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후기 19. , 황유미!

 

드디어 내가 쓰는 방송 후기에 정부 쪽 인사에게서 항의가 들어온 것 같다. 우리는 논쟁은 언제나 환영! 반론이 있으면 언제든지 손님 접대할 생각이 있다. 기꺼이 항의 주시라!

 

오늘 방송은 산업재해편, ‘산업공화국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나갔다. 그러나 아마도 이 방송을 그렇게 산업재해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로 이해할 사람은 없을 듯 싶다. 그렇다! 오늘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선생님이 방송에 나오는 날이다.

 

그렇게 논란 중에 진행되었고, 이제 2심이 두달 앞으로 나온,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정말로 처음으로 알고 있다. 공중파를 비롯해서 어지간한 케이블에서도 다 한 번씩 아이템을 준비한 건데, 실제로 나간 적은 없다.

 

, 이유야 경로는 잘 모른다. 하여간 이게 처음이다. 그래서 너무 감격했다. 과연 우리가 이걸 방송할 수 있을지 없을지, 어제까지도 좀 아리송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방송은 나갔다.

 

 

21살에 취직해서 23살에 사망한 고 황유미씨, 그 사건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걸 직접 겪어낸 부친이 너무 담담하게 얘기를 하셔서 더 놀랐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모친도 이 사건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3시간마다 한 명이 사망한다는 한국, 여기에 더 보탤 말이 뭐가 있겠나. 산업재해로 암이 판정되는 비율은 프랑스의 1/50, , 더 할 말이 없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겠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괜히 눈물이 나서. 오늘은 얘기를 별로 못하고, 그냥 우는 모습만 방송에 나갔다. , 나야 원래 눈물이 많으니까, 내가 울었다는 건 아무 의미도 없는 얘기이기는 하다.

 

시간도 짧고, 서브 아이템으로 들어와 있고,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얘기를 더 보탤 수가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 황유미씨의 아버님의 얘기를 듣는데, 그렇게 자꾸 눈물이 났다.  

 

 

(고 황유미씨. 출처 - 반올림)

 

세 시간마다 한 명씩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듯이 눈감고 살고 있는 나라!

 

이 나라 언론이 언론이냐 싶다. 오늘은 그냥 울고만 싶다. 경제고 뭐고, 이게 사람들이 하는 얘기지, 동물들이 하는 얘기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미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지, 개돼지들의 공화국은 아니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죽어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또 하나의 가족이 영화 두레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도움들 주셨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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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독서감상문

 

어떤 책은 머리로 읽고, 어떤 책은 가슴으로 읽는다.

 

그러나 어떤 책은 머리가 거부하고, 어떤 책은 가슴이 거부한다.

 

요즘 싫은 데도 참고 읽는 책이 너무 많았다. 아기 옆에 놓고 책을 읽으려고 하면 아기가 달려와서 책 날개를 뺏어가고, 표지를 쥐어 뜯는다. 그래서 아기의 감시를 피해서 책 읽는 게 아주 큰 일이다. 책 읽는 것도 일종의 직업인지라, 나는 머리가 거부하고, 가슴이 거부하는 책도 읽는다. 참고 읽는다. 프랑스에서 우파들과 경쟁하던 게 습관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우파들은 돈과 네트워크 그리고 프레임을 쥐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움직일 골목을 모두 대부분 - 막아놓고 있고, 내가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기습 공격을 하거나, 심통을 부린다. 내가 한국에서 우파보다 잘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책을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읽는 것 외에는 없다. 그래서 머리가 거부하거나 가슴이 거부하는 것도, 읽어야 한다고 하면 참고 읽는다.

 

그러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 와중에 집어든 책이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이다. 이 책은 가슴으로 읽고, 눈으로 감상하는 책이다.

 

사진들을 보면서 설래이는 마음이 생기고, 가끔 가슴을 후비는 듯한 짠한 마음이 든다.

 

사진이 위주로 된 일종의 포토 에세이라서, 사진을 따라가면서 읽으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동화가 된다.

 

이 책을 보면서, “이건 좀 아니다 싶다”, 그렇게 가슴이 거부하는 느낌이 든다면, 정신치료를 위한 상담이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이면 가질 수 있는 보편적 정서인 측은지심과 미적 공감능력을 끌어내는 책이다.

 

여기에서 작가가 무슨 카메라를 썼을까, 무슨 렌즈를 썼을까, 이런 게 자꾸 궁금하다면, 자신이 기계에 너무 매몰되었던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의심해도 좋을 듯 싶다.

