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정씨와는 촛불집회 때 만났다. 비슷한 동네에 사는 화가들과 촛불 집회에 나갔었는데, 그 때 같이 갔던 분 중의 한 명이다. 그리고 우리가 길게 여행을 가야 할 때 야옹구를 맡아주는 캣맘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아는 걸로는 에니메이션 <마리 이야기>팀이었고. 마리 이야기에서는 꽤 여러 사람이 결국 식구처럼 지내는 관계가 되었다. 이상하게 인연이 그렇게 되어서.

 

어쨌든 이번 시민의 경제에 김선정씨 그림이 처음 들어갔다. 이번에는 이미 시작된 기획이라서 나중에 참가하게 되었고, 원고가 좀 늦어진 신신좌파는 처음부터 공저로 작업을 하는 중이다. 하여간 그림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중인데, 재밌기는 하다. 나도 그림을 보면서 다시 여러 가지로 생각을 해보고

 

사회과학에 그림을 넣으면서 톤을 다채롭게 하는 시도는 일단 재밌다.

 

김선정씨와 제일 해보고 싶은 것은 동화책을 만드는 일이다. 대선 끝나면 이젠 현역 경제학자로 살지는 않을 거라서, 별로 특별히 정해놓은 일은 없고.

 

아내가 출산 휴가 끝나고 돌아가면, 당분간 육아는 내가 맡아야 한다. 어차피 노는 거, 아기가 볼 책을 만든다고 생각하고 아기 옆에 재워놓고 할 수 있는 일이 그런 일들이다. 올해 기획한 영화는 캐스팅 완료되면 촬영에 들어가기는 할텐데, 내가 현장에서 직접 뛰어다니는 건 아니고. 기획해보고 싶은 영화가 아직 확 땡기는 건 없다. 올해 할 일은 이미 다 했고, 내년에는 상황 봐 가면서.

 

에니메이션 기획에 대한 요구가 좀 있기는 한데, 아직 이거다 싶게 딱 느낌이 온 건 없고. 에니메이션은 좀 천천히

 

어쨌든 손발이 잘 맞는 화가와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어서 나도 즐겁다.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감각의 여성톤을 보면서 내가 많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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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민주화는 뭘까?

 

곽노현 공대위 쪽에서 연락이 왔다. 이렇게 저렇게 조율해보니, 결국 나꼽살에서 교육 민주화 쪽 내용을 한 번 자기들이 추천하는 사람으로, 해달라는 얘기가 되었다.

 

김윤자 선생님이 나오신다는 것 같다. , 나야, 무조건 찬성이다. 살다보니, 나는 누님들하고 늘 사이가 좋았고, 누님들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지금 방송 진행을 맡은 미화 누님도… 1년 가까이 매주 만나서 몇 시간씩 같이 지내다 보니 정말로 식구와 같았다. 김윤자 선생, 정말로 내가 20대 시절부터 누님으로 모시던

 

작년인가 학회 가서 만났는데, 너도 이제 흰머리가 다 생겼구나하긴 20대부터 보던 사이라서 이제 어느덧 우리 나이도 만만치 않은 나이가 되어버린.

 

선대인이 급작스럽게 안철수 캠프로 가는 바람에, 나꼽살 방송 기획을 다시 맡게 되었다. 금주 세션까지 끝내면서 방송 기획은 선대인에게 넘겼는데, 다시 덤탱이를. 몇 번 남지는 않았는데, 이것저것 방송 기획을 새로 다시 해보는 중이다.

 

할지 안할지, 마음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서울대 철학과의 김상환 선배를 한 번 불러볼까아뿔싸, 핸펀에 전화번호가 없다. 하여간 누가될지, 나꼽살 끝나기 전에 철학자 모시고 경제에 대한 얘기를 하는 기회는 꼭 가지고 싶다.

 

친한 철학자가 여러 분 있기는 한데, 친한 걸로 따지면 역시 상환이형이그냥 친한 정도가 아니다. 나를 만들어준 사람이 김상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니체나 프로이드 공부는 그 양반 아니었으면 할 기회가 없었을 거다.

