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 후기 2. 김학도와 슈퍼모델들

 

 

(오늘도 어쩔 수 없이 백화점 사진이다. 생방 중에 사진 찍기는, 영 형편이 어렵다.)

 

주변 사람들과 몇 달 전부터 경제 방송의 새로운 포맷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논의를 하고 있었다. 경제 방송이라는 게, 내용도 내용이지만, 전달이 아주 어렵다. 지금의 경제 방송은 그야말로 남성 엘리트 중심이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자기들끼리 덩더쿵 덩더쿵, 북치고 장고치고, 그러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 시청률 거의 나오지 않고, 볼 사람만 보는 방송이라서 그래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좀 험악하게 얘기하면, ‘남성판 섹스 앤 더 시티인 셈인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전달력도 떨어진다는 게 다를 것 같다. 사라 제시커 파커는 빅 데이터 분석에서 후원 저녁모임으로 가장 많은 모금이 될 것 같다고 컴퓨터가 꼽아준 인사였고, 실제로 오바마 캠프에서는 그녀를 주빈으로 한 후원 모임을 했다. 돈만 많이 걷힌 게 아니라, 진짜로 오바마는 대역전극을 거두면서 대통령이 되었다. 엘리트 남성들이 모여서 거의 그 수준의 덩더쿵 덩더쿵 얘기를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고, 영향력도 별로 없다는 거, 이게 한국의 경제 방송의 현실이다.

 

그 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좀 강도 높은 토크쇼 형식이나 예능 포맷을 전폭적으로 도입한 그런 경제 방송에 대한 기획 시도는 몇 년 전부터 간간이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은 정말로 정기 개편 때 편성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정치적 이유 혹은 현실적 이유로 공중파 내에서 전격적으로 다른 포맷의 경제 방송이 론칭되지는 못했다. 대선이 끝나고 다시 경제 방송을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나즈막하게 진행되기는 했는데, 대선 이후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전격적으로 새로운 방송을 론칭하기는 힘에 부쳤다.

 

SBS CNBC의 집중분석 takE의 기획 과정에 내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이 시대가 원하는 보편적 정서 같은 게 있던 것인지, 나나 내 주변 사람들이 구상하던 경제 방송과 거의 근사한 모습의 포맷을 가지고 있다.

 

이 방송에서 MC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김학도씨다. 옆에서 한동안 지켜본 바로는, 일단 머리가 비상하고, 순발력이 아주 좋다. 김미화 선배랑 1년 넘게 방송을 하면서 느낀 것은, 경제방송에서 일단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같이 있으면, 접근성이 아주 좋아진다. 근데 경제 이슈라는 게, 별 거 아니지만 일단 밑밥으로 먼저 알고 있어야 하는 사항이 좀 많고, 개별 이슈들은 쓸 데 업이 용어가 어렵고 특수 사례가 많다. 게다가 엄청나게 높은 사례를 하느냐, 그런 것도 아니고. 들이는 품은 많고, 나오는 건 별로 없고, 그야말로 비경제적 방송의 대표 사례가 경제 방송이다. 사실 경제적으로만 따진다면, 경제 방송은 안 하는 게 경제적인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여기에 김미우씨, 황세진씨, 두 명의 슈퍼모델이 번갈아 참여하면서 일반인과 전문가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리 역할 외에 독특한 영역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아직 우리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팀웍에 의한 제 3의 힘을 만들어낼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여간 이 정도로 진행팀을 모은 상태라면, 뭔가 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걸 기대해도 좋을 듯 싶다. 짧게 두 사람을 만나면서 느낀 건, 두 사람 모두 대단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서, 언젠가는 한국을 뒤흔들 정도의 폭발력을 가질 것 같다. 이제 막 세상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만들고, 높게 날 준비를 하고 있는 젊은 힘을 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는 것은, 그야말로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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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내가 가장 늦게 합류하면서 기본 포맷이 잡히기는 했는데, 아직도 우리는 시행착오 중이고,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좌충우돌, 실험 중. 요즘 우리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자리 부족이다. 내가 끼어들면서 게스트가 두 명이 나오면 자리가 부족해서 우리의 슈퍼모델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벌어진다. 찬반 토론이 있는 방송을 기획하면, 뭔가 순간순간 난감한 경우가

 

오늘 북핵 방송의 경우가 그랬다. 동국대 북한학과의 김용현 교수와 탈북 북한장교인 장세율 대표, 키맨이 두 명이 되면서 슈퍼 모델이 앉을 자리가 없어서 결국 다시 아저씨들끼리 앉아서 덩더쿵 하는 아저씨 방송이!

 

(장세율 대표. 북한군 장교 출신. 털털하고 재밌는 분이었고, 가끔 빵 터지는 개그를…)

 

마침 공공 전산망 마비가 있던 다음 날이라, 타이밍 한 번 기막혔다. 1부에서는 핵폭탄이 갖는 파괴력에 대해서 조금은 과장스러울 정도로, 정말 무서운 거다, 그리고 2부에서는 현실적인 해법에 대해서, 다시 땅 위의 얘기로.

 

북핵이라는 민감 만땅의 주제를 다루면서 너무 한 극단으로 갈 것에 대해서 걱정을 좀 했었는데, 실제 그렇게 가지는 않았고, 출연진들이 적당한 선을 타면서 토크 자체는 말끔하게 끝났다. 물론 그게 장점이면서도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무난하다는 건, 재미 없다는 것! 좀 격할 지라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얘기를 끝까지 끌어내야 할텐데, 그건 이제 좀 격렬하고 다소 거칠어진다. 물론 그 편이 재미는 있다.

