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에 '놀부의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당 아저씨들이 얼마나 황당한 옛날 얘기를 들고 다니는지, 뭐 그런 책을 한 번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게 법사위 등 국회 자료 뒤져야 하는 종류의 책이라서 품이 많이 간다. 생각은 뻔한데, 워낙 품 갈 일이라서 엄두를 못 냈다.

황교안 민부론 얘기 하는 거 살펴보니까, 이게 딱 '놀부의 경제학'이다. 2011년에 뭔가 좀 미래에 대한 거시경제 얘기 같은 것을 할까말까 생각 중인데, 마침 놀부 얘기하는 것 같은 얘기를 보면서..

아지간히들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싶었다. 다음 단계의 경제는 무엇일까, 그런 얘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낸책, 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사 25년차, 에구구..  (0) 2019.11.03
책 리스트 _ 2019  (1) 2019.10.12
너에게 묻는다..  (0) 2019.09.16
앞으로 세 권은?  (0) 2019.08.31
감자꽃..  (2) 2019.06.05
Posted by retired
,

요즘 누가 연락해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으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지내고 있다"고 대답한다. 요즘 둘째가 대변 보고 혼자 처리하는 연습을 한다. 큰 애는 얼마 전까지는 대변 보고 확인하는 정도는 해줬는데, 요즘은 그것도 졸업이다. 외출 한 번 하려면 기저귀 가방에 이유식 통까지 잔뜩 챙기던 것에 비하면, 요즘은 정말로 걱정되는 게 하나도 없을 정도다.

큰 애 여름방학 때 하루에도 몇 번씩 태권도장, 수영장, 돌봄교실, 이렇게 돌아다니고 둘째 어린이집 가고는 했지만.. 사실 그 시절도 예전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후다닥, 한 달이 지나갔다.

요즘 둘째는 자꾸 카시트 빼달라고 한다. 내년까지는 그냥 달아놓을 생각인데, 여기저기 몸이 배긴다고, 빼달라고 한다. 시간이 흐른 것을 느낄 수 있다.

만약 내가 엄청난 꿈이 있거나 무슨 희망 같은 것을 열심히 지니고 사는 사람들이면 지금처럼 지내는 게 깝깝하거나 스트레스 잔뜩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꿈 같은 것을 가져본 적이 없다.

총선이 가까와지면서, 국회의원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만약 정말로 국회의원이 꿈인 사람이라면 좋은 기회이기는 할텐데, 나는 그런 꿈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하다하다 다 싫다니까.. 한전 사장 같은 거라도 한 번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것도 별로다.

딱 한 번 정말로 고민했던 것은, 몇 년 전에 광주도시공사 사장할 기회가 생겼을 때였다. 그 때는 그 일이 해보고 싶어서, 정말로 한동안 고민을 했었다. 뭐.. 변창흠 하는 거 보면, 내가 한다고 해서 엄청나게 대단하게 뭘 할 것 같지도 않고. 그후로는 무슨 기관장 같은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아주 젊었을 때에는 국회도서관장 같은 것을 나중에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잠시. 그런데 국회도서관장 임명하는 절차 같은 것을 만들 기회가 생겨다.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이것도 좀 아니다 싶다. 국회도서관, 참 여당도 못 하고, 야당도 못 하고. 국회직이 대부분이 여당 몫이기는 한데, 드물게 국회도서관이 야당 몫이다.

민주당도 야당 시절에 국회도서관 운영 참 못했었다. 한국당이 요즘 난리치는 거 보면..

니들 몫인 국회도서관 같은 거 새끈하게 운영해서, 기가 막히게 한다, 그런 소리 듣게 좀 못해? 이런 얘기가 목 바깥으로 나오려고 한다.

아, 최근에 나도 약간 노력한 게 있다. 버킷리스트 같은 거 만들어서, 뭐 하고 싶고, 뭐 하고 싶고, 이런 인간들을 주변에 못 오게 했다. 그냥 되는대로 살고, 쪽팔리지 않게 살고, 형편 되는대로 지내는 일상적 삶에, 버킷리스트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노이즈일 뿐이다.