 

여기에 몇 달 전부터 조금씩 준비하던 방송이, 임순례 감독 모시고 하는 동물복지편. 영화 후반 작업 중이라서, 아직 정확하게 시간을 정하지는 못했고.

 

이런 와중에 교육 민주화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김윤자 선생이랑 실제 사교육 원장 한 분 모시고, 그렇게 진영을 짜볼까 한다. 학원 원장 섭외도 대충은 끝났고.

 

교육 민주화가 개념적으로 성립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지금 방식은 아닌 건 누구나 동의할 것이고. 교육행정이 워낙 복잡해서, 얼핏 봐서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장학사와 교장, 교감, 뭐가 이렇게 내부적으로 복잡한 건지

 

그냥 좀 과격하게 얘기하면

 

자기 자식을 한국 교육에 맡겨놓지 않은 정치인들은 교육에 대해서 얘기할 자격이 없는 거 아니냐는. 예전부터 이게 참 싫었다. 사회 엘리트라고 그러는 사람들, 자기 자식은 다 미국에 보내놓고, 그 송금 채운다고 온갖 비리 저지르면서 사는 꼴. 그러면서도 공개적으로 교육이 이러느니 저러느니, 그건 좀 아니다 싶었다.

 

내 삶에서 후회하는 게 몇 가지가 있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유학 갔다 온 게 참 싫었다. 그래서 후배들은 다시는 공부를 위해서 유학 가지 않아도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거이게 공부하고 돌아오면서 했던 결심이다. 왠걸, 시간이 지나고 보니 초등학생까지 유학 가는

 

유명한 선생들이 자기 수제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미국 보내고, 국내에 남은 제자들은 공부 못한다고 들들 볶고, 착취에 가깝도록 마구 일 시키고

 

내가 대학 근처에 가 있는 걸 너무 괴로워하는 것은, 대학원생이나 박사과정들 이러고 있는 걸 직접 쳐다보는 게 마음에 부대껴서 그렇다. 아예 안 본다고 해서, 그 상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늘 쳐다보고 있는 건 정말로 힘들다.

 

영화 제작사에서 좋은 거 하나가, 여기는 이런 꼴분견이 없다는 점이다. 학벌이나 학연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요새 젊은 사람들에게서나 그렇고 오랫동안 했던 사람들은 그런 게 거의 없다.

 

타이거 픽쳐스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여기는 학벌은 커녕 영화 전공한 사람도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어지간해서는 출신학교나 배경 같은 얘기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 국가의 기본에 관한 걸 곰곰이 생각해보면, 역시 한국 보수들은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결론. 왜정 때 일본식 전통으로 1, 2, 그러고 살면 딱 좋을 사람들이다.

 

좌파들도 학연에서는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경기 3대 천재니, 경복 어쩌구저쩌구, 하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이젠 누가 경기니 경복이니, 그런 얘기 꺼내면 아예 집에 와 버린다. 할아버지들은 칠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그러고들 논다.

 

세계화라는 용어가 한국에서 정말 이상하게 움직여나가서, 원래도 이상한 걸 더 이상하게 만들어버렸다. 미국 학교에 들어가는 전단계로는 최고라고 광고하는 민족사관고, 이런 게 이상해 보이는 건 내 눈에만 그런가?

 

교육 민주화라는 개념을 탁 받아 들고서, 이걸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그런 생각을 조금씩 해보는 중이다.

 

삼청터널의 유래에 관해서 아주 재밌는 얘기를 얼마 전에 들은 적이 있다. 박지만이 청와대에서 육사를 다녀야 하는데, 길이 너무 막히니까 아예 터널을 뚫어버렸다는 얘기

 

그런 사람들이 무슨 교육에 대해서 얘기할 자격이 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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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들의 시대

 

나의 젊은 시절은 군인들과 지나갔다.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유신 사무관 혹은 장군님 따라서 왔던 운전수 출신 총무과장, 그런 사람들이 나의 동료였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군 출신들이 아주 많았다.