 

토크가 있고, 토크쇼가 있다. 오늘은 토크에 가까웠고, 쇼는 아니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과 국가 혹은 세계의 장래가 걸린 핵폭탄에 관한 얘기를 쇼로 접근하는 것, 이건 사실 내 양심에 걸리는 일이다. 하여간 두고두고 이런 고민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듯싶다.

(sbs cnbc 9:10~10:40, 생방송. 4월부터는 오후 4시 방송으로 옮겨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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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takE, 방송 후기 첫 번째

 

 

(, 어색한 백화점 사진. 여러 사람이 찍다 보면, 어쩔 수 없다. 안진걸 팀장과는 그렇게 오랫동안 알던 사이인데, 사진은 정말 처음인 듯싶다.)

 

작년 12월 초인가, 하여간 대선 치루고, 아기 100일 막 지나서 정신 하나도 없을 때, 어떤 케이블 TV에서 방송 기획안을 받았던 기억이다. 솔직히 대선이 어떻게 될지도 잘 몰랐고,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없던 순간이었다. 너무너무 바빴고, 당시에는 내가 사실상 기획을 맡고 있던 경제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대선이 끝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히로시마에 가기로 되어 있던 계획을 취소한 것이었다. 뭘 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냥 외국에 가는 건 좀 아닌 듯 싶었다. 이기든 지든, 한동안 일본에서 지내려고 했었는데, 그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난 겨울, 나는 6개월 즈음의 아기를 돌보고 지내는 일 외에는 한 게 없다. 별 계획도 없었고, 그렇다고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시간은 주룩주룩 잘도 지나가는데, 시간만큼 아기도 광속으로 자라났다.

 

(아기가 처음 침대를 집고 일어선 날, 녀석도 엄청 속으로는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듯 싶다.)

 

, 참 또 한 게 있었다. 4마리의 고양이를 돌보는 일, 특히 마당에 있는 고양이 3마리를 돌보는 것은 정말로 뼈골이 빠지도록 힘든 일이었다.

 

 

 

지난 집 마당에서 같이 살던 고양이 식구들을 겨우겨우 데리고 왔는데, 새로 이사온 집에 적응하기 위해서 현재 케이즈에서 돌보는 중이다. 영하 15도로 내려간 밤, 마당에서 고양이들 화장실 청소하고 있으면, 문득 삶이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인가,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그 지겹도록 춥던 밤도 지나고 이제는 봄이 되었다.

 

몇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어쨌든 결국은 김유식 부장의 꼬임에 빠져서 집중분석 takE’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원래도 아침에는 안 일어나고, 아침에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안 한다. 그렇게 지난 몇 년 간을 살았다. 1주일에 한 번이면 된다고 해서, 나도 10년 동안 회사 출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설마 한 번도 못 나겠냐 싶어서 그냥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선술집에서 정종 한 잔 , 한 잔 보다는 많이 하더니, 매일 나오면 좋겠다고

 

몇 가지 옵션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되었는데, 하여간 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더라도, 나름대로는 재밌게 해볼 수 있는 포맷을 가지고 있는 이 곳에서 나도 작은 실험들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늘 누님이라고 부르는 김미화씨와 1년 넘게 방송을 하다가, 이번에는 김학도씨와 같이 하게 되었다. 모델과는 방송은 해본 적이 없는데, 슈퍼모델 두 명과 번걸아가면서, 일반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짚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임종윤 기자가 MC를 맡는데, 생각보다 편안한 진행이라, 간만에 오래 전에 즐겁게 입던 슈트를 꺼내 입는 기분이었다.

 

얼떨결에 그리고 어정쩡하게 방송을 시작한지 벌써 1주일이 후딱 지나갔다.

 

핸드폰 가격편이었는데, 참여연대의 안진걸 팀장이 게스트로 나왔다.

 

, 진걸! 예전에 문정동 살 때 같은 동네에 살았던 관계로, 정말 친하게 지냈던 후배다. 아끼고 총애하던 후배, 녀석을 보니 야, 얘도 이렇게 늙었구나 싶었다. 남 나이 먹어가는 걸 보면서 정작 내가 나이 먹는 걸 까먹었다고나 할까.

 

생방송 끝나고 나오면서 안진걸 팀장, 언제 또 이렇게 볼까 싶어서, 잠시 사진 한 장.

 

기억이라는 것은 지나가고, 뭐라도 단상을 적어두지 않으면, 그 아무리 화려하거나 멋진 기억이라도 잠시 분말처럼 흩어져, 영원한 우주 너머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순간, 사진도 좀 찍어두고, 그날 그날, 약간식이라도 단상을 적어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안진걸이 나에게 뭘 해준 건 별로 없지만, 그를 만나고 나면 뭔가 해보고 싶어지는 생각이 늘상 들던! 그와 그렇게 지냈던 시간이 벌써 10년도 넘는다.

 

그리하여 좌충우돌, 우왕좌왕, 집중분석 takE의 방송 후기를 적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sbs cnbc 9:10~10:40, 생방송. 4월부터는 오후 4시 방송으로 옮겨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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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19주간경향 1017호
지난 대선에 우리는 많은 것을 걸어놓고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금융 민주화였고, 그 핵심은 외환은행 사태 해결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안철수 진영과 문재인 진영 모두 외환은행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만시지탄이다. 뭐, 대선과 함께 해법이 모호해진 것이 어찌 외환은행뿐이랴!

