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울 혹은 서울 인근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이다.

 

학자로서, 오기가 들 정도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도시이다.

 

그리고 여기 왔다 갔다 하면서, 참 많은 돈과 시간을 들였다.

 

마린시티, 다시 많은 것을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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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성장’, 쓰기 시작하다

 

소설 모피아원고가 내 손에서 떠나간 게 지난 9월이었나, 그랬다. 그 사이에 아이가 집에 오고, 대선이 끝나고, 고양이들 이사가 끝나고하여간 여덟 달 만에 다시 책을 쓰기 시작한다. 그 중간에 잠깐 잠깐의 작업은 했지만, 길게 앉아서 책 작업은 하지 못했다. 아기 돌보면서 뭔가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8월이면 아내가 복직을 한다. 원래는 그냥 내가 앉아서 아기를 보는 게 계획이었는데, 아침방송을 하게 되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영 마땅치가 않다. 어쨌든 그건 그 때 가서, 고민하고하여간 시간은 계속 없는데, 잠깐 여유가 생긴 틈을 타서 밀린 일들을 좀 처리하려고 한다.

 

처음의 생각으로는, ‘시민의 경제에 대한 얘기를 한 번 정리하고, 그 다음에는 좌파 경제를 한 번 정리하려고 했었다. 시민의 경제는 작년에 나갔고그러나 그 다음 얘기는 정리할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오래 전에 조희연 선생 부탁으로, 대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경제학 책 하나를 쓰기로 했는데, 이게 영 시점도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도 세울 지지대가 어정쩡해서, 몇 번이나 책 완성단계까지 갔다가 못 낸 게 있다. , 그냥 몇 페이지 더 채워놓고, 마감 땡, 이러면 되는 상황까지 몇 번 갔는데, 영 논리가 한 바퀴 돌지를 않는 거라.

 

‘88만원 세대때도 그랬고, 하여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기획도 어렵고, 마감도 어렵다. 실무에서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농부들 다음으로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대학생이니, 어떻게 맞춰도 구성이 어렵다. 물론 그냥 자기계발서 비슷한 것은 이 집단도 책을 읽기는 하는데, 그렇지 않은 건영 구성하기가 어렵다.

 

하여간 4번 정도 책을 썼다가 다 털고 새로 쓰는 작업이, 이 책은 몇 번씩 진행 중이다. 마지막 버전으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따뜻한 성장을 놓고 끝까지 고민을 하다가, 지난 주에 결국 따뜻한 성장쪽을 택했다.

 

모피브야 너무 뻔한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박근혜 용어다. 그냥 그 사람들이 거의 음가 없이 사용하는 용어이다. 이미지도 불투명하지만, 내용은 더더군다나 없다.

 

그걸, 내 식으로, 경제학에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내용들을 담는 틀로 사용하려고 한다.

 

꼭 대학생들만을 염두에 두는 건 아니다. 나도 어깨에 힘 빼고 쓸 것이지만, 정말로 경제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 한국 경제라는 문제에 들어왔을 때, 앞에는 무슨 얘기가 있었고, 뭐가 과연 짚어봐야 하는 것인가, 그런 데 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짚어볼 생각이다.

 

지난 대선 끝나고 나도 작은 걸 결심한 게 있다.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만다

 

대충 모양내기와 폼새로 하는 건, 아예 하지 않고, 하던 거라도 그냥 때우는 거면 세운다그리고 기왕 할 거면, 정말로 최선을 다 해서 한다

 

따뜻한 성장이라는 제목을 집어 들면서, 그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의 따뜻한 성장이 선의라면, 어떤 게 제대로 되는 상황이고, 뭘 짚어봐야 하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어차피 안 할 거잖아, 마음은 그렇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나 말고라도 정치평론가 등 할 사람은 수없이 많다. 박근혜를 믿느냐? 물론 안 믿지. 그렇지만 내용 자체와 믿음 혹은 신뢰와 같은 얘기를 뒤섞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해보고, 작업에서 별 성과가 없으면? 그럼 그 때 다시 갈아엎어도 늦지 않는다.

 

과연 우리의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질문을 나도 진지하게 던져보려고 한다.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일 듯싶은데, 청자는 대학교 1학년, 국문과, 여학생, 그렇게 잡았다. 내 책에는 청자가 있는 경우가 있고, 없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은 있다. 그리고 청자가 있는 경우, 실제 대상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2 혹은 고3 여학생인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가상의 청자이다. 내가 알던 그 또래의 여학생들은 이미 나이가 많아져서, 대학을 졸업하거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몇 주 전에 대학교 1학년, 새내기들을 잠시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잠깐 봐서는 무슨 생각 하는지, 무슨 속사정이 있는지, 알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가상의 청자를 설정하면, 글을 써내려갈 때 좀 도움이 된다.

 

원래 부탁 받은 건, 운동권 후배들의 입문서 같은 걸로 해달라는 거였는데, , 그닥

 

서로 가슴이 터져나갈 것 같은 답답함을 가지고 책을 쓸 이유도 없고, 그렇게 읽을 이유도 없다.