 

작가가 우리에게 알려준 팁은 한 가지낮은 자세로, 그리고 더 낮은 자세로. , 이게 길고양이들의 시선이구나, 그렇게.

 

, 그렇게 책을 두 번 읽고 나니, 조금 더 주제를 가지고 얘기들을 재구성했으면 어떨까, 길고양이라는 대상 말고 조금 더 세밀화된 모티브가 있었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그렇게 사진과 얘기를 구성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그리고 사진과 글을 감상했으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어지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여기다 참견질을 하려고 하는 것은, 잠시 발동하려던 내 가슴을 시기한 머리의 질투일 뿐이다.

 

우리 모두 가슴으로 세상을 느끼고 보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고경원의 고양이 얘기와 함께, 잠시 머리를 눕혀놓고 가슴이 움직이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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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18. 축제의 경제학 혹은 장소 마케팅의 종말

 

내가 학위 받은 게 1996년이니까, 올해로 18년째이다. 그 동안 참 많은 논쟁을 했다. 큰 논쟁도 했고, 작은 논쟁도 했다. 그 중에는 울산에서 술고래 축제를 만들자는 단체장에 맞서, 그거 아니다, 뭐 그런 소소한 논쟁도.

 

하여간 페스티발 혹은 카니발, 이런 거에 대해서 난 기본적으로는 찬성이고, 이런 게 더 많아지는 게 문화적인 측면에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게 기본입장이다.

 

경제인류학자 중에 라파포라는 사람이 있다. ‘Pigs for the ancesters’, 조상에게 바치는 돼지, 요 테제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 덕분에 생태인류학이라는 게 생겨났다. 요즘은 그런 얘기 덜 하지만, 라파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생태인류학이라는 한 분과를 만들려고 하던 시절도 있었다. 벌써 몇 년 되고, 대학 강의를 그만하겠다고 하면서 좀 시들해진 얘기이기는 하지만. 스페인의 투우나 파파아 뉴기니아 등 도서 지역에서의 돼지 축제 등, 기본적으로는 축제에 관한 얘기이다.

 

생태인류학이라는 주제로, 축제에 관한 얘기들만 모아서 별도의 책을 하나 기획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것도 불과 2년 전인가?

 

연이나

 

2000년대에 유행처럼 돌풍을 일으켰던 한국의 축제붐은, ‘장소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토건 + 토호, 딱 요 포맷이다. 내가 여행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페스티발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야말로 토건의 장소 마케팅으로 각 지역에서 진행되던 많은 축제들과는 참 많은 논쟁을 했던 기억이다. 무슨무슨 아가씨 선발대회, 요런 거 가지고도 많이 싸웠다. 예전 한나라당 성향의 사람들과도 힘을 합쳤던 적이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시간이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해결해주지 않는가, 격세지감이다. 그 화려했던 시기도 끝나가고, 이제는 구조조정 단계로 들어간다.

 

장소 마케팅 논쟁이 한참일 때, 내가 주로 사례로 들었던 것은 영화 <반지의 제왕>이다. 3부 전체의 배경이 되었던 미나스트리스 같은 셋트장, 한국 같았으면 무슨무슨 촬영지, 무슨무슨 페스티발, 이렇게 생난리를 쳤을 듯 싶지 않나? 더군다나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정도의 세계적 히트작이고, 특수효과를 담당하던 피터 잭슨팀이 여전히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장소 마케팅 한참하던 우리의 눈으로 보면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경제적 자산이고, 문화적 유산이고, 에또, 경제적 파급효과가 몇 조원대이고, 일자리 창출도….

 

<반지의 제왕> 셋트는 영화 촬영이 끝나고 아낌없이 철거되었다. 그 편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게 100, 답이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차이는, 한국은 지방 토호들이 토건을 이끌어가는 나라였고, 뉴질랜드는 그렇지 않았다, 그 차이 하나 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일본의 그 무수한 테마파크들은?

 

에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권해드리고 싶다. 그 배경이 바로 90년대 버블붕괴로 폐허가 된 테마파크다.

 

좀 너무 야박하다 싶은 평가일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지금 한국 지자체에서 억지로 하고 있는 축제 절반은 곧 귀곡성으로 바뀔 것이다.