하여간 독자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사건을 정리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로부터 매입하면서 길고긴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해 보였다. 그리고 노사정 합의를 통해서 하나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한·미 FTA 협상을 통해서 유명해진 ISD라는 이름투자자-국가소송이 벨기에 법인을 통하여 진행되는 중이다. 여기까지가 대선 전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하나금융지주가 갑자기 외환은행의 나머지 주식에 대해서 공개매수 대신 ‘주식교환 승인’이라는 결정을 내리기로 하면서 일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노리는 것은 외한은행의 주식상장 폐지로 보인다. 5년간 독립경영 보장이라는 약속을 대선이 끝나자마자 뒤집는 일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몇 가지 쟁점이 생겼다. 아직 론스타가 금융자본인가, 산업자본인가, 해묵은 논쟁에서 외환은행 주주들이 갖는 법적 권리가 한 가지 쟁점이다. 여기에 전성인 교수가 새롭게 제기한 문제, 그게 바로 하나고 문제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대주주 특수관계인 하나고에 거액의 은행 자산을 무상양도해 은행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제35조의 2 8항). 쉽게 말하면, 뒤로 돈을 몰래 빼돌리는 불법을 한 하나지주는 현행법상 건전성을 위반했으니 외환은행을 보유할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말은 되는데, 언제 우리나라의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법대로 제대로 결정을 내린 적이 있나 생각해보면, 그냥 답답할 뿐이다.

여기에 또 하나 쟁점이 생긴 것이 바로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등 소위 공적 자금의 주식 보유권에 대한 사회적 역할이다. 외환은행이 이런 황당한 꼴을 겪고 있을 때,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이 과연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게 맞느냐, 아니면 기계적으로 투자 수익률만을 계산하는 게 맞느냐, 이런 문제에 봉착했다. 국민연금도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소액주주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아무 소리도 없는 침묵, 이건 박근혜 정부가 내건 정책 방향과는 다르다. 한국에서 금융 민주화란 과연 무엇인가, 이 질문의 거의 모든 것이 외환은행 사태에 걸려 있다. 여기에 김승유라는 독특한 인물과 하나고라는 교육기관까지 연계되면, 도대체 이게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었다는 한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아연실색하게 된다. 금융의 공공성을 고민하는 시민사회에게 외환은행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 질문이 하나 던져진 것이고, 동시에 막 출범한 박근혜 정부도 금융 민주화란 무엇인가, 역시 곤란한 질문 하나를 받아들게 되었다.

좋은 점은 박근혜 정부도 국민연금 등 공적 자금의 주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나쁜 점은 론스타 매각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금융비서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외환은행 사태,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이 맞게 된 첫 번째 대형사건이 되어버렸다.

우석훈 <타이거 픽쳐스 자문·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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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 새로운 방송을 시작한다

 

 

참 해가 좋은 날이었다. 절대로 끝날 것 같지 않은 겨울, 그 긴 겨울 동안 아무 것도 안 했다. 아기 돌보고, 마당 고양이들 똥 치워주고, 캔 따면 하루가 간다. 선거 이후의 삶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정말로 뭘 해야 할지를 몰랐다. 내가 결심한 것은 딱 하나, 선거에 진 이후의 5년은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그냥 사람들과 온 몸으로 견디기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외국으로 가서 또 폼 나는 뭔가를 하거나 그러지는 않겠다는, 정말 소극적인 의미의 결심이다.

 

별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맞게 된 한가한 시간들, 정말로 아무 것도 안 했다. 물론 밀린 책 원고 일정 등, 해야 할 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와 같이 있으면서 정말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뒤로 미루었다. 삶이란 때때로 그렇게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처 없이 떠서 그냥 버티기만 하는 시기도 있는 것이다.

 

봄 햇살이 방을 가득 채우고, 야옹구는 간만에 햇살을 받으며 뿌듯하게 뒹굴고 있다. 내가 다른 건 모르겠지만, 고양이 몇 마리에게는 행복을 만들어준 것인지도 모른다. 그 행복이 완벽한 것이라는 자신도 없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 영원한 것, 그런 게 있겠는가?

 

 

케이지 안에서 지난 겨울을 버틴 마당 고양이들도 봄 햇살을 만끽한다. 꽃이 피려면 아직 좀 더 기다려야겠지만, 공기의 흐름은 이제 완연히 봄이다.

 

봄이 되면 뭔가 방송을 하나 하기 위해서 아는 사람들에게 좀 부탁을 했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 등 우여곡절 사연들이 그 와중에 좀 생겨났는데, 최종적으로 SBS 자회사에서 하는 CNBC라는, 그닥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아침 경제방송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외곽에 있는 작은 방송이기는 한데, 그 대신 사람들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실험적인 시도를 해보기에는 나쁘지 않다. 김학도 등과 같이 진행을 하게 된다. 원래는 밤새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아무 것도 안 하지만, 아기가 태어난 다음에는 너무 늦게까지 작업을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거, 그냥 하기로 했다.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서, 같이 진행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다. 그야말로 형님들 나이 먹고, 배 나오고, 머리 나가는 거 보다가 정작 내 나이를 먹고 있는 건 잊어버린 듯 싶다.