 

YS를 따라온 사람들은 등산화라고 부르던 것 같다. DJ를 따라온 사람은 지팡이라고 불렀었나? 어쨌든 이런 사람들을 통칭해서 낙하산이라고 부른다. 가끔은 특공대라고도 부르고.

 

명박을 따라온 사람들은 뭐라고 부르나? 진짜로 양아치들의 시대였다. 양아치 중에서도 양아치, 그야말로 쌩 양아치들의 시대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그러고 있을 때, 진짜로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우리나라의 행정능력이 명박 시대에 엄청 떨어졌다. 하여간 국민 세금으로 배불린 건 업자들인데, 특히 컨설팅 회사와 로펌들이 아주 노났다. 매킨지에서 한전 구조조정 보고서 쓸 때, 보스톤에서 KBS 구조조정 보고서 쓸 때, 아주 자세히 그 과정을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하여간 기가 막혔다. 경제관련 기관들 국감할 때, 근거리에서 지켜보면 아주 가관이다.

 

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자세가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능력도 문제다. 정말 능력 없는 인간들이 명박과의 친교를 이유로 승승장구 하는 거 옆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이런 시대가 있었나 싶었다.

 

도저히 그 자리에 어떻게 왔는지 이해가 안 되는 인간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물어보면

 

집사님이십니다

 

그런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새누리당이 왜 망했나? 아마 대통령이 정할 수 있는 자리가 10만개 정도 되는 걸로 들었는데, 그 자리 하나 하나를 다 그렇게 채우다 보니, 그러고도 통치가 제대로 돌아가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

 

분기 경제성장률 1.6%, 그게 세계 경제 탓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그건 양아치 경제의 정확하고 명확한 결과물 아닌가 싶다. 새누리당이 그렇게 무시하고 박대했던 노무현 집권 마지막 해의 경제 성장률이 5%였다. 그들도 능력만 보면 엄청나다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명박네급으로 그렇게까지 양아치는 아니었다. 수치가 말해주는 거 아닌가?

 

군바리들도 문제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양아치였던 건 아니다. 등산화들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견제받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DJ를 따라 들어갔던 사람들, 그들에게는 능력은 몰라도 자긍심 같은 게 있었다.

 

명박 옆에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는 못하리, 해쳐먹을 결심으로 충일한 양아치들만 잔뜩 있었던 것 같다.

 

양아치 중의 쌩 양아치는 부지런한 양아치 아닌가 싶다. ‘얼리버드 청와대’, 그게 망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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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삼부작, 교육 얘기

 

연초에 셋트로 된 세 편의 이야기의 구상을 시작했었다. 모피아, 교육 마피아 그리고 토건족, 이걸 순차적으로 얘기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영화도 생각해보고, 드라마도 생각해봤었는데, 결국 최종 형식으로는 소설로 가기로 했다.

 

첫 번째 얘기는 얼마 전에 끝이 났고, 출판사로 넘어갔다. 아직은 조금 더 손을 보려고 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대강의 일은 끝났다. 제목은 확정을 못 지었는데, ‘소설 모피아 돈과 마음의 전쟁정도가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이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얘기의 크기상, 교육 얘기를 먼저 하라는 얘기들이 많았었는데, 소재의 시급함 때문에 모피아 얘기가 먼저 나가게 되었다.

 

토건족 얘기는 아직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 잘 모르겠다. 소재야 있겠지만, 드라마로 만들 선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자신은 없다. 2편 교육 모피아에서는 1편에 나왔던 주인공들을 그대로 투입할 생각이 좀 있다. 모피아와의 싸움을 벌였던 딸과 주인공을 그대로 교육 현장에 투입시키면서, 곽노현이 어떻게 감옥에 가게 되었고뭐 그런 얘기를 관통하는 드라마를 만들어보려고 조금씩 생각해보는 중이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이번 기회를 맞아서, 나도 수능문제를 직접 풀어보려고 한다. 도대체 이게 사교육까지 받으면서 외워야 하는 건지,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직접 풀어보면 뭔가 느낌이 올 것 같다.