그냥 애들 보고, 시간 남으면 글 약간 쓰고, 책 좀 읽고.. 이렇게 나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다 잘 되는 건 아니다. 속 쓰린 일도 있고, 속상한 일도 물론 있다. 그래도 사는 건, 원래 그런 아픔들을 안고 사는 것이다.

크게 어려운 일 없으면, 그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최근에 책에 "행복과 희망은 같이 다니지 않는다"는 문장을 쓴 적이 있다. 지금 행복한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위해 희망을 품기 시작하면, 그 때 악마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삶인 것 같다.

그지 같이 지내도, 지금 이 순간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희망 같은 것은 그냥 유혹일 뿐이다.

드라큘라의 조건 중에 초대에 관한 조건이 있다. 초대받지 못한 집에는 들어가지만, 일단 초대받으면 그 다음부터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악마가 집에 들어오는 조건이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 때 악마가 초청을 받고 싶어서 내미는 뇌물성 선물이 희망 아닐까 싶다.

요즘은 그렇게 생각한다.

드디어 희망이 생긴다..

누군가 이렇게 얘기하면, 아 저 사람 집에 이제 드라큘라가 돌아다니기 시작하겠구나.

나는 요즘 희망은 커녕, 아무런 꿈도 가지지 않고 살아간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네 한 바퀴..  (0) 2019.09.29
아이들 감기중, 2019년 가을..  (0) 2019.09.27
굳세어라 금순아  (0) 2019.09.17
어머니와의 여행..  (0) 2019.09.13
몸에 좋은 거..  (0) 2019.09.03
Posted by retired
,

진중권의 정의당 탈당계..

선배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진중권에게만은 진 선배라는 말을 쓴다. 그가 살아낸 시간에 대한 존중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진중권이 조국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할까, 사실 이게 궁금하기는 했다. 그가 동양대 교수로 갈 때, 내가 그와 의견이 처음 달라던 것 같다. 나는 그 때 교수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판단을 했다. 그리고 그 뒤에 대학에 갈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그냥 안 갔다. 뒤에 들은 얘기지만 - 진 선배에게 확인한 건 아니고 - 동양대에 갈 때, 조국의 추천이 있었다는 후문을.

어쨌든 그런 진중권이 그런 조국에게 어떤 입장을 가질지, 사실 궁금했다. 그렇다고 전화 걸어서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그런 진중권이 조국 사태를 이유로 정의당 탈당계를 고민한다는.

참, 그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조국 생각하면 지금도 나는 가슴이 아프다. 지옥의 골짜기를 조국과 등을 맞대고 걸었던, 그것도 몇 번의 기억의 있다. 인간적으로, 조국에게 뭐라고 말하는 게 너무 힘든 일이다. 나도 그런데, 진중권은 얼마나 더했겠는가?

어쩌다 보니, 조국이라는 이름이 너무도 고통스럽고 무거운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게 되었다.

몇 번, 정의당 대표인 심상정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예전에 민주노동당에서 같이 일할 때 그렇게 할 수 있는 거고, 지금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다잡았었다. 만약 이재영이 살아있고, 지금 정의당에서 일을 한다면? 백퍼, 전화 걸어서, 그러면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노회찬이라도 백퍼. 심상정과 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회찬처럼 친구로 지내는 것은 아니다. 전화 포기.

진중권이 판단을 하기까지 가졌던 고통스러웠을 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몇 사람이 더 생각난다. 그들도 지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다..

'잠시 생각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장 민주주의, 광주 토론회..  (0) 2019.09.30
청년 보수..  (0) 2019.09.29
보름달..  (0) 2019.09.13
즐거운 추석  (1) 2019.09.12
한 시대가 끝이 났다..  (31) 2019.09.09
Posted by retired
,

내년까지는 출간 계획이 꽉 차 있다. 올해 당인리가 늦어지면서 나머지도 다 줄줄줄, 그 중 몇 권은 어쩔 수 없이 후년으로 넘어갈 것 같다.

2021년 계획은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출간이라는 게, 최소한 3년 전에는 밑구상을 해야 제 시간에 책이 나온다. 가끔 사회적으로 급한 일이 생기면 막 땅겨서 하기는 하는데, 이제는 가급적 그런 일을 안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기에는, 이제 나이도 많이 먹었다.