 

아들이 15세가 되면 나는 환갑이 된다. 그야말로 늙은 아빠! 아기 보기가 힘에 붙여서 얼마 전부터 다시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밤을 새도 지치는 법이 없던 그 시절은 이제 나에게 다시 오지 않으리라!

 

 

봄 햇살이 화사한데, 엄마 고양이가 몸단장을 시작했다. 이제 케이지에서는 꺼내주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길 잃고 중간에 사고 나면 어쩌나, 그런 갈등 속에 있다. 열어주는 대신에, 고양이 모래를 완전히 새 걸로 갈아주고, 케이지도 할 수 있는 한, 바닥 청소를 새로 해주었다. 나는 이렇게까지 다정하거나 다감한 사람은 아니다. 투박하고, 무심하고, 별 생각 없는! 전형적인 그런 남성 인텔리들이 가지고 있는 고약한 버릇을 다 가지고 20대를 보냈다. 그러나 고양이들 앞에서는 그런 게 안 통한다. 그냥 이런 게 사람 사는 거 아닌가 싶다.

 

겨울을 지나면서, ‘내가 꿈꾸는 나라라는 시민단체의 공동대표가 되었다. 조국 선생이 물러나면서 나를 대신 밀어 넣은, 그야말로 땜빵 인생이다. 아기 키우면서 엄청나게 뭘 할 수는 없지만, 그냥 자리 지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그런 정도는 할 수 있을 듯싶다. 월요일 오후마다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조그마한 커피 모임이 하나 생겼는데, 내꿈나라와 연결시켜, 그들도 보람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좀 만들어보려고 한다. 방송 시작하면, 별 수 없이 묶여 지내야 하기 때문에, 넘길 건 넘기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정리할 건 정리하고, 그렇게 간단하게나마 매듭을 짓는 중이다. 원래는 봄이 되면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커피 모임을 전국적으로 좀 키워볼 생각도 있었지만, 그렇게 돌아다니기는 좀 어렵게 되었다.

 

대선 이후 3달간의 휴식 아닌 휴식을 정리하고, 이제 나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꼬질꼬질하지만, 비굴하게 살지는 않을 생각이다. 남루하지만, 추레하지는 않은, 빈티나지만 비겁하지는 않은,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나와 살아가는 고양이들은 전부 길고양이들이다. 야옹구는 생후 4개월 때 죽어가던 고양이가 나와 인연을 맺고 살아간다. 그들에게 배운 것이, 가진 것 없어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삶이다. 그들을 돌보면서, 꼬질꼬질한 삶을 받아들일 용기가 비로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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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고민을 시작하다

 

벌써 작년 2월에 나왔어야 할 책 하나가 계속해서 헤매고 있는 게 있다. 대학생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비슷한 것인데, 일반 대학생은 아니고, 운동권 학생들에게 읽히자는 것, 그런 게 기획의도로 알고 있다.

 

적당히 대충, 빨리

 

이런 게 내가 받은 부탁의 내용인데, 몇 번 거의 탈고 직전까지 갔다가 아직도 방향을 제대로 못잡고 있다. 이유야 간단하다. 알뛰세의 책 제목으로 유명해진, 소위 position, position을 잘 못잡고 있어서 그렇다.

 

대선을 앞두고 정리하는 내용과, 대선을 이긴 이후에 정리했을 내용과, 그리고 대선을 지고 나서 정리하는 내용이 각기 다를까? 어차피 아는 게 같은 내용이니까,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내 경우는 다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시민을 키워드로 정리할 것이냐, 좌파를 중심으로 정리할 것이냐, 이걸 가지고 1년 이상의 시간을 고민했던 셈이다. 그 어느 쪽이든 position이 정해지고 나면, 내가 대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정리하는 것은 어쩌면 기계적인 내용일 수도 있다.

 

처음에 시작은 좌파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었는데, 대선을 이기고 나면, 아주 솔직하게 시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시 정리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어느 쪽이든, 최선을 다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계속해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었다.

 

그리고 대선에 졌다.

 

아주 냉정하게,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다만 5년이 지체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솔직하게 그 이상, 그러니까 앞으로도 2번은 더 야당이 집권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그 사이에 position의 차이는 엄청나다. ,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미래는 알기 어렵다. 더더군다나 정치의 미래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하듯이 지나면 다음 대선도 아주 어려워 보이고, 워낙 밑바닥이 붕괴된 상태라서 그 다음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 나이도 환갑이다. 이명박부터 시작해서 20년쯤 그렇게 보낸다고 하면, 나의 40대와 50대는 그러게 가는 거다.

 

그런 고민 속에 운동권 대학생을 위한 경제학 교과서의 position이 자리를 못 잡고 헤매고 있었다.

 

, 그냥 아는 얘기, 하고 싶은 얘기를 쭉 쓰면 간단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게 position이 잡혀야 얘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그게 안되면, 단 한 줄도 쓰기 어렵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제목은 그 와중에 떠오른 것이다. 내가 처음 한 얘기도 아니다. 그리고 최근에 다보스 포럼이 이 제목으로 열리기도 하였다. 원 저자는, 하여간 내가 알기로는 밀턴 프리드만의 제자였다. 1995년에 사용된 용어이다. 그 이전에도 사용되었는지, 아니면 그 때가 정말로 처음인지,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내 나름대로는 알아보는 중이다.

 

처음 사용된 맥락은 대처주의에 대한 반발이라는 걸로 알고 있다. 95, 여러 가지로 상상해볼 수 있는 시점이다.