 

한 때, 일본 사람들이 세계를 헤매고 다닐 때, ‘유럽 3대 사기라고 했던 게 있다.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 브뤼셀의 오줌 싸는 소년, 코펜하겐의 인어공주상. 그렇지만 이 3대 사기는 앞으로도 10년은 더 갈 것이다. 기념상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닐지라도 그곳의 삶은, 뭉클한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관제 축제의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그렇게 난리치던 장소 마케팅의 종료되는 걸 보면서, 정말로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나한테 이 축제의 경제적 효과는, 고용창출효과는, 혹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등등 침 튀기며 떠들던 그 많던 연구원들, 그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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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17. 갑을공화국편

 

가끔 살다 보면 정말로 지지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나온 황치오 변호사와 강운산 박사의 경우가 그렇다. 오늘은 이 두 사람을 이해하는 데, 약간의 시간을 써보려고 한다.

 

두 사람 다 방송은 거의 처음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중요한 사람들을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다는 게, 참 그렇다. (아쉽게도 강운산 박사는 시간관계상 1부에만 참여하고 먼저 나가서 사진이 없다.)

 

계약이라는 것은 청약과 응낙이라는 두 가지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물론 이건 교과서에 나오는 정의이고, 기본적으로는 비대칭적 관계가 존재하게 된다. 사주와 노동자가 그렇고, 하청관계의 많은 계약들이 비대칭적이다.

 

황치오 변호사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공정거래 분야에 특화한 거의 유일한 변호사이고, 약자들을 위해서 지금까지 뛰어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별 돈도 되지 않는 일에 삶을 바친 사람

 

, 이렇게 얘기하면 무기력하면서도 정의감만으로,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그런 루저 분위기를 상상할테지만! 서울중앙지법 등 판사 출신이었고, 김앤장, 그렇다, 바로 그 김앤장 변호사였다. 여기에 워싱턴대 로스쿨을 졸업해서 뉴욕 변호사 시험에 붙었다. 국제 변호사, 이런 걸로 M&A나 론스타 같은 쪽에 일을 했을 법한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공정거래전문변호사이다. 그야말로 공정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양반이다!

 

그렇다, 우리는 이런 삶을 동경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과 있다고 부자 쪽으로 배 바꿔 타고 가는 사람들만 줄구장창 보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

 

 

 

기왕 인물 얘기를 하는 김에, 강운산 박사에 대한 얘기를 더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양반을 보는 키포인트는, 이 양반이 소속된 기관인 건설산업연구원이라는 곳이다.

 

선대인 연구소의 바로 그 선대인이 틈만 나면, 업자들 기관이면서 정부출연연구소 코스프레를 한다고 방방거리는, 문제의 바로 그 연구소이다. 업자들 대변하는 업자 스피커, 뭐 그런 이미지이고, 실제로 그런 일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는 난 좀 착잡하다. 초창기 시절, 이 연구원을 만든 초기 멤버들은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다. 나도 현대시절, 회의한다고 여기 많이 갔었고, 같이 일한 적도 있다. 조금 더 중립적인 위치에서 정부가 직접 하지 않지만, 회사 이권과도 좀 떨어져서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보자는 그런 취지가 좀 있었다.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연구소라는 게 좀 묘하다. 삼성경제연구소면 삼성의 잇권을 위해서 맹수처럼 뛰는 그런 사람들만 있느냐, 현대경제연구원이면 정씨 일가에게 충성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느냐, 꼭 그렇지는 않다. 거기도 다 사람 사는 데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그런 데서 하는 연구 프로젝트 중에는 정말로 공익적 의도를 가지고 추진되는 것도 있고.

 

강운산 박사가 하여간 하도급에서의 불공정 문제를 풀고자 애쓰는, 그런 대표적인 연구자다.

 

두 사람 모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지를 보낸다.

 

언제가 더 많은 성과로, 한국 계약의 불공정 관행이 얼마나 시정되었는지, 그런 얘기를 다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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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저술 모드로

 

아기 태어나고 대선 치루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냈다. 그 동안 이사도 했고,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 내 방은 제대로 정리도 하지 못했다. 스피커랑 스크린, 그런 거 셋팅도 안하고, 컴만 겨우겨우 돌리면서 지냈다.

 

4월말 정도나 되어야 올해 내가 뭐하고 지낼지 결정이 될 것 같았는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 언제까지 하게 될지 모르지만, 아침 방송을 하는 게 하나 있다. 이게 오후로 가면 새벽 작업을 하면서 일을 하려고 했는데, 당분간은 계속 아침 방송으로 남을 것 같다.

