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런 논의를 떠나서, 더 근본적으로 촛불의 정신을 기리는 것이 토건적 발상의 광장 조성인가, 그런 생각이 있다. 그냥 좀 두면 안 되나? 딴 놈이 들어오면 또 뜯어고칠 거다. 광화문 광장이, 진짜 서울시장 장난감이냐? 이젠 그만 좀 하자. 탈근대 시절에, 왠 근대적 대형 광장에, 거기 무슨 정신이 깃든다고..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82354.html?_fr=mt5

 

 

사설.칼럼칼럼

[크리틱] 광화문광장, 과정이 중요한 이유 / 배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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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아이들 메모 2019. 2. 15. 21:14

 

 

오늘 보니까 큰 애가 집안 칠판에 이렇게 낙서를 하는 만행을. 젤리랑 사탕 안주면 장난칠꺼야..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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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어린이집 데리고 와서, 나도 너무 배가 고프고, 애들도 간식 줘야해서 그냥 빵 먹기로 했다. 나는 오키나와식 카스테라에 우유. 큰 애는 바게트에 포도잼 달라고 한다. 그리고 사과 주스. 둘째는 아무 것도 넣지 말고 그냥 식빵만 구워 달라고. 주스 말고 물. 나만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래도 큰 애가 이제는 잼 바르는 것 정도는 혼자 해서 좀 낫다. 세 명이 서로 다른 빵을 먹으면서 오후 간식. 식성 제 각각. 내가 개성 강한 아이들로 키우기는 한 것 같다. 그냥 주는 거 먹어, 이렇게 안 했더니.. 절대 양보 안 한다. 캑캑.

 

(그리고는 결국 똑같은 거 한 번씩 더 먹었다. 아이고 이것들 먹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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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청년 젠더 갈등에 대한 토론회 한다고 해서 간다고 했다. 문제가 있는 건 맞지만, 답은 별로 없는 것 같은.. 이러면 된다, 이렇게 말하기가 어려운 주제. 괜히 젠더 경제학 준비한다고 해서, 이런 거 모른다고 피해가기가 어렵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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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나도 나이를 처먹었다. 아직 대리 승진하지 않은 20대 평직원 여성을 내가 언제 마지막 만났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가 알았던 그 또래 여성들은 이제 부장이나 팀장이 되었고, 한 명은 청와대 갔다 온 다음에 언터처블이..

나랑 일하는 에디터들도 어느덧 팀장이나 편집국장급. 기자들은 차장급이나 그 이상급들이 되었고..

잠깐잠깐, 내가 20대 여성 평직원을 언제 마지막 봤지? 막 5~6년 전 기억으로 올라간다. 가만가만, 연예인까지 포함해서 진짜로 대화를 해본 가장 젊은? 된장. 문근영이 가장 어린 것 같다.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도 어느덧 30줄 넘어가는 것 같고.

아. 직장 민주주의 인터뷰하면서 그 또래 여성들을 만나기는 했는데, 그야말로 일에 관한 얘기만 해서, 그 삶의 특징을 전혀 알 수는 없는.

예전 내 주변에 수두룩하던 20대 이공계 직장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암에 걸려서 그만 둔 친구 한 명을 빼면, 뭐 나름대로 잘 살고들 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금방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에 빠졌다. 시간은 흐른다. 다들 나이를 먹는다. 새로운 흐름은 시간을 내서 움직이기 전에는, 알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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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공무원 노조에서 신규임용된 공무원들 직장 민주주의 교육 부탁이 왔다. 두 번 해달라고 하는데, 시간이 겹쳐서 한 번밖에 못한다. 직원정례조례 때 전직원 특강도 해달라고 해서, 해준다고 했다.

보통은 직원 교육, 이런 데는 잘 안 간다. 기업 연수, 이런 데도 신세진 사람이 부탁하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 아니면 안 간다. 내가 원래 강연 일정이 좀 짜다. 돈을 많이 달라고는 안 하고, 그냥 남들 하는대로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잘 안 한다.

강연을 잘 안 하는 이유는, 그렇게까지 안 해도 애들 둘 데리고 먹고 사는 데 크게 불편한 게 없어서 그렇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책 작업이 계속 되니까, 출간된 주제는 곧 덮는다. 다음 주제에 집중하기 위해서, 언제까지 좌판 벌이고 있을 수는 없어서 그렇다.