 

하여간 여덟 달 만에 책 작업 다시 시작한다. 대선 끝나고 다시는 책 작업을 안하고 싶었는데, 또 시간이 되니, 다시 시작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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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생협의 죽음은 참 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아마 평생 가슴에 남아서, 내 안에서 같이 살아갈 것 같다.

 

마당 고양이들을 돌보는 것은 의도하거나 기획하지 않은 삶이었다. 세상에,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그런 걸 한 번쯤 생각해보는 순간이었다.

 

작년 봄에 4마리의 고양이가 마당에서 태어났었는데, 그 중에 두 마리는 일찍 죽고, 두 마리가 살아남았다. 각각 강북과 생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사오면서 같이 데리고 오려고 생각했었는데, 처음 영하로 내려가던 날, 생협은 고양이별로 떠나갔다. 특별히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강북과 생협이라는 제목 정도로 고양이들 얘기와 내가 생각하는 가치들을 섞어서 포토 에세이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협이 떠나간 뒤의 얘기들 일부를 합쳐서 아날로그 사랑법이라는 책이 되었다. 아주 즐겁거나, 아주 슬프거나, 그런 감정은 아니다. 삶이라는 것은 때때로 격렬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밋밋하다. 그 밋밋함 속에서 무엇인가 그리워하고, 또 몸이 힘들어도 무엇인가를 돌보고, 그렇게 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돌봄이란, 소유하지 않는 사랑그런 한 문장을 고양이들과 지내면서 배운 것 같다.

 

누가 누구를 돌보던 것인지,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다. 명박 시대, 어쩌면 고양이들과 웃고 놀면서 때때로 가슴 아파하던 그 순간도 없었다면, 나는 정말로 기계적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증오와 기계적 삶을 사람의 삶으로 만들어준 것은, 어쩌면 그냥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버티던 마당 고양이들의 삶이 아니었을까 싶다.

 

늘상 나는 그들을 돌봐준다고 생각을 했지만, 결국 누가 누구를 돌본 건지, 그건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에세이집이 나오게 되었다. 대선 이후, 황망하던 그 겨울을 지내면서 벌어진 얘기들이 혼자 돌아보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원래에는 고양이 생태학에 관한 조금 더 무거운 얘기들을 많이 쓰려고 했었는데, 명박 시대를 보내고, 그리고 다시 박근혜의 시대를 맞으며, 나도 사람인지라처음에 의도했던 길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글들을 쓰게 되었다.

 

그래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왜 우리는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는가?”

 

늘 내가 TV를 보던 마루 창문 바로 앞에서 생협의 얼어 죽은 시체를 찾았다. 그 때, 녀석을 처음으로 안았다. 참 많이 울었다. 왜 우리는 마음껏 사랑하지 못하는가, 그 생각을 그 때 했다.

 

묵직한 고양이 시체를 가슴에 안아 들고, 한참 울고 나서, 내가 좀 변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박근혜 5, 꼬질꼬질하게 이 땅에서 사람들과 그냥 볼 꼴, 못 볼 꼴 보면서 부대끼면서 살겠다는 것만 정했고, 아직도 뭘 어떻게 하면서 그 시간을 보내야 할지, 정말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냥 일단, 하게 되는 일을 조금씩 하면서, 그냥 꼬질꼬질한 삶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 삶을 고통스럽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 어쩌면 바보 삼촌에게 많이 배운 건지도 모르겠다. 삶이라는 게 뭐 그리 복잡한 게 있겠느냐?

 

다음 에세이집 테마도 아직 못 정했다. 내 삶에 결정된 것은 거의 없다. 그래도 그냥 담담하게 시간과 삶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우린 모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들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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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정년 연장과 50대의 힘

 

경제 정책 중에는 세대와 상관없는 제도가 있고, 특정 세대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도가 있다. TV 방송도 마찬가지이고, 음악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다. 내가 가지고 있는 최근의 작업 가설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50대라는 것이다. 흔히 베이비부머라고 불리는 세대가 바로 그들이다. 50대에게도 경제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재 한국의 부가 가장 집중되어 있는 곳도 이 50대들이다. 세대내 빈부격차의 문제에서 50대도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상대적으로 부는 50대에 집중되어 있다. 동시에 시스템상으로 50대가 가장 많은 사회적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공무원 등 공조직이나 민간기업, 심지어 언론까지, 주요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간부들이 대개 50대들이다. 그래서 50대에 해당하는 일들은 20~30대의 문제에 비해서 사회적 의제로 되는 기간도 빠르고, 목소리도 높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20대는 10악악거리야 한 번 언론에 나올까 말까 하지만, 50대에 해당하는 문제는 한 번만 누가 뭐라고 해도 언론에 10번 나온다. 지난 수 년 동안 20대 문제와 50대 문제를 같이 지켜보면서 내가 느낀 점이 이거다. 여기에 지난 대선에서 50대가 보여준 놀라운 투표율, 한국에서 50대를 외면할 수 있는 정치 집단은 없다.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정년연장이라는 결정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제도 중에서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여야 합의를 이룬 것이 있나 싶을 정도로, 큰 이견 없이 신속하게 국회에서 합의를 이루어나간다. 정년 연장은 일단은 지금 50대들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임금 피크제 등으로 임금을 조정한다고 해도, 정년이 5년 연장되는 것은 어쨌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다. 2016년까지는 300인 이상 사업장, 그 이후로는 30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 정년 연장이 의무적으로 실시된다.