 

어차피 대선 때까지 별 할 일도 없고, 끝나도 별 할 일도 없어서, 수능시험 10년치 놓고 풀다 보면 뭐가 문제인지 좀 잡힐 것 같다.

 

나도 학력고사 세대라서 아직까지도 수능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다. 정말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예전에 프랑스 바깔로레아 문제는 직접 풀어본 적이 있다. 경제과목은 껌값이었는데, 철학 문제는 진짜 어려웠다. 아니 문제가 어렵다기 보다는, 철학 문제라는 아우라가 주던 게, 간단히 답을 쓰면 안 된다는 그런 부담으로 왔는지도 모른다.

 

교육 문제라

 

이건 나에게는 칠순도 훨씬 넘은 우리 부모와의 오래된 싸움을 다시 시작하는 것과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 묵은 상처를 꺼내서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70대들이 생각하는 사회에 대한 이상과 접점을 찾아보려는 시도와 같기도 하고.

 

아버지는 서울 사범을 나왔다. 아버지의 친구들은 대부분 사범학교 출신들이다. 어려서부터 지겹게 본 사람들이 바로 그 양반들이다.

 

어머니는 이화여고를 나오셨고, 집안이 가난해져서 당시 2년제였던 서울교대에 1회로 들어갔다. 어머님의 친구들은 이화여고 출신 아니면 서울교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교육을 장악했던 이 1세대 인간들의 모습은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는 우리 집안에 처음 등장한 좌파이고, 현재로서는 마지막 좌파이다. 어느 집안이나 돌아보면 부모 말 안 듣고 데모에 나선 삼촌이 한 명씩 있기 마련인데, 우리 집에는 그런 것도 없다.

 

검사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고등학교 때인가, 자기 삼촌이 4.19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자신은 학생운동은 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실제로 대학 가서 운동은 안 했지만, 우정은 계속 되었고학생운동에 대해서 반대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어쨌든 2편은 코미디로 갈지, 아니면 스릴러 구조 같은 걸로 갈지, 아직 그런 걸 정하지는 않았다. 1편의 주인공들을 투입할 수 있다면 하겠다는 정도, 그리고 곽노현 사건은 중심이든 아니든, 꼭 집어넣겠다는 생각.

 

곽노현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남들이 생각하는 그런 감동적인 장면은 아니었다. 세 명이 같이 점심을 먹었는데, 정말로 밥 먹는 얘기 말고는 다른 얘기는 안 하고 헤어졌다.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는지도 모르겠다.

 

교육부와 일을 같이 했던 적이 있었다. 7차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된 회의에 참가했었고, 시범학교를 만드는 일 할 때, 기후변화협약 특성화 대학원 만들 때

 

좋은 기억도 있고 안 좋은 기억도 있다.

 

아예 이 얘기를 조선시대 버전으로 해보는 게 어떠냐는 주문도 있다. 시대는 정조 시대, 과거를 둘러싼 협작질이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완전히 붕괴된 시기에 관한 얘기.

 

여기에 과거제도를 혐오하였던 박지원을 등장시켜서, 조선 시대 버전으로 지금의 얘기를 해보라는 주문이 또 한 종류가 있다.

 

, 아직은 첫 번째 얘기 마무리하고 잠시 쉬는 중이라서 이것저것 열어놓고 생각해보는 중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행정고시 준비를 잠시 한 적이 있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시험은 20대 초반, 박사 코스웍의 마지막 시험을 보면서 끝났다. 그 다음에는 시험은 없고, 면접만 있었다.