나도 사람이라, 생각이 겹치면 작업하는 데 방해된다. 그래서 강연을 정말 최소한으로 한다.

아마 나도 열심히 강연 쫓아다니고 그렇게 돌아다녔으면 그 동안 집 한 채 살 돈은 벌었을 것 같다. 뭐.. 그 대신 36권의 책이 남았다. 집 한 채 하고, 36권하고 바꾸라면? 당연히 책 목록이 나은 거 아닌가 싶다.

직장 민주주의는 정말로 예외적이다. 88만원 세대 내고, 몇 달 후에 '촌놈들의 제국주의'를 냈다. 내 책 중에서는 가장 길게 남고, 큰 영향력을 가진 책이 되었다. 아마 보통의 경우는 '88만원 세대' 정도 되는 책이 나오면, 1년 심지어는 2년 넘게 강연을 계속 할 수 있다. 안 했다. 그 시간에 '촌놈들의 제국주의'와 '괴물의 탄생' 준비했다. 그런데 직장 민주주의 책은, 몇 달은 더 강연 할 생각이다.

이건 세상 바꾸는 일이라서..

내가 아는 많은 운동권 친구들이 요즘은, 세상 바꾼다고 하고 결국 자기 운명만 바꾼다.

나는 내 운명 바뀌는 건 별로 관심 없다. 아내가 동사무소 헬스장에 회원 등록을 했다. 틈 나는대로 저녁 때 런닝머신 위에서 뛴다. 내 운명은 그런 게 바꾼다. 조금은 더 오래 살 것 같다.

지금의 내 운명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너무 편안하게, 여전히 잘 산다.

그래서인가.. 나는 세상이 좀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직장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기관장 된 친구들보다는 내 삶이 더 보람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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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 되고 나서 바뀐 게 한 가지 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뭘 모르는지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 예전에는 모르는 건, 입 다물었다. 그래도 여전히 조심스럽다. 전문가인 척 하는 사람들의 말버릇이, 자기 분야 아닌 것은 잘 모른다고 하면서, 엄청 권위 부리고 할 말 안 할 말 다 하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아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마나한 입버릇이 되지 않는 것.. 이건 여전히 어렵다.

내가 싸가지 없기는 정말 없다고 생각했던 게.. 선배들 중에, 난 잘 모르는데 하면서 말 시작하는 선배들이 있었다. 그리고 말도 엄청 길게 한다. 나는 초장에 짤라버렸다.. 모르시면 말하지 마시고. 세미나 때, 나는 책은 못 읽었지만, 하면서 말 시작하는 선배도 초장에 말을 막아버렸다. 안 읽으신 분은 진행 방해하지 마시구요..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뉘앙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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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공부할 때 연극성(theatralite)라는 개념이 유행했었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운 개념이고, 쉽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개념이다.

 

푸코의 <말과 사물>의 연장선에서 생각해보면..

 

사춘기가 과연 예전에도 있었을까?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사춘기가 현대적 현상이라는 거다. 근대가 출현하기 전에, 인간이라는 개념도 약했고, 인문과학, 그런 개념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러니까 어린이 개념도 없고. 어린이는 약한 사람, 불완전한 사람, 그런 거였던 것 같다. 인간에 대한 접근이나 개념 자체가 약하니까 당연히 어린이도 개념이 없고. 교육도 지금과는 접근 자체가 다르고. 그러니까 청소년이라는 개념도 없었던. 청소년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 그 청소년기라고 해서 뭔가 특별하게 다르게 취급하지도 않고.

 

우리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사실 청소년기에 들어가기도 전에 벌써 결혼을 했고, 아빠가 되어 있거나 엄마가 되어있거나. 사춘기? 그게 뭔데?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한국 사람들은 그랬을 거다. 그러면 사춘기는? 이게 자연적 현상이냐, 사회적 현상이냐? 보기에 따라서 양 쪽 다 가능한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적인 생리현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사춘기가 이제는 중2에 온다고 하기도 하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온다고 하기도 하고. 사춘기야말로 사회현상이기도 하고, 개념 현상이기도 하다. 나는 사춘기가 없었던 것 같다. 반항은 학교 죽어도 안 간다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반항을 안 한 적이 없으니까 특별히 더 한 시기도 없다.