 

IMF 직후, 정년 감축 논의가 나온 순간의 사회적 논의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정년 직후 교사 한 명이 퇴임하면 젊은 교사 3명을 쓸 수 있다는 표현이 상징하듯, 고령층 고용을 줄여서 신규 노동자들의 진입에 도움을 주자는 얘기로 정년 감축이 추진되었다. 간단히 얘기하면, 50대의 일자리를 줄여서 20대의 일자리를 늘이는 것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런 취지였다.

 

물론 효과는 그렇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고령층의 일자리가 줄면서 정년만 준 것이 아니라,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들여온 종신고용체계도 같이 무너졌다. 조기 은퇴를 시키면서 생겨난 일자리가 과연 노동자들에게 왔는지도 의문시거니와, 그 일자리들은 대개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그리고 구조조정이라는 단어와 함께 아웃소싱이 일반화되었다. 소위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그런 경제적 흐름과 결합되면서, 조기 은퇴가 지나간 자리를 저임금으로 상징되는 불완전 고용이 채워나갔다.

 

이제 다시 50대의 힘을 등에 업어 정년이 연장된다. 기계적으로 보면, ‘질 좋은 일자리50대들이 더 차지하게 되고,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니까, 고용시장에서 청년들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좀 악랄하게 해석을 하자면, 이 제도는 지금의 베이비 부머가 지나가면 다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정년 연장은 사회적 일자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온 것이 아닌 임시조치라서, 정치적으로 힘 좋은 50대의 문제가 1차적으로 처리되면 다시 없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한국에서 장기불황이 지속된다면, 결국에는 다시 희생양을 찾게 되고, 정년은 다시 감축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제도를 지지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끌어내리는 것 보다는 더 많은 정규직, 더 장기 노동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년연장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된다. 지금 정부가 한 이 정년연장의 노력만만 비정규직들에게도 기울여진다면, 사회는 훨씬 나아질 수 있다.

 

정년 연장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4월 달은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를 하는 달이고, 마침 51일 메이데이를 맞아 알바연대와 같은 곳에서 최저임금 만원을 구호로 한참 외치는 중이다. DJ, 노무현 때에는 대략 10% 정도로 최저임금이 올랐고, 이명박 때에는 5% 정도 올랐다. 그렇다면 과연 박근혜 때에는 몇 퍼센트가 오르게 될까? 재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년 연장을 관철시키는 것을 보면서, 저 힘의 약간만이라도 최저임금 문제에 사용한다면,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50대의 힘을 보면서, 알바들의 힘이 더없이 미약해 보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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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를 사는 법

 

작년 2월에 쓰기로 하고 아직도 출간을 못한 책이 하나 있다. 조희연 선생 부탁으로, 대학생을 위한 경제학 입문서 정도의, 가벼운 접근이다. 특별히 부담 가지지 않고 그냥 아는 얘기 쓰면 그만 아니냐는 정도로 시작된 건데, 그게 그럴 수가 없다. 헤드에 해당하는, 전체 얘기를 묶을 입구가 필요한데, 이게 계속해서 문제였다.

 

신좌파에서 신신좌파, 대선에 이긴다는 전제로 주체를 중심으로 얘기를 모았었다. 물론 여기에도 세계 경제가 바로 경색 국면으로 갈 거냐, 아니면 조금씩 버티면서 조정 국면으로 갈 거냐, 여기에 따라서 서로 다른 두 개의 버전이 있었다.

 

그리고 대선에 졌다. 미안한 얘기지만, 좌파로는 지금 경제 얘기를 내 실력으로는 정리하기 어렵다. 이기거나 지거나,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냐, 그 말이 옳다. 그러나 상황이 어떻든, ‘내 얘기는 늘 옳다’, 그렇게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의 희망은, 이번 대선에서 시민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집단이 집권하고, 다음 정권은 이제야말로 좌파그런 꿈을 가졌드랬다. 40대 중반의 내가 꿀 수 있는 가장 큰 꿈이었다.

 

그렇지만 졌다.

 

잘 해보고 싶었다, 그런 무기력한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어쩌겠는가.

 

세상이 원래 이렇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고, 박근혜가 이길 줄 알았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내용은 정리해야 하니까, 좌파 혹은 신신좌파라는 키워드를 책에서는 일단 drop… 아쉽지만 그 제목은 다음 기회로.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제목으로 한참을 더 고민을 했다. 사무엘 브리튼이라는 사람이 95년에 이미 책 제목으로 쓴 적이 있다. 참 구하기 힘든 책이었는데, 결국 구했다. 같은 제목으로 쓸까, 약간의 변형을 시킬까, 그런 고민을 했다. 이미 내 책에서 몇 번 쓴 적이 있는 표현이고, 내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을 가장 소극적인 형태로 표현하면 이 정도 된다.

