이혼할려면 지금 해야 하니까, 적당히 지금처럼 계속 살려면 지금 얘기해라.. 

아내는 행정학 전공이다. 행정 처리는 칼이다. 

나는 쓸 데 없는 외부 활동을 다 접고, 아내에게 짤리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지금 아이 키우고, 회사 생활하고, 엄마들은 인내의 한계치다. 

그나마 불평이라도 하고, 뭐라도 도우라고 하는 건, 아직 이혼 날자와 집행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 

얼마 전부터 잔소리도 줄고, 육아 가담에 대한 요청도 줄고, 설거지만 좀 하면 별 얘기 안 하는 것..

이건 좋은 신호가 아니라 D-day를 결정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자녀가 한 번에 대학 가느냐, 재수를 하느냐, 아니면 아예 대학을 포기하게 되느냐, 그에 따른 시간의 결정 뿐.

아내가 자신에게 너그러워진다고 생각한다면, 짤릴 확률 100%다. 

인생 길다. 돈은 잠깐이고, 아내는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 

정신 차리고, 술 좀 적당히 처먹고, 돈 좀 살살 벌고, 회사일 대충 할 것.

아니면 어느 날 가정법원 통지서를 받아들고 인생이 무너진 것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될 것이다. 

잘 해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보다 100배 더 한다고 생각해도 아내의 눈에는 차지 않는다. 

(졸혼, 그딴 거 없다, 파혼이 먼저다. 현실을 직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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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5.29 1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아이엄마3 2020.05.30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미 저희 남편은 늦게 오는 게 도와주는 격인 경지에 이르렀네요. 일찍 오면 밉고 늦게 오면 고마워요~

 

사랑하는 후배, 김종철 술 사주고 왔다.

죽도록, 밤새도록 술 마시고 싶었지만, 애 봐야하는 아빠가 그럴 수는 없고.

노회찬 죽고..

내 인생관도 바뀌었다.

노회찬 시절의 친구들, 틈만 나면 밥도 사고, 술도 사고. 전화도 건다. 하소연도 들어주고, 심통도 들어주고, 뭐라고 하면, 미안미안, 내가 잘 못했다, 사과도 하고.

우리는 좋은 세상 만든다고 폼만 잡았지, 서로 잘 못 챙겼다.

요즘 나한테 30분씩 전화통 붙잡고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술먹고 울다가 생각나서 문자 보낸다고 하는 사람들도있다. 그리고 밑도끝도 없이 섭섭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괜찮다.

우리의 운동이 어려워서 그렇다.

종철이랑 같이 술 먹고 같이 운동하던 우리들의 친구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그 시절, 그렇게 많은 친구들이 그렇게 일찍 죽을 줄 몰랐다.

나는 아직 괜찮다. 살 좀 찐 거 말고는 내 자리에서 잘 버틴다. 먹고 살만하다.

틈 나는대로, 맛 있는 거 같이 먹고, 시간 나는 대로 좋은 술도 같이 먹고, 여유 되는대로 수다도 떨고..

좋은 세상 만든다고 했는데, 우리는 다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너무 많이 죽었다.. 이렇게 친구들이 많이 죽을 줄, 나는 30대에 미처 몰랐다. 그 시절, 우리는 미처 몰랐다.

집에 돌아왔더니, 간만에 좋은 술 마셔서 고마웠다고 문자가 와있었다.

나도 즐거웠다고 문자 보냈다.

니가 맞니, 내가 맞니, 우리는 30대에 죽도록 싸웠다. 틈만 나면 삐지고, 심통 냈다. 그걸 우리는 사상이라고 불렀다.

개뿔이다..

죽지만 않으면, 그깟 무슨무슨 위스키, 그게 무슨 상관이랴.

다시는 단 한 명도 나의 친구들을 노회찬처럼 보내고 싶지 않다.

좀 놀고, 좀 마시고, 좀 택도 없는 소리 좀 하면 어떠냐. 살아있어야 친구고, 살아서 웃어야 친구지.

나는 친구들 비위 맞춰주고, 농담하고, 맛있는 거 사주면서 여생을 보내도 좋다.

살아있을 때 잘 하자, 노회찬에게 배웠다..

그리고 가능하면, 살아서 영광도 보고, 빛도 보자.

세상이 먼저가 아니다. 삶의 즐거움이 먼저다.

명랑할 수 있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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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5.28 0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삶이라는 게 신나고 흥 나는 일로만 채워지나, 그렇지 않다. 늘 긴박하고, 종종 속상하고, 아주 자주 허무하다. 

책 때문에 아는 후배에게 연락을 했는데, 암 말기 진단이라고, 조용히 정리하는 중이라고 한다. 

한 때 거의 매일 보던 사이였는데, 마음이 덜컥 무거워졌다. 조만간 차라도 한 잔 하기로 했다. 

잠시 내 삶을 돌아본다. 

요즘 책이 자리를 못 잡아서 좀 속상한 시기이기는 한데, 그래도 마음을 편하게 갖고, 조금이라도 더 웃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제 영화 <럭키>를 다시 봤다. 코미디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된 영화였다. 그냥 마음 편하게 웃으면서 봤다. 김밥집에서 당근꽃 만드는 장면은 예전에도 재밌게 봤는데, 다시 봐도 재밌다. 

내 삶에 웃음을 더 채우고, 잠깐 통화하더라도 더 밝고 즐겁게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겠나 싶다. 