 

YTN 뉴스 정면승부에서 주간논평 하는 게 하나 생겼다. 어쨌든 1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거지만, 그런 창문 하나는 맡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냥 하기로 했다. 라디오에서 다른 코너의 고정 출연 제안들이 좀 있기는 했는데, 전문 방송을 할 것도 아니라서, 2개면 나에게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팟캐스트 방송 진행 요청도 있기는 했는데, 그것도 무리이다.

 

아직 제목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경향신문에서 30회를 목표로, 토요일마다 통면으로 나가는 기획 기사가 하나 있다. 내가 2, 선대인이 한 번, 그 주기로 하기로 했다. 원래는 격주로 할 생각이었는데, 선대인이 한 번만 더 내가 맡아달라고 해서. 광장시장편 첫 원고는 오늘 써서 넘겼고, 다음 회는 포항 롯데백화점을 다루려고 한다. 매번 지방에 갈 수는 없지만, 어쨌든 목요일은 현장 취재하는 날이다.

 

내 작업 스타일상, 인터뷰도 더 많이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그 시간까지는 잘 안 나온다. 소설 작업은 인터뷰를 많이 하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 일정이 잘 안 잡혀서 고민이다.

 

얼마 전부터 국민연대 공동대표를 맡았고, 화요일마다는 상임회의가 열린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맞추면, 1주일에 단 하루도 남지 않고, 단 한 끼도 누군가 식사를 할 공간이 없다.

 

일요일, 월요일은 경향신문 연재 마감하는 날이고, 화요일은 회의와 ytn 방송 원고 쓰는 날. 수요일은 ytn 방송. 목요일은 취재가는 날. 그리고 금요일은 거의 예외 없이 take팀 회식하는 날. 그리고 토요일은 유일한, 휴식일.

 

여기에 한국일보와 주간경향에 순번제로 돌아가는 칼럼들.

 

당분간은 이렇게 일정이 잡히고, 나머지는 아기 보면서 책 쓰는 시간. 8월까지는 이 모드로 돌아가게 된다. 8월에는 아내가 복직한다. 지금 시작한 일 중에서 상당수는 그즈음에, 꼭 해야 하는 거 아니면 종료하려고 한다.

 

다음 주에는 포토 에세이인 아날로그 사랑법, 대선 후 나오는 책으로는 첫 책으로 나온다. 이것저것, 공저로 준비하고 있는 책 등, 지금부터는 다시 월간지 모드처럼 될 것 같다. 내가 올해에 혼자 쓰는 책으로 준비하고 있는 건 4권인데, 여력이 안되면 한 권은 내년으로 돌릴 생각이다.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 친구들, 유학 같이 했던 사람들, 정말 절친한 사람들 못 만나고 산지 10년도 넘는 것 같다. 공식적인 동창회는, 나가본 게 거의 기억이 안 난다.

 

방송도 더는 늘릴 생각이 없고, 책도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 외에 더 늘릴 생각은 없다. 일단 무리이고

 

보통은 한 해 계획을 이전 해 10월 늦어도 11월까지는 짜는데, 올해는 대선 치루면서 모든 것이 미루어져서 4월 중순이나 계획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몇 달간, 정말 아무 것도 안하고 아기 보고, 놀고, 그렇게만 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다른 사람들의 책을 소개하는 일을 올해는 좀 더 신경써서 해보려고 한다. 그래봐야 블로그에 독서감상문 올리는 정도지만올해는 신경 써서 그런 걸 좀.

 

영화 기획은, 같이 해보자고 온 작업들이 몇 개 있기는 한데, 올해는 무리데쓰다큐 작업은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이것도 무리데쓰.

 

하여간 주변 상황과 일상적인 일들을 이렇게 정리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책 작업을 시작한다.

 

올해 출판계 상황이 정말 안 좋다고, 대부분이 우울한 전망을 말한다. , 그렇기는 한데, 계속 미루어두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기 돌보면서 책 쓰기, 하여간 새로운 형태의 삶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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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16. 창조경제편

 

창조경제라는 단어에 대해서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그렇지만 이게 어디까지 갈지, 어디가 한계일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박근혜 자신도 모르는 걸, 도대체 외부에서 어떻게 알 수가 있겠는가? 다른 방송에서도 창조경제에 대한 논쟁을 몇 번 하기는 했는데, 불투명한 것은 나만이 아니라 저 쪽에서 나온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이 말을 김종인에게 건의해서 박근혜가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그 최초의 입안자를 만나게 되었다. 김창경 교수, 그가 바로 이 복합적인 사건의 첫 출발이다. 어쨌거나 첫 입안자이니까, 그를 통해서 개념이 해석되는 것이 옳다. Take에 바로 그 양반이 나왔다. 오메나야!