 

연극성은 이런 생각의 연장이다. 자기가 자신의 삶을 무대의 주인공처럼 생각한다는.. 이게 보기에 따라서는 20세기 현상이기도 하다. 대가족 시절에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재산이고 뭐고, 아무 것도 안 주는 차남들에게서나 생겨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더 올라가면 과연 인간, 아니 남자가 언제부터 허리띠를 쓰기 시작했는가? 최소한 그 때부터는 자신을 장식하고 꾸미기 시작한 거니까. 생각보다 늦다.

 

소비적 주체의 등장, 아마도 그런 과시적 효과를 베블렌이 분석한 게 19세기 후반이니까 그 정도에는 중산층에서도 어느 정도 형성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0세기, 드디어 생산의 주체이자, 소비의 주체인 개인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된다. 물론 그 이전에도 스스로 자신의 삶이 주인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엇겠지만, 귀족이거나 선각자 정도 되지 않았을까. 하여간 연극성이라는 얘기는 이런 얘기다.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 모두에게 자신은 자신만의 극장에서 모두가 주인공이다. 인생을 하나의 거대한 연극처럼 생각하고, 모두 거기에서 자신만의 연극을 하게 된다. 그게 삶이다.

 

이 얘기가 너무 재밌었다. 실제로 이 얘기로 박사 논문을 쓸 생각도 있었는데, 현실이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정권이 우파로 바뀌면서 지도교수가 정년 이후 명예교수에서 밀려났다. 그리고 나는 현실과 좀 타협을 했다.

 

연극성, 이 얘기 자체가 엄청나게 새롭거나 그런 거는 아니다. 자기 인생에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거, 너무 당연한 거 아냐? 그리고 남이야 뭐라고 하든, 작당한 판타지를 가지고 사는 거 아냐? 어차피 삶은 연극 같은 것인데?

 

그렇기는 한데, 이 얘기가 나한테 영향을 안 준 것은 아니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거나 별 거 없어 보이는 사람도, 다 자신의 의식 속에서는 주인공들이다. 그가 착각을 하는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것이다.

 

기획을 하거나 마케팅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양아치 짓을 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사람을 숫자로만 보는 것이다. 물론 관객수, 독자수, 이런 건 다 숫자로 나온다. 시청률, 열독률, 이런 tv와 신문 같은 것도 주요 지표가 숫자로 나온다. 하다못해 유튜브도 카운터 숫자와 독자수, 이렇게 숫자로 나온다. 그래서 머리 수 세는 논리에 익숙해진다. 이런 게 그 자체로 나쁜 건 아니다. 하다 못해 생태학의 기본도 머리 수 세기다. 포퓰레이션, 모집단의 개체수를 세는 것으로부터 생태학이 시작된다. 그런데 머리 수가 모든 것이 되고, 머리 수만으로 생각을 하게 되면? 이러면 딱 양아치다.

 

그 숫자로 대표되는 모집단 속에서 한 명 한 명의 연극 주인공들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잃으면, 그게 바로 양아치 아닌가? 생태학은 머리 수 세는 데에 끝나지 않는다. 그건 기본 데이터일 뿐, 그 속에서 생명과 생명 그리고 구조와의 관계를 구성해가는 것이 생태학 작업이다. 머리 수만 세고, 그걸 돈으로만 연결하는 것, 그건 양아치다. 그런 양아치성을 끝까지 몰고 가면, 미세먼지가 중요하니까 원전을 늘리자, 이런 이상한 얘기가 나온다. 환원해서는 안 될 것을 환원하게 된다.

 

이와는 정반대의 경우가, 주인공들끼리의 연합체 같은 것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 나도 주인공, 너도 주인공, 우리 모두 주인공, ‘우리끼리만’. ‘스카이 캐슬현상 같은 것으로 보면 된다. 예전 경기고 나온 할아버지들이 이런 짓을 잘 했다. 얘도 경기고, 쟤도 경기고. 노회찬도 경기고 아녀? 이런 참, 뭐라 할 수도 없고. 노회찬은 학교나 학번 따지고, 나이 따지는 거 진짜 싫어했다. 어쨌든 노회찬도 경기고 나왔으니까 그 자리까지 간 거여, 참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 경기고들이 대통령은 한 번도 못 만들었다. 얼마나 억울해들 하시는지. 그래서 이회창을 죽어라고 밀었다. 이회창 대통령 떨어질 때, 얼마나 꼬시던지! 게다가 상고출신 대통령 되는 순간, 진짜로 꼬셨다. 그래, 이게 시대 정신이야!