태어난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이 생각, 어렵다. 그래도 돌아보면 그런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내가 다루는 주제나 소제나, 다 슬프고 어려운 얘기들이다. 가난한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 난 그런 주제만 다루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 내용에 마음이 넘어가면, 온통 눈물 바다를 만들기는 커녕, 온통 하품 바다를 만들게 된다. 그건 곤란하다. 

며칠 전에 정부 연구원 원장들하고 밥 먹는 자리가 있었다. 그 중의 한 명이 예전 팟캐스트 시절 나꼽살을 자기 전에 종종 들었다고 한다. 잠은 참 잘 오더라고.. 웃기는 했는데, 된장. 재우려고 했던 방송은 아닌데. 

난 더 많이 웃고, 더 많은 유쾌함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사람이 우는 얘기, 이 시대는 싫어한다. 

전또깡 시절, 슬픈 사람이 우는 것이 정의였다. 지금은 그런 게 아예 안 먹힌다. 슬퍼서 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 사람이 부패하고 못되었다.. 이 얘기에는 이 시대가 열망한다. 어쩔 수가 없다. 그런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별 수 없다. 더 많이 웃고, 더 명랑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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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a 2020.05.18 16: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의 문체와 문제의식도
    시대가 몹시 좋아하지 않을 거 같습니다
    여러모로 오묘하게 올드하십니다

  2. ㅇㅇ 2020.05.18 17: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의연이랑 환경운동연합 터졌는데 한마디 하셔야죠.
    누구보다 그쪽 사정 잘 아실것같은데.

사람의 감정 중에서 가장 어떻게 하기 어려운 것이 분노가 아닐까 싶다. mb 서울시장 되고 일 같이 하자는 제안이 왔다. 그 시절 치고도 꽤 높은 자리였다. 며칠 고민은 했는데, 되었다고 했다. 인생의 갈림길 같은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가끔 그 시절 생각이 나는 게, 명박 시대, 성격도 버렸고, 삶도 개판이 되었다. 되는 둥 마는 둥, 정말 그렇게 살았다.

그 정권 내내 분노 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근혜 시대.. 분노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 시절, 분노하는 나에 대해서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그 시대가 거의 끝나갈 때, 큰 애가 태어났다.

2016년, 분노를 내 몸에서 떼어내기 위해서 노력한 게, 아마 그 해에 한 일의 거의 전부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분노가 나에게서 사라졌느냐, 그런 건 아니다. 가끔, 빡 돈다.. 그렇지만 그 상태에서 뭔가 하거나, 결정하거나, 그런 일은 안 한다. 분노를 막을 수는 없지만, 분노한 나에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정도로 약속을 하는 정도는 할 수 있다. 며칠 아니, 몇 분만 잠시 생각해보면 분노는 금방 사라진다.

최근에 내가 많이 변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은 덜 분노하는 게 아니라, 훨씬 귀찮은 일을 안 하는 것에 불과하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다. 특히 나를 위해 하는 귀찮은 일, 절대로 안 한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 필요가 없다.

분노를 덜 하니까, 열심히 사는 것도 사라졌다. 그래서?

살살 살고, 꼭 필요한 일만 한다.

작년부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 그냥 들어주기만 하고, 별 뾰족한 답이 없을 때 "방법 없다"는 정도만 얘기를 한다. 사실 혼자서 얘기하다가 혼자서 답을 찾는 것 아니겠나 싶다. 해라, 하지마라, 그런 얘기는 거의 안 한다.

그리고 "나는 아무 것도 안 한다"는 답만 한다.

삶의 마지막까지, 이렇게 살려고 한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 악플 다는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난 아무리 짬을 내도, 그렇게까지 여유가 나지는 않는다. 나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지는 않는다.

분노하지 않고, 열심히 살지 않고. 그렇게 살면 분노가 눈을 가려, 뭔가 아주 이상하게 판단하는 일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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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15 0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보이는게 진실? 2020.05.27 2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윗한 자기위로처럼 읽는사람마져 쓰다듬어주는 문장이군요.. 아좋아요.
    다만 보수를 자처하면서도 공감하는 얘기가 충분한것은.. 내가 헛보수인가 불쑥반문.

오후에 예전 동료랑 차 한 잔 마시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높이 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멀리 나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높이 난다고 멀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멀리 난다고 해서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니, 나느니 마느니, 그런 것도 하나도 안 중요하다. 증오에 눈이 멀어, 남들 다 보는 것도 못 보는 것, 그런 바보 짓이라도 덜 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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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미뤼 2020.03.03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의당 지지율이 반지하를 헤매고 있던데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비례용 플랫폼 진보연합에 대해
    심상정이 뻥 걷어찼다..
    이런 식으로 어깃장 놓고 텐선비 코스프레 한다면
    이번 총선은 심상정의당만 빼고 찍을 수 밖에...
    선거용 가설정당은 과거 노회찬의원도 강하게 주장했던 것..
    선거가 끝나면 각자 자기 집으로...

  2. 조적조 2020.03.03 1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심상정씨가 말로는 저래도 조만간 합류할듯..그렇게 순수하고 원리원칙주의자였으면 조국 싸고돌지도 않았을텐데 나름 정치 고단수임

어제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요즘 가장 많이 바뀐 게 환갑 잔치. 최근에는 환갑 잔치에 부모님이 오신댄다. 와서 용돈도 주시고. 그렇네.

이런 적이 없었는데..

환갑 잔치 그냥 건너뛰고 싶어도, 부모들이 섭섭해 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는.. 니 칠순 때까지 내가 살아있다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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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우석훈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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