 

그러다 최근, 어차피 박근혜 시대에 정공법으로 갈 거면, 아예 그들의 언어와 문법을 쓰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성장’, 그들이 요즘 즐겨 쓰는 용어이다. 물론 어감만 있고, 용어 정의는 없다. 그리고 내용도 없다. 그렇지만 많이 쓰는 용어이다. 창조 경제는, 그래도 내용은 있다. 설령 근혜네들이 이해는 못하더라도, 그 용어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따뜻한 성장, 그 자체로 아무 내용도 없다. 그야말로 이미지와 뉘앙스만 가진 용어이다.

 

, 억울하기는 하지만, 그런 이미지 전략에 늘 졌다.

 

난 성장주의자는 아니다. 성장 보다는 성장 패턴에 대한 얘기를 주로 했다.

 

어쨌든 대학생들의 경제 입문서에 해당하는 책을, ‘띠뜻한 성장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할까, 요즘 그러는 중이다. 내용은 벌써 4번 가까이 썼다 엎었다, 뭘 정리해야 할지는, 어느 정도는 정리되어 있다.

 

박근혜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다른 사람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난 여전히 난감하다.

 

하던 얘기를 계속하는 것, 복지라는 용어를 들을 때 느끼는 답답함이 있다. 결국 박근혜는 복지를 안 할 거니까, 그리고 계속해서 복지를 얘기하면 결국에는 이긴다

 

요 정도인데

 

,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그렇게 작년까지 하던 얘기를 기계적으로 혹은 더 쎄게 반복하는 것,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내 생각에는, 그건 세 번 지는 가장 정확하고 정직한 방법인 듯싶다.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부동산종합대책에서 가장 눈에 가는 대책은 1) 수직증축, 2) 보금자리 주택 폐지, 이 두 가지이다.

 

이거, 양아치들이다.

 

수직증축은 명박도, 너무 이상하다고 안된다고 했던 정책이다. 그들의 수준을 가름하는 첫 번째 기준이다. 보금자리 주택은, 격론이 있을 수 있다. 나도 그냥 찬성하지는 않았던 제도이다. 그러나 민간 아파트 공급자들이 아파트 분양가를 올릴 수 있게 보금자리 주택부터 없애는 것, 그건 정말 이상한 이유이고, 이상한 논리이다.

 

그럼 뭐하냐. 이런 거 이상하다고 말하는 나만 이상해지는 시기인데 말이다.

 

약간 좀 괴상한 방식으로, 다시 한 번 나는 마이너의 마이너가 되었다. 민주당은 여기에, 콜 그리고 6억 더, 양도세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시켜 주었다.

 

의원님, 나이스 샷!

 

박근혜는 명박 보다 더 이상하게 삽질하고, 민주당은 희한한 각도로, “나는 중도다”, 그런 이상한 일을 할 5년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어차피 아무 일도 없다.

 

그냥 박근혜의 용어를 빌려서, 그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떻게 가야 하는가, 그런 걸 이 기회를 빌어서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박근혜가 따뜻한 성장을 했나, 안했나, 이걸 나중에 알 수 있는 간단한 기준이 있다.

 

DJ, 노무현 때 최저임금이 평균 10% 정도 올랐다. 명박 때, 5% 정도 올랐다. , 박근혜는 이걸 어찌할 것이냐?

 

쉽지만 대부분의 것을 보여주는 기준이다. 말이냐, 행동이냐, 그런 걸 간단히 볼 수 있는 작업들을 좀 해보고 싶다.

 

언제 세상이 이론적인 것이나 학문적인 것으로 바뀌더냐? 박근혜를 죽어라고 지지한 그 골수지지자들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킬 방법은 없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해보려고 한다.

 

그게 내가 생각한 박근혜 시대를 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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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로 산다는 것

 

사람한테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경제학자로서의 내 삶은, 그 많은 모습 중의 하나일 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내 감정이 가장 많이 움직인 것은, 마당에 살던 고양이들과의 삶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녀석들을 데리고 이사를 오고, 그들이 무사히 정착한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다. 그러나 감정의 크기가 삶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아무리 고양이들에게 많은 감정을 주었다고 해서, 내 삶이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되지는 않는다. 내가 고양이를 몇 마리를 돌보고 있든, 나는 경제학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가장 많을 때는 막 태어난 새끼들까지, 8마리의 고양이를 동시에 돌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경제학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지난 대선은, 내가 경제학자로서의 삶을 내려 놓기로 오래 전부터 결정해놓고 있던 시기였고, 또 그 시간만을 기다리면서 지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경제학자라는 말은, 직업과는 좀 다른 의미이다. 수치를 표고, 자료를 보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수치를 찾아내거나 관계를 뒤집어본다. 그게 내가 주로 하는 일이다.

 

한국의 언론과 기사는 광고주 혹은 스폰을 보면 90% 이상 읽힌다. 누가 뒷돈을 대느냐, 그것에 따라 거의 대부분의 말이 결정된다. 뒤집어서 말하면, 스폰 관계만 읽으면 90% 이상의 진실은 그냥 먹고 넘어간다는 것이다. 아파트 분양 광고를 전면에 내고 있는 신문에서 부동산에 대한 상식적인 진단을 내리겠는가? 이건희에게 월급을 받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삼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자체를 위한 얘기를 과연 몇 퍼센트나 하겠는가?