국가 전체에 대한 큰 얘기는 괴물의 탄생 때 한 번 했었고, 디버블링 때 한 번 했었다. 그 시절만 해도, 나도 거의 초창기 시절.

2021년에는 생태경제학을 주요 모티브로, 좀 큰 얘기를 한 번 하려고 한다. 아마 그런 게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주 사적인 일이지만.. 사람을 만나면 몇 가지를 물어본다.

1. 골프 치세요?

골프 치는 사람과 일을 하기는 하지만, 목숨 걸 일은 하지 않는다. 골프 치는 사람들의 연대가 있다면, 나는 골프 치지 않는 사람들과의 연대에 속한 사람이다. 해보니까, 골프 치는 사람들은 결국 골프 치는 사람들과 목숨을 건다. 그래서 목숨 걸어야 할 일이 생기면, 골프 치지 않는 사람들과.

2. 새만금은요?

새만금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다. 개인적으로, 정말로 새만금이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은 정치인을 포함해서, 거의 만난 적이 없다.

새만금은 '내릴 수 없는 배' 같은 것이다. 시작은 했는데, 세울 방법이 없이 그냥 가는.

새만금을 진짜로 찬성하는 사람에게, 술은 사지 않는다. 돈 아깝다. 농담이고, 어떤 사안을 좀 더 다각도로 보지 않는 사람들과 오랜 시간 토론할 이유가 별로 없다는. 그냥, 새만금 열심히 하세요, 그리고 일어날 것 같다.

내가 그런 자세로 물어보니까, 다른 데 가서는 뭐라고 하더라도, 내 앞에서 새만금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찬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새만금청에 근무하는 사람도..

"저는 홍보 작업만 해요, 다른 건 몰라요.."

이 두 가지를 물어보면, 다른 건 몰라도 생태에 대한 입장과 지식에 대해서 90% 이상은 알게 된다.

그리고 몇 가지, 조막조막한 것들이 있기는 한데, 그건 상황마다 다르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서 비주류다.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다.

냉정하게 말하면 비주류에서는 '참여연대파'가 1번 주류고, 노동파가 2번 주류다. 여성파가 신주류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새만금 반대하는 사람들은, 비주류에서도 비주류다. 새만금 논쟁 한참할 때, 그럼 새만금에 골프장 잔뜩 놓으면 되지 않느냐, 유시민이 했던 말이다. 뭐, 나중에 농담이라고 하기는 했는데, 그런 정서가 비주류 중에서는 주류다.

이런 비주류의 비주류들이 할 수 있는 얘기의 극한을 가보고 싶은 것이 2021년에 하고 싶은 일이다.

최근 유럽의 흐름을 보면, EU 의회와 몇개 국가의 정책에서 이제는 비주류라고 보기만은 어렵다. 소수파의 흐름은 벗어났다.

그런 얘기들을 한 번은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내 주변에 참여연대파와 노동파, 겁나게 득실득실하다. 친하게는 지내지만, 그렇다고 입장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비주류의 비주류들도, 이 세상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사방 시절과 이진경..  (0) 2019.10.02
수영장, 정오..  (0) 2019.10.01
평등한 인간..  (0) 2019.09.17
노예와 민주주의, 그리스  (0) 2019.09.17
밀, 여성의 종속..  (0) 2019.09.16
Posted by retired
,

사는 게 혼잡스럽다 보니, 이제야 2021년 계획을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게 된다. 올해 당인리가 늦어지면서 아마도 줄줄줄, 후년까지 밀려나갈 책들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2021년 계획은 아직 백지 상태다. 처음으로 그 기간에 맞춰 디자인해보기 시작하는데..

일단 내 마음은..

생태적인 시각으로 탈토건은 물론이고 거시 경제 전체를 조망하는 얘기를 한 번 해보고 싶은.

근데 이게 팔릴지 자신이 없어서,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필요하기는 한 것 같은데, 요즘은 사회과학 시장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2022년에는 지방선거도 있고, 대선도 있다. 미래에 바라는 의제들을 논의하기에는 사실 좋은 기간이기도 하다. 누가 다음 대선에 나올지, 그딴 건 전혀 모른다. 그렇지만 "이런 게 필요하다", 그런 얘기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나도 시대의 아방가르드 한 번 해보고 싶다..