 

생태주의자로서의 입장, communalism에 대해서 내가 20대에 생각했던 것 그리고 한국에서 좌파 경제학자로 움직이던 것들에 대한 생각이 그야말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게 하는 제목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겨우 자본주의에 대한 얘기가 내가 대학생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경제학 얘기의 전부인가, 이건 아내를 비롯해서 내 주변 사람들이 우려와 함께 해준 얘기이다.

 

바로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 솔직히는.”

 

이건 내가 그들에게 한 대답이었다.

 

제목은 조금 변주를 할 것 같은데, 어쨌든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해보고 싶다.

 

좀 더 넓게 보자면, 지난 겨우내 샤르트르와 함께 실존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과 아주 상관이 없지는 않다. 교육에 대한 고민들, 그런 것들도 비슷한 맥락 속에서 진행된다.

 

어쨌든 기존에 써놓았던 원고를 다시 한 번 갈아엎고 새로운 버전으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이상향이, 그렇게 고결하거나 높은 수준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고백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냥, 나는 이 정도만이라도 하면 좋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박근혜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더 고결한 사회를 희망했던 것 같다.

 

그 얘기를 그냥, 이 기회를 빌어서 해보려고 한다.

 

민주당 버전의 전문가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했던 보편적 복지와 같은 몇 가지 프레임들이 있다. 나는 그것과는 좀 생각이 다르다. 그 얘기를 이번에는 좀 해보려고 한다.

 

지난 대선에는 워낙 복지 프레임이 강했다. 사적으로는 그건 좀 아닌 듯 싶다고 몇 번 얘기를 했었는데, 워낙 그런 흐름이 강해서 내가 하던 얘기는 씨알도 안 먹혔다. 그리고 나도 대선 정국이라서, 그 얘기를 강하게 하지는 않았다. , 일단 이기고 보자, 그런 생각이 나에게도 없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런 얘기들을 이번에는 좀 편하게 해볼까 한다.

 

여기에 미래학이라는, 아주 한참 날리던 흐름에 대한 내 생각도.

 

2013, 이 아주 독특한 시기에 대해서, 최소한 경제학적 사색 같은 것은 만들어보고 싶다는 게,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경제학자로서 대학생들에게 한 가지 얘기를 남긴다면, 철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거. 철학은 누군가를 상처주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나, 누군가에게 지적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스스로 생각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제에 있어서도, 철학 공부는 근본적이다.

 

하여간 이런 얘기들을, 나의 학부 시절 도서관에 앉아서 처음 했던 생각부터, 최근에 가지게 된 생각들까지, 그렇게 차분하게 좀 정리를 해 볼 생각이다.

 

그래서 정말로 내가 이상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무엇인가, 어떻게 그게 달성될 수 있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었는가

 

이 책의 머리에는 맑스의 포이에르 바하의 테제를 앞에 걸까, 생각 중이다.

 

, 지금까지의 철학은 세상을 해석하려고만 했지,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 너무 유명한 구절이다. 운동권들이야 너무 잘 알고 있는 테제라서 굳이 환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나를 위해서 그 구절을 다시 환기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3, 4,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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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5년을 지내기 위하여

 

 

(정말로 간만에 스냅샷. 지난 여름 이후, 정확히 말하면 아기 태어난 이후, 스냡샷은 처음인 것 같다. 처음으로 아기를 유모차에태우고 외출을 했다. 날이 추워서, 유모차는 아직 못 태웠었다.) 

 

삶에 대해서 누군들 미리 생각하고 살겠나?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고, 이것저것 계획을 많이 세운다. 물론 계획을 세운 대로 늘 사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빼곡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런 다음 다시 계획을 수정하는 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움직인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학위를 마치고 돌아올 때, 계획과는 달리 먼저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공직을 그만둘 때, 그 때도 별 계획이 없었다. 많은 계획 사이에, 사실은 아무 것도 없는 단절 같은 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생겨난 셈이다.

 

이번 겨울이 그랬다. 대선 이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 이상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대선에서 박근혜가 이길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했지만, 그 시절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니면 어떻게 보낼지, 그런 것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난 겨울, 고양이들 돌보고, 아기와 좌충우돌, 그냥 그렇게 시간이 갔다. 너무 추웠던 겨울,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이렇게 긴 시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정말로 내 삶에서 처음이 아니었을까 싶었을 정도로,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춥던 겨울이 지나고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봄이 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추운 겨울이 지나기는 했지만, 봄이 되면 박근혜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가 임명한 장관들이 활개를 치게 된다. 그렇다고 봄이 오지 않는 것이 좋은가? 누가 뭐라고 하든, 봄은 돌아오고, 또 우리의 삶은 다시 시작된다.

 

봄이 되면서 간단한 몇 가지 결정을 내렸다. 아침 경제방송에 참가하기로 해서, 아침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던 오랫동안의 습관을 버리고 아침 방송을 한다. 별로 보는 사람이 없을 듯 싶은 한 구석에서 진행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누군가는 떠들고 있어야 할 듯 싶어서.

 

새로운 책을 기획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건 없다. 작년까지 마치려고 했으나 미처 끝내지 못한 책들이 몇 권 있다. 올해 안에 농업경제학을 출간할 생각이고, 두 개의 정권에 걸쳐서 마치려고 했던 경제 대장정 시리즈는 결국 세 개의 정권에 걸쳐서 12권이 나오게 되었다. 일단 시작한 것들은 마치는 수밖에.