 

민간기업이나 정부에서 하는 면접에서는 거의 붙었다. 대학에서 하는 면접은, 100% 떨어졌다. 대학 총장들은 나를 엄청 싫어한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좀 싫어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아주 혐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예 총장 면접 보는 일은 안 하기로

 

공부를 아주 잘 하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 친구가 해준, 자기보다 공부를 더 잘 하는 어느 친구의 얘기

 

대통령도 시험 봐서 뽑으면 자신은 대통령도 할 거라는, 객관식으로만 문제가 나온다면.

 

톰 클랜시는 우파 중에서 우파, 정말로 극우파 버전의 소설가이다. 아주 재밌는 인간이다. 자기 집 마당에 2차 대전에 썼던 탱크를 가져다 놓을 정도로, 극우파 쇼비니즘의 극한에 가 있는 사람이다. 한국 보수들도 톰 클랜시 수준으로 확 가버리면 그건 그 사람의 개성이라고 인정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평가가 많이 다를 수 있겠지만, 난 톰 클랜시가 만들어내는 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민주당 계열의 헐리우드 감독들이 만들어낸 얘기들을 정말 좋아했다.

 

나중에 ‘fta 한 스푼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책이 작업용으로 달고 있던 제목이 모든 공포의 총합이었다. Sum of all fears… 여기에서 드디어 우리의 닥터 라이언이 CIA 국장이 된다. 나중에 라이언 박사는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되는 얘기까지 나와 있다고 하는데, 이 최종판은 아직 못 읽어봤다. 어쨌든 레드 옥터버에서 CIA 분석관으로 처음 등장한 닥터 라이언이 결국 미국 대통령이 되는 얘기이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얘기는 ‘Immediate danger’, 이 얘기를 정말 좋아했다.

 

어쨌든 하다 보니, 나도 톰 클랜시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한 것 같다. 이번에 작업을 해보면서 그걸 부정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의 교육은 미친 교육이다. 누구 때문일까, 그런 얘기 할 필요 없다.

 

보수들은 전교조 때문에 교육 망쳤다고 하고, 진보에서는 오래된 늙은이들이 교육계의 힘이 너무 강하다고 한다.

 

그렇게 서로 남 탓이라고 하는 동안에 망가진 청춘이 5톤트럭으로 수백리를 달린다. 그런 얘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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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보수 얘기, 뒤로 미루다

 

이상돈이라는 양반이 있다. , 그렇게 썩 좋아하는 양반까지는 아니지만, 잘 생각해보면 존경할 구석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런 양반이 새누리당에 있다는 게 좀 놀라운 일이다. 나름 권력욕이 있는 사람이라, 어떻게든 헤쳐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원희룡 의원은 fta 문제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아했을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다. 꼭 운동권 출신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운동권 출신으로 새누리당 간 사람은 아주 많다. 합리적이라고 얘기하면, 원희룡에 대해서는 그 정도 평가를 하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보수에 대한 이미지는 아마 드골을 연상하면 편할 것이다. 알제리 사태 때 샤르트르가 당연히 알제리를 지지했고, 프랑스 보수들이 생난리를 쳤었다. 그 때 드골이 그도 애국자다라는 말로 사태를 진정시켰던 얘기를 전설적인 일화로 들었다. 앞에서는 방방거리고 있어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대화가 가능한 사람 그게 내가 가지고 있는 드골 이미지의 일편이다. 샤르트르, 드골, 다 좋아한다. 시락이 대통령 되는 것에 대해서 나는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명박이나 박근혜에게 느꼈던 그런 강렬한 공포와 너저분함과는 좀 다른 감정이었다.

 

어쨌든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본 대다수의 한국의 50대 보수는, 이건 보수도 아니고 쌩 양아치들이다. 여기에 한국 압축성장의 특수한 문제점이 집단적이고 구조적으로 결합한다.

 

이런 얘기들을 대선 전에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기본적으로는 절대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보통은 내가 책을 쓴다고 하면 아내가 팔리든 말든, 거의 절대적으로 지지해주던 편이었는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 책은 아내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겉으로 내세운 것은, 안 팔릴 거라는 거였다. , 늘 팔기 위해서 책을 쓰는 것만은 아니니까… fta 경우는 안 팔릴 것을 충분히 감안하고도 그냥 내 양심에 의해서 쓴 경우고.