Posted by retired
,

얼마 전에 영화 '국제시장' 보고나서 김필의 '굳세어라 금순아'를 하루에 몇 번씩 듣는다. 뭔가 좀 시대 감성 같은 게 필요해서.

음악 듣던 큰 애가 금순이가 누구냐고 물어봐서, 국제시장 얘기를 해주었다. 큰 애가 진짜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금순이가 너무 불쌍하다는. 그 후로는 '굳세어라 금순아'를 못 틀게 한다. 몇 번 틀었는데, 그 때마다 눈이 빨개질 정도로 운다. 나는 서정적 감정이 이렇게 많지는 않아서, 사실 이해는 잘 안 된다. 이런 건, 아무래도 아내에게서 온 것 같다. 아내는 나보다 서정성이 몇 배는 뛰어나다..

'아이들 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들 감기중, 2019년 가을..  (0) 2019.09.27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13) 2019.09.25
어머니와의 여행..  (0) 2019.09.13
몸에 좋은 거..  (0) 2019.09.03
노란 띠..  (1) 2019.08.31
Posted by retired
,

존 스튜어트 밀이 '여성의 종속'을 발간한 것은 1869년이다. (자본론 1권이 나온 것은 1867년.)

"어떤 사람은 백인으로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흑인으로 태어나듯이, 누구는 노예로, 또 다른 누구는 자유민과 시민으로 태어났다. 일부는 귀족으로, 나머지 다수는 평민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 봉건영주로 태어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민이나 돈 많은 집안 자식으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었다. 노예나 농노는 결코 자유인이 되는 꿈을 꾸지 못했고, 또 상전들이 허락하지 않는 한 그렇게 될 수도 없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중세가 끝나고 왕권이 강화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평민들도 귀족 작위를 받을 수 있었다. 귀족 중에서도 장남은 아버지의 소유물에 대한 유일한 후계자라는 정해진 운명을 타고났는데, 아버지가 장남 외의 다른 사람에게 자유롭게 상속할 수 있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숙련공 중에서 동업조합인 길드의 회원으로 태어난 사람 또는 기존 회원에 의해 입회가 허용된 사람만이 합법적으로 각 지역의 경계 안에서 직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직업에 종사할 수가 없었다 - 적어도 법적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오늘날의 유럽, 특히 현대적인 발전을 이룩해낸 곳에서는 어디든지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밀의 시대에는 인간의 평등을 둘러싸고, 소설과 동화책에서도 전면적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 밀이 한 얘기와 똑같은 논쟁이 '비글호 여행기'에도 나온다. 누나들에게서 "인간은 다 똑같다"는 말을 배운 다윈이, 노예제를 강력 옹호하는 비글호 선장과 엄청 싸운다. 결국 그는 그 배에서 왕따가 된다.

비글호 여행기가 아직까지 유럽에서 10대들에게 필독서가 된 이유는, 나중에 이 다윈이 진화론을 만든 다윈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평등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어린 시절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한 사람의 내적 갈등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밀의 책을 연속으로 읽는 가장 큰 이유는..

밀의 책 중에서 하나를 '10대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에 포함시키고 싶은데, 과연 뭐가 제일 좋을지, 골라보기 위해서다.

100년도 전에 나온 책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적 의제 1번이 된 지금, 문장들이 하나도 옛날 얘기가 아니다.

마약으로 난리난 재벌 4세들이, 이런 걸 좀 봤어야 하는..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영장, 정오..  (0) 2019.10.01
비주류의 비주류..  (0) 2019.09.19
노예와 민주주의, 그리스  (0) 2019.09.17
밀, 여성의 종속..  (0) 2019.09.16
사딸라  (0) 2019.09.16
Posted by retired
,

"그리스 사람들이 집안에서 노예를 거느렸다고 해도 스스로를 자유민으로 부르는 일에 모순을 느끼지 않았던 것처럼, 근대 문명과 특별히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다."