 

'모피아'로 시작한 공무원 시리즈는 3권까지 갈지는 모르겠다. 다음 얘기인 교육 마피아는 기본 설정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 올해 상반기 내에 내 손에서 떠나보내는 게 목표이다. 여기까지는 일단 나오기는 할 것 같은데, 토건족 얘기는 소설로 형상화시킬 수 있을지, 아직은 별로 자신이 없다. 나쁜 놈들은 확실히 나쁜 놈들이기는 한데, 너무 소소한 일상적 얘기에 가까워질 위험이 있다 아직은 잘 판단을 못하겠다.

 

바보 삼촌을 모티브로 한 동화책은 여전히 구상 중이다. 원래의 계획 대로라면 대선 끝나고 한가한 동안에 기본 내용은 정리한다, 뭐 그런 것이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내려놓고 지냈던 지난 겨울이 딱 그 기간이다. 당분간은, 모르겠다. 일단 동화책들이나 좀 더 열심히 읽어보고.

 

 

 

 

(지난 번 집은 마당이 아주 넓었지만, 새로 이사한 집에는 요만한 텃밭이 뭔가 해볼 수 있는 땅의 전부이다. 앞으로 5,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려고 한다.)

 

앞으로 5,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가장 열심히 살았던 시절, 결국 이명박과 박근혜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어쨌든 이명박 5년을 뒤로 하고, 또 다른 박근혜 5년을 참고 버텨야 할 생각을 하면, 정말로 아찔하다. 꼬질꼬질할 것이 분명한 시절, 나도 그냥 꼬질꼬질하게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시기에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내가 그들보다 더 힘들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매일매일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운명, 그것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마음 아프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것도 한 시대의 선택이고, 이것이 바로 구조인 것을.

 

홉스가 '만인에 의한 만인의 전쟁'이라는 말을 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가 그렇다. 그나마 정정당당하게 게임을 해볼 수 있다면 덜 억울하기라도 할텐데, 지금의 룰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아예, 미안해, 우리는 귀족이야, 이렇게 얘기를 한다면 또 다른 보상방식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으로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일은 알아서 하자, 그러면서도 결국은 너무 많은 것들이 출생에 의해서 결정되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다.

 

본격적으로 '양반'들이 한국의 지도자로 공고하게 자리를 잡을 5, 박근혜가 장관이라고 집어든 자들이 대부분 그런 자들 아닌가. 노무현 시대가 좋았던 것 중 제일 큰 것은 상고 출신들에게도 희망이 생겼다는 것 아닌가? 박근혜 시대, 상고생들의 시대는 언감생심, 육사의 시대가 돌아왔다. 그뿐이랴? 땅투기는 기본이고, 온갖 양아치 짓은 전부 하던 사람들이 충일한 안보관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관대직에 오르는 시대! 그것이 우리가 보게 될 앞으로 5년의 밑그림이란 말인가!

 

새로 이사한 집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아무 것도 없다. 그 위에 뭘 심을지, 아직 생각해둔 것도 별로 없다. 체리와 앵두 한 그루씩을 심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러나 이제 봄의 기운이 오르기 시작한다. 앞으로 5,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찾아보려고 한다. 시대,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았던 시대가 찬란하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우리는 늘 가슴이 아팠고, 늘 무엇인가 안타까왔고, 그리고 늘 졌다.

 

앞으로 5년을 버티기 위해서, 이제 겨우 눈이 녹고 막 맨살이 드러난 작은 텃밭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내 삶의 모습이 저 맨땅과 많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은 또 지날 것이고, 우리는 그 5년을 또 버텨낼 것이다. 이제 새로운 삶을 일구어보려고 한다. 언제고 명랑한 마음을 잃었던 적이 있었던가? 그리고 뭔가 다 잘 되기 때문에 명랑하려고 했던 것인가?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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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고양이, 그가 만든 세상이 새로운 봄을 맞는다.)

 

봄이 온다. 드디어 아침 온도가 영상으로 넘어간다. 살면서 이렇게 봄을 살갑게 맞았던 적이 있었던가? 나에게 물어보게 된다. 아니, 처음인 것 같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나와 같이 살던 고양이들 다섯 마리가 하루 밤 사이에 고양이별로 떠나간 적이 있었다. 가을에 태어난 새끼 고양이 모두, 봄에 태어났던 생협 그리고 영화사에서 우리가 천만이라고 불렀던 녀석, 그들이 하루 사이에 떠나갔다.

 

그러나 고양이들의 죽음 때문에 겨울이 더 길었던 것은 아니다. 겨울이 한참 시작되던 때, 우리는 열심히 대선이라고 하는 사회적 행위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졌다. 뭐가 먼저인지, 어쨌든 겨울은 너무도 길었고, 뭔가 판단을 해야하지만 판단할 수 없는 추위가 이어졌다. 우라질! 이 겨울은 걸핏하면 영하 15도롤 내려가면서, 왜 그렇게 춥던지.

 

마지막으로 바보 삼촌을 이사가는 집에서 잡은 게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데려온 녀석들이 케이지 안에서 얼어죽으면 얼마나 더 허망했겠는가. 정말로 목숨 걸고 고양이들을 돌보았다.

 

그리고 이제 봄이 되었다.

 

엄마 고양이가 편안한 모습으로 햇살을 맡고 있다.

 

내 마음에 잠시일지라도 평온이 온다.

 

 

 

 

(유독 몸이 약해 겨울을 날지 걱정되던 강북, 그래도 너무너무 밝게 이 겨울을 지냈다.)