 

 

방송이 부드럽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전화 연결된 이인영 의원을 통해서 창조 경제에는 노동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는 이 질문에 대해서 너무 두리뭉실하게 빠져나가려고 하였다. 만약 토론 방송이었다면, 여기에서 더 한바탕 했을테지만, 그 정도의 전격적인 NS 토크를 하기 위한 토론 방송은 아니다.

 

진화경제학이라는 흐름 내에서 내가 이해하고 있는 creativity라는 개념이 있고, 창의성과 관련해서도 몇 가지 생각이 있다. 어쨌든 김창경이 이해하는 정도가 창조경제의 개념의 전부라면, 약점이 너무 많거나 아니면 덜 정리되었거나. 약간 이론적인 용어로, ‘enabling environment’라고 부르는, 일종의 환경조성에 관한 얘기들은 전혀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그가 얘기하는 대로, 가난한 사람도 자신의 기술로 먹고 사는, ‘짬짜면이 창조경제의 대표사례라면, ‘의자뺏기가 아니냐라는 반론을 피하기 어렵다. 자신은 수요자 중심으로 사유한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은 생산자 중심의 창업론 해석 성향이 너무 강하다.

 

 

일단은 어디가 구멍이고, 어디가 한계인지, 약간의 이해가 생겼기 때문에, 나에게 오늘 방송은 특히 유익한 것이었다. 하여간 어쩌다 보니, 그야말로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원작자가 방송에 나오게 된 셈인데, 원래는 A4 용지 앞뒤로 가득찰 만한 섭외자 리스트가 있었는데, 모두 실패하였다는 후문이다.

 

각론보다는 총론을 정리하는 상황이라, 황세진씨가 준비한 자료들의 상당 부분은 결국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1, 2부로 나누었던 것도 진행 과정에서 통합해서, 별도의 부 구분 없이 통으로 갔다.

 

오늘 방송의 최고 코멘트는 김학도씨의 입에서 나왔다. 그늘 오늘은 정말 펜을 들고 메모하면서 열심히 경청하였는데, 방송 끝내기 직전에

 

별 거 없네요!

 

사실 별 거 없다. 그렇지만 앞으로 별 거가 생길 것인가? 현재 형태로라면, 앞으로도 별 거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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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박사라는 여행사는 여러 가지로 연구대상이다. 이제 쉰 살 가량 된 신창연 대표는 어쨌든 화제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다.  스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재성 만큼은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자잘한 얘기는 다 빼더라도, 일단 아침 회의는 없고, 출근은 점심 식사 전에만 오면 되는 게 원칙이다. 필요하면 재택근무를 해도 된다. 20% 가량의 직원은 회사 사옥에서 산다. 출퇴근 거리가 3시간이 넘으면 사옥에 들어갈 수 있다. 복지는, 일반 회사 기준으로는 상상 초월이다.

 

정년 없고, 해고 없다. 툭하면 이런저런 명목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사장이 경영 이득에 대해서 관여하거나 챙겨가지 않으니까, 이익이 생기면 직원들이 알아서 나눠가지면 된다. 방법은, 자기들이 결정하면 된다.

 

여기에 입사에 대표나 임원들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 학력란은 기재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팀장 등 간부는 직선제로 뽑는다는 것. 연임을 위해서는 2년차 60%, 3년차 70%의 지지율을 받아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20세 고졸 신입사원도 팀장이 될 수 있다는 거.

 

 

이 시스템이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이 많았을텐데, 나는 돌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이게 포디즘으로 꽉 짜여진, 그리하여 획일적일 수 밖에 없는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도 효율성을 보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독일에서 경영위원회에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걸 보면, 불가능할 것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하여간 상당히 유연하고 아이디어가 중요한 여행업에서는 일단 가능하다는 것이 어느 정도 입증은 된 듯 싶다.

 

그러나 서비스가 과연 좋을까,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나는 원래 의심이 많으니까, 당장 여행박사 홈피에 방문했다. 일본은 내가 해마다 2~3번씩 방문하는 곳이다. 당장 다음 달에도 일본에 간다.