 

한 명 한 명의 연극 무대를 들여다보고, 그 사람이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연극으로 보는 것, 물론 나도 잘 못 한다. 그래도 세상을 그렇게 보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기회가 되는 대로 그렇게 삶의 하나로서 재구성 해보려는 노력은 한다.

 

책의 저자가 되는 것은, 독자 한 명 한 명을 연극의 주인공으로 인식하기로 마음을 먹는 것과 같다. 제일 개쓰레기 같은 작가는 책 판매 부수로 자신의 독자들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건, 인간도 아니다. 양아치도 아니고, 스카이캐슬도 아니고, 그냥 개쓰레기다. 책을 못 쓸 수도 있고, 재미 없게 쓸 수도 있고, 쓰다 보면 틀린 내용을 쓸 수도 있다.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생긴다. 그러나 독자를 그냥 머리 숫자로만 이해하는 사람은, 책의 저자로서 출발점이 안 된 개쓰레기다. 3류 신문사 편집국장 같은 얘기일 뿐이다.

 

책이란 임시로 펼쳐진 연극 무대 같은 것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연극 무대와 조명, 장치들을 설치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책 쓴 사람이 주인공 아니냐고? 오 노! 연극 장치의 설치자 중의 한 명일 뿐이다.

 

책은 독자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책 만드는 놈을 욕하든, 책 쓴 놈을 욕하든, 자기 마음대로 평가하든, 주인공 마음이다. 읽는 사람이 임시로 무대 이에 올라가는 주인공, 그런 게 책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여행 가이드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다. 여행은 주인공이 하는 것이다. 가이드는 그 코스를 도와주거나 약간의 설명을 덧붙일 뿐이다.

 

책만 그런 건 아니다. 만드는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연극에는 희로애락이 다 들어가 있고, 삶의 모든 요소가 들어가 있다. 그걸 이해하는 게 만드는 일의 출발점이다. 내 물건을 누가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그 의미가 뭔지, 그걸 아는 게 만드는 일의 시작이다. 그걸 모르고 하면? 본인도 힘들고, 남들도 힘든 일이 언젠가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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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원래 저는 생일을 따로 하지는 않는데, 이러거나 저러거나 마음만은 감사하게.

저녁 때 애들 데리고 아내 회식하는 데 데리러 나갔다 오면서.. 정말 오래된 친구가 맥주 한 잔 하고 가라는 걸 차 있다고 뿌리치고 오면서. 된장, 술이나 마셔야겠다.

진빔 한 병 사왔습니다. 역시 기분 낼 때에는 버번이 최고라.

기분 좋을 때 20대에는 J&B를 주로 마셨고, 30대에는 기분 더러운 시절이라 보드카 압솔류트를. 그거 왕창 때려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면 술병이 꼭 링겔병을 닮았다는 생각이. 이걸 마신 건지, 쑤셔넣은 건지.

결혼하고 나서는 뭔가 축하할 일이 있을 때에는 발렌타인과 진빔을 번갈아가면서.

어디 술 사들고 가야할 일에는 늘 진빔을 사가서, 제 주변에서는 어느덧 저를 대표하는 술이 되어버린.

나이 많은 할배들에게 인사치례를 술 선물을 할 때에는 생떼밀리옹을 삽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비싸서 저는 거의 먹어보지도 못한..) 그리고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을 때에는 진빔을 선물합니다. 보통 진빔은 포장박스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그냥 검은색 비닐 봉다리에 덜렁덜렁. 그래도 진짜로 고맙다는 얘기를 해야할 때에는 진빔을 선물하는.

영화 <스파이 게임>에 보면 로버트 레드포드가 cia 요원이라면 12년산 스카치 위로 마셔야 한다고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대체적으로는 12년산 위로는 잘 안 가고, 그 주변 혹은 약간 언더에서.. 물론 가끔 기분이 극도로 좋을 때에는 발렌타인 17년산 정도 마실 때도 있지만, 다음 날 결국은 후회하는.