 

그런 고통 속에서, 과연 누구를 위해서 생각을 하고, 어떤 사실을 말할 것인가, 그런 게 학자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긴장감이다. 약간만 눈을 감고, 조금만 뉘앙스를 흐뜨리면 사는 건 아주 편하다. 그렇게 살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산다.

 

그 생각을 속으로만 할 수 있고, 한다고 하더라도 술자리에서 아주 절친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얘기할 수 있다. 술이라는 핑계, 지인 사이의 농담이라는 안전장치, 그렇게 겹겹이 안전장치를 만들어놓고 얘기를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아무 얘기도 안 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게, 학자의 삶이다.

 

물론, 아주 쎄게 얘기할 수 있고, 아주 살살 얘기할 수는 있다.

 

그런 삶은 그만 살고 싶었다.

 

돈은 아주 조금만 벌고, 소비도 아주 조금만 하고.

 

하여간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경제학자로서의 삶은 이제 그만 살려고 하던 원래의 생각을 조금 바꿨다. 엄청나게 고강도는 아니고, 아주 살살, 아주 가늘게, 뭐가 맞고 틀리다, 그런 경제학자로서의 얘기를 조금 더 하려고 한다.

 

누군가는 그런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한 가지 있고, 이제 이재영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영은 내 삶과 생각을 바꾸어놓은 친구이다. 언제 바꾸었는지도 몰랐는데, 지나 보니, 많이 바뀌어 있었다.

 

이재영은 명랑했고, 밝았고, 그리고 진보가 집권을 한 순간을 위한 준비를 늘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바로 선거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재영의 그런 주장을 믿었던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나는 그의 말을 믿었다.

 

젠장. 삶의 타이밍은 언제나 예술이다.

 

이재영이 장지로 떠나는 날, 그날이 바로 문재인 후보의 두 번째 광화문 유세가 있던 날이었다. 명목상으로 그의 공동 장례위원장 중의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려놓았는데, 그의 마지막 길에도 역시 나는 같이 하지 못했다. 삶이, 왜 맨날 이런가!

 

이재영의 친구들은 꼬질꼬질해졌고, 그가 지지했던 사람들의 삶은 남루해졌다. 그렇다면 이재영의 꿈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재영과 우리가 꾸었던 꿈에 대해서 5년만 더 같이 생각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재영을 위해서 나의 평생을 살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내가 살면서 가장 존경했던, 그리고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리고 늘 밝았던 이재영을 위해서 경제학자로서의 활동을 조금 더 연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했다.

 

이재영이 누구야?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레디앙이라는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유는 이재영 때문이었고, 이 책의 마지막 교정교열을 보면서 내가 마지막으로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게 도와준 담당 에디터가 바로 이재영이었다.

 

,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경제학자로서 조금 더 살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제영이 꾸었던 꿈을 대신 이루어줄 수는 없지만, 그의 꿈이 그냥 땅바닥에 팽겨쳐지는 것을 친구로서 그냥 보고 있고 싶지는 않다.

 

하여간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경제학자로 살아가기’, 이 삶을 조금 더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명박, 박근혜, 10년 정권을 보내게 되었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전향하지도 않을 것이고, 화려한 자리를 맡지도 않을 것이다. 그냥 꼬질꼬질하게, 고통과 비극 그리고 무기력함을 사람들과 같이 보낼 것이다. 그리고 경제학자로서, 분석도 하고, 발언도 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 때, 정권의 사람들은 참 나를 싫어했다. 명박 정권 때, 아마도 힘 있는 사람들은 나를 끔찍이 싫어했던 것 같다. 청와대 홍보 쪽인가, 하여간 그런 데서 나온 얘기가 돌고 돌아 결국 입 조심하라는 협박 비슷한 메시지를 받은 적도 있다. 박근혜 시대의 실세들, 역시 나를 싫어할 것이다.

 

그게 경제학자의 삶이다.

 

아마 어떤 정권이 오더라도, 그것이 이재영이 꿈꿨던 정권이 아니라면, 나는 늘 핍박받고 견제받고, 때때로 사이비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살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경제학자로서의 삶 보다는 고양이들을 돌보는 어느 아저씨의 삶이 더 좋다. 그리고 영화 기획자나 시나리오 작가 혹은 동화 작가로서의 삶이 더 좋다.

 

그러나 5년간은, 경제학자로서 살아갈 생각이다.

 

내 친구 이재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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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고양이들, 풀어주다

 

지난 집에서 이사 오면서 마지막으로 고양이들을 전부 잡은 것은 크리스마스 날 오후였다. 엄마 고양이와 강북걸은 금방 잡혔는데, 열흘 넘게 바보 삼촌이 애를 먹이고 있었다. 엄청 추운 날들, 시간을 맞춰가면서 겨우겨우 열흘 넘는 시도만에 겨우 바보 삼촌을 잡았다.

 

그리고 긴 겨울을 지금의 집에 설치한 케이지 안에서 보내면서 언제 풀어줄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난 겨울, 케이지 안에서 고양이들 화장실 치워주고, 여기저기 싸놓은 똥들 정리하고, 최소한의 청결이라도 유지하느라고 엄청 애먹었었다.