 

강북과 한 배에서 태어난 생협이 마루 옆의 회양목 나무들 사이에서 발견되었을 때의 안타까움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워낙 멀리에서 보니까 암컷인지 수컷인지 잘 알기가 어려운 녀석들, 나는 그의 사체를 두 손에 안고서야 그가 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덩치나, 하는 행동이나, 그가 보여준 표정들이나, 나는 그를 보이로만 알고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170센치나 넘는 슈퍼모델급 고양이, 그러나 녀석은 첫 영하가 되던 날의 추위를 이기지 못했다.

 

그 아니 그녀는 나에게 적극적으로 보살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당연히 새로 이사갈 집에 같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초겨울의 첫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나와 살던 녀석들이 너무 당당하게 겨울을 잘 이기는 것을 보다 보니, 개중에는 연약하거나 힘든 녀석들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나도 못한 것 아닐까.

 

봄이 되어 기지개를 펴거나 따스한 봄햇살을 즐기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먼저 떠나간 녀석의 생각이 너무너무 많이 든다. 별 일 없었으면 이 봄에 녀석도 이 세 마리 고양이 사이에 끼어서 너스레를 떨고 있었들 싶은.

 

, 그것은 언제나 아쉬움과 함께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바보 삼촌, 날이 좋으니 긴장감을 내려놓고 정말로 편하게 쉰다.)

 

 

지난 겨울, 나는 아무런 판단도 내리지 않고, 아무런 중요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날이 춥고, 몸이 힘들고, 형편이 어려울 때, 좋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영하 15, 깜깜한 밤에 고양이 화장실에서 핸펀으로 비추는 LED 불빛 아래에서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리가 있겠는가? 나는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나나 고양이들이나 좀 더 편해지면, 그 때 판단을 해야할 듯 싶어서.

 

정의, 진실, 미학, 이렇게 길게 생각해봐야 할 개념들이 있다. 그러나 추울 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제 봄이다. 지난 겨울을 같이 난 녀석들과 함께, 나도 슬슬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 너무 추웠던 겨울을 지나고 나니, 봄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 이상의 아름다움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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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지옥이다

 

세상에 장식과 같은 것들이 있다. 내 삶 역시 장식이 아니었던가, 혹은 그런 장식들에 과도하게 매혹된 것은 아니었던가, 가끔 그런 질문을 해볼 때가 있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 혹은 정말로 내가 하고 싶던 얘기

 

물론 그런 것들도 결국은 또 다른 장식일지도 모른다는 순환 논리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기를 낳고 키우다 보니, 요즘 그런 생각이 근본적으로 들기 시작한다. 나는 육아를 직접 하는데, 아내랑 일을 나눠서 해도, 정말로 힘들고, 남는 시간은 정말로 없다.

 

예전에는 별로 그렇지는 않았는데, 특별히 꼭 내가 있지 않아도 되는 자리 혹은 내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게 되면, 아기 보는 시간과 비교하게 된다.

 

, 그러다 보니,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된다.

 

그냥 솔직하게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10대들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10대일 때, 바로 그 순간부터였을 것 같다.

 

20대는 그냥 괴로워하다 지나갔다. 뭐 하는지도 모르고, 정말로 어영부영하다보니, 시험 보게 되면 시험 보고, 논문 쓰게 되면 논문 쓰고

 

내 삶을 뒤집어 엎은 일은 결국 30대 중반에나 벌어졌다.

 

니미

 

이렇게는 조또 못살겠다.

 

10대 때 하던 고민을, 결국 뒤집어엎은 게 30대 중반의 일이다. 그 때부터는, 니미예절이니, 절차니, 다 지옥에 가라고 그래!

 

넥타이를 푸른 후, 다시는 넥타이를 누군가의 강요로는 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 그렇지만 몇 번은 맸다, TV 토론 같은 데 나갈 때.)

 

하여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대에 대한 얘기들을 써보겠다고 시작을 한 건데, 생각처럼 그렇게 잘 되지는 않았다.

 

‘88만원 세대가 원래는 10대에 관한 얘기로부터 시작한 건데, 중간에 좀 타협을 해서 20대 얘기를 집어넣게 되었다. 그 책의 원래 모티브는, 아기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정말 우리 모두가 고민하던 대안학교에 다니는 어느 한 여중생의 얘기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갔다. 그 후에 꽤 많은 고등학생을 만나게 되었고, 이것저것 생각도 더 많이 해보게 되었다.

 

올해는 공교롭게, 몇 권의 책이 예정되어 있는데, 소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교육에 관한 얘기들이다. 결국은 10대에 대한 얘기를 하는 책들이 올해 일정이 잡혀 있다.

 

이걸 정공법으로 갈지, 아니면 예전에 그렇듯이 스치듯이 갈지, 그런 걸 대선 이후의 지난 몇 달 동안 고민을 했었다.

 

그게 참 결정하기 어렵다. 이유는 다양한데, 정공법은 실패의 확률이 100%이고, 정공법을 피해가면, 책은 성공하더라도 내 가슴에 상처가 남는다

 

, 이 번도 피해갔구나

 

물론 정공법으로, 잘 성공시키면 좋겠지만, 우리는 공지영이 아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고민을 하다가, 문득 결정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 

 

좌든 우든, 한국의 10대에 대해서 물어보면, 걔들은 안돼, 걔들이 뭘 하겠어, 이런 기막힌 의견의 일치를 만나게 된다.