 

5분 살펴본 결과, 대박 편안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일단 나는 일본에서 차를 렌트해야 하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다음 달에 방문하는 히로시마는 아주 큰 메이저 여행사를 비롯해서, 국제예약이 안된다는 둥, 브랜치가 없다는 둥, 예약을 하고 히로시마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3분 정도 살펴본 후, 이 홈페이지를 통해서 토요타 시엔타 렌트의 예약 직전까지 갈 수 있었다. 여행에 관한 한, 나도 별 까탈스러운 취향을 가진 편인데, 다른 데는 몰라도 일본 여행에 관해서는 누적된 지식이 많은 곳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담당자가 자주 바뀌지 않고, 팀결정이 원할하게 이루어지는 곳에서 비로소 혁신이든 개선이든 생겨나는 것 아닌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절대 경쟁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생존은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게다가 올해는 엔화 약세, 한국으로 관광객을 데리고 오는 데는 아주 어렵고, 외국으로 관광객을 보내는 여행사는 올해 상당히 괜찮을 것이다. 이래저래, 여기는 올해 평온한 한 해를 보낼 듯 싶다.

 

 

며칠 만에 우리의 김미우씨가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신입직원 뽑는 기준이, 일반적인 자기 소개서 대신 이색적인 사진을 찍는 거였다. 김미우씨가 나름대로 이색 사진을 연출해보기는 했는데, 중간에 흐름이 끊겨서 잠시 어색한 시간이.

 

아직은 우리는 이것저것 실험 중이다. 아직 더 맞춰봐야 할 구석이 많다.

 

내일은 창조경제편이다. 오 마이 갓! 김창경 전 교육부 차관이 나온다. 박근혜의 창조경제를 만들었다는 바로 그 사람이다. 프로 생긴 이후로 가장 핫한 인물이 직접 나온다. 손님 접대를 어떻게 해야할지, 벌써 머리가 욱신욱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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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용산 두바이의 교훈은?

  

 

 

스위스의 수도는 베른이지만, 경제적으로 가장 융성한 도시는 쮜리히다. 스위스에서는 독일어권과 불어권의 경제적 특징이 약간씩 다르고, 정치 성향도 다르다. 극우파 정당의 중심 도시는 쮜리히인데,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보수적인 도시다. 내가 스위스 모델 특히 쮜리히 모델에 대해서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상당히 보수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노조가 힘을 쓰고, 시민들이 사회적 민주주의에 대해서 자긍심을 느끼는 스웨덴이 현실적으로는 한국의 모델이 되기 어렵다는 게 내 판단이다. 스위스는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1970년에야 부여할 정도로, 진보나 급진적, 이런 것과는 좀 거리가 먼 나라이다. 한국도 그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정도 얘기를 하면 눈치 빠른 청취자는 이미 낌새를 차렸겠지만, 당연히 쮜리히는 저층 도시이다. 아인슈타인을 배출할 정도의 교육 도시이기도 하다.

 

노무현 중반기, 한국 경제는 한미 FTA를 통해서 국민경제 모델은 미국형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이하게도 도시 모델 혹은 지역 모델은 두바이와 시드니를 향하고 있었다. 두 도시의 매력과는 별도로, 과연 선진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에 이 모델들이 적합한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그런 고민과 해석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마치 조감도 한 장으로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을 만들듯이 두바이라는 신화에 진보든 보수든, 한국의 주류 정치인들은 그냥 끌려 들어갔다.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의 행정을 맡고 있던 당시 한나라당이나, 정권을 가지고 있던 당시 열린우리당이나, 두바이 찬양에는 매일반이었다.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은 용산-강남-한남으로 삼성 트라이앵글을 만들겠다던 삼성의 용산 두바이론이었다.

 

도대체 이런 대규모 개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게 가능할 수 있는 사업인지, 최소한의 타당성 검토도 없이 정부, 서울시, 그리고 삼성 등 민간 개발업체들이 용산 두바이를 외치면서 이끌려 들어왔다.

 

공공기관인 코레일은 당시 무리한 KTX 공사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고, KTX 여종업원 대량 구조조정 문제로, 한국 비정규직의 최초의 도화선 중 하나를 건드리고 있었다. 공기업이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부동산 문제로 뛰어드는 것이 과연 옳은가, 그런 걸 검토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한전은 부동산 업무를 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데, 토건의 한 가운데에서 수많은 부동산을 가진 공기업들도 토건에 직접 참여하려고 하는 분위기였다.

 

공수래 공수거라’, 이제 그 화려한 꿈은 깨어지고, 빚만 남겨놓은 채, 10년 이상 길게 갈 소송전만 남아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삼성이 제일 먼저 사태 파악하고 발을 살짝 뺄 때, 더 큰 규모의 손실이 오기 전에 정리할 기회가 한 번 있었다. 그러나 언제 공공부문에서 그런 발빠른 판단이 가능하던가?