 

이제는 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몇 주 전부터 내가 케이지 안에 들어가는 것을 바보 삼촌이 엄청 싫어하면서 좀 심하다고 할 정도로 하악질을 했다. 문을 열기 위해서 잠금쇠를 풀 때마다 바보 삼촌의 발톱을 피하기 위해서 좀 신경을 썼어야 했다. , 이 정도로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서 투쟁적으로 나오는 바보 삼촌이라면, 기억도 나지 않을 예전 집으로 무작정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더 이상 케이지가 자신들의 집이 아니라고 의심하는 일은 없을 듯 싶었다.

 

두 번째 이유는, 위생상의 문제였다. 세 마리가 화장실을 같이 쓰는데, 매일 치워주어도 엄청나게 쌓이는 배설물을 깨끗하게 치워줄 수 있는 물리적 방법이 없다. 그러다 보니 좁은 케이지에 모래가 흩어진 곳들에다 고양이들이 배설을 하는데, 그것도 고양이들 놀랄까봐 매번 치워주기가 어렵다. 겨울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케이지 안에서 위생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

 

몇 주를 고민하다가 드디어 오늘 케이지 문을 열어주었다. 처음 열어주었을 때에는, 전혀 케이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물과 사료를 주었다. 녀석들은, 열린 문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한참 후 다시 열어주었다. 그리고 잠시 나는 집으로 들어갔다. 5분 후, 케이지 안에 더 이상 고양이는 없었다. 이제 그들은 문 밖으로 나가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곳에서 살지, 아니면 예전에 살던 곳을 죽어라고 찾아갈 것인지 혹은 또 다른 선택을 할지, 하여간 그들은 나갔다.

 

그리고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느낌과 상상으로는, 케이즈 바깥부터 천천히 관찰을 하고 그렇게 활동범위를 넓혀나갈 것 같지만, 고양이들이 늘 상상을 뛰어넘듯이, 그냥 보이지 않았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딱 한 가지였다. 예전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그곳은 잘 못 찾고, 그렇다고 지금의 집으로 돌아오지도 못하는

 

그 거리가 직선 거리로 1.8킬로미터 정도 된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북악산과 북한산, 다른 산으로 완전히 생태계가 바뀌는 일이다. 이 이주방사 계획을 짠, 그야말로 전문가들과 가장 걱정한 것은, 두 지점 사이에서 길을 잃는 일이었다. 중간에 머물 수 있는, 소위 임시 스팟 같은 게 혹시 있나 점검을 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이 집에 있거나, 저 집에 가거나, 두 개 다 해법인데, 그 중간에서 어느 집도 못 가고 완전히 길을 잃는 게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1.8킬로의 거리가 딱 그러기에 좋은 거리였다. 아예 멀지도 않고, 아주 가깝지도 않은. 그래서 몇 달에 걸친 케이지 생활이 시작된 이유가, 그렇게 과학적으로 계산된 거리 사이에서 적정 방식이었다.

 

그리고 원래 우리가 계획한 것은 6개월이었다. 그 정도면 예전 집의 기억을 잃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기에 충분한 시간.

 

그런데 위생상의 문제 등으로, 4달 반만에 문을 열어주는 일을 오늘 한 것이다.

 

케이지 안이 오염될 위험이 있다

 

그런데 고양이들이 사라져서 보이지 않으니, 내 속이 얼마나 타들어갔겠나.

 

케이지 안에 마련한 물통에 물 마신 흔적도 없고, 사료를 먹은 흔적도 없이,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간다.

 

너무 일찍 열어주었나?

 

녀석들이 떠나간 케이지를 계속해서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10, 현관문을 열고 나가기, 어두운 밤에 고양이들의 실루엣이 잡혔다. 물도 먹고, 먹이도 먹고, 그렇게 노는 걸 보았다.

 

왔구나!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 뻔했다.

 

생협이 맨 처음 모습을 보였고, 가로등 사이로 바보 삼촌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 고양이는? 이리저리 살피는데, 언뜻 보인다. 엄마 고양이는 먼저 케이지 안에 들어가서 저녁 먹고 있었다.

 

놀라지 않게, 천천히 캔을 뜯어놓고, 고양이들을 살펴본다.

 

시간이 좀 지나니까, 엄마 고양이는 조그만 텃밭에, 아내가 겨우 땅을 골라놓은 곳에 시원하게 대변을 놓고, 열심히 흙을 덮어놓고 있었다. 아내가 보면, 경일 치리라!

 

이들의 이사는 이제야 끝났다. 내가 이 녀석들과 얼마나 더 같이 살게 될지, 나도 모른다. 그러나 삶의 또 한 고비를 녀석들과 넘어갔다.

 

아내의 얘기로는, 녀석들을 풀어주고 내가 나간 다음에, 고양이들끼리 살벌하게 싸우는 소리가 났었다고 한다. , 이 골목에 먼저 살던 녀석들이 있었을 것이고그 싸움과 그 삶을 내가 대신 해줄 수는 없다. 그건 녀석들이 풀어야 할 문제이다. 물과 사료는 줄 수 있지만, 그 공짜의 대가댓 아주 없지는 않다. 이런 삶의 공간을 원하는 고양이들은 엄청 많다.