 

어쨌든 이런 쓸 데 없는 책 쓰면서 바쁘다고 할 거면 애기나 한 번 더 앉아줘, 그런 분위기였고, 진짜로 내가 50대 보수에 관한 책 쓴다고 정신 없다고 하면

 

육아휴직 일찍 끝내고 복직할 기세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겠다는 생각을 안 한 이유 중에, 아내의 반대도 컸다.

 

시민의 정부에 대한 책은 어제 나왔다. 그것과 어느 정도 쌍을 이루면서 경제정책에서의 세대 문제를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가볼 구상이 있었는데, 어쨌든 대선 전에는 하기가 어려워졌다.

 

대선이 지나고 나서도 여기에 대한 책을 계속해서 쓰고 싶을지, 아니면 좀 다른 식으로 문제의식이 바뀔지, 그거야 정말 대선 결과 봐야 알 것 같다.

 

하여간 지금 상황에서는 물리적으로 뭘 해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그래서 시민의 정부가 결국 이번 대선에 관한 마지막 책이 되었다. 약간 아쉬운 생각도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50대 보수 나빠요, 그렇게 증오만 가득 찬 책을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치학에서 얘기하는 보수와는 좀 전혀 결이 다른 얘기들이 경제에서는 풀려나오기는 한다. 지금 생각한 내용만 가지고도 책 한 권 채우는 데는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좀 더 시간을 가지면 지난 10년간의 사회문화적 흐름에 대한 해체의 단초 같은 것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대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게 되었다.

 

시민의 정부는 벌써 끝났고, 소설책도 약간 튜닝 어색한 데들 잡아내고, 제목 정하고그 정도 일만 남았고.

 

캠프에는 안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어차피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하여 시간이 남았다. 아기 100일 기다리는 시간과 같기도 한데, 어차피 그 동안에 여행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니, 당장 뭔가 해야 할 게 없는 게,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해야 할 일은 늘 밀려 있는데, 다만 못 할 뿐인 그런 시간을 보낸 게, 짧게 보면 10, 학위 받은 뒤부터 생각하면 17년만인가?

 

그래서 맨날 본다고만 하고서 뒤로 미루어두었던 연암 박지원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열하일기부터 다시 시작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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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비루함의 연속

 

삶이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계속되는 비루함의 연속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비루한 것들을 참고 지내고, 잠시 그것을 잊는 순간이 있다. 무엇이라도 좋다, 잠시 마음을 얹을 수 있는 것, 그 때 잠시 비루함을 잊는다. 그리고 다시 더 큰 비루함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런 비루함을 느끼지 않고, 늘 신나고 기분 좋게만 사는 존재, 그건 미친 놈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내가 본 최대의 미친 넘은 바로 명박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는 자신은 전혀 비루해지지 않지만, 우리 모두를 비루하게 만들어버렸다. 명박의 시대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악몽이다. 그는 짧은 5년 동안, 지워지지 않을 상채기들을 너무 깊게 만들어버린 것 같다. 대통령이 바뀌면 끝날 것 같지만, 어떤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통증이 줄어들 뿐이다. 명박이 한국의 생태와 한국의 경제에 남기고 가는 것은 그런 깊은 상처일 것 같다. 그 시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악몽과 같다. 깨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다시 돌아가 있는 듯한 깊은 상처,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몇 달간 소설 작업을 하면서 그야말로 일탈과 같이, 먼 여행을 하고 온 것 같다. 몇 달간 거의 매일을 밤을 새다시피 했는데, 이제 떠나 보내고 나니, 그걸 쓰고 있던 순간이 비루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위에서 내리려고 하는 게 비루한 것인지, 하여간 일상의 비루함들이 다시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내 삶에 단절은 한 번 있었다. 정말 10년 전, 공직을 그만두면서 한동안 뭘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 한 번 있었다. 그 때는 정말 본능으로 살았다.

