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물고기

영화 이야기 2010. 8. 24. 14:20
1.
참 오랜만에 초록물고기를 봤다.

이 영화 얘기를 처음 들은 게, 아마 신촌에 있던 연우라는 만화가게에서 죽 때리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가 영화를 전공했다. 만화가게에서 우연히 만났었는데, 초록물고기라는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면서 영화 얘기를 조금 들었었다.

2.
원형에 관한 생각이 들었다.

<초록 물고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이 원형에 관한 얘기일 것 같다.

아직 IMF 경제위기가 오기 이전, 일산에 막 사람들이 가서 살기 시작할 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

문성근과 명계남이 아직 노무현을 지지하기 이전.

이창동이 장관이 되기 이전.

그리고 송강호가 아직 초짜이던 시절.

3.
<초록 물고기>는 노무현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였나 동시에 도시미학은 어떤 의미였나,

그런 것들이 아직 명확하기 이전의 한 세계를 문득 우리에게 되돌려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영화도 역시. 90년대 후반의 영광을 보기 이전.

리얼리즘이 영화 내에서 아직은 살아있던 시절.

4.
문성근은 예나 지금이나, 참 연기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을지는 모르겠지만, 종사관 지진희가 나왔던 영화 <수>에서도 문성근 혼자서 아주 돋보였었다.

"여는 내 세상이야, 내 세상..."

5.
사람들은 <초록물고기>를 노무현 정권을 만든 영화라고 평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 대선 직전에 TV에서 상영을 해주었는데, 명계남이 얼마나 비열한 사람인가를 보여주기 위한 적들의 음모라고 하는 설이 파다했었다만. 어떤 의미로든, 제작자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매우 정치적인 영화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재개발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공간을 논의하는 영화. 그래서 <짝패>로 내려오는, 일련의 재개발 영화라는 장르가 한국에는 또 하나 있다.

예를 들면, <1번가의 기적> 같은 것. 아니면 <홀리데이>...

그런 재개발 영화의 원형에 해당하기도 하는 것 같다.

<김관장, 김관장, 김관장> 같은 코메디도 <초록물고기>와 맥이 닿아있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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