 

어쨌든, 이런 복잡한 얘기는 다음에 생각해도 좋을 듯 싶다.

 

죽도록 춥던 지난 겨울을 같이 보낸 마당 고양이들, 오늘 처음으로 케이지에서 나온 날이다. 그리고 갇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마당에서 첫 밤을 보내는 날이다.

 

삶은, 때때로 행복하다.

 

아직은, 그런 것 같다.

 

(명랑이 함께 하기를, 이 디렉토리의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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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다음 주제는?

 

오랫동안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정했던 주제는 ‘40였다, 그 글들은 ‘1인분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묶였다. 그 다음은 주제라기 보다는 소재였다. 나랑 같이 지내는 마당 고양이들과의 삶과 애정 그리고 슬픔. 이 글들은 아닐로그 사랑법이라는 제목으로 묶여서, 아마 다음 주면 시중에 나오게 될 것 같다.

 

요즘은 내 삶도 길을 잃은 듯하고, 사람들도 길을 잃은 듯하다. 대선 이후, 한국은 전체적으로 길을 잃은 듯 싶다.

 

아마 길을 잃지 않고 마음 먹은 대로 가는 사람이라면 변희재와 고성국 정도? , 좀 그로테스크하지만, 그들이 길을 잃은 것 같지는 않다.

 

하여간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물론 살던 대로 살면 그만이고, 하던 대로 하면 그만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개인적 삶이나 사회적 삶이나, 지는 것은 그닥, 매력적이지 않은 것 아닌가?

 

그렇다고 엄청나게 정치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정치를 할 것도 아니고, 그런 얘기를 엄청 재밌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재수없지 않고, 불편하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고 그리고 슬프지 않고.

 

그렇게 소일 삼아 새로 생각해보면서 쓸 수 있는 주제들을 요즘 생각해보는 중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이거다 싶은 게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좀 더 아줌마틱하고, 좀 더 수다스럽고, 뭐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방향감만 있는 게 딱 지금 상황이다.

 

각을 잡고 정확하게 테제를 향해서 돌진하는 글, 그렇지만 그런 걸 일상 속에서 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살다 보면 아픔도 있고, 실망도 있고, 예기치 않게 남에게 상처주기도 한다. 그런 게 삶이다.

 

40대 후반의 삶을 보내면서, 아기와 함께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중이다.

 

사람들의 지혜를 좀 빌리고 싶다.

 

선거에서 진 우리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으면 좀 재미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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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토건 앞에 여야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부동산종합대첵에 대한 합의 내용을 보면서, 2004년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한국형 뉴딜을 주장하던 시절이 문득 생각났다. 당시 부동산 경기는 안 좋았고, 업계에서는 부동산 연착륙을 주문하고 있었다. IMF 이후 건설사의 규제를 대거 풀어주면서 건설사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시기가 한국 경제의 질적 전환을 할 수 있던 거의 유일한 시기로 나는 이해한다.

 

결론적으로, 이헌재 부총리는 한국형 뉴딜을 주장하면서 각종 규제를 푸는 것은 물론 정부의 각종 기금을 부동산에 탈탈 털어 넣었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와 같은 토건정책들이 이 시기에 나온 것임은 물론, 당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소위 뉴타운법제정에 앞장서기도 하였다. 지금 우리가 보는 하우스 푸어와 PF(Project-Financing)으로 인한 저축은행의 부실화 등, 많은 문제점이 이때 생겨난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토건에 묶여 들어간 한국의 중산층의 정치적 보수화는 급격히 진행되었다. 그 이후 민주당은 주요한 선거에서 족족 패배했다. 그리고 어느덧 박근혜 대통령이 중산층 복원을 외쳐야 할 상황이 되었다. 중산층 2세가 지금과 같은 토건 경제에서는 중산층으로 재생산되기가 어렵다는 게, 내가 신빈곤화라는 용어를 통해서 주장하던 내용이다.

 

탈토건, 이헌재 이후의 강력했던 토건 정책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포화과잉 상태인 건설자본을 적절하게 연착륙하도록 유도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탈토건이다. 그리고 일본 경제와 같은 장기 불황으로 가지 않고, 적절하게 기술중심 경제와 문화형 경제로 전환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이 길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한국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그런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머리 속에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을 부동산종합대책에 담았다. 간단히 표현하면, 아직 집을 사지 않은 20~30대를 주축으로 한, 무주택자에게 온갖 특혜를 줄테니까 빚내서 집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수직증축 허용과 보금자리주택 폐지 등 건설사의 민원성 청원을 끼워넣은 것이다.

 

공은 이제 야당인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 이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현재 민주당의 지도부들이 토건에 대해서 명확한 자신들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로 모양내기를 할 것인가, 이게 관전 포인트였다.

 

상식적으로, 예산안 같은 것으로 비유를 해보자. 정부 예산안이 오면, 야당은 대개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고, 그 예산을 줄인다. 그걸 염두에 두고 정부는 미리 예산 부풀리기를 한다.