 

내 삶을 대체적으로 몇 년 동안의 이정표를 빠듯하게 세워놓고 사는 그런 삶이었다. 경제 대장정 시리즈를 시작하고 나서는 더더욱 그랬다. 아직 몇 권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건 좀 더 천천히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시작한 거니까 끝을 내기는 하겠지만, 처음에 생각한 그런 방식으로 마무리 짓지는 않을 생각이다. 뭔가 결정적인 테마가 떠오를 때까지, 좀 더 차분하게 기다려보려고 한다.

 

지난 수 년 동안 대선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정말로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 생각은 별로 안 했는데, 막상 내년에는 뭘 하고 지내지? 그런 생각이 오늘 문득 들었다. 대선 이후에는 작은 약속도 하나 잡아놓은 게 없다. 뭐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기 때문에 잡아놓을 수가 없었고, 또 그냥 그렇게 비워놓고 싶기도 했고.

 

일정이 꽉 잡혀 있는 삶이 더 좋은 건지, 지금처럼 뭘 할지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더 좋은 건지는 잘 몰겠다. 그러나 그 어느 편이라도, 삶은 비루하다. 뭔가 준비된 대로 움직인다고 해서 덜 비루한 것이 아니고, 또 할 것이 결정되어 있다고 해서 더 비루한 것은 아니다. 삶이라는 것은, 그냥 사는 거다. 준비되어 있다고 해서 더 의미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되는대로 지낸다고 해서 덜 의미 있는 것도 아니다. 무언가를 만든다고 더 높은 성취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길이라는 것은 그냥 걸어가는 동안에만 의미가 있는 것처럼.

 

살면서 내가 배운 게 있다면, 집착이라는 게 무의미하다는 것. 사람들이 성과라고 부르는 것들이 그게 진짜 마음을 편하게 해주거나, 자신에게 언제나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도 아니라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집착을 만들어서, 그걸로 무언가 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게 만드는 것, 그것이 정말로 사람을 비루하게 만든다. 그런 것도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 삶에서 진짜로 성취해야 하는 것은 그런 거 아닌가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렇게 생각하는 그 자신도 지워낼 수 있는 것, 그런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 뭘 할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해보다가 아무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아무 것도 하기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삶이라는 것은 언제나 비루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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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에서는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 사이에

 

피엠, (즉) 유지보수업무를 하셨던

 

설비엔지니어를 찾습니다.

 


특히 1997년부터 2002년 사이에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5라인 씨엠피 공정에서
황민웅님과 함께 피엠 업무를 담당했던 분의 연락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황민웅님은 2005년,
서른 한 살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황민웅님 외에도 그곳에서 일하다 백혈병, 루게릭병 등에 걸린
설비엔지니어들이
정부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기나긴 행정소송을 거치고 있습니다.
씨엠피 공정이 아니더라도
설비엔지니어의 피엠업무에 대해 진술해주실 수 있는
용기있는 분들의 제보를 기다리겠습니다.
반올림은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한
제보해주신 분들의 신상을 절대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제보 연락은
휴대전화 010-8799-1302 혹은 010-9140-6249
이메일 sharps@hanmail.net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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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지나가는 날

 

 

 

세상에는 큰 일이라고 생각되는 게 있고, 작은 일이라고 생각되는 게 있다. 돈의 크기나 권력의 크기 같은 것으로 재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집안 일, 바깥 일, 이렇게 구분을 하고 남자의 일, 여자의 일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 생명 앞에 서면 더 큰 일, 더 작은 일이 과연 있겠나, 그런 생각이 들 때도 많다.

 

 

태풍이 지나가는 날, 결국 오후에 우산을 쓰고 나가서 마당 고양이들 밥을 주고 왔다. 어제 밤에 주었으니까 하루쯤은 그냥 넘어가도 별 일 없을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또 생각이 나면 그냥 모른 척하기가 그렇다.