 

이걸 요 며칠 사이에, 문득 깨달았다. 한국의 10대가 뭘 할 수 있다거나,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는 사람은 좌파든 우파든, 어쨌든 지난 몇 달 사이에 보지를 못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복잡하게 말들을 하지만, 실제로 가까운 사이에서 물어보면

 

걔들이 뭘 하겠어, 좌우 공통된 반응이다.

 

아주 유사한 경험을 2005년도에 한 적이 있었다.

 

‘88만원 세대의 원형을 가지고 20대 문제에 대해서 조금씩 고민하던 시절인데, 그 시절, 한국의 좌파나 우파나, 20대는 다 재수없다고 말하는 것들을 들었었다. 요즘에야 좌나 우나, 20대들의 마음 아니면 표- 를 사기 위해서 뭐라도 하는 척 하지만, 2005, 2006, 한국의 좌우 주요 인사들에게 20대에 대해서 물어보면, 정말로 가감없이, 재수없다고들 말했다.

 

그 때 이 책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지금 생각하면 니미

 

출판사 몇 개에서 출간불가판정을 받고 당시 나는 이미 그래도 안정되게 몇 권을 출간한 저자였다 결국 출판사를 새로 만들고야 그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매년 한 권씩은 레디앙에서 책을 출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게 ‘88만원 세대를 출간해줄 출판사가 없어서 우리가 새로 만들었던 출판사라서 그렇다. 나는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하여간 그게 그렇게 만들어졌었다.

 

그 때 생각만 하면, 니미

 

노무현 시절, 원래는 10대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작한 게 연장되어서 20대로 넘어갔다가, 그 때난 지옥을 짧게 보았다. 20, , 이게 지옥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그 지옥은, 희망이 아주 안 보이지는 않았다. 책 후반부에 스쿠루지 영감을 투입한 건, 그래도 희망마저 없지는 않은 지옥이라는 생각 때문에서였다.

 

노무현 시절, 그 때부터 20대의 지옥이 확실히 열렸다는 게 내가 본 풍경이었다.

 

박근혜 시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았는데, 10대들의 삶, 지금부터는 정말로 지옥의 완성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그 지옥도를 그려볼려고, 몇 달 전부터 생각 중이다.

 

그러나 정말로 할지 말지, 오늘까지는 계속해서 모색 중이었다.

 

오늘 딱 맘 먹었다.

 

내가 생각한, 그래도 괜찮은 사람들이, 10대들이 뭘하냐, 걔네는 그냥 게임 중독이고, 게임 속 계급 분할 속에서 이미 순치된 것 아니냐

 

고딴 식으로들 말하는 거라

 

그리고 10대들의 내적 고민 정도를 얘기해야지, 10대들이 학교를 뛰쳐나오는 얘기를 하면, 상업성 없다, 고렇게들 얘기하시는 거라

 

지옥을 본 것 같다.

 

10대들의 삶도 기본적으로는 지옥이지만, 그걸 정면으로 건드리는 건 재미없거나 곤란하다고 말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정말로 지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올해의 메인 작업으로, 할까 말까, 여전히 고민하던 작업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것은 지옥이다라는 작업용 가제를 붙이기로 했다.

 

10대가 무엇인가, 뭐라도 할 수 있을까?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던 사람들이, 그 얘기는 재미없으니 딴 얘기 하자, 그게 바로 지옥이다.

 

정말로 무서운 지옥을 우리가 보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화에서 소설까지, 올해 내가 해보려고 하던 시도들은 10대들의 삶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것을 은유하는 것들이다.

 

이제 봄이다.

 

조금만 더 쉬고, 이제 슬슬 움직이려고 생각 중이다.

 

올해 나의 키워드는, 이것은 지옥이다

 

그리고 이 얘기는 10대와 교육에 관한 얘기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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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를 맞은 내 느낌이 딱 요렇다...

 

요거, 연습해보려고 한다.

 

(근데 이사오고 나서, 카포가 보이지 않는다... Gb 키라서, 카포 없이는 연주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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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기분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스라하다. 이게 생시인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5년간, 뭐하고 지낼가,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앞으로의 시간, 계획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

 

즐겁다거나 고통스럽다거나, 하고 싶다거나 하고 싶지 않다거나, 그 어떤 감정도 움직이지 않는다.

 

니미...

 

망했다는 생각 뿐.

 

짧은 감정의 공간 사이로, 전두환과 노태우 시기를 버텼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그 시절에는, 시를 썼었다, 아주 열심히.

 

내가 시를 쓰지 못하게 된 건, 현대에 들어간 다음부터이다. 거짓말처럼, 더 이상 시를 쓸 수 없게 되었다. 그 후로 억지로 몇 번 시를 써볼려고 했었는데, 시는 나오지 않았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바로 그 시간,

 

전두환 때 시를 쓰던 것처럼, 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갸날프게 머리를 스치고 갔다.

 

전두환과 노태우의 시기, 그 군사 정권을 나는 시를 쓰면서 버텼다.

 

그 시절 쓰던 시가, 다시 쓰고 싶어졌다.

 

살아있는 사람, 미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뭐라고 쓰고, 뭐라도 만드는 수밖에.

 

박근혜의 인수위를 보고, 대충 감잡았고, 그가 내건 인사들을 보고, 조금 더 감 잡았다.

 

박근혜의 임기가, 1시간 전에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랬돈 잃어버렸던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막 돌아왔다...

 

행복한 마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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