 

이번 부동산종합대책은, 정부안이 나온 거에 야당이 더 갖다 예산을 얹어준 셈이 되었다. 6억원과 전용면적 85제곱미터, 즉 국민주택 중 택일, 그렇게 하여 아파트 주택 전체의 95.5%가 수혜를 받게 되었다 (원래는 80%). 정말 통 크게 정부안에 확 얹어준 모양새가 되었다. 하여간 더 많은 가구가 양도세를 면제받게 되었다.

 

여기에 부부합산 소득 기준도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통 크게 올려주었다.

 

기타 소소한 취득세 면제 등, 정부안에 더하여 민주당이 확실히 밀어준 것은 사실이다.

 

유사한 일이 미국 민주당에서 벌어진 적이 있기는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클린턴의 주택 정책이, 기본적으로는 메커니즘이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공공주택을 늘리기 보다는, 다들 일단 집을 좀 사게 해주자

 

인기도 좋았고, 단기 효과도 좋았지만, 결국 전세계가 혹독한 대가를 치루게 되었다.

 

한 가지는 민주당이 입증하였다. 정부안보다는, 자기들이 하면 더 크게 하겠다는 토건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약 정확하게 정부안을 가지고 따지면서 자신들의 일관성을 지킨다면, 수직증측 리노베이션에 대해서 확실하게 먼저 따졌어야 했고, 공공분양 주택 즉 보금자리 주택을 지금의 정부안처럼 그렇게 은근슬쩍 없애는 것이 옳으냐, 그런 논의를 먼저 했었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양보와 타협을 하다 보면, 양도세 면제 등에서 또 다른 양보안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순서를 뒤집었다. 그리고 자기들이 먼저, 조금 더! 그러니 토건이 아니라고는 말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양도세 면제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여도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이것도 감세고, 취득세 면제도 감세다. 지금 수십조원의 추가경정 논의 앞에 전가의 보도처럼 증세를 요구하는 민주당이, 거듭 감세 조치에 동의해주는 이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헌재 이후, 여야의 위치만 바뀌었지 토건 앞에 야합하는 것을 본 것은 한 두번이 아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한 가지, 민주당이 자신들은 토건 아니다, 그런 이상한 말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 토목과 건설, 이번에 건설 쪽을 쎄게 밀어주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여기에는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남았다. 하여간 무조건 빚내서 집사라고 여야가 밀어붙이고 있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이들이 과연 집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예전에 김예슬 학생이 자퇴하면서 했던 명언이 있다.

 

“G20 세대로 빚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빚 권하는 정부와 여야, 그야말로 하우스 푸어로 빚낼 거냐 말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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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방송후기 19. , 황유미!

 

드디어 내가 쓰는 방송 후기에 정부 쪽 인사에게서 항의가 들어온 것 같다. 우리는 논쟁은 언제나 환영! 반론이 있으면 언제든지 손님 접대할 생각이 있다. 기꺼이 항의 주시라!

 

오늘 방송은 산업재해편, ‘산업공화국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나갔다. 그러나 아마도 이 방송을 그렇게 산업재해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로 이해할 사람은 없을 듯 싶다. 그렇다! 오늘은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선생님이 방송에 나오는 날이다.

 

그렇게 논란 중에 진행되었고, 이제 2심이 두달 앞으로 나온,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정말로 처음으로 알고 있다. 공중파를 비롯해서 어지간한 케이블에서도 다 한 번씩 아이템을 준비한 건데, 실제로 나간 적은 없다.

 

, 이유야 경로는 잘 모른다. 하여간 이게 처음이다. 그래서 너무 감격했다. 과연 우리가 이걸 방송할 수 있을지 없을지, 어제까지도 좀 아리송한 상황이었다. 어쨌든 방송은 나갔다.

 

 

21살에 취직해서 23살에 사망한 고 황유미씨, 그 사건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걸 직접 겪어낸 부친이 너무 담담하게 얘기를 하셔서 더 놀랐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모친도 이 사건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3시간마다 한 명이 사망한다는 한국, 여기에 더 보탤 말이 뭐가 있겠나. 산업재해로 암이 판정되는 비율은 프랑스의 1/50, , 더 할 말이 없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더 보탤 수 있겠나, 그런 생각을 하는데, 괜히 눈물이 나서. 오늘은 얘기를 별로 못하고, 그냥 우는 모습만 방송에 나갔다. , 나야 원래 눈물이 많으니까, 내가 울었다는 건 아무 의미도 없는 얘기이기는 하다.

 

시간도 짧고, 서브 아이템으로 들어와 있고,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얘기를 더 보탤 수가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고 황유미씨의 아버님의 얘기를 듣는데, 그렇게 자꾸 눈물이 났다.  

 

 

(고 황유미씨. 출처 - 반올림)

 

세 시간마다 한 명씩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듯이 눈감고 살고 있는 나라!

 

이 나라 언론이 언론이냐 싶다. 오늘은 그냥 울고만 싶다. 경제고 뭐고, 이게 사람들이 하는 얘기지, 동물들이 하는 얘기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미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지, 개돼지들의 공화국은 아니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죽어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또 하나의 가족이 영화 두레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도움들 주셨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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