 

아기 고양이들이 비 맞으면서도 쪼르르 뛰어온다. 개집 안에 어젯밤에 넣어준 사료는, 옴팡 많이 넣은 것 같은데, 벌써 비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인가, 그런 생각이 한 번도 안 드는 건 아니다. 큰 의미 같은 건 별로 부여하고 싶지만, 그래도 뭔가를 돌볼 수 있고, 내 주변의 것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고 싶은, 그런 작은 마음 같은 거다.

 

며칠만에 집에 온 아내한테 화초에 물 안줬다고, 또 옴팡 혼났다. 그냥 살아간다는 게 이렇게 수많은 것들이 엉켜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간만에 하루 종일 집에 있는데, 야옹구는 밖에 태풍이 오는지, 뭐가 오는지 그냥 신나기만 하다.

 

이 근심걱정 없는 해맑은 표정을 보라.

 

왜 나는 이렇게 웃을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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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새로운 시대

 

 

 

폭염이 사그러들고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엄마 고양이를 보기가 쉽지가 않아졌다. 봄에서 여름 내내 뒷뜰이나 마당 한 가운데 늘 버티고 있던 엄마 고양이가 보이지 않을 때마다 가슴이 놀라게 된다.

 

마당 고양이들은 이제 아기들과 바보 삼촌만 주로 있다. 밥을 주면서 엄마 고양이가 없는 걸 보면, 마음이 허하다. 어쩌면 새로운 시대가 또 오게 되는가 혹은 떠날 때가 되었는가,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아기들 밥 주고 뒤로 물러나서 우연히 담벽을 보니, 엄마 고양이가 담벼락에 앉아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가끔 엄마 고양이를 보면,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게 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말로 이 순간, 빛이 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는 새로운 아기를 가진 걸로 알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벌써 분가를 했을텐데, 이 가족도 요즘 속으로는 고민이 많을 거다.

 

 

오늘 오후에 비가 내렸다. 잠시 일보러 마당으로 나오는데, 엄마 고양이가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부리나케 뛰어가서 캔 하나 들고 와서 현관 앞에 놓아주었다. 정말로 맛있게 먹었다.

 

옆에서 보던 아기 고양이 생협이 엄마 먹는 캔에 입을 들이밀었다가,

 

그야말로 제대로 정통 펀치가 들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젖 먹이면서 정말로 끔찍하게 키우던 자식이기는 했는데, 강펀치가.

 

순간, 삶이란!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게 그냥 동물이라서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기가 어렵다. 바보 삼촌한테도 늘 먹는 걸 양보하고, 아기들에게는 당연히 양보하던 엄마 고양이였는데, 지금은 자기도 새로운 새끼를 가지고 있어서 그럴 형편이 아니라는.

 

살면서 요즘처럼 뉴스를 안 본 적이 있나 싶게, 뉴스도 거의 안 보고, 인터넷도 거의 안 하고, 그냥 조용히 지낸다. 원래 생각했던 2012년의 계획과는 많이 다르게 가는 거지만, 이것도 그냥 나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어쩌면 이렇게 뉴스 볼 때마다 신경 날카롭게 세우지 않아도 되는 삶, 그런 삶을 나는 오랫동안 원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일상에 아무 일도 안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양이 몇 마리의 소소한 세상 그것도 하나의 거대한 우주와 같다. 그 속에도 긴장과 갈등이 있고, 평화가 있다. 세상에 큰 게 있고, 작은 게 있고, 중요한 게 있고 덜 중요한 게 있을까 싶다. 생명 앞에 서면 뭐가 더 중요하고, 더 시급하고, 그런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큰 일처럼 보이는 것도 복잡하지만, 작은 것으로 치부하는 일들도 복잡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야말로 프랙탈 구조와 같은 것인지 혹은 작을수록 더 복잡한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고양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통해서, 내 안에도 20대부터 뿌리깊게, 차곡차곡 채워져 있던 증오들이 빠져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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