경제사는 홍성찬 선생한테 배웠고, 한국 경제사는 김용섭 선생한테 배웠다. 학부 때는 경제사 전공할 생각도 있었는데, 도저히 여건이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주경철 선배와는 유학 시절, 도서관에서 커피 마시고 틈틈이 술 마시던.. 짧은 기간이지만, 아주 진하게.

그 시절에 홍성찬 선생이, 그리스 장군들의 노예 이야기를 인상 깊게 들었었다. 공화정을 위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혁명을 한 사람들 그 누구도 자기네 집에서의 노예가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없다는..

이 얘기가 어디서 나온 건지 늘 궁금했는데..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에 나온다. 그리스 시절의 노예를 당연히 여기던 민주주의자들처럼, 여성에게 불리한 법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남자들에게..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주류의 비주류..  (0) 2019.09.19
평등한 인간..  (0) 2019.09.17
밀, 여성의 종속..  (0) 2019.09.16
사딸라  (0) 2019.09.16
칼럼, 새만금..  (0) 2019.09.15
Posted by retired
,

"대다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생각을 공격하고 그와 상반되는 주장을 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예외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지녔고 거기에다 특별한 행운까지 더해지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조차 힘들다."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 머릿말에 나오는 말이다. 남과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사실 힘들다. 나는 '특별한 행운'을 몇 번 가졌던 운 좋은 경우다. 그러나 매번 특별한 행운을 만날 수는 없다. 그건 정말 몇 년에 한 번 오는 것..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등한 인간..  (0) 2019.09.17
노예와 민주주의, 그리스  (0) 2019.09.17
사딸라  (0) 2019.09.16
칼럼, 새만금..  (0) 2019.09.15
아름다운 문장..  (0) 2019.09.06
Posted by retired
,

사딸라

책에 대한 단상 2019. 9. 16. 16:59

추석이랑 추천사 등 고만고만한 글들에 밀려서 첫 페이지만 보고 내려놓았던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을 다시 집어들었다. 뭐, 특별히 꼭 이 책을 봐야 할 이유는 없는데, 지금 마침 읽을 때 안 보면 이번 생에는 다시 못 볼 것 같은 느낌으 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 책은 한 번 읽는 것이 최소한의 성의 아닌가 싶기도 하고.

강연이나 원고 청탁 같은 거, 힘들다고 하는 것도 사실 힘들다. 다 물리치지는 못하고, 신세진 사람이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거 정도, 약간씩 한다. 애 보고, 아내 뒷바라지 하는 게, 사실 요즘 나이 본업인 셈이다. 나머지는 되면 되고, 말면 말고. 맘 편하게 산다.

요 몇 달 사이에 연구원장 해달라는 부탁이 두 개 정도 왔는데, 둘째 초등학교 2학년 졸업할 때까지는 아무 것도 못 한다. 출근은 커녕, 밥 한 번 정도는 같이 먹어야 하는 동료들하고도 얼굴 한 번 못 본다.

별 아무 것도 하는 거 없는데, 뭐 해달라는 부탁은 엄청나게 온다. 사실 내가 먹고 사는 거에 엄청나게 의미를 두고 살지 않으니까 그렇지, 애들 보는 일만 하는 데도 원고 청탁 같은 게 오는 건, 사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그냥 귀찮아서 대충 튕겨내지만, 그것도 꼭 필요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나, 그런 생각도 가끔.

나는 내 인생에 무엇을 바랄까? 사실 바라는 것 아무 것도 없다. 둘째가 아파서 폐렴으로 입원할 때, 그런 생각들 다 내려놓았다. 아니, 내려놓은 게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세삼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할 것도 아니고.

좀 있으면 애들 올 시간이다. 오늘은 애들 데리고 '사딸라' 먹으러 갈 생각이다. 뭐, 먹어서 그렇게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하고 놀 게 별 게 없다. 다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적당히 살려고 한다. 그래도 죽어라고 뭔가 한다고 하면서 허부적거리는 것 보다는 나은 것 같다.

'책에 대한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예와 민주주의, 그리스  (0) 2019.09.17
밀, 여성의 종속..  (0) 2019.09.16
칼럼, 새만금..  (0) 2019.09.15
아름다운 문장..  (0) 2019.09.06
정치경제학 원론..  (0) 2019.09.05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