 

용산 두바이의 신화가 무너지는 날, 우리는 과연 어떠한 교훈을 얻을 것인가? 두바이라는 이름의 신화가 2008년 깨어진 후에도 우리는 그 신화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김광수가 이런 토건에 대한 긴급지원을 모르핀 주사라고 종종 부른다. 그렇다. 모르핀 주사만으로 연명하기에는 지금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

 

새만금에서 4대강까지, 송도에서 해운대까지, 신화로 쌓아 올린 거품의 왕국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이런 것들 모두 지가 상승일반 분양이라는 특수한 조건 내에서만 가능했던 장치 위에 서 있다.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그렇게 2008년부터 5년째 근근이 버티는 사업들이 태반이다.

 

돌아볼 것은 돌아보고, 청산할 것은 청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용산에서 코레일과 SH 공사 그리고 국민연금 같은 곳이 짊어지게 될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돈이 다 어디서 나가겠는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결국은 국민들과 시민들이 짊어지는 몫이다.

 

, 다시금 쮜리히라는 도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그들이라고 고층빌딩 높이는 기술을 몰랐겠는가? 그리고 그 정도 돈이 없었겠는가? 스웨덴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민소득 6만불을 벌써 수 년 전에 통과한 나라들이다. 두바이의 신화, 도대체 우리가 왜 그런 걸 따라갔어야 했던가?

 

경제는 과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영원한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감도 한 장 들고 국민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지만, 과학으로서의 경제를 속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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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14. 이름의 경제학

 

네이밍이라는 단어가 약간 재수가 없다. 그래서 이름의 경제학정도의 타이틀로 가기로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원래의 네이밍의 경제학으로 방송은 나갔다. 최근 정보경제학에서는 무척 중요한 토픽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인데, 우리는 상당히 가볍게 나갔다. , 원래 무지향, 무개념 방송 아니냐?

 

 

(이시유 이름이야기 대표. 개성 강한 개릭터이고, 이름도 개성 강하다..)

 

지난 5년 동안 법원에 이름 바꾸겠다고 신청한 사람이 아마 2배 정도 늘었나 보다. 법원 판결 결과가 간소화된 것도 있고, 그 동안 경쟁이 더 치열해져서 그야말로 이름이라도 바꿔보겠다는, 어떻게 보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슬픈 사연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이시유 대표에게 들은, 그러나 유용한 팁 하나. 법원에서 첫 번째 이름을 바꿀 때에는 요즘은 쉽게 잘 받아주는데, 두 번째 바꿀 때에는, 어지간해서는 곤란하다는 것! , 이거 아닌가벼, 그랬다가는 정말 난감한 상황을 만날 수도 있다. 쇼핑하거나 성형하듯이 이름을 바꾸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최영일 대표가 같이 나왔는데, 재밌는 얘기를 들었다. 내 식으로 정리해보면, ‘메이커레떼루의 차이라고나 할까? 나도 잘 쓰는 개념인 포디즘 시절에는 메이커라는 말로 브랜드를 가름했는데, 그야말로 메..., 만드는 사람이 누구냐, 그런 시대였다. 그러다가 탈포디즘 시대에는 레떼루로 바뀌면서, 소비자 취향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하는 변화가 왔다.

 

세계적으로 여전히 가장 비싼 브랜드는 코카콜라인데, 2~3조원 정도를 그 이름의 가치로 추정한다. 삼성도 브랜드 가치는 9위 정도는 된다는 듯싶다.

 

이름의 가치 추정에서 가장 간편한 사례는 아파트 이름이다. 무슨 캐슬을 시작으로, 무슨 힐, 뭐 그런 것들. 사례도 간명하고 가격도 평당 가격으로 빠박 나오니까 연구하기는 정말 편한 사례이기는 한데, 그게 또 그렇지만도 않다. 그 가치가 얼마나 보존될 것인가, 그런 시점을 집어넣으면 좀 더 복잡해진다. 무엇보다도 이 사례가 토건 한국의 클라이맥스에서 일시적으로 생겨난 사례라서, 이걸 분석하기가 좀 머쓱해진다. 더도 말고 딱 10년만 지나면, , 우리가 한 때는 이름만 바뀌어도 아파트 가격이 막 올라가던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그렇게 회상할 듯싶다. 제 정신은 아닌 시대를 우리가 살았다. ‘용산 두바이라고 생난리치던 용산 뻗는 거 봐라. 미친 짓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SBS CNBC는 스튜디오가 넉넉하지 않다. 증권방송들이 앞에 생방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본방 시작할 때까지 5분 정도의 여유 밖에 없다. 내가 했던 많은 생방송은 약식이라도 리허설 같은 것을 하는데, 그런 건 꿈도 못 꾼다. 그저 제 자리에 제대로 착석하는 것만으로도 OK! 이유는 모르겠지만, 생방 시작하는 순간에도 거의 긴장감 없다. ‘믿거나 말거나’. 가 아니라 보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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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13. 층간소음편