이젠 나이를 먹어서 술도 줄여야 하고, 예전처럼 많이 마시지도 않고, 그렇게 마실 수도 없습니다만.

포도주로는 생떼밀리옹 언더, 위스키로는 발렌타인 12년 언더, 그 정도의 술을 가끔 마시는 기쁨까지 잃고 싶지는 않은.

50, 참 별의별 술을 다 마셔봤습니다. 남들 평생 마실 포도주의 몇 배를 이미 20대에 다 마셔버린.

그래도 진빔 같은 버번이 주는 약간의 달달하면서도 흑설탕 느낌이 나는 뒷맛 정도는 즐기면서 살고 싶습니다. 다행히 한국에서 버번은 여전히 싸고, 파는 데도 많고.

제 소비 생활이 대체적으로 버번 정도 수준에 딱 맞추어져 있습니다. 차는 아반떼 스포츠. 슈트는 30대에 입던 입생로랑 같은 외제 브랜드는 이제 다 치웠고, 그냥 국내 브랜드로.

그래서 오늘은 진빔을 마시는 약간의 호사를 부려보기로.

생일 축하해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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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하고 한송이라는 독서모임과 같이 직장 민주주의 책에 대한 강연을 하고 왔다.

 

솔직히, 독서모임에서 책 얘기를 한 건 처음이다. 저자로 1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면서, 독서모임에는 한 번도 안 갔다.

 

내가 좀 저자로서는 비싸게 구는 편이다. 보실려면 보시고, 마실려면 마시고.

 

강연도 거의 안 한다. 방송도 특별하게 인연이 있던 거 아니면 안 한다. 그러다 보니까 독서모임까지 갈 형편이 안 되었다.

 

책 안 팔린다 싶으면, 바로 좌판 걷고 다음 책에 좀 더 집중하는 게 내가 살아온 방식이다. 좀 뛰면 조금 더 팔 수는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다음 책을 더 정성들여 준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직장 민주주의 책은, 딱 보니까 판매로는 날 샜다.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그냥 덮기도 좀 그렇고. 그냥 죽여도 될 주제는 아닌 것 같고.

 

이윤희 기자에게 연락을 했다. 독자 다섯 분만 있으면 갈 테니까, 주선 좀 해달라고.

 

그렇게 해서 하게 된 게 민변 독서모임이다.

 

민변 독서모임이라고 해서, 변호사만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송이 독서모임에는 주로 선생님들이 오신 것 같고.

 

형식으로는 독자 티타임 하는 것처럼 좀 더 편하게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좀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장소도 그렇게 하기에는 다른 형식이고. 그냥 강연 형식으로 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전달하기에는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책 내고 저자로는 처음으로 독서모임에 참가하고 나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요즘 책을 누가 읽냐? 그래도 독서모임 같은 게 특히 지역별로 활성화되고 돌아가는 게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중요하기는 하다.

 

좀 더 여유가 있으면 진짜로 전국의 독서모임 한 번씩 돌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러나 아직은 그럴 형편은 아니다. 애 업고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그나마 큰 애는 이제 곧 학교에 들어간다. 방법 없다. 나도 같이 묶여 있는 수밖에.

 

직장 민주주의라는 주제는,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내가 마주한 벽은, 날카로운 송곳이 마구 튀어나와 있는 그런 벽과 같다. 직장이라는 곳에서의 민주주의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너무 많기에.. 그냥 침묵의 벽이 아니라, 그런 얘기 하는 쉐키들은 다 빨갱이여..

 

, 나는 빨갱이 맞기는 한데, 언제까지 우리만 이런 식으로 황당한 직장 구조를 끌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삐쭉삐쭉 칼날이 튀어나온 것 같은 절벽을 걸어갈 때에는.. 마음을 비우는 게 최고다.

 

선생님은 그냥 가던 길 가셔요, 저는 제 얘기 그냥 할께요.

 

최대한 낮은 자세로, 그리고 최대한 늦은 속도로, 살살 기어가는 게 내가 직장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대하는 자세다. 화려함도 없고, 풍성함도 없다. 그래도 현실은 변하고야 말 거다. 그게 책이 가진 힘이고, 이 주제가 가진 힘이다.

 

조금은 고단한 삶을 당분간은 감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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