 

오늘 주제는 층간 소음이다. 70% 가까운 국민이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에 살고 있으니, 여기에서 해방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듯싶다. 귀농하면 이 문제에서 해결될까? 지리산 마을에 가도 정말로 계곡에 혼자 있는 집 아니면 마을에 따닥따닥 붙어 있어서, 주민들 사이의 소음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마 이 문제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다루지 않았나 싶은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과 양소영 변호사가 키맨으로 나왔다. 공학적 접근과 법률적 접근, 뭐 이렇게 구성된 셈이다.

 

 

(양소영 변호사, 세 아이의 엄마이다. 요즘 방송에서 가장 환영받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 알고 있다. 과연 말이 깔끔하고, 핵심이 정확하다.)

 

층간 소음의 원인과 해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수 년 전부터 건축비 절감으로 시공사들이 선호하는 공법이 소음에는 쥐약이다. 그러니 그렇게 하지 말라고 표준 권고안을 만들고, 그렇게 되지 않은 아파트에 대해서는 적절한 선에서 보강공사를 하도록 하면 된다.

 

건설사, 나빠요!”

 

요 간단한 입장 하나로 정리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허무하게 얘기를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기술과 경제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손쉽기는 하나, 늘 그렇게만 해서는 안된다는 게 내 상식이다. 유럽의 경우, 정말 오래된 건물들의 층간소음은 황당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그 상태에서 집을 고쳐가면서 또 다들 살아간다. 서로 적절한 선에서 양보하고 또 관용하는 것, 그야말로 공자님 말씀 같은 얘기지만, 이렇게들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갈 방향도 그 쪽이 아닌가 싶다.

 

 

(차상곤 소장, 상당히 심지가 깊은 사람이다. , 어지간히 꼬셔도 나중에 곤란하게 될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것도 일종의 개성이다.)

 

주간에는 40데시벨, 야간에는 30데시벨로 최근에 법적 기준이 명확해졌다. 그렇지만 법률적 도움은 쉽지 않다는 게 양소정 변호사의 얘기이다. 인과를 밝히기가 쉽지 않고, 밝히더라도 피해의 규모를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얘기지만, 환경 문제에서 아주 유명했던 공항에서의 소음 문제도 초기에는 그랬었다. 지금은 기준이 훨씬 강화되었고, 보상 방안도 훨씬 단순해졌다.

 

내가 종합적으로 느낀 건, 제일 좋은 건 이사가자 마자 떡 돌리는 것. 인사와 함께 모든 것들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된다. 사실 살면서, ‘인사감사’, 이 두 가지만 잘 해도 많은 것들이 풀린다. 기업도 마찬가지이고,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박근헤 정부도 인사를 제대로 못해서 지금 완전히 헤매고 있는 것 아닌가?

 

떡 돌릴 기회를 놓쳤다면, 자신이 직접 가서 얼굴 붉히거나 되도 않는 복수전을 벌이기 보다는 이웃사이센터라는 중재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나을 것 같다. 대뜸 기관을 중간에 끼는 게 맞느냐는 생각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더 나은 해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역시 그 전에, 떡이라도 좀 돌리고, 명절 때 귤이라도 사들고 가는. 어차피 이것도 다 사람의 일이다.

 

(take 제작진, 모니터링 회의 중.)

매일 방송이 끝나면 모니터링 회의를 한다. 분위기는, 약간 좀 심각하다. 눈물을 쏙 뽑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고성 정도는 오간다. 아직 멱살 잡는 건 못 봤지만, 얼굴 붉히고 고개 푹 숙이는 건 자주 보게 된다. 생방송이라는 게 갖는 긴장감이 있어서, 방송 끝나자마자 하는 모니터링 회의는 좀 심각한 편이다. ‘전파낭비라는 얘기가 나온 적도 있는데, 이건 케이블이라서 전파 낭비까지는 아니라는 얘기가 입 밖에까지 나올 뻔하다가 분위기 